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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안트베르펜 여행 (1): 쇼핑과 문화의 도시, 힐튼 안트베르펜 본문

여행기록/2022 여행: 유럽

벨기에 안트베르펜 여행 (1): 쇼핑과 문화의 도시, 힐튼 안트베르펜

Writer Hana 2022. 7. 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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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북서부의 아름다운 도시 안트베르펜으로 1박 2일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안트베르펜은 쇼핑과 문화의 도시이다. 쇼핑몰이 아니라 갤러리처럼 아름다운 쇼핑 슈타츠페스트찰, 각 지역의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주자인 서점을 찾아갔다. 이번 여행에서는 글로벌 브랜드 체인인 힐튼 안트베르펜 올드 타운에 머물렀다. 

 

 

2018년 늦가을 혼자 안트베르펜에 갔었다. 갑자기 기온이 확 내려간 날 밤 스마트폰이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지는데도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음날 전화기 전원이 나갔다. 이게 몇 번 반복되더니 결국 안트베르펜에서 찍은 멋진 사진들이 몽땅 사라졌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안트베르펜에 또 가면 되지 뭐.'라고 생각했다. 여행하는 동안 카톡 가족창에 보낸 가장 멋진 사진 몇 장은 건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독일에 온 이후 생일 전후에 집에서 아주 멀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다. 이번에는 안트베르펜으로 가게 되었다. 이번 여행 출발에서도 내가 운전을 했다. 정신없는 독일의 아우토반을 지나 네덜란드를 잠시 통과해 벨기에로 넘어갔는데 속도 제한이 있는 곳에 들어서니 그렇게 평온할 수가 없었다. 안트베르펜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도시 여행이라 실내 활동을 하면 되기 때문에 날씨는 뭐 그다지. 우산도 챙겨왔으니까.

 

네덜란드어로 안트베르펜 Antwerpen, 영어로는 앤트워프 Antwerp라 불리는 이 도시는 면적 (204.51㎢)상으로 벨기에에서 가장 넓은 도시이다. 브뤼셀이 가장 큰 도시 아니었어? 도시 자체만이 아닌 광역권 개념으로 보면 브뤼셀 지역이 가장 넓고 안트베르펜 권역은 두 번째지만 말이다. 안트베르펜은 상당한 규모의 항구를 보유한 물류 중심지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이아몬드 무역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전 세계 다이아몬드 원석 중 무려 85 퍼센트가 안트베르펜을 거쳐간다. 다이아몬드 원석이 많은 서아프리카와 가까워서 그런가? 아무튼 다이아몬드의 도시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나에게는 패션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지금은 절판되어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잡지라기에는 예술성이 상당히 높았던 패션지 <보그걸>에서 항상 만날 수 있는 도시였다. 또한 안트베르펜 왕립 예술 학교에서 패션을 전공할 수 있는데 패션계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학교이다.   

 

 


 

힐튼 안트베르펜 올드 타운

 

 

이번 여행의 숙소는 힐튼 안트베르펜 올드 타운 Hilton Antwerpen Old Town으로 정했다. 유럽에서 글로벌 체인 호텔에 머물기는 처음이다. 로컬 호텔을 선호했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힐튼에 머물기로 했다. 

 

이 호텔의 최대 장점은 위치이다. 안트베르펜 관광의 중심지인 그로테 막트까지 걸어서 5분이면 닿을 거리에 있다. 유럽의 어느 올드 타운에 위치한 만큼 굉장히 오래된 건물에 내부 시설과 가구도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오래된 것이 결코 단점은 아니라 그러려니 했다. 문제는 화장실 청소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래된 것을 교체하지 않고 마법으로 새로워지게 할 수는 없지만 청결은 인력으로 되는 일 아닌가. 다행인 것은 침구류는 깨끗했다는 점이다.

 

여기 좋다고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추천을 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호텔을 싫다고 할 수 없다. 잠을 잘 잤기 때문이다. 최고의 시설을 갖춘 호텔이라 해도 결국 숙소란 내가 마음 편히 머물렀는지, 궁극적으로 잠을 잘 잤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하긴 내가 벨기에에서 단 하루도 빠짐없이 항상 푹 자기는 한다. 뭔가 나하고 케미가 맞는 나라라서. 

