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투어: 여행과 독서 기록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멤피스 호텔 본문

일상 생각/202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멤피스 호텔

Writer Hana 2023. 1. 1. 23:57
반응형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중앙역 근처의 멤피스 호텔에 4박 5일 동안 머물렀다. 무척 만족스러워서 별점 10을 주고 싶은 호텔이다. 

 

 

여행이 아닌 일 때문에 프랑크푸르트에 4박 5일 머물렀다. 아고다에서 중앙역 근처에 있는 멤피스 호텔을 예약했다. 부킹닷컴에서 예약하면 200유로가 넘는데 아고다에서 할인쿠폰까지 적용받아 155유로에 예약했다. 예약해 놓고도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4박에 155유로가 가능한지 스스로도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어차피 욕실 혼자 사용할 수 있는 1인용 기숙사라 생각하고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숙소를 정할 때 디테일을 살펴보기 전, 전반적으로 괜찮은 숙소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리뷰 총개수와 총점을 보는 것이다. 사람 의견이 더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리뷰 수가 1000개가 넘고 총점 10점 만점에 8점이다, 이러면 세부사항 안 봐도 괜찮은 숙소다. 다소 특수한 경험을 한 투숙객도 있겠지만 우리가 변수를 100 퍼센트 통제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마존에서 대부분 별 5개를 받은 대박 상품에도 별 1개 평가와 악평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멤피스도 그런 기준으로 정했다. 환불불가 조건으로 예약하고 정확한 위치 확인하느라 구글에서 찾아봤다. 엥? 그런데 왜 이렇게 부정적인 리뷰가 많지? 환기가 잘 안 된다, 데스크 직원이 불친절하다 등. 한국 웹사이트에는 중앙역 근처는 중동 이민자들이 많다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후기도 꽤 많다.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환불할 수 없는데 어쩌겠어. 그냥 며칠 호텔 들어가서 잠만 자고 나온다고 생각해야지.

 

12월 26일 월요일 밤에 남편이 프랑크푸르트까지 차로 데려다줘서 편하게 도착했다. 과연... 첫인상은 유럽의 한 도시 어느 구역에 뜬금없이 무슬림 마을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멤피스 호텔의 위치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동쪽에 반호프스피어텔 Bahnhofsviertel에 위치하고 있다. 피어텔 Viertel은 동네, 마을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동, 공덕동 이렇게 '동'과 비슷한 의미다. 반호프스피어텔은 멤피스 같은 급의 호텔과 중동의 마을이 뒤섞인 재미있는 동네다. 터키 같기도 하고 시리아 난민들이 많이 정착해서 시리아 같기도 하다. 카불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가게가 있는 것으로 봐서 아프가니스탄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아시아 마켓과 아시아 식당도 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정체성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재미있는 동네다. 

 

 

 

멤피스 호텔 입구

호텔 앞에는 슈트라센반 (트램)이 지나간다. 

중앙역까지 걸어서 7분밖에 걸리지 않아

굳이 트램을 탈 필요는 없지만

도시 서쪽으로 갈 때 이용하면 편하겠다. 

 

 

 

멤피스 호텔 프런트 데스크

체크인하러 들어갔다. 터키인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데스크에 있었다. 무척 친절하게 대해줘서 시작부터 마음이 편했다.  

 

 

 

호텔 엘리베이터

유럽의 오래된 엘리베이터.

성인 두 세명 정도 탈 수 있고,

엘리베이터 자동문 밖에

한 번 더 수동으로 여닫아야 하는 문이 있다.

 

 

 

멤피스 호텔 31호 객실

내가 묵은 3층의 31호 객실

 

유럽에서 3층은 우리나라의 4층에 해당된다. 방에 들어섰는데 환기가 안되거나 공기가 탁하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쾌적했다. 

 

 

 

멤피스 호텔 싱글룸 객실 내부 모습

객실에는 옷장, 침대, 업무용 책상, TV, 냉장고, 전신거울이 있다. 구석구석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하게 청소가 잘 되어 있었다. 흰 시트와 상아색 커버로 된 침구류도 깨끗했다. 

 

 

 

객실 침대

라이언과 함께

 

 

 

멤피스 호텔 객실 내부 화장실

중저가 호텔의 화장실이 이렇게 깨끗하다니

화장실 청결도는 10점 만점에 20점을 주고 싶다. 

