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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2020 여행: 유럽

벨기에, 브뤼셀 여행: 벨기에 왕립미술관, 그랑플라스

Writer Hana 2021. 7. 2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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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미술관 여행

 

벨기에는 벌써 일곱 번째 가는데, 갈 때마다 새롭다. 이번에 브뤼셀에 가는 목적은 왕립박물관 관람을 위해서다. 대체로 날씨가 우중충한 유럽의 겨울이야말로 갤러리 투어 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브뤼셀행 기차 안에서 물끄러미 창밖 구경을 했다. 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파란 하늘이 보이는데, 포크로 구름 다 걷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브뤼셀 시내 그리고 벨기에의 명물 감자튀김

브뤼셀 중앙역에서 내렸는데 그랑플라스를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잠시 동안이지만 맑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타이밍에 그랑플라스에 오게 되다니 역시 운이 좋다. 벨기에의 명물 중 하나인 감자튀김을 사서 그랑플라스로 갔다. 케첩이나 마요네즈 같은 드레싱이 따로 필요 없는 벨기에 감자튀김인데 나는 왜 케첩을 뿌려달라 했던가... 습관적으로 그런 것 같다. 잠시 시각과 미각이 즐거웠으니 이제 왕립미술관으로 출발!

 

 

 

예술의 언덕을 지나고

드디어 박물관에 도착.

 

브뤼셀 왕립박물관 Royal Museums of Fine Arts of Belgium은 상설 미술관 두 군데와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마르그리트 특별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은 상설 미술관 두 군데만 감상하기로 하고 10유로에 표를 샀다. 첫 번째는 고전 미술관 Oldmasters museum, 두 번째는 세기말 미술관 Fin-de siecle museum이다. 고전 미술관은 플랑드르 미술관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페테르 루벤스, 페테르 브뢰헬, 프란스 할스, 반 다이크 등 플랑드르 파 화가들의 대표 작품을 다 보유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화가들의 작품을 시대순으로 감상할 수 있다. 세기말 미술관에는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상징주의 등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만프레드 라이어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100>에 브뤼셀 왕립박물관에 대해 잘 소개되어 있다. 이곳은 벨기에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박물관이고,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그렇듯 왕실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성장한 컬렉션이다. 1794년에 나폴레옹 군이 벨기에의 종교 시설에 있는 유물들을 강제로 빼앗은 후, 그중 중요한 작품들을 파리의 루브르로 보냈다. 하지만 유럽 곳곳을 점령하고 모아들인 모든 작품을 루브르에 전시하기는 불가능해서 브뤼셀을 포함한 15개 도시에 미술관을 지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후 강탈한 50점의 작품을 브뤼셀로 돌려보내고 나폴레옹이 완전히 몰락한 이후 나머지 작품 대부분도 벨기에로 반환했다. 그리고 네덜란드로부터 완전히 독립을 한 1830년부터 이 미술관의 정식 이름이 벨기에 왕립미술관이 되었다. 미술관은 계속해서 벨기에 왕실의 후원을 받으며 기증이나 추가 구입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     

 

 

벨기에 왕립미술관

1층 (우리나라 개념으로는 2층)에서 바라본 고전 미술관의 모습

 

 

 

벨기에 왕립미술관

플랑드르 작품 최고의 미술관

겨울의 평일 낮이라 미술관이 한산해서 작품 감상하기 좋다.

 

 

 

Winter landscape with bird trap, Pieter Bruegel. (1565).

우리가 <플랜더스의 개>로 알고 있는 영어식 지명인 플랜더스는 바로 벨기에의 플랑드르 지역이다. 하지만 플랑드르 미술 Flemish Art이라 하면 16세기까지 발전한 바로크 시대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미술 모두를 일컫는다. 유럽에서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건축,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그리고 19세기 미술의 성지 파리 외에도 다양한 예술이 존재해왔다. 플랑드르 역시 원래 미술의 변방 같은 곳이었지만 중세 이후 상공업의 중심지로 번영하였고, 이에 따라 독자적인 문화도 발달하게 되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비롯하여 정교한 네덜란드 정물화가 모두 이 플랑드르 화파에 속한다.

