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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각/2021년

<일상> 2021년 10월 21일 목요일: 재미가 있어야

Writer Hana 2021. 10. 2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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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산책하다 마주친 "Life is beautiful"



어제 뉴스를 보니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덕분에 실적과 가입자수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했다고 한다. 이 기사를 읽고 느낀 점은 아무튼 거스를 수 없는 인간 본성은 지루한 걸 못 견딘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재미있다" 느끼게 해 주면 돈을 벌 수 있다. 드라마, 영화, 개인이 제작하는 유튜브까지 재미있는 창작물은 돈을 벌게 되어 있다. 어떤 창작물뿐 아니라 우리가 경제적 목적 이외에 친목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는 것, 술집에 가는 것, 여행을 가는 것, 게임을 하는 것 등 모두 기본적으로 재미있고 지루함을 없애주기 때문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05: 에르미타주, 권력 투쟁과 인간의 본성

오늘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이후 가장 추웠다. 낮에는 돌아다니기 괜찮았는데 오늘은 낮도 밤처럼 추웠다. 장갑 빼고 1분도 버티기 힘든 추위다. 아무튼 3월 초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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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3월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 관람 중 카스텔프랑코의 작품 <유디트>를 보고 지루함을 못 견디는 인간 본성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했다. 시간이 갈수록 이를 증명해주는 증거가 넘쳐난다.

평론가, 사회학자, 심리학자 등 많은 전문가들이 사회 현실을 묘사했네 인간 심리를 잘 나타냈네 어쩌고 평가를 늘어놓겠지만 일단 재미있으니까 성공한 것이다. 아무리 현실 문제를 잘 묘사하고 중요한 사회적 테마를 다뤘다 해도 일단 재미가 없으면 시청자는 외면하고 흥행에 성공할 수 없다.

 

음악, 글, 그림 등 장르를 불문하고 현재 우리가 고전 또는 불후의 명작이라고 추켜세우는 것들은 사실상 대중성이 떨어진다. 공자 맹자가 훌륭한 철학자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논어와 맹자 책을 만화책 읽듯이 푹 빠져 읽는 사람은 소수다. 고난도의 기술과 예술성이 조합되어야만 하는 오페라의 팬보다는 대중가요의 팬이 훨씬 많다. 오징어 게임을 직접 보지는 않아서 이게 고전 계열인지 대중문화 계열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전 세계 1억 명이 넘는 시청자를 끌어들였다니 대중문화에 가까운 게 맞아 보인다. 두 계열 중 누가 월등하다는 식의 서열을 매기려는 것은 아니다. 둘 다 인간 사회에서 중요하니까. 진짜 의문은 과연 대중성에 성공한 작품을 창작해낸 사람은 정말 자기가 해보고 싶어서, 만들어보고 싶어서 세상에 내놓았더니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아니면 본인 취향 하고는 관계없는데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 훤히 보여 만들어낸 것일까? 궁금하다.  

 

고전 계열의 창작물을 보면 그림이든 글이든 음악이든 창작자의 주관이 강하게 녹아 있다. 고흐의 강렬한 붓질로 탄생한 작품에서, 스트라빈스키의 약간 불협화음인듯한 오케스트라 작품에서, 마키아벨리의 정치 철학이 녹아있는 글을 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아, 이 사람 주관 정말 강하구나. 자기가 이렇게 하고 싶어서, 이렇게 만들고 싶어서 만들었구나.'라고 단박에 느낄 수 있다. 물론 마키아벨리는 재취업을 위해 권력자에게 헌정할 생각으로 <군주론>을 완성했지만 그의 인생 행로를 알고 글을 읽으면 본인은 완전히 마키벨리즘적인 인간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군주론도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글이 아닌 강력한 도시 국가 피렌체를 위해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지 경험과 이론이 빛나는 통찰력과 함께 녹아 있는 주관 가득한 글이다. 아무튼 이와 달리 애초에 대중성을 목표로 시작한 작품은 어떻게 해야 탄생하는 걸까? 재미있는 관찰거리가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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