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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 카자흐스탄 여행 01 <시베리안 에어라인, 옴스크, 옴스크 성모승천성당, 버스타고 옴스크에서 카자흐스탄 국경 건너기> 본문

여행기록/2018 여행: 러시아 카자흐스탄 유럽

러시아 & 카자흐스탄 여행 01 <시베리안 에어라인, 옴스크, 옴스크 성모승천성당, 버스타고 옴스크에서 카자흐스탄 국경 건너기>

Writer Hana 2021. 5. 30.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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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안 에어라인을 타고 뒤셀도르프에서 모스크바를 경유하여 옴스크로 향했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옴스크 출신의 천사를 만났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고 오후에 남자친구와 만나서 버스를 타고 카자흐스탄으로 출발했다.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버스타고 육로로 국경 건너기! 

 

 

2018년 3월 22일 목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짐 정리 마무리하고 집안 점검도 마쳤다. 계획과 달리 지난주는 내내 공부를 했다. 그런데 정말 독일에 온 이후 가장 열심히 공부했고 최선을 다해야만 자연스럽게 찾아드는 뿌듯함도 느꼈다. 몸은 많이 피곤하지만 다시 여행길에 나서는 마음만은 가볍고 상쾌하다. 일부러 일찍 나와서 뒤셀도르프 중앙역 근처 하나로마트에 들렀다. 새우탕면 두 개와 햇반 하나를 샀다. 남자친구님하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맛있게 먹어야지!

 

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 창구로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번 상트페테르부르크 갈 때와 다른 경험을 했다. 모스크바행 S7 에어라인 창구는 도떼기시장 같았다. 줄 흐트러지고, 새치기는 다반사에 지나다니면서 툭툭 치고 정말 정신이 없었다.

 

어쨌거나 비행기 탑승. 이번에는 러시아의 시베리안 항공 (S7)을 이용한다. 모스크바 경유 최종 목적지는 시베리아의 옴스크.

다른 유럽의 저가항공사와 러시아 항공사들처럼 싼 가격을 보고 결제 과정을 시작하면 기본 티켓값과 택스 이외에 이것저것 추가로 선택하게 만들면서 결국 결제할 돈의 액수가 높아지게 만든다. 나는 수화물 서비스도, 좌석 선택 서비스도 신청하지 않고 정말 기본만 선택했다. 이미 재시험과 과제물 재제출로 지난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에 이어 이번 여행 스케줄도 변경되어 추가 지출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 이상의 지출은 사치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네 번째 러시아 국적 항공기 이용이네?

한국에서 살며 여행 다닐 때는 티켓값이 더 저렴하다는 이유로 국적기보다는 외항사를 주로 이용했다. 게다가 그 시절에는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과 한국어를 사용하며 한국 음식을 먹고 사는데 외국 여행할 때만큼은 외항사를 이용하는 것이 더 해외여행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환승지를 거치는 긴 여정이었지만 즐거웠다. 국내 항공사는 아시아나만 몇 번 타봤을 뿐 저가 항공사는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러시아의 항공사는 아에로플로트, 로씨야 에어라인, 포베다에 네 번째 시베리안 항공까지 타보다니. 웃음이 났다. 

 

이 시베리안 에어라인은 정말... 놀랍다...

 

웹 체크인할 때 나처럼 좌적 지정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은 랜덤으로 지정되는데 가운데 좌석에 걸린 것은 상관없다. 어차피 단거리 비행이니까. 그런데 어떤 기종인지 확인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타 본 그 어떤 비행기보다 좌석 간격이 좁았다. 나처럼 키 작은 사람이 몸을 구부려 앞 좌석 아래에 놓은 짐을 손을 뻗어 잡을 수 없을 정도다. 보통의 성인 남성이 타면 다리에 쥐가 날 것이고 혹시 180cm 이상의 장신이라면......

