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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01: 로시야 항공, 풀코보 공항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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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01: 로시야 항공, 풀코보 공항

Writer Hana 2021. 5. 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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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일. 오늘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러시아 여행 출발하는 날! 

 

2015년 초에 동유럽 여행 갈 때 러시아 국적기 아에로플로트를 이용했는데 스탑오버로 하루 낮동안 머물렀다. 모스크바 시내에 잠시 들렀는데 엄청나게 추웠지만 동유럽과 다르게 무언가 생동감이 넘치는 분위기에 반했다. 아니, 왜 나는 이렇게 좋은 곳에 1박 2일도 아니고 하루만 머물기로 선택했지? 다음에 꼭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으로 인한 각종 스캔들, 스포츠 도핑 같은 문제로 국제적인 이미지가 그리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기나긴 역사를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음악, 발레, 미술, 문학 등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빠지지 않는 나라다. 개인적으로 러시아 예술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 러시아를 여행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다.  

 

기차를 타고 뒤셀도르프공항역에 도착했다.

 

 

 

 

Düsseldorf Flughafen Bahnhof, 뒤셀도로프 공항역

뒤셀도르프 공항역에 내려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이렇게 스카이 트레인 타는 곳을 안내해주는 표지판이 있다. 처음 가는 길이라 조금은 걱정했는데 역시나 길을 찾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가면 된다. 그러나 인생의 길을 갈 때는 나만의 목적지를 설정하고 나만의 길을 개척할 줄도 알아야 한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소수의 중요한 일은 소신대로, 그 외의 사소한 일은 대세를 따르는 것이 삶의 에너지를 적절히 분배하는 나만의 전략이고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뒤셀도르프 공항 C터미널

지난번에 한국 갈 때 KLM을 이용했는데 일단 이곳에서 암스테르담에 가는 비행기를 탔었다. 그때 통과한 B터미널은 같은 유럽연합 소속국으로 가는 비행기만 출발하는 곳이어서 여권심사도 없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C터미널은 쉥겐조약 권역 밖으로 나가는, 말 그대로 "국제선" 출발 구역이라 사람이 많고 훨씬 활기찬 느낌이었다.

 

티켓팅 마치고 시간 여유가 있어서 커피 한 잔 마시려다 바로 들어갔는데 그러기를 정말 잘했다. 보안검색대 줄이 길고 통과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화장품 샘플 들고 가다 걸려서 이번에는 투명 비닐백에 넣어서 철저히 준비했다. 그런데 이건 뭐야?! 왜 내 배낭이 뒤쪽 벨트에서 나와? 아 진짜 또 문제가 있는 건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외투 차려입고 랩탑 챙겨서 그쪽 벨트로 갔다. 차분하게 미소 지으며 "That's my bag." 그랬더니 여자 보안요원이 "That's not my bag."이란다. 그리고 웃으면서 짐 가져가라는 제스처를 보였다. 후...

 

 

 

 

C40 게이트에서 탑승 시간 기다리며

여행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 중 하나가 게이트 벤치에 앉아서 창 밖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즐기는 시간.

 

 

 

 

로시야 에어라인은 단거리지만 이렇게 간식을 준다. 최고.

이번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은 로시야 항공 Rossiya Airlines으로 다녀온다. 본사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고 그곳의 풀코보 공항을 허브로 운항 중인 러시아 국영 항공사다. 단거리지만 이렇게 샌드위치와 음료도 서빙해준다.

 

 

 

 

창 밖 풍경

웹 체크인할 때 7A로 좌석 지정했다가 끝에서 세 번째인 20A로 변경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내 예감대로 만석이 아니라 뒷 구역은 가운데 자리가 거의 비어있었다. 요즘 한국에 드나드는 노선은 비행기의 소속 국적을 불문하고 비수기라는 개념이 없어진 듯 항상 만석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에미레이트 항공 타고 세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서 숙면을 취하는 비행이 가능했는데 이제 그런 일은 드물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많이 드나든다는 뜻이다. 여행문화와 여행수지 적자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고, 북쪽은 갈 수도 없이 막혀있는 지리적 위치라면 돈을 써서라도 열심히 밖으로 나가고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넓은 세상을 배워야 한다. 생활 수지 적자를 기록하며 무리하게 여행하는 식이 아니라면 이것은 사치가 아니고 투자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시각 2018년 3월 2일 오후 4시 35분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보 공항에 랜딩 하며>

 

저 위에 하얗게 눈 덮여 있는 곳은 핀란드만의 바다다. 북극의 바다! 비행기 창밖으로 햇살 비치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내려다보며 우리 언니 표현 그대로 '나 정말 출세했다'라고 느꼈다. 서른 넘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유학 오고, 다시 학생이 되어 방학이라는 황금 같은 시간이 주어졌다. 한국에서 30대에 멀쩡한 직장 그만두고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 흔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아서 기존의 내 것을 포기한 게 아닌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하고, 나는 역시나 운 좋은 여자라고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이다. 그러나 마냥 놀 수만은 없는 방학이다. 이번 상트 페테르부르 여행은 당초 계획과 달리 2주뿐이지만 관광보다 '에르미타주 탐험' 그리고 '공부'가 목적이다.