 

 

 

Saint Michel Terrassant les Anges Rebelles, Peter Paul Rubens. (1640).

독일 출신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Saint Michel Terrassant les Anges Rebelles>. 이 그림에 벨기에 왕립미술관에서 가장 인상 깊은 그림 1위다. 

 

반역 천사, 즉 우리나라의 교회에서 '사탄'이라 부르는 루시퍼를 응징하고 있는 성 미카엘의 모습을 그렸다. 성 미카엘은 라파엘, 가브리엘과 함께 가톨릭 3대 천사로 대천사라고도 부른다.

 

 

이 그림을 감상하는 기술적 방법: 기독교와 바로크 미술에 대한 지식 

 

천사를 표현한 수많은 성미술 중에서 갑옷을 두르고 검을 들어 악에 맞서 싸우는 천사를 발견했다면, 바로 세 대천사 중 하나인 성 미카엘 대천사의 모습이다.

미카엘이라는 이름은 “누가 하느님과 같으냐?”라는 뜻을 지닌 히브리어에서 왔다. 전설에 따르면 사탄이 하느님을 거슬렀을 때, 미카엘이 사탄에게 던진 말이 바로 “누가 하느님과 같으냐?”라고 한다. 뛰어난 영적 존재인 천사로 창조된 사탄이 스스로 하느님과 같이 되고자 하는 교만으로 타락하자 미카엘이 그에 맞섰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미카엘은 악에 맞서 싸우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성경에도 미카엘의 이름은 4번 등장하는데, 악과 맞서 싸우는 이미지로 등장하고 있다. 구약성경의 다니엘서에서 미카엘은 다니엘에게 나타나 페르시아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돕고(다니 10,13-21), 재앙의 때에 이스라엘 백성을 보호하러 미카엘이 나설 것(다니 12,1)이라는 예언에 나타나고 있다. 또한 신약성경의 유다서에서는 미카엘이 모세의 주검을 두고 악마와 다투면서 “주님께서 너를 꾸짖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기술하고 있다.(유다 1,9) 요한묵시록에는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이 용과 그의 부하들과 싸워 승리하는 모습이 묘사된다.(묵시 12,7~9)

미카엘은 교회가 공경하는 천사 중 가장 대표적인 천사다. 신자들이 천사를 공경하기 시작한 것도 미카엘을 공경한 것이 그 기원이다. 천사 공경은 동방 교회에서 널리 퍼졌는데, 동방 교회에서는 천사가 하느님의 벗이며, 하느님에 의해 사랑과 성덕과 권능으로 두드러지게 된 존재라고 봤다. 그래서 천사들의 중개와 도움을 간청했던 것이다. 5세기경부터는 서방에도 미카엘 공경이 확산됐다. 

 

출처: 가톨릭 신문 2019년 11월 17일 자 제3170호, 이승호 기자 "우리 본당 주보성인 미카엘 대천사" 중에서

 

 

루벤스는 바로크 미술의 대표작가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거장'이다. 바로크 미술은 1600년 경 로마에서 시작되어 유럽 각 국으로 확산되고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플랑드르 및 네덜란드에서 고유한 양식과 지역 문화에 맞게 발전했다. 바로크 미술의 특징은 원근법을 사용하고, 잘 다듬어진 인체 표현과 같은 르네상스 표현 기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의 회화와 조각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곡선, 생생함, 활기, 변형이 대표적인 키워드라 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균형을 맞춘다기보다는 빛과 그림자를 이용하여 극적인 효과를 내는 구성을 선호한다. 그림의 내용은 지상의 현실보다 정신적인 것과 환상에 열중한다.

 

내용 참고: 정숙희의 <서양 미술 다시 읽기>, 2017.

 

 

이 두 가지 배경 지식을 혼합하고 그림을 보면 교만하고 타락한 루시퍼를 응징하는 성 미카엘의 모습이 생생하고 활기 있게 극적인 구성으로 잘 나타나 있다. 또한 현실 생활이 아닌 종교적이고 정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그림을 감상하는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방법

 

사실 미술관에서 이 그림을 직접 보기 전에는 루벤스가 누구인지는 알았지만 이런 작품이 있는 줄은 몰랐고, 위에 언급한 기독교 및 미술사적 지식도 없었다. 어렸을 때 개신교 신자여서 기초적인 성경 지식이 있고, 서양 미술사에 관심은 있지만 말이다. 