 

좌석 시트는 20년도 더 되어 보이는 낡은 가죽이고 설상가상 희한한 자리에 당첨됐다. 이륙을 할 때 관성의 법칙으로 우리 몸이 뒤로 쏠리는 건 당연한데 왜 좌석 등받이가 제멋대로 같이 뒤로 젖혀지는데 하하... 

 

포베다 항공보다 좋은 점이 딱 한 가지 있는데 기내용 짐 10kg까지 무료로 허용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큰 가방이라면 일찌감치 탑승해서 선반의 공간이 다 차기 전에 짐을 올리는 게 좋다. 아, 포베다보다 좋은 점이 한 가지 더 있구나. 기내식으로 서빙되는 간식은 먹을만했다. 러시아의 국민 간식 알룐까 초콜릿도 간식 상자에 들어있다. 

 

 

시베리안 항공의 장점 중 하나인 맛있는 간식

<모스크바 가는 길에 기내에서 포스트잇에 적은 소감>

 

"모스크바 가는 길

 

아주 열심히 시험공부를 해서 그런지 아직 피로가 남아있다. 이륙 전부터 잠들어서 한참을 잤다. 기내식 간식 먹고 커피 마시고 책을 읽는다. 운 좋게 옆자리에 영어를 할 줄 아는 러시아 여자가 앉아서 메뉴 선택할 때 도움을 받았다.

 

빨리 옴스크 가서 아서 보고 싶다. 이번 여행은 그저 느긋하고 편하게 즐기자. 상트에 갈 때와 다르게 목표 같은 것은 없다. '여유'도 목표라면 목표겠으나 마음 편하게 즉흥적으로 즐기자.

 

재시험 보느라 물질적 정신적으로 출혈이 있었지만 재시험을 보지 않았다면 놓쳤을 소중한 것을 되찾았다. 지금 나는 하나하나 과정을 지나고 있는 중이고 그 모든 단계를 제대로 '완성'하고 싶다. 그냥 경험을 하고 지나가는 수준이 아니라 완성 말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에 도착해서

착륙할 때 기체 바퀴가 안전하게 활주로에 닿으면 러시아 사람들은 선물 받고 신난 아이들처럼 박수를 치는데 그 모습이 참 귀여웠다. 지난 2015년에 모스크바 경유 프라하행 아에로플로트 티켓을 예매하고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봤는데, 안전하게 착륙하고 박수를 치는 게 전통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어서 알고는 있었다. 오늘 내 옆에 앉은 러시아인 마리아는 안전뿐 아니라 조종사와 승무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다고 했다.

 

 


2018년 3월 23일 금요일

 

밤 12시가 넘어서도 시끌벅적한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

 

 

모스크바에서 옴스크까지 타고 간 시베리안 항공 A321 기종

뒤셀도르프에서 모스크바 오는 비행기 탔을 때만 해도 시베리아 에어라인은 그다지 다시 이용하고 싶은 항공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스크바에서 옴스크 오는 비행기에서 단번에 인상이 바뀌었다. 역시, 항공사가 비행기를 한 대만 보유한 것도 아니고 낡은 비행기도 있고 신기종도 있지. 첫 번째 비행기가 너무 열악한 환경이라 이 두 번째 A321은 A380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좌석 간격이 더 넓고 시트커버도 깔끔했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승무원 한 명이 영어를 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마리아와 같이 조금 늦은 순서로 탑승했더니 선반에 내 배낭 놓을 공간이 없었다. 여기저기 다른 선반을 열어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승무원한테 내 짐 놓을 자리가 없다고 했더니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다른 승객들이 다 자리에 앉은 후 그 승무원이 앞쪽 구역의 짐이 적은 선반을 정리해서 공간을 만들어줬다.

