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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 카자흐스탄 여행 03 <카자흐스탄, 에키바스투즈에서 다시 옴스크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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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 카자흐스탄 여행 03 <카자흐스탄, 에키바스투즈에서 다시 옴스크로>

Writer Hana 2021. 6. 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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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6일 월요일

 

우리 커플의 공통점은 장거리 비행과 기차 여행을 좋아하고 일상생활에서와 다르게 여행을 할 때는 느긋하고 게으르다는 것이다. 작년에 같이 부산에 갔을 때 하루에 태종대 갔다가 스타벅스에서 커피만 마신 날도 있었다. 제주도에서도 하루에 한 곳 정도 보겠거니 생각했는데 세 군데 둘러본 날은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였다.

 

아무튼 오늘은 체크아웃하는 날이니 더욱 서두를 우리가 아니고 이런 면에서 우리는 정말 잘 맞는다. 역시나 예상대로 시간 꽉 채워서 정확히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걷기를 아주 좋아하는 나인데 배낭이 무거워서 그런지 아니면 피로가 누적된 건지 오늘따라 걷기 싫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에키바스투즈 역으로 갔다. 

 

 

 

 

역 앞 버스 정류장

버스 정류장의 고양이양반. 추워보인다냥. 역으로 들어가지 그러냥.

 

 

 

 

 

에키바스투즈 기차역

 

여행 일정 계획할 때 옴스크에서 이곳까지 기차로 오는 노선을 알아봤었는데 그 당시 가격이 비싸서 버스타기로 결정했다.

 

 

 

 

에키바스투즈역 내부

 

여기 살던 당시 예비 시어머니는 이곳에서 창구 직원으로 일하셨다고 한다. 다섯 살 때 유치원 끝나면 기차역으로 가서 엄마 일 끝날때까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고 하는데 상상만 해도 너무 귀여워. ㅎㅎ

 

 

 

 

 

 

눈이 정말 많이 내렸다.

 

 

기차역에서 어머니에게 보내드릴 사진을 잔뜩 찍었다. 내가 20년 후 한국에서 일하던 인천 사무실 사진을 보면 기분이 어떨까?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왔다. Julia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카자흐스탄의 하늘색 바탕 국기와 잘 어울리는 날씨다.

 

오후 다섯 시쯤 가게를 나와서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눈이 그치고 춥지 않은 날씨다. 게다가 Julia에서 한참 앉아서 잘 쉬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터미널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내가 본 에키바스투즈가 넓디넓은 카자흐스탄의 전부는 아니지만 어쨌든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도로가 무척이나 넓다는 것이다. 널찍한 자동차 도로 중간에 버스 정류장 근처부터 가장자리로 빠지는 새로운 도로가 정류장으로 연결된다. 그 새로운 도로와 본 도로 사이에는 잔디밭과 가로수가 있다. 즉, 버스가 도로 소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새로 한 차선이 추가되면서 정류장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인데 이것은 공간이 그만큼 충분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뿐 아니라 주행 도로와 보행자 도로 사이에도 가로수 길이 따로 있다.

 

세계지도만 대충 봐도 카자흐스탄은 넓은 나라다. 구글에서 찾아보니 카자흐스탄의 국토 면적은 2,724,900 ㎢에 인구는 2016년도의 통계로 17,987,736명이다. 우리나라는 면적 100,210 ㎢에 2017년도 인구는 51,446,201명이다. 면적은 카자흐스탄이 우리나라에 비해 27배 넓으면서, 인구는 우리의 약 1/3 수준이다. 크흑... 이러니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말이 나왔나 보다.

 

넓은 공간의 장점은 당연하지만 붐비지 않고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건물도 큼직큼직하고, 도로도 널찍널찍하다. 그리고 '큰 것'의 약점인 정교하지 못하다는 것도 불변의 법칙처럼 나타난다.

 

그렇다면 크고 여유 있는 것과 작지만 야무진 것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일까? 이것은 의미 없는 질문이다. 각자 다를 뿐이고, 각자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장점을 부각하는 것. 이게 발전이다.

 

 

 

 

버스 터미널 가는 길

내 겨울 모자는 배낭에 넣고 이리나가 선물로 준 스카프를 썼다. 여기 아니면 이제 어디서 카자흐스탄 전통 스카프를 머리에 쓰고 다니겠어. 생각보다 따뜻하다.

 

 

 

 

레닌 동상이 여기에?!

 

 

 

다시 찾아온 에키바스투즈 시외버스 터미널

 

 

 

 

터미널 대합실

 

따뜻한 대합실에서 버스 탈 시간을 기다렸다. 우리 옆에 있던 10대로 보이는 남학생이 구글 번역기를 남자 친구에게 보여주며 말을 걸었다. 남자 친구가 갑자기 껄껄 웃으면서 러시아어로 대화를 주고받고 주변에 앉아있던 아주머니들도 같이 웃기 시작했다. 무슨 내용이냐고 물어봤더니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냐."라고 물어봤고 "우리는 여행 중"이라고 대답했단다. 그리고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이곳 사람들은 여행 또는 여행자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학생이 우리한테 뭐 하고 있는 중인지 물어봤던 것이다. 