샤워 부스도 깨끗하다. 

 

 

 

욕실 드라이기

드라이기 크기는 작지만

강한 바람이 나와서 좋다.

 

 

 

다용도 옷걸이

객실문 바로 옆에 있는 다용도 옷걸이

 

 

 

멤피스 호텔 싱글룸 책상

집에서 챙겨온 귤과 삶은 계란을 먹으며 컴퓨터 

 

모든 게 완벽한데 딱 하나 흠이라면 전기 포트가 없다. 

프런트 데스크에 이야기하면 되긴 할 텐데

나흘 동안 매일 뜨거운 물 달라고 하기는 귀찮다.

 

 

 

멤피스 호텔 객실 텔레비전

삼성 TV

 

호텔이 생각보다 좋았다. 하루에 50유로도 안 되는데 이 정도면 완벽하다. 교통편 좋고, 직원들 친절하고, 객실 깨끗하고, 흠잡을 게 없다. 게다가 내가 머문 층은 싱글룸만 있어서 그런지 주변에서 큰 소리 한 번 들리지 않았다. 

 

 

 

호텔 근처의 슈퍼마켓

목요일에는 호텔 들어오는 길에 근처의 슈퍼에서 귤을 샀다. 여섯 개쯤 샀는데 가격이 56센트? 진짜??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이렇게 맛 좋은 귤이라니. 우리 동네에 이런 슈퍼 있으면 매일 이용하겠다. 50센트, 5센트 그리고 2센트를 냈다. 젊은 여성 계산원이 거스름 돈으로 줄 1센트 동전 딱 하나 있다며 유쾌하게 웃는다.   

 

우연히 약국에도 들렀다. 바이어사의 아스피린 콤플렉서는 상비약인데 요즘 우리 동네 약국에는 동났고 심지어 온라인 주문도 안 된다. 어떤 약국 진열대에 아스피린이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갔다. 히잡을 쓴 약사가 있었는데 시리아 사람 같아 보였다. 독일어를 잘하고 약간 수줍은 모습의 친절한 약사였다.  

 

슈퍼에서도 그렇고 약국에서도 그렇고 친절한 중동 출신 사람들을 보며 아주 잠시 예전에 터키에 여행할 때가 떠올랐다. 사람들 참 친절했지... 메트로에서 내 핸드백이 열린 것을 보고 가방 열렸다고 친절하게 알려준 사람, 나의 튼 입술을 보고 바르라며 크림을 줬던 사람, 비행기에서 나 대신 창밖 사진 찍어준 사람 등. 

 

 

 

프랑크푸르트 야경

독일의 금융 수도이자 유럽연합의 금융 수도인 프랑크푸르트

 

유럽연합 기관의 대부분은 벨기에, 룩셈부르크에 있다. 하지만 재정을 다루는 유럽연합 중앙은행 European Central Bank은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해 있다. 호텔에서 걸어서 3분이면 위 사진 속 유로 조형물에 닿을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공항역 스타벅스

금요일에 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기차 기다리며 스타벅스에서

 

정말 행복하다!

 

 


 

선입견의 영향

 

뉴스에서 이슬람 과격분자들의 테러라든지 전쟁 같은 소식만 듣기 때문일까. 보통 무슬림이라면 잔인하고 못 배워 무식한 사람들이라 판단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무슬림 거주자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근거나 정보 없이 반호프스피어텔을 '우범지역'이라고 표현한 글을 꽤 많이 봤다. 단언컨대 모든 곳이 다 사람 사는 곳이다. 고등 교육을 받고 머리 쓰는 직업을 가진 유럽인들이 모여사는 곳이든, 한국이든, 무슬림이 모여 사는 곳이든 어디에나 편견 없이 멋진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있고, 대책 없는 멍청이도 있는 법이다. 

 

 

모든 개인의 이야기는 주관적인 경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주의할 점은 나의 경험을 포함해 모든 개인의 경험은 '주관적 경험'이라는 것이다. 타인의 여행기나 에세이를 읽을 때 기억해야 한다. '저 사람 후기를 보니 괜찮네, 저 사람이 저런 경험을 했다니 갈 곳이 못 되네' 이렇게 판단해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 2023. @hanahanaworld.tistory.com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