 

 

루시퍼를 제압하는 성 미카엘 부분도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이 그림이 눈에 띄었던 이유는 바로 그림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역동성에 끌렸기 때문이다. 갤러리 관람할 때마다 10분이고 20분이고 원하는 만큼 감상하게 되는 특별히 끌리는 작품이 한 두 개쯤 꼭 있는데, 이것이 벨기에 왕립박물관의 바로 '그 작품'이다. 

 

바로크 미술의 특징이 무엇인지 몰라도 이 그림은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정체는 바로 매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활기'인데 이 그림은 활기를 잔뜩 뿜어내고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에 끌려서 가까이 다가가 세부 사항을 관찰했다. 완전한 몰입 상태에서 볼 수 있는 눈매, 찌푸린 미간, 오른손의 근육 그리고 휘날리는 망토 자락을 보시라. 

 

"원하는 게 있어? 갖고 싶은 게 있어? 그럼 주저앉아서 한탄하지 말고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나가서 원하는 것을 잡아!"라고 외치는 듯하다.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한 시기에 보면 좋은 그림이다. 이렇게 그림은 우리 삶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한 통찰력을 제공해준다. 그리고 이것이 예술의 힘이다. 

 

 

 

L'atelier des Femmes Peintres, Philippe Van Bree. (1831).

여성 화가들의 화실. 

 

고전 미술관에는 사람들이 이 박물관의 하이라트 중 하나로 꼽는 자끄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도 있다. 인기 있는 작품인 만큼 한겨울 평일 오후의 한산한 박물관이지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리고 한 여자분이 프랑스어로 사람들에게 그림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들에게 인기가 많고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해도 나에게 인상 깊지 않으면 그저 많은 작품 중 하나일 뿐 특별하지는 않다. 미술도 세상만사도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 높은 평가를 받는 대상은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어느 정도 현실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의 평가를 절대적인 가치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신고전주의의 대표주자로 소개되는 자끄 루이 다비드의 다른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마라의 죽음>보다는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아래의 <Mars Desarme par Venus>, 우리말로 번역하면 <비너스에 의해 무장해제되는 마르스>, 좀 더 매끄럽게 다듬으면 <마르스를 무장해제시키는 비너스>이다. 이 그림이 벨기에 왕립미술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두 번째다. 

 

 

 

Mars Desarme par Venus, Jacques-Louis David. (1824).

일단 그림의 크기가 압도적이다. 세로 3미터, 가로 2.5미터인데 멀리서도 눈에 띈다. 기술적으로 접근하자면 그리스 로마 신화와 미술사의 신고전주의 그리고 자크 다비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공부하면 된다. 어느 분야든 기초 기술은 중요하지만 거기에서 그치기에는 역시 너무 딱딱하다. 

 

이 그림에 끌리는 이유는 역시 힘차고 밝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9세기의 그림이 아닌데도 색깔이 정말 예쁘다. 비너스와 세 여신의 밝은 피부색도 예쁘지만 실제로 보면 그림 배경이 되는 신전 위 푸른 하늘이 눈에 띈다.  

 

또한 이 그림은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준다. 사랑과 미의 여신 비너스는 전쟁의 신 마르스마저 녹여버린다. 강하고 논리적이며 리더십이 있어 보이는 사람, 즉 테스토스테론 유형의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여성적인 것, 부드러운 것, 화려한 것에 대한 갈망을 내면 깊이 감추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는 이유다. 실제 역사를 보면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무장들은 그들의 영웅적 업적 못지않게 여성과의 관계로도 유명하다.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는 각자 죽는 날까지 클레오파트라에게 빠져있었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역시 조세핀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뿐 아니라 반복 연습이라는 지루한 과정을 이겨내고 칼 같은 승부욕으로 정상에 오른 많은 남자 운동선수들은 그와 반대 특성인 연예인처럼 예쁘고 여성스러운 스타일의 애인이나 부인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불륜 스캔들은 나이, 학력, 지역, 직업이나 경제 수준을 막론하고 어느 사회적 집단에서나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데도 남녀불문 유독 정치계 · 법조계 · 의료계 종사자들의 경우가 더 두드러지고 논란이 되는 이유는 그들이 최고 수준의 윤리, 공정, 도덕이 기대되는 집단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지로 찍어누르고 있는 본성은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튀어나오게 되어 있고, 심하게 억누를수록 과격한 형태로 나타난다.    

