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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이 건강한 행복한 여성 (1): 금발 여성이 겪는 편견에 관한 기사, <인어아가씨> 은아리영 본문

일상 생각/2023년

멘탈이 건강한 행복한 여성 (1): 금발 여성이 겪는 편견에 관한 기사, <인어아가씨> 은아리영

Writer Hana 2023. 3. 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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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건강은 기본이고 멘탈이 건강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 FT weekend에서 금발 여성에 관한 기사를 읽고 드라마 캐릭터를 통해 행복할 가능성이 높은 여성은 어떤 멘탈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해 봤다. 이번 첫 글에서는 FT weekend 기사의 요점과 이어지는 행복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먼저 이야기해 본다. 그 주인공은 복수 드라마의 대명사 장서희 주연 <인어아가씨>의 은아리영이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르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해보고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보니 어떤 사회든 바람직하고 행복한 삶의 사회적 기준이 있다. 그러나 그 사회적 기준이 얼마나 다양한지 그리고 그 기준이 사람을 얼마나 압박하는지는 분명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타인이 볼 때 행복한 삶이라는 기준이 획일화되어 있고 유독 강하다. 서울 상위권 대학 졸업장, 대기업 또는 '사'로 끝나는 직업, 강남에 자가 아파트 한 채, 돈 잘 벌고 잘 나가는 배우자, 아이 두 명, 외제차. 그런데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심지어 이 모든 조건을 갖추고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많다. 굳이 강남이 아니더라도 남편 혼자 벌어 자가 아파트 한 채 보유에 와이프와 아이 둘 먹여 살리는데 지장 없는 가정이라 치자. 그런 삶 속에서 우울감을 느끼는 여성들 수없이 많이 봤다. 
 
사회적 기준이 요구하는 조건을 별로 가지지 못한 삶을 사는 여성들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사회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해 불행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미혼으로 살거나, 결혼은 했지만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 경우, 자가가 아닌 전셋집에 사는 경우 등. 주변에서 '너의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아. 아이가 없으니까, 결혼을 안 했으니까, 집이 없으니까'라는 눈빛을 받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잘못 살고 있나 싶은 마음이 든다. 또는 감히 당신이 뭔데 내 삶을 평가하는가 하는 반발심에 과도하게 자기 방어를 하다가 역설적으로 내가 맞고 너는 틀리다며 타인의 삶을 깎아내리기도 한다.  

 

그런데 드물게 정말 스트레스받지 않고 삶을 즐기는 듯한 여성들이 있다. 삶의 배경과 관계없이,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을 갖췄는지에 관계없이 말이다. 그런 여성들이라고 인생에서 가시밭길 없이 꽃길만 걷는 경우는 없다. 세상에 그렇게 운 좋은 사람은 없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일체유심조가 뭔지 몸소 보여주는 여성들이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훌훌 털고 삶을 이어나가는 힘과 보는 사람도 유쾌해지는 활기. 


결론은 주어진 조건이 어느 정도 먹고살만하다면 정신 건강이 행복의 척도다. 

 

 


 

누구에게나 사연은 있다

 
누구에게나 사연과 고충이 있다. 특별한 사연을 가진 여성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손가락의 작은 상처가 타인의 큰 상처보다 더 아픈 법이다. 나는 타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만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매몰되고 자기 연민이 습관화되는 것, 이게 멘탈 붕괴의 지름길이다. 
 
 

FT weekend 2023년 25 - 26일

 

패션계에서 커리어를 쌓은 필자는 '금발 여성에 대한 편견'이 두려워 주기적으로 갈색 염색을 해왔다. 하지만 본래의 금발로 살기로 했고 그러면서 더 자신다워졌다는 고백이다.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래전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영화 <금발이 너무해>에서 미국 사회가 금발 여성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줬다. 원래 갈색 헤어를 가졌지만 타고난 금발로 오해받는 메릴린 먼로도 멍청할 거란 편견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여러 코멘트를 남기지 않았던가.

 

유럽에서 5년 넘게 살다 보니 은연중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너처럼 금발 미인으로 태어난 사람은 인생이 얼마나 쉽게 풀릴까?' 그런데 이 칼럼을 읽고 그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의식했다. 우리는 타인을 볼 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그의 말과 행동만 듣고 볼 수 있다. 나는 타인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타인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모습을 보며 나만 힘들고, 나만 누추하고, 나만 특수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연민에 빠지기 십상이다. 

 

고위 공무원이라 해서 세상 마음대로 사는 게 아니라 정권 눈치를 보고 어디서 굴러온지도 모를 근본 없는 장관 눈치를 봐야 할 수도 있다. 대기업 CEO라면 서민들이 꿈꾸는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고도 남은 사람들인데 그들 역시 사업을 하기 위해 자신을 감춰야 하고 때론 싫은 일도 해야 한다. 심지어 정권에 따라 감옥에도 가지 않는가. 