 

여행지에서 숙소를 고르는 기준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른다. 잠이 잘 오는 아늑함뿐 아니라 가격, 위치, 인테리어 그리고 필요하다면 편리한 주차가 가능한지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전망이나 가성비는 크게 따지지 않는다.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서처럼 순전히 전망을 위한 투숙이라면 모를까, 게다가 가본 적이 있는 숙소가 아니라면 어차피 타인의 개인적인 경험을 듣고 나의 주관적 가성비 기준에 충족되는지 아닌지는 미리 알 수 없다. 여행의 본질은 이동을 통한 한정된 기간 내의 새로운 경험이다. 그러므로 미리부터 모든 것을 파악하고 갈 필요도, 지나친 기대를 가지고 갈 필요도 없다. 

 

 

 

Hilton Anwerpen Old Town 객실

전형적인 힐튼 스탠더드 룸 객실 내부

그러고 보니 지난 2019년 중국 허페이 힐튼 이후 힐튼은 3년 만이다.

 

 

 

Hilton Antwerpen Old Town의 그라운드층 로비

이 역시 전형적인 힐튼 스타일 로비 장식

 

 


 

쇼핑 슈타츠페스트찰 Shopping Stadsfeestzaal 

 

 

쇼핑 슈타츠페스트찰 내부 모습

우연히 SNS에서 보고 마음에 들어서 오게 된 쇼핑몰. Stadsfeestzaal이라는 이름은 네덜란드어다. 벨기에는 작은 나라지만 공용어가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독일어로 무려 세 가지이다. 지난번에 갔던 모다브 성은 왈로니아 지역에 속해있고 그곳은 프랑스어를 주로 사용한다. 안트베르펜이 속한 플레미쉬 (플랜더스) 지역은 주로 네덜란드어를 사용한다. 네덜란드어는 대충 들으면 독일어로 들릴 정도로 상당히 비슷한다. 그래서 독일 사람이 네덜란드어 배우기, 네덜란드 사람이 독일어 배우기 쉽다.

 

Stad [슈타트]는 '도시', Fest [페스트]는 축제, Zaal [찰]은 독일어의 Saal [잘]과 같은 단어로 홀을 의미한다. 이걸 조합하면 '도시의 축제 홀'이 되는데 이름 그대로 이 쇼핑몰은 원래 도시의 여러 행사가 열리던 장소다. 

 

안트베르펜 시내의 마이 거리 Meistraat [마이슈트라트]는 쇼핑 거리다. 길 양옆에 온갖 종류의 상점이 들어서 있어서 사람들로 엄청나게 붐빈다. 길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외모로 보면 지구상 온갖 지역에서 온 사람들로 보인다. 그야말로 국제 쇼핑 도시이다. 이곳은 벨기에에서 쇼핑하기 가장 장소일 듯하다.

 

이곳뿐 아니라 안트베르펜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명품 브랜드 매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아, 명품 브랜드 매장이 이런 곳에 위치해도 되는 거야? 이런 외관으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뜬금없는 모습에 뜬금없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참 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에 다가가기조차 위화감이 드는 입점 위치와 인테리어의 우리나라 매장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 신선했다. 물론 요즘 샤넬 오픈런 사태가 집중 조명되면서 마치 zara나 H&M처럼 누구나 이용가능한 보세점포같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지만. 아무튼 이곳은 "나 명품 브랜드요"라고 자랑하듯 뻐기는 모습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남에게 자신을 애써 증명할 필요를 못 느껴서 가만히 있는데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진짜 명품 같은 아우라라고 해야 하나?  

 

 

 

도금 장식과 조명이 화려하다.

진짜 금장식은 아니지만 금색이라 화려하다. 무엇보다 조명이 지나치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아 은은한 분위기이다. 지금까지 관찰한 바로 유럽 사람들이 인테리어에서 독보적으로 뛰어난 감각을 가진 분야가 바로 조명의 사용과 꽃장식이다. 조명이란 여성의 귀걸이와 같아서 다른 꾸밈없이 이것 하나만으로도 드라마틱한 분위기 변신이 가능하게 해준다. 

 

인터넷에서 보면 외관이 상당히 고풍스러운데 안타깝게도 공사 중이라 감상할 수 없었다. 다음에 또 오지 뭐.