 

또한 일반적으로 남성들은 용기, 이성, 논리, 책임감을 최고의 가치라 주입받고 자란다.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고, 쉽게 겁을 먹어서도 안되며 말과 행동이 가벼워서도 안된다. 하지만 남자도 감정을 가지고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인간이지 기계가 아니고 이성적인 얼굴 뒤에 감정에 충실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만약 마음에 드는 남자가 지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이라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면 유혹에 실패할 확률 99퍼센트이다. 그런 남성이라면 일단 조형미에 관계없이 무조건 화려한 스타일로 차려입고 향수도 팍팍 뿌려야 한다. 할리우드 스타일, 시크 스타일, 잇 백 이런 거 남자들은 구별 못한다. 그리고 똑같이 논리적이고 이성(理性)적으로 논쟁하려다가는 바로 이성(異性)이 아닌 경쟁자로 인식되고 만다. 똑똑해 보이는 것보다 화려하고 편안하고 남성이 가지지 못한 환상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책임감과 이성에서 벗어나 신나고 즐거운 모험이 기다릴 것만 같은 분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아무튼 위의 비너스는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마르스를 녹였을 것이다. 이성적 대화, 인내, 책임감 이런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신뢰가 쌓이고 성숙한 관계를 지속할 때 필요한 가치들이다.    

 

이뿐 아니라 자연스럽고 명랑한 분위기로 사랑받는 사람은 남몰래 어른스러운 대접을 원할 수 있고,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에너지를 얻는 외향적인 사람도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갈망하고 있을 수 있다. 가장 재미있는 유형은 누가 봐도 자유분방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사람들의 이목에 관심없는 듯 보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사랑과 인정을 갈망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유형은 세상만사에 초연한 듯 보이거나 자신은 타인들과 다르다는 것을 꾸준히 각인시킴으로써 우월감을 가지고자 하지만 이것은 결국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나온 반작용일 뿐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에게 어필하고 싶다면 무의식 어딘가에 이글거리고 있을 지고는 못 사는 본성을 자극해 "당신이 최고, 당신이 가장 아름다워,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은 내 이상형이야, 모두가 당신의 삶을 부러워해" 이렇게 꿀 떨어지는 말을 가끔씩 해주면 바로 넘어오게 되어 있다.

 

인간의 본성은 인간의 의지로 100퍼센트 통제할 수 없고 사람은 한 가지 특질로만 구성된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현대인을 가장 피곤하게 하는 것이 인간관계인데 우리는 우리 자신의 감정과 프레임에만 매몰되어 있어 더욱 늪에 빠진다는 것을 놓치고 있다. 사적인 관계든 공적인 관계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아야, 나아가 가면 뒤에 감추고 있는 욕구를 알아야 그 사람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쓸데없는 오해와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내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 

 

 

이제 세기말 미술관으로. 

 

 

Blanc et noir, dans la tiedeur de l'ombre, Herman Richir

패션에서 기본이 되는 검은색과 흰색. 이 그림 속의 레이디는 검은 모자부터 흰색 신발까지, 그러니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지어 소품인 양산까지 블랙&화이트로 세련되게 맞췄다. 하늘거리는 소재의 심플한 화이트 드레스에 블랙 오페라 장갑이라니! 반면에 무거운 소재와 화려한 디자인의 화이트 드레스에 손목까지만 오는 장갑을 착용했다고 생각하면... 그보다 촌스러울 수 없을 것이다. 

 

 

 

세기말 미술관

 

 

 

The Seine at La Grande-Jatte, Georges Seurat. (1888).

점묘법의 선구자 조르주 쇠라의 작품

 

 

 

벨기에 왕립미술관에 전시된 폴 고갱의 작품들

비록 그의 대표작들은 아니지만 폴 고갱의 작품도 몇 점 있다.