 

여자들 중에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이뤄낸 것에 유독 의미를 두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계획과 노력으로 이뤄낸 데서 오는 순수한 성취감이 아니라 '너에게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을 나는 고생해서 내 힘으로 이뤄냈어, 그러니까 내가 이뤄낸 게 더 가치 있고 내가 너보다 능력 있어'라며 자신만의 '특수 경험 및 보상론' 심리(내가 만든 이론)가 발동하는 것이다. 이 심리를 잘 아는 이유는 나도 20대까지 이런 멍청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흔을 앞두고 보니 이것은 그저 자신이 매력 없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어서 얼마나 인생이 안 풀렸는지 증명할 뿐이다. 자신이 더 고생했으니 무언가 더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 여기지만 현실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좋은 환경에서 고생을 덜한 여자가 인상이 좋고 마음이 편해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가능성이 높고, 더 일찍 더 좋은 곳에 취업될 확률도 높다. 이런 현실을 마주하면 멘탈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고생해서 혼자 등록금을 벌어 학교를 졸업했고, 나는 일이 여러 번 꼬여 사회생활이 순탄치 않았지만 혼자 힘으로 해결했고 등등. 행복한 인생으로 가기 어려운 마음가짐이다. 어려움은 어려움이 맞지만 나만 혼자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부터 인정해야 한다. 

 

힘든 일을 겪은 날에는 커리어고 뭐고 부자 남편을 만나 밖에서 굴욕감 겪을 일 없이 외모나 가꾸며 사는 여자들이 부러울 때(정확히 질투)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비교와 사회적 기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일지언정 자신의 상황을 외부의 시각으로 보는 연습을 많이 할수록 확실히 멘탈이 강해지고 삶이 행복해진다. 세상 살기 쉬울 것 같은 금발의 미인도 고충을 겪는다잖아. 

 

 


 

사연 많은 여자는 매력적인 게 아니라 지옥의 삶을 산다

 

20대 초반이 아닌 40대를 앞둔 현재의 시각으로 행복하기 어려울 여자 하면 바로 이 캐릭터부터 떠오른다. 바로 <인어아가씨>의 은아리영.

 

 

<인어아가씨> 은아리영 (장서희)

어릴 때는 그렇다. 어딘가 어두운 구석이 있고 사연 있는 여자 또는 남자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잘못된 인식을 탄생시킨 드라마는 단연 <인어아가씨>다. 드라마에서 장서희가 캐릭터를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연기해 냈다. 때로는 독기를, 때로는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며 요리, 살사댄스, 드럼 연주까지 능숙한 데다 장서희 같은 미모라면 누가 반하지 않을까? 하지만 만약 실제 이런 삶의 궤적을 그리는 여성이 존재한다면?

 

극 중 주인공 은아리영 캐릭터는 매력적으로 묘사되어서 그렇지 온갖 불행을 달고 태어난 불행의 화신 같은 여자다. 그러나 그게 정말 은아리영이 도저히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일까? 일단 부모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다. 아버지가 바람나서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엄마와 자신은 버림받아 죽도록 고생을 했다. 물론 대중에게 어필해야 하는 드라마 장르 특성상 은아리영이 복수에 미쳐 살 수 밖에 없는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그녀의 불행이 지나치게 과장되기는 했다. 극중에서 은아리영의 엄마는 눈이 멀었다. 어쨌든 그녀에게 닥친 온갖 불행은 은아리영의 잘못도 그녀의 선택도 아니다. 아버지의 바람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오버하지 마,라고 할 수 있는 가벼운 문제도 아니다. 어린 아이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일 맞다. 

 

그러면 그녀의 삶만을 놓고 봤을 때 어떻게 해야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불쌍하고 처량한 자신의 처지에 매몰되어 복수를 꿈꾸기보다 건설적인 미래를 그리면 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좋은 남편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원하는 인생을 향해 나아가면 성공인 것이다. 생각해 보면 복수 때문이라 해도 그녀는 성공한 젊은 작가가 되었고 결국 진정한 사랑도 만나지 않았는가? 극 중에서 은아리영도 복수고 뭐고 주왕 씨 (극 중 상대 남성으로 은아리영이 복수를 위해 이복동생의 약혼자였지만 계획적으로 유혹해서 가로챘음)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게 행복이다. 또한 은아리영의 엄마가 바라는 바 역시 복수가 아니라 딸이 하고 싶은 일하며 좋은 사람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물론 복수라는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달리는 과정에서 나오는 악녀 에너지는 잠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복수라는 어두운 에너지 가득한 목표가 이뤄진 후 과연 진심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이미 드라마가 보여줬다.  

 

어찌어찌해서 결국 엄마까지 잃은 은아리영이 그 핑계로 이주왕과 연결되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드라마가 대히트를 치는 바람에 연장되었고 막장극 2막이 펼쳐졌다. 은아리영은 이주왕과 별거 상태에서 둘째를 임신한 몸으로 교통사고를 당하며 아리송하게 마무리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사람들이 말하듯 억지 연장극이 아니라 정말 그럴 수도 있다. 은아리영이라는 캐릭터가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기 때문이다. 행복이 와도 차버릴 그럴 삶을 살아온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연민보다는 어떻게 하면 밝고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지에 항상 초점을 맞춰야 다가올지 모를 불행도 멀리 차버릴 수 있다. 사람이기에 쉽지는 않지만 나만 특수한 일을 겪는다는 자기 연민에서 자유로울 때 행복할 수 있다.

 

2부에서는 행복하고 정신이 건강해 보이는 드라마와 영화 속 캐릭터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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