 

인생은 막연하게라도 끊임없이 내가 생각해왔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나보다 풍족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이 순간 내가 가장 행복한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유치하게 사소한 이익다툼 같은 것 하지 말고, 베풀 줄 아는 품격 있는 여자가 되자.

 

 

 

 

풀코보 공항 Pulkovo

이렇게 맑은 날씨로 나를 반겨주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진짜 러시아에 도착한 실감이 난다.

 

입국 심사 마치고 수화물 찾으러 가는 길

 

 

승객이 많지 않았지만 그중에서도 내 짐이 일찍 나왔다. 짐을 찾고 환전을 했다. 어느 나라든 공항에서의 환전이 가장 비싸지만 나는 러시아어도 못하고 여긴 한국이나 독일이 아니므로 정석대로 안전하게 가기로 했다. 그래도 1유로에 52 루블은 좀 심하긴 하다. 하...

 

도착 게이트 밖으로 나오니 택시 호객꾼들이 말을 건다. 아저씨들, 환영 인사는 감사하지만 나는 버스 지하철 타고 시내에 갈 건데요.

 

가이드북에서 본 대로 입국장 나오자마자 보이는 도로에서 39번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예쁘고 친절한 예카테리나를 만났다. 버스비 때문에 말을 걸었는데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는 여성이었다. 오, 시작이 참 좋구나! 버스에 타서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차장 아주머니가 돈을 받으러 돌아다닌다. 40 루블.

 

한참을 걸려 한 정거장을 가서 메트로 2호선 Moskovskaya역에 도착했다. 티켓 오피스에서 줄을 서서 토큰을 샀다. 40 루블.

모스크바랑 비슷한 모습의 메트로 역. 엄청나게 길고 가파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수준급 갤러리에 버금가는 승강장이 나타난다. 상트 메트로 내에서는 와이파이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 연결 창이 나타나면 내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문자로 날아온 인증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속도도 빠르네?! 러시아 좋은 나라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메트로

러시아 메트로를 이용할 때 주의할 점이 한 가지 있는데 환승역의 역명이 호선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김포공항역이 공항철도도, 9호선도, 5호선도 똑같이 "김포공항역"이지만 러시아의 경우 나의 환승역이었던 2호선의 "Sennaya Ploshchad"역이 같은 역인데도 5호선은 "Sadovaya"역, 4호선은 "Spasskaya"역이다. 하지만 안내 표지판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환승하는데 별로 큰 어려움은 없다. 게다가 친절한 러시아인들도 마주칠 수 있다. 내가 계단에서 낑낑거리며 캐리어 들고 올라가는데 반대편에서 내려오던 아저씨가 러시아어로 뭐라고 하더니 순식간에 내 캐리어를 집어 들고 계단 끝까지 들어다 주셨다. 나의 유일한 러시아어 "스파시바"를 여행 시작부터 여러 번 사용했는데 정말 유용한 표현이다.

 

 

 

 

5호선 admiralteyskaya역 승강장

저런 복장, 당당한 자세 그리고 장신의 차르라니. 설명이 필요 없는 그는 표트르 대제이다.

 

 

 

 

5호선 admiralteyskaya역

코린트 양식의 기둥을 떠올리게 만드는 메트로 역사 내 승강장

 

 

 

 

 

 

역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시내에서 본 진짜 첫 번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습.

상상했던 것보다 아름다운 모습에 눈이 즐겁다.

 

 

 

 

 

 

 

 

 

 

러시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성당인 성 이삭 성당

그 유명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야경. 평범한 거리를 아무렇게나 찍어도 그림이 된다. 길거리를 걸으면 그저 "아름답다"는 말만 나온다.

 

호스텔에서 체크인하고 짐 풀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슈퍼마켓에서 간단히 장을 봤다. 우유, 딸기잼, 치즈, 빵 그리고 설거지할 때 사용할 일회용 고무장갑 10세트짜리도 샀는데 415 루블. 이게 큰 액수인 줄 알았는데 숙소에서 환산해보니 우리 돈으로 7800원 정도이다. 오... 물가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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