 

 

 

Salome, Alfred Stevens. (1888).

굉장히 현대적인 살로메의 모습이다. 비록 검과 쟁반을 그려 넣었지만 살로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인 '위험한 관능'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신전에서 제사를 지내는 그리스 여신 같은 느낌이다. 

 

 

 

The Nautre, Alphones Mucha (1900).

아르 누보의 거장 알폰스 무하가 청동으로 만든 작품!!

 

 

 

Fountain of inspiration, Constant Montald. (1907).

 

 

 

Dancing Nymphs, Constant Montald. (1898).

위의 두 작품도 실제로 보면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영감이 샘솟는 분수와 춤추는 요정들이라는 소재까지...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연 많은 느낌보다는 이렇게 밝은 게 좋아진다.

 

오후 1시쯤 도착했는데 폐관할 때 나왔으니까 무려 4시간을 이 박물관에서 보냈다. 유럽에 살아서 좋은 점은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이번에 못 보면 다음에 다시 와서 보면 돼. 오늘도 느릿느릿 감상할 줄 미리 알아서 마르그리트전 입장권은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훌륭한 미술관 입장료가 10유로라니, 20유로라 해도 아깝지 않다.

 


 

이번 여행에서는 처음으로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예약했다. 

 

이탈리아 여자와 인도 남자 커플이 사는 집의 게스트룸에 묵게 되었다. 여자분은 밤늦게까지 일해서 못 만났지만 세련된 차림의 친절한 인도 남자분이 나를 맞아줬다.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남자분도 출근했다.

 

 

에어비앤비 게스트룸

 

 

 

호스트집의 발코니 풍경

시내 관광구역에서 멀지도 않고, 시설도 준수한 슈퍼 호스트의 집인데 45유로밖에 하지 않다니. 호텔은 최소 100유로는 내야 하고,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호스텔 체질인 나도 호스텔 도미토리에 머물기는 조금 겁이 났다. 처음으로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는데 성공적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맑네, 햇빛이 쨍쨍하다! 이런 날씨에 어찌 숙소에만 머물겠는가. 계획을 바꿔 일찍 체크아웃하고 다시 그랑플라스로 향했다.

 

 

다시 그랑 플라스로

 

 

 

환상적인 날씨의 브뤼셀 그랑플라스

이 눈부시게 파란 하늘, 그림 속 울트라 마린 색보다 아름다운 이 하늘. 믿을 수 없어. 겨울 맞아? 유럽의 겨울은 가뭄에 콩 나듯 햇빛을 볼 수가 있는데 이틀 여행하는데 이렇게 화창한 날을 골랐다니! 날씨는 전혀 기대하지 않고 박물관 투어를 목적으로 왔는데 기대치 않게 햇살의 축복을 받았다.

 

 

 

날씨가 맑으니 금빛 장식이 덩달아 빛난다.

 

 

 

감자튀김만큼 벨기에의 명물인 벨기에 와플!

오줌싸개 동상 근처 가게에서 따뜻하고 달콤한 리에주 와플 시식

 

 

 

Galeries Royales Saint-Hubert

갈레리 루아얄 생 위베르 Galeries Royales Saint-Hubert. 그랑 플라스 중심에서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곳에 있다. 이곳은 1847년에 처음 문을 연 고급 쇼핑센터인데 내부에는 상점, 카페, 레스토랑 등이 늘어서 있다. 무엇보다 아치형의 유리 지붕이 장관이다.

 

 

 

브뤼셀의 길거리 풍경

 

브뤼셀의 길거리 풍경

브뤼셀 시내에서는 이렇게 오래되고 우아한 건축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코로나가 전 세계적 팬데믹으로 번지기 직전 마지막 자유 여행이었다. 마스크도, 자가격리 규정도, 네거티브 증명서도, 정말 아무런 규제가 없는 진짜 자유 여행. 브뤼셀에 1박 2일 머무는 동안 아시아에서 확진자수가 무지막지하게 늘었고, 이로부터 약 2주 후 유럽도 락다운을 시행하게 될 정도로 사태는 심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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