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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2020 여행: 유럽

룩셈부르크 여행: 룩셈부르크 시티

Writer Hana 2021. 8. 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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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룩셈부르크 Luxembourg 당일치기 여행

 

집에서 기차로 약 3시간 정도, 왕복 6시간이나 걸리는 여정이고 그 긴 시간 동안 마스크를 쓰고 있으려니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 락다운 시행 두 달 만에 장거리 여행이 가능해져서 즐거웠다. 

 

 

룩셈부르크 기차역

룩셈부르크 시티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길거리가 깨끗하고 건물이 우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큰 도시이기 때문인지 밖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사람들과 거리두기가 전혀 어렵지 않은 우리 동네처럼 작은 도시에 있다가 큰 도시로 왔기 때문에 조금은 불안해서 우리도 사람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기차역에서 시내 중심부까지는 걸어서 10~15분 정도 걸린다. 

 

 

 

   <그랜드 듀칼 궁전>

 

Grand Ducal Palace, Luxembourg

이 그랜드 듀칼 궁전은 16세기에 지어진 플랜더스 바로크 양식의 건물이다. 또한 현재 룩셈부르크 국가 원수인 대공작 가족이 실제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룩셈부르크는 행정부 수반과 국가 원수가 다른 의회 제도, 그리고 국가 원수가 왕인 입헌군주제 국가이다. 

 

원래 이 건물은 18세기 말까지는 룩셈부르크의 시청사였고 1817년부터 룩셈부르크 정부 본부 청사로 사용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점령된 후 콘서트 홀로 사용되었고 그 시기 궁전의 많은 가구, 미술 작품 그리고 보물들이 훼손되었다. 외국으로 탈출해 망명 정부를 이끌었던 대공녀 샤를롯 Grand Duchess Charlotte은 1945년 종전과 함께 다시 이 궁전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감독 아래 보수 공사를 시작했고, 1996년에 최종 완공되어 오늘날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영문판 위키피디아 참고).  

 

궁전 외관을 자세히 살펴보면 굉장히 오래된 건물 같은데 곳곳에 보수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어두운 색의 외벽이지만 실제로 보면 고급스러워 보인다. 게다가 바로크 건물이지만 중세의 고딕을 떠오르게 하는 뾰족한 탑들이 인상적이다. 이 위치에서 뒤를 돌아보면 룩셈부르크 연방 정부 사무소 건물이 있다. 

 

 

룩셈부르크 시내 길거리

시내 중심부에 도착했을 때 아흐므 광장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곳은 엄청나게 붐볐다. 하지만 그곳을 벗어나자 한산해졌다.

 

 

샤를롯 광장의 샤를롯 대공녀 동상

제2차 세계 대전 때 룩셈부르크 사람들의 정신적 구심점이었던 샤를롯 대공녀 Grand Duchess Charlotte (재위: 1918-1963). 인스타그램의  my_luxembourg 포스트에서 자세한 설명 없이 그저 그녀는 룩셈부르크인들에게 인기 많은 통치자였다고 하는데, 역사를 대략 알게 된 이후 왜 그런지 이해가 된다. 

 

 

 

 

<Kaale Kaffi, Art Coffe, 아트 커피>

 

지난봄 내내 거의 매일 날씨가 화창했었다. 유럽에서 매일 화창한 날씨는 드물다. 그런데 락다운이 완화되면서 날씨도 정상(?)으로 돌아가는지 흐린 날이 많다. 그래도 상관없다. 하루 종일 비 내리는 날은 어쨌든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날씨가 맑은가 흐린가에 따라 같은 장소지만 느낌이 확 다르다. 맑은 유럽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흐리면 우중충하다. 흐린 날씨에는 어떤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도 그림자가 없어서 사진 찍기 편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여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이런... 여행 일주일 전에 날씨를 체크했는데 비가 내린다고 한다. 그러나 낙천적인 성격의 내가 그런 것에 실망할 리 없지. 비가 내리면 운치는 있겠지만 맑은 날과는 다를 테니 무엇을 즐길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일단 실내에 들어가면 되고, 예쁜 커피숍을 한번 찾아볼까? 인스타그램에서 'luxembourgcafe' 키워드로 검색을 했다. 그런데 단번에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 바로 이 Kaale kaffi, 영어로는 art coffee, 우리말로는 예술 카페이다.   