 

위층으로 올라가면 건물 가장자리를 따라 한 바퀴 걸으며 실내 전체를 감상할 수 있다. 그라운드 층 한가운데에는 판매대가 모여있고, 건물 한쪽 끝 돔 모양 지붕 아래에는 커피숍이 있다. 커피숍이 마음에 들어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었지만 저녁 식사 직전이라 다음을 기약했다.  

 

 


 

서점 Luddites Books & Wine

 

 

Ludittes Books & Wine

유럽의 도시를 여행하는 방식 중 하나는 그 도시의 서점에 가보는 것이다. 슈퍼마켓에 가면 그곳의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알 수 있고, 서점에 가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관심사를 알 수 있다. 구글맵에서 서점을 검색해서 하나하나 살펴본 후 이곳을 1순위로 정했다. 쇼핑 슈타츠페스트찰에서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우와, 입구부터 완전 내 스타일이다. 초록색이 이렇게 우아할 수 있어?

 

 

 

서점 내부

루디테스 북스 앤드 와인은 특이하게 서점과 와인바를 같이 운영한다. 커피숍이 아니라 와인바. 책을 읽으며 와인 한 잔이라... 흔하디 흔한 두 가지를 조합하여 특색 있는 장소가 되었다. 이곳이 마음에 드는 또 다른 이유는 영어 책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서점 주인으로 보이는 계산대의 남자분이 영어를 잘하고 친절했다. 책을 담아갈 수 있는 에코백도 하나 받았다. 

 

 

 

36 hours Europe

책을 살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남편이 이 책을 보더니 기념으로 한 권 사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서점에서 시큰둥한 사람이 책을 사자고 하는데 당연히 쌍수를 들고 환영이다. 35유로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의 이 책은 뉴욕타임스에서 발행한 유럽 여행서이다. 지역별, 유명한 도시별로 나누어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36시간 동안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숙박하고, 어디를 가면 되는지 소개한다. 유럽 여행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안트베르펜의 레스토랑 

 

우리는 구입한 책을 바로 써먹었다. 책에서 소개하는 De Godevaart라는 레스토랑에 갔다. "elegant"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멋진 장소였다. 하지만 그때까지 전혀 몰랐다. 토요일 저녁의 맛집은 전부 예약이 끝났다는 것을. 직원의 확인을 기다리는 동안 눈으로 빠르게 실내를 훑어보았다. 작지만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보여서 참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안트베르펜 관광의 중심지인 그로테 막트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손님들은 모두 현지인으로 보였다. 안타깝게도 자리가 없다는 직원의 확인을 받고 발길을 돌렸다. 다음에 예약하고 꼭 와보기로 했다.

 

De Godevaart 이후에도 몇 군데 더 갔는데 모두 만석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자리를 잡게 된 레스토랑 De Peerdestal. 주문 후 음식을 먹다 보니 이곳은 말고기가 특별 메뉴인 듯했다. 

 

가게에 들어섰을 때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출입구 옆의 2인석 테이블을 가리키며 유일하게 남은 자리라고 한다. 그런데 그 태도와 말투, 표정이 상당히 거만해 보였다. 마치 여기 앉고 싶으면 앉고 그렇지 않으면 말고라는 뉘앙스였다. 비도 내리고 이미 배가 고픈데 여러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느라 지친 우리는 그냥 앉았다. 다행히 우리 테이블을 담당한 젊은 남자분은 상당히 친절해서 즐겁게 식사를 했다. 

 

 

 

벨기에 맥주와 스테이크 3종

정신없이 남편이 권해주는 대로 주문해서 메뉴 이름도 확인을 못했다. 3종류의 스테이크가 들어간 버거였다. 중간의 가장 큰 소고기와 맨 아래의 돼지고기는 알겠는데 맨 위의 고기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마 말고기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만약 말고기라 해도 믿기지는 않는다. 전혀 비리지 않고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계산을 했다. 요즘 폭발 중인 유럽의 물가를 반영하듯 계산서가 참 무거웠다. 그래도 우리 테이블을 담당한 직원에게 팁을 안 줄 수 없지. 나오는 길에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는 출입구에 있는 나를 뻔히 보면서도 인사 한마디 하지 않았다. 본래 성질이 거만하거나 마누라에게 잔소리 한 바가지 듣고 출근했다면 그럴 수도 있지 뭐. 하지만 이 레스토랑을 누구에게 추천해준다든지 내가 다시 올 일은 없다. 

 

 

 

 

 

안트베르펜 여행기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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