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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1년 10월 23일 토요일: 김포공항 롯데몰과 두바이몰 본문

일상 생각/2021년

<일상> 2021년 10월 23일 토요일: 김포공항 롯데몰과 두바이몰

Writer Hana 2021. 11. 5.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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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이케아에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역시 쇼핑몰은 내 체질이 아니야. 그러나 세상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 내가 좋아하는 쇼핑몰 두 군데를 떠올려보았다. 바로 서울의 김포공항 롯데몰과 두바이의 두바이몰. 어떤 매력이 있어서 좋아하게 된걸까? 

 

필요한 물건 몇 가지 사러 오후에 이케아에 갔었다. 그런데 세상에나... 사람이 정말 많았다. 토요일 오후이기는 하지만 코로나 이전에도 이렇게 붐볐었나? 아무튼 나는 어릴 적부터 백화점, 마트, 쇼핑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사람이 많고 붐비는 쇼핑 장소는 최대한 짧은 시간만 머무르고 나온다. 쉽게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으로 붐비는 축제 장소나 관광지에서는 괜찮은데 유독 무언가를 구매하는 '쇼핑 장소'에서만 쉽게 기운이 빠진다는 점이다. 과학적인 이유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쇼핑 장소는 커다란 창문 하나 없이 밀폐된 곳이 많고, 사람들의 구매욕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내가 상극인 게 아닐까?

 

그렇다고 내가 모든 쇼핑몰을 싫어하는가? 그것은 또 아니다. 현재까지 내가 가본 곳 중에 딱 두 군데 내가 좋아하는 쇼핑과 관련된 장소가 있다. 하나는 김포공항 롯데몰이고 다른 하나는 두바이의 두바이몰이다. 이 군데에서는 오래 있어서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즐겁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쇼핑몰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본다. 

 

 

 


<김포공항 롯데몰>

 

김포공항 롯데몰은 2011년에 오픈했다. 이곳에 백화점, 마트, 영화관에 호텔까지 포함된 대형 쇼핑몰이 개장하기 전에 이미 가끔 김포공항 국제선 건물에 놀러 왔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CGV 영화관이 가끔 찾았고, 커피스토리라는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며 책 읽는 것이 한 때 즐거운 여가시간이었다. 

 

이 롯데몰은 공항에 입점한만큼 접근성이 뛰어나다. 공항전철, 5호선, 7호선이 통과하는 대규모 환승역이고, 버스 노선도 많고 지하 주차장도 넉넉한 규모다. 서울 강서구뿐 아니라 구로구, 양천구, 인천 계양구, 부천, 심지어 김포나 일산에서도 오기 좋다. 사실 공항 리무진으로 따지면 수도권 어디서나 오기 좋은 곳이다. 

 

어떤 장소를 좋아한다는 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나 느낌이 좋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장소와 관련된 추억이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김포공항의 롯데몰을 좋아하는 이유는 두 가지 다 해당된다. 일단 공항에 위치한 쇼핑몰이라 김포공항역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여행 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캐리어를 끌고 가는 여행객도 많이 보이고, 분위기 자체가 무척 활기차다. 내가 직접 비행기를 타거나 누군가를 배웅 또는 마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순수하게 '놀러' 인천공항에 간 적은 없다. 하지만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내린 적은 단 세 번 뿐이고 그 외에 셀 수 없이 많이 '놀러' 다녔다. 가도 가도 느낌이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롯데몰 김포공항점 전망대 2016년

롯데백화점 6층 전망대

 

엄격히 말하자면 이 전망대는 7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백화점 매장의 가장 높은 층인 6층에서 계단으로 걸어서 한 층 더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망대에서 원없이 비행기 이착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국내선 비행의 서울 거점 공항답게 국내 모든 항공사의 비행기를 볼 수 있다. 코로나 전에는 주말에 가보면 과장 없이 5분에 한 대씩 오르고 내렸는데, 2021년 9월에 가서 보니 평일 오후이긴 하지만 예전만큼 이착륙이 많지는 않았다. 게다가 국제선 청사에서 중국과 일본 노선을 운항했기 때문에 일본이나 중국의 비행기도 자주 보였는데 이번에는 한 대도 못 봤다.