 

룩셈부르크 아트 커피

 

룩셈부르크 아트 커피. 우리가 앉은 가장 안쪽 테이블에서 본 모습

여행지에서 나에게 카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고 이번 룩셈부르크 당일치기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장소도 사실 이 커피숍이다. 그리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진으로 봤을 때 실내가 넓어 보이지는 않아서 만약 빈자리가 없으면 어쩌나 잠시 걱정을 했다. 그런데 마침 가장 안쪽에 한 자리가 남아있었다!

 

앤틱풍의 가구, 많은 그림들, 오래된 책들, 심지어 불상까지 있다. 사실 상당한 수준의 작품을 수집한 진짜 갤러리는 아니다. 하지만 독특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센스 있게 꾸며진 커피숍이다. 무엇보다 고서적, 램프, 카펫에 불상까지 여러 가지 아이템이 한 자리에 있는데 통일감 있는 모습이 가장 놀랍다. 인테리어에 안목이 없다면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장식품을 구입해도 모아놓고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실력이다. 실내는 강렬한 색감의 인테리어에도 신기하게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남편도 "cozy해서 졸린다"라고 한다. 룩셈부르크 도시 자체가 은은한 톤이 주를 이루는 것과 대조되는데 잠깐 다른 세계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 든다.

계산 마치고 나가려는데 입구 쪽 테이블이 비어서 남편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하고 앉아서 포즈를 잡았다. 나를 보고 주인장이 웃으면서 "여기서 사진 100장까지는 무료로 찍을 수 있다."라고 하며 나를 웃긴다. 나는 "아, 그럼 101장부터는 돈 내야 돼요?"라고 받아쳤더니 그렇단다. 유쾌한 분위기다.

 

아트 커피의 카푸치노

역시 항상 음식이나 음료를 주문하면 시식 전에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린다...

 

 

룩셈부르크 시티의 고즈넉한 풍경

커피를 마시고 그룬트로 가는 길

 

 

 

<룩셈부르크 올드타운, 그룬트 Grund>

 

룩셈부르크 그룬트

 

룩셈부르크 그룬트

그룬트는 룩셈부르크 시내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는 역사 지구다. 절벽과 그 아래를 흐르는 알제트 강을 끼고 있는데 정말 그림 같은 곳이다. 이곳은 또한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커피를 마신 칼레 카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일단 가장 높은 곳의 보크 포대에서 전망을 감상하고 절벽에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며 계속 전망 감상했다. 현대라면 도시로 발전하기에는 어려운 지형의 룩셈부르크.

 

그룬트 정원

높은 곳의 전망대가 아닌 이렇게 낮은 곳에서 위를 바라봐도 아름답다. 

 

 

룩셈부르크 그룬트를 흐르는 알제트 강

그룬트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와서 걷고 있으면 중세 기대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룬트의 알제트강 풍경

와, 이제 슬슬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룬트의 파스텔 색 건물들

 

 

룩셈부르크 그룬트

이제 햇살이 밝아서 더워진다.

 

느리게 걷고,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며 느릿느릿 그룬트를 감상했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룩셈부르크의 시내 풍경

룩셈부르크는 스위스, 북유럽 국가들과 함께 1인당 평균소득 세계 1, 2위에 랭크되는 진정한 부자의 나라다. 게다가 작은 나라지만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한 국가이다. 현재는 유럽 연합의 수도 격인 브뤼셀과 더불어 유럽 연합 이사회, 유럽 연합 의회, 유럽 사법 재판소 같은 EU의 핵심 기관이 자리한 도시이기도 하다. 겨우 몇 시간 둘러봤을 뿐이긴 하지만 그런 타이틀에서 기대되는 화려함과는 다르게 참 소박하고 조용한 "정원"같은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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