 

 

 

 

화장실을 뜻하는 카자흐스탄어

생존 카자흐어.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나는 카자흐스탄 여행 삼일만에 저 글자가 화장실이라는 것을 깨우쳤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오가는 국제 버스

다시 옴스크로

 


 

2018년 3월 27일 화요일

 

 

 

 

이른 아침의 옴스크역

 

아침 7시쯤 옴스크에 도착했다. 지난번에 옴스크에서 에키바스투즈에 갈 때 터미널에서 출발한 고속버스가 옴스크 역에 정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돌아갈 때는 터미널까지 들어갈 필요 없이 옴스크 역에서 내리기로 했다.

 

오늘은 조금 늦게 도착했다. 지난밤 카자흐스탄 국경 사무소 통과할 때 출국 수속을 마치고 마약 탐지 임무 수행 중으로 보이는 공무견(?)의 심사도 통과했다. 그런데 내 옆에 서 있던 젊은 남자 한 명한테 탐지견이 무언가 발견했다는 듯한 표시를 보내자 조사받으러 다른 곳으로 가서 한참만에 버스로 돌아왔다. 다행히 아무 일 없는 듯했다. 카자흐스탄도 그렇고 러시아도 그렇고 국경 사무소는 분위기가 무척 무겁다. 국가 간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철저히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지만 말이다. 

 

 

 

 

에메랄드 색의 옴스크역

 

영하 7도. 그런데 체감 온도는 더 춥다...

역 앞 버스 정류장에서 24번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갔다.

 

 

 

 

다시 찾은 옴스크 카페

 

날씨는 춥고 아침 일찍 문 여는 장소는 이 곳뿐이므로 다시 이 카페로. 이곳에서 카푸치노를 마시고 아침 식사도 간단하게 하면서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기차역 근처로 가기로 하고 12시쯤 짐을 챙겨서 길을 나섰다. 낮 시간이 되자 그다지 춥지 않고 길거리 구경도 하고 싶어서 걸어가기로 했다. 

 

 

 

 

옴스크 시내 모습

 

옴스크 시내 모습

상트 페테르부르크고 그렇고 이 곳 옴스크에도 트롤리버스가 다닌다.

 

 

 

 

만두와 비슷한 러시아의 만테이

 

러시아 길거리에는 우리나라의 분식점처럼 스낵을 먹을 수 있는 가게가 있다. 그중에 한 곳에 들어가서 만테이(만두)를 먹었다. 그런데 생긴 것만 비슷하지 우리나라 만두와는 맛이 달랐다. 러시아의 만테이는 약간 푸석푸석하다. 한국의 뜨끈한 김치 만두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다시 옴스크 기차역

 

 

 

 

옴스크 역 내부의 화려한 인테리어

 

옴스크역 내부

와~ 역시 러시아다. 기차역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눈이 휘둥그레진다. 기차역이 아닌 고급 저택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화려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옴스크역 매표소

매표소에서 밤에 조명 켜고 파티 열어도 될 듯.

 

 

 

남자 친구는 대합실 벤치에서 짐 지키며 쉬고, 나는 바깥에 구경 나갔다. 

KFC에서 어이없는 경험을 했다. 계산대 뒤 커다란 메뉴판의 그림을 손으로 가리키며 "프라이드 포테이토", "포테이토"라고 하는데도 점원이 못 알아듣는다. 독일어로 감자가 "카토펠 Katoffel"이고, 감자튀김이 "포메스 Pommes"라는 것을 엄청 일찍 터득했는데, 안타깝게도 러시아어로 감자가 뭔지 모른다. 반드시 사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지는 않아서 그냥 나왔다. 러시아에서 러시아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미국 브랜드인 KFC에서 '포테이토'도 모르는 것은 심하지 않나? 

 

예전에는 언어와 돈은 여행을 못하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여행을 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러시아를 하고 못하고에 따라 여행의 수준이 확 달라진다. 러시아 가이드북에서 러시아어와 키릴 문자를 조금이라도 배우고 여행 오면 보는 게 확 달라질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이 실감 난다. 카자흐스탄에서도 술탄이 이것저것 카자흐스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줬지만 나 혼자 왔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이야기다. 게다가 이 정도에 그치지 않고 국경 통과할 때처럼 러시아어를 못하면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나도 한때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을 하면서도 하지 않는 것은 할 마음이 없기 때문이고 용기가 없는 거라고 생각하던 철없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여행을 존중한다. 이전 직장 동료 중에 여행 정보를 찾고 계획만 세우는 것으로 만족감을 느끼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것도 여행이고, 중요한 곳만 효율적으로 찍고 오는 패키지도 여행이고, 모든 일정을 스스로 결정하는 배낭여행도 여행이고, 특별한 일정 없이 놀고먹고 쉬다 오는 여행도 여행이고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읽는 것도 간접 여행이다. 모두가 반드시 현지로 떠나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법칙처럼 따라야만 하는 '옳은' 여행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의 여행에 대해 훈수를 두거나 자신의 여행 방식에 우월함을 느끼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다. 일도 아닌 여행을 가지고 말이지. 

 

아무튼.

결국 감자는 절박하지 않아서 관뒀다. 기차역 앞의 가게에서 물, 주스 그리고 초콜릿을 샀다. 다행히 가게는 내가 원하는 것을 집어 들고 계산하면 되고, 물이 러시아로 '바다'라는 것도 알고, 읽지는 못해도 모양으로 스파클링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다. 게다가 주인아주머니가 계산기에 액수를 써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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