 

두 번째 비행기도 가운데 좌석 당첨. 오른쪽에는 러시아인 중년 남자분, 왼쪽에는 상당히 깔끔한 옷차림에 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중년의 러시안 레이디가 오늘의 좌석 이웃이었다. 러시아 사람 같지 않게 나를 보고 미소를 지으면서 내가 앉을 수 있도록 비켜서 주는데 무언가 몸짓이 우아해 보이는 여성이었다.

 

무척이나 피곤해서 이륙하자마자 잠이 들었다. 이번에도 기내식이 서빙되었는데 아무리 졸려도 먹는 것을 건너뛸 내가 아니지. 두 번째 기내식의 메인은 머스터드 양념 맛이 나는 치킨 너겟 한 조각이었는데 진짜 엄청 맛있었다. 시베리안 항공의 기내식 및 간식만큼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옴스크 공항

아직은 깜깜한 아침 5시 30분쯤부터 비행기가 착륙 준비를 시작했다. 옴스크 시내와 얼어붙은 강이 보였다. 와, 정말 나 옴스크에 도착한 거야? 신기했다. 옴스크 공항은 국내선 비행기만 취항하기 때문에 따로 여권심사 없다고 마리아가 말해줬었다.

 

이번 여행의 출발을 기분 좋게 만들어준 옴스크의 천사들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마리아와 일리야 커플"

 

뒤셀에서 모스크바 오는 첫 번째 비행기에서 내 옆 창가석에 있던 마리아. 이륙하기 전부터 비몽사몽 잠들었는데 한참있다가 승무원이 와서 내 오른쪽 통로석에 앉은 남자분한테 뭐라고 말을 하니까 그 사람이 자리를 떴다. 나는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서 마리아에게 영어 할 줄 아냐고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고 마리아가 친절하게 영어로 대답해줬다. 비상구 좌석에 어린이가 앉아서 자리를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항공사의 승무원들이 대부분 영어를 잘 못해서, 마리아가 메뉴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모스크바에 착륙하기 20분 정도 전부터 이야기가 꽃을 피웠는데 알고 보니 마리아는 뒤셀도르프의 김나지움에서 러시아를 가르치는 선생님이고 2주 동안 고향인 옴스크에 가서 휴가를 보낸다는 것이었다. 와우! 나도 옴스크 가는데! 우리는 서로 신기해하며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이다.

 

지난밤 도모도데보 공항 벤치에서 탑승 시간 기다리며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의 두 번째 비행기는 아침 6시 정도에 옴스크에 도착한다. 나는 오늘 저녁에 지금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고 이동 중인 남자 친구를 옴스크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일정을 물어보길래 일단 이른 시간에 도착하니까 공항에서 좀 자거나 쉬다가 구글에서 찾은 버스를 타고 시내에 갈 거라고 했다. 마리아는 아마 버스가 오지 않을 거라고 걱정했다. 음... 옴스크 시민이 그렇다면 진짜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마리아의 남자 친구가 공항에 차로 마중 나오기로 했는데 그 차로 시내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럼 옴스크 가는 동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아침 여섯 시부터 낯선 도시에서 뭘 해야 하지?

 

지금까지 내가 이용한 모든 러시아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하고 정시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예정대로 아침 여섯 시에 옴스크에 닿았다. 공항이라기보다는 규모가 큰 버스 터미널 같은 옴스크 공항에 도착해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마리아의 남자 친구 일리야가 예약 택시 기사처럼 마리아의 이름을 적은 흰 종이를 들고 서 있었다. 항상 그런다고 하는데 우와 옴스크 로맨티시스트네!