 

날씨가 좋아도 흐려도 나름의 멋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부천과 인천 계양구의 전경을 볼 수 있는데 특히 계양산의 모양새가 일품이다. 서울에서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는 장소는 끝도 없이 많지만 시내에서 이렇게 높은 장소에 올라 탁 트인 공간 (활주로)을 볼 수 있는 장소는 이곳이 유일하다. 

 

 

김포공항 롯데몰 전망대 2019년

이 전망대에서 즐거운 소식을 듣기도 하고 절망적인 소식을 듣기도 했었지...

 

 

롯데몰 김포공항점 전망대 2021년

이 정도는 되어야 진짜 전망대라 할 수 있지!

 

 

애슐리 김포공항점

롯데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5층에는 도달하는 순간 외국에 온 듯한 향을 맡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사라졌다. LUSH 매장이 철수되고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5층을 좋아하는 이유는 레스토랑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원래 "프리가"라는 뷔페식 레스토랑이 있었다. 2015년 가을에 엄마와 둘이 와서 처음으로 식사를 한 후 가끔 가족이 다 같이 외식을 하곤 했었다. 현재의 남편과 장거리 연애 시절에 남편이 한국에 놀러 오면 독일로 돌아가기 전날 식사는 꼭 프리가에서 했었다. 음식 맛이나 종류는 특별할 것이 없었는데 7층 전망대 못지않은 공항 활주로 전망과 밝은 분위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같은 자리에 애슐리 퀸즈가 입점해 있다. 지난 9월에 한국에 갔을 때 가족과 이곳에서 식사를 했었다. 모임 인원 제한 규정 때문에 낮에 식사를 했는데 사실 이곳은 부다페스트나 브뤼셀처럼 조명빨이 끝내주는 곳은 아니다 보니 낮에 보는 전망이 더 멋지다. 확실히 애슐리 퀸즈로 바뀌고 나니 음식 종류도 많아지고 맛도 훨씬 나아졌다. 

 

 

롯데몰 김포공항점 M층 2019년

 

롯데몰 김포공항점 M층 2019년

 

롯데몰 김포공항점 M층 2021년

별다른 기억이나 특별히 좋아하는 장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느낌으로 좋아하는 곳, M층 (지하 1층)

 

김포공항 롯데몰 실내는 원목을 연상시키는 옅은 갈색과 황색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M층은 차분한 색의 바닥 카펫과 기둥의 '방울방울'이라는 표현이 떠오르는 조명이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김포공항 롯데몰 heaven on top

롯데몰 입구는 여러 군데가 있는데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입구는 김포공항역에서 내려서 개찰구를 통과한 후 오른쪽 국제선 가는 방향에 있는 G층 (지하 2층) 입구일 것이다. 내가 롯데몰에서 가장 좋아하고 롯데백화점 5, 6층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층이기도 하다. M층이 고요한 느낌이라면 G층은 롯데마트 입구, 각 종 식음료점, 약국, 서점 등이 있는 곳이라 롯데몰 내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아 활기 넘치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왼쪽에는 유니클로가, 대각선으로 왼쪽에는 H&M, 바로 오른쪽에는 heaven on top이 있다. G층의 매장은 유니클로, H&M, 영풍문고, OST, 로이드, 크리스피 도넛, 지오다노, 더바디샵 등 비교적 롱런하는 매장이 많다.

 

다른 매장이 바뀐 것은 상관없는데 나는 아직도 롯데몰에 갈 때마다 heaven on top 자리에 있던 앤제리너스가 없어진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내가 롯데몰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특별히 앤제리너스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앤제리너스 매장이 G층 안쪽에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구 쪽 사라진 앤제리너스에 많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커다란 계획을 세울 때, 속상할 때, 즐거울 때 많은 순간 그 앤제리너스에 있었다. 한때 금요일에 퇴근하고 사무실을 나서 거의 1시간 걸려 도착한 김포공항 롯데몰 앤제리너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었다. 오래전이라 메뉴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커다란 글라스에 생맥주를 채운 것 같던 아이스커피를 주문했었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읽고 이런저런 계획도 세우며 금요일 저녁을 조용히, 하지만 설렘과 희망에 가득 차서 보내곤 했었다. 금요일 저녁은 한산해서 소음도 방해도 없었다. 커피값 단 돈 몇 천 원으로 누리는 나만의 작은 호사였는데 그런 기억이 깃든 장소가 없어지다니... 이렇듯 장소는 개인적인 추억과 어우러져 특별한 장소가 되기도 한다.   

 

 

김포공항 롯데몰 heaven on top

앤제리너스가 없어진 후 처음에는 heaven on top이 레스토랑인 줄 알았다. 흥미가 없어서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들어가 볼 생각도 안 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가봤다. 아이스 카페라테를 마셨는데 예상보다 맛이 좋았다. 앤제리너스는 심플하고 차분한 인테리어의 커피숍이었는데 이제는 공주풍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원색이 아니라 파스텔톤이라 정신없지는 않다. 

 

 

영풍문고 김포공항점

G층에서 내가 앤제리너스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영풍문고

 

 

영풍문고 김포공항점

영풍문고 김포공항점은 다른 지점에 비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웬만한 책은 다 보유하고 있다.

주말이 아니면 붐비지도 않아 조용히 책 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폴바셋 

폴바셋은 내 인생 커피에서 빠질 수 없지!!!

 

폴바셋 커피 맛은 최고지만 사실 이 매장을 자주 찾지는 않았다. 바로 위치 때문이다. 가장 아래층인 G층 한가운데는 롯데백화점이 차지하고 있고 그 백화점 구역 한가운데 두 개의 에스컬레이터 사이에 폴 바셋이 있다. 그냥 뻥 뚫린 쇼핑몰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서 오래 되도록 짧은 시간 머무르게 되는 곳이다. 느긋하게 대화하거나 무언가 작업을 할 만한 곳이 아니라 쇼핑하다가 피곤하면 당 충전하거나 푸드코트에서 식사 후 커피 한 잔 하러 오기에 적합한 곳이다. 

 

 

롯데백화점 입구. 김포공항점 M층과 G층

 


<두바이 몰 Dubai Mall>

 

두바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로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건설, 사막에 스키장 건설, 심지어 바다에 섬까지 만들어 내는 두바이라 별로 놀라울 일은 아니다. 

 

누군가 나에게 "두바이 몰을 왜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솔직한 대답은 "잘 모르겠는데요, 그냥 좋아요."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사람이 많음에도, 내부 구조가 복잡함에도, 롯데몰 김포공항점처럼 친근감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추억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그냥 좋다. 오래 머물러도 피곤하지가 않다. 

 

 

메트로역에서 갈 때 마주치는 입구

두바이 몰은 두바이의 주요 관광 및 비즈니스 구역을 두루 통과하는 레드라인의 부르즈칼리파/두바이몰 역에서 걸어갈 수 있다. 메트로 역에서 입구까지 그리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걸으면서 셰이크 자이드 로드와 화려한 현대식 빌딩 숲 및 부르즈 칼리파까지 구경할 수 있다. 

 

 

두바이 몰

우리 아는 럭셔리 브랜드는 거의 다 두바이 몰에 입점해있다. 2014년에 처음 두바이 몰에 갔을 때 명품 중에서도 명품이라 할 수 있는 에르메스 같은 몇몇 매장의 손님이 눈만 내보이고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한 아랍 여성들인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아, 집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눈 이외에 모든 것을 가려야 해도 자신을 아름답게 치장하고자 하는 욕망까지 억누를 수는 없구나.

 

 

두바이 몰 아이스링크

두바이 몰에는 쇼핑 매장과 레스토랑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놀거리도 있고,

 

 

두바이 몰 아쿠아리움 2014년 (좌), 2019년 (우)

이렇게 구경거리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쿠아리움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두바이는 세상에서 가장 ~~ 한 타이틀을 무척 좋아한다.

 

 

두바이 몰 서점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다!

두바이 몰에 가면 반드시 들르는 서점

 

 

두바이 몰 내의 포토존

 

아랍풍 장식

두바이 몰에서는 무언가를 구입하지 않아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럭셔리 매장부터 중저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 가전제품, 화장품, 의류, 아웃도어, 기념품 샵 등 없는 것이 없다. 게다가 세계 각 국에서 모여든 관광객을 보는 재미도 있고 세상은 정말 넓다는 것을 체험하게 해주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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