 

옴스크의 택시비는 저렴한데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바가지를 씌울 거고 버스는 사실상 안 다닌다고 해서 결국 일리야의 차를 얻어 타고 같이 시내에 가기로 했다. 이 커플은 인터넷 검색을 해서 아침 7시 전부터 문을 여는 카페 겸 레스토랑을 찾아냈다. 도착하고 차에서 내려서 나에게 버스 터미널 가는 길 설명해주겠다고 해서 같이 카페에 들어갔다. 마리아는 종이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해주고, 무슨 일이 생기면 꼭 전화하라고 본인 전화번호와 일리야의 전화번호까지 알려줬다. 우와!! 여기 러시아 옴스크 맞아?? 나는 고마워서 그러니 피곤하겠지만 커피 한 잔씩 마시고 가라고 했다. 카푸치노 한 잔씩 같이 마시고 한국어와 러시아로 농담도 하고 잠시 동안이었지만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마리아와 일리야 커플은 이제 가보겠다고 일어나는데 일리야가 계산을 하려는 게 아닌가! 즉시 지갑을 꺼내고 내가 결제하겠다고, 고마워서 대접하는 거라고 했지만 마리아가 나는 옴스크의 손님이고 자기들은 옴스크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접하는 거라고 끝끝내 사양했다. 와 어쩜 말도 이렇게 품격 있게 할까! 정말 멋진 커플이다. 이번 여행의 시작을 마음 따뜻하게 만들어준 천사들을 만났다.

 

 

옴스크 시내의 24시간 영업하는 카페 레스토랑

 

 

맛있는 치킨 샌드위치와 향긋한 차로 아침 식사

키릴 문자를 읽지 못해서 카페의 이름은 모르지만 훌륭한 카페다. 일찍 문 열고, 붐비지 않아서 눈치 보지 않고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고, 좌석 편안하고, 커피 맛 좋고, 화장실도 깨끗하고.

 

마리아 일리야 커플이 가고 나서 노트북으로 과제를 하며 카푸치노, 치킨 샌드위치, 차를 주문해서 무려 다섯 시간을 그곳에 있었다.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고 양치질도 했다.

 

 

이름 모를 옴스크의 카페에서 좋은 기억을 가지게 되었다. 

오후 1시쯤 짐을 챙겨서 길을 나섰다. 아서와 만나기로 한 옴스크 시외버스 터미널은 시내 중심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이상 가야 한다. 마리아와 일리야가 알려준 대로 24번 버스를 탔다. 옴스크는 큰 도시라 그런지 버스의 배차간격이 길지 않아서 좋다. 22 루블. 상트페테르부르크보다 18 루블 더 싸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저 멀리 인상적인 성당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 어, 어, 저기 보고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아직 시간도 많은데? 계획에 없었는데 그 성당에서 가깝다고 생각되는 정류장에서 내렸다.

 

 

옴스크 성모승천성당

 

옴스크 성모승천 성당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곳은 옴스크 성모승천 성당이다. 러시아 정교회 특유의 양식이 돋보인다. 웅장한 규모도 아니고 모스크바의 바실리 성당처럼 알록달록한 색감을 자랑하는 것도 아닌 이 성당이 어쩜 이리 아름다울까? 금빛과 짙은 에메랄드색의 양파 모양 돔이 가장 인상적이다. 여기에 새하얀 눈과 햇빛을 만나 더욱 눈부시게 아름답다.

 

이 성당은 1891년에 건설이 시작되었고, 착공식을 할 때 훗날 러시아의 황제가 되는 니콜라이 2세가 참석했다고 한다. 옴스크 사람들과 러시아 상인들의 기부, 그리고 니콜라이 2세의 재정 지원으로 1898년에 완공되었으며 현재까지 시베리아 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성당이다. 

 

 

역광이지만 성당 입구 쪽에서도 한 컷

 

 

옴스크 성모승천 성당

 

옴스크 성모승천 성당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옴스크 시민들이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이 보여서 최대한 발소리 내지 않고 나름 경건한 마음으로 조용히 성당 안을 둘러봤다. 

 

 

옴스크의 성모 승천 성당

저 가운데 예수님 이콘화가 있고 유리로 덮여 있는데 사람들이 유독 그 예수님 이콘화 앞에서 간절한 모습으로 기도하고 입을 맞췄다. 나는 무슨 특별한 배경이 있겠다 싶어서 사진을 찍어서 엄마에게 보냈다. 그리고 엄마에게 줄 십자가 묵주 펜던트도 하나 샀다. 

 

 

옴스크 성모승천 성당

성당에서 나와 다시 마약몰로 

 

옴스크 외곽의 풍경

남자 친구와 마약몰 Mayak Mall에서 만나기로 했다. 음... 쇼핑몰의 이름이 '마약'이라니 멋진 이름이네.

 

마약 몰은 어느 나라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식 쇼핑몰이다. 지난밤 2시간 + 2시간 이렇게 띄엄띄엄, 그것도 비행기 내에서 잤기 때문에 무척 피곤했다. 4층에 푸드코트가 있는데 사람이 많지 않았다.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 세트 하나 주문하고 운 좋게 콘센트 옆 소파 테이블에 앉았다. 그 자리에서 전화기 충전하고 잠깐 등받이에 기대서 잠들기도 하고 편하게 시간을 보냈다. 남자 친구가 하루 먼저 모스크바로 출발하고 난 이후 우리는 문자 메시지로 중요한 사항만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이런, 나 마약 몰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보고하려는데 문자가 전송되지 않는다. 남자 친구는 잘 도착했냐고 또 한참 있다가 옴스크 역이라고 문자가 왔는데 답장을 보낼 수가 없다. 와이파이는 잡히는데 남자 친구가 와이파이를 잡을 수 없고... 흐...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거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적 없는 내 남자는 분명 내 전화가 충전액이 다 닳아서 연락을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약속 시간대로 여섯 시쯤 마약 몰 앞에서 만났다. 꾀죄죄하지만 그 모습도 귀엽고, 무엇보다 밝은 표정을 보니 피로가 싹 날아가는 것 같다. 나보고 기차 여행 편하고 좋았다고 그런데 이틀뿐이었지만 나 없이 혼자 있는 이틀이 일주일 같았다고 한다. 

 

 

옴스크 국제버스터미널

이곳에서 깨달았다. 러시아를 할 줄 모르면 우랄 산맥 너머 시베리아 지역과 카자흐스탄 여행에 지장이 많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부터 의사소통 담당은 러시아어를 하는 남자 친구가 한다.

 

옴스크는 국제선 버스가 다니기 때문에 경비가 삼엄하고 터미널 입구에서 공항에 준하는 보안 검색을 거쳐야 한다. 버스표를 사는데 문제가 생겼다. 모스크바 공항에서 여권심사 직원이 이미그레이션 카드에 내 성을 이름 칸에, 내 이름을 성 칸에 써서 출력한 것이다. 헉... 어쩐지 모스크바 공항에서 입국 심사할 때 직원이 나한테 이름이 뭐냐고 물어본다 했어. 내 잘못도 있다. 확인을 했어야 하는데.

 

버스표 사는 데는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국경 건널 때가 걱정된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우리는 다시 마약 몰에 가서 매콤한 케밥을 먹었다. 같이 먹으니까 사실 그다지 맛있는 음식이 아닌데도 맛있는 것 같다.

 

 

옴스크 버스터미널 승강장

 

옴스크 버스터미널

 

옴스크에서 카자흐스탄까지 타고 간 국제버스

버스를 타고 출발. 나는 버스 타자마자 잠들었다. 버스 외관은 허름해 보였는데 생각보다 내부가 깨끗하고, 좌석은 편안하고, 적당히 따뜻해서 크게 불편함을 못 느꼈다.

 

 

러시아-카자흐스탄 국경 사무소 앞

잘 자던 중이었는데 국경에 도착해서 깼다. 러시아 사무소에서 출국 심사, 그리고 카자흐스탄 사무소에서 입국 심사 이렇게 두 과정을 거쳐야 한다. 

 

 

카자흐스탄 국경 통과 후 휴게소에서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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