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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2022 여행: 유럽

벨기에 안트베르펜 여행 (2): 고풍스러운 건축의 도시, 패션의 도시

Writer Hana 2022. 7. 2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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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트베르펜은 쇼핑과 문화의 도시일 뿐 아니라 고풍스러운 건축과 패션의 도시이기도 하다. 올드 타운의 중심부인 그로테 막트 주변은 조화롭고 고풍스러운 건물이 가득하다. 그리고 안트베르펜 사람들은 패션 감각이 상당히 뛰어나다. 

 

 

그로테 막트 Grote Markt 풍경

 

 

안트베르펜의 고풍스러운 건축물

유럽 어느 도시를 가든 관광의 백미는 건축물 감상이다. 두 차례 큰 전쟁을 겪고도 본모습을 잘 보존하거나 원형에 가깝게 재건한 곳이 많다. 1800년 ~ 1900년대 초반에 지어진 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특별한 유적처럼 모셔진 게 아니라 현재도 사람이 거주하는 가정집이나 평범한 카페다. 가끔 1700년대에 지어진 가정집도 볼 수 있다. 이게 우리나라를 생각할 때 안타까운 점이다. 아주 오래전 최초의 해외여행지였던 일본의 교토에서부터 이미 그런 생각을 했다. '여기는 옛 모습을 그대로 잘 보존했네. 부럽다. 한옥이 얼마나 멋스럽고 아름다워. 우리도 이렇게 옛 모습을 잘 살렸다면 좋았을 텐데.' 10년도 넘은 아주 오래전 여행이지만 교토의 거리 풍경, 온천, 기모노 쇼 같이 일본에서만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기억이 생생하다. 반면 대도시 오사카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현대식 빌딩으로 가득한, 일본이 아니어도 볼 수 있는 흔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일단 배를 곯지 않아야, 잠을 편하게 자야, 곳간이 가득차야 문화니 예술이니 이런 것으로 시선이 이동하기 마련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가 고생해서 지금의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 그분들 덕택에 지금은 다들 손에 스마트폰 하나씩 들고 있고, 철마다 여행 갈 수 있고, 세계 상위권에 드는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누린다. 이제 우리 세대는 정신적 풍요로움과 문화에 심혈을 기울일 차례다. 오래 지속되는 심미에 투자해야 하는 단계다. 

 

한철 지속되고 말더라도 당장 돈이 되는 트렌드를 부지런히 따라가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좋은 일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 돈 버는 일을 '장사'라 무시하는 사람 치고 진짜 부자이거나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를 못 봤다. 하지만 당장 돈이 되지 않음에도 사람들의 삶과 사회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 있고 누군가는 그것을 해야 한다. 정부의 존재가 달리 필요한가. 수익이 나는 일은 아니지만 복지, 보건, 국방, 치안, 구조, 교통 관련 인프라 건설, 환경 보호 같은 분야를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이란 흔히 말하듯 국민의 세금으로 호의호식하는 존재가 아니다. 돈 내는 쪽이 무조건 갑이라는 천박한 자본주의 사고방식이 만연해서 이러한 인식이 퍼졌다. 물론 국정 운영 개판으로 하여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돌보지 않는 것, 세금으로 사리사욕 채우는 것, 무능함으로 국정 예산을 낭비하는 등 정치 문제와 얽혀 있지만 여기서는 기본적 기능에 대해 말한다.  

 

아무튼 이렇게 공공 분야에서 담당할 수 밖에 없는 일이 있는데 도시 계획과 건축 계획도 그렇다. 개인이 사유지에 마음대로 건물 올리겠다는데 그걸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최신 유행을 귀신같이 감지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에 걸맞게 핫 플레이스가 넘쳐난다. 하지만 장점이 다른 각도에서 보면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전체적인 '조화'라든지 '지속성'에 대해 과연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여자대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여대 학생들이 얼마나 예쁜지 잘 안다. 이미 전철역에서 교문까지 가는 길에서부터 예쁜 애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남녀공학 대학교의 여학생들에 비해 외모가 월등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외모를 잘 꾸민 여학생들이 몰려 있으니 후광 효과로 더 예뻐 보이는 것이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아기자기한 건물들 하나하나 뜯어보면 한옥보다 멋지다거나 하는 식으로 일대일 비교가 불가하다. 그러나 아무리 멋진 건축이라도 제각각의 모습이면 통일성도 없고 보기에 정신도 없다. 반면 비슷한 스타일의 건물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으면 훨씬 아름다워 보인다. 

 

우리만의 멋을 살려 조화를 이룬 장소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이다.

 

한국인인 우리도 한옥 카페, 한옥 스테이 심지어 한옥 수영장을 찾는다. 우리도 이럴진대 외국인이 한국 여행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게 다를까. 내 인스타에 올린 사진을 보면 인천공항처럼 최신식의 현대적 장소에서 찍은 사진은 반응이 좋다. 하지만 북촌 한옥마을 사진과 은평 한옥마을 사진에 대한 반응이 더 뜨겁다. 심지어 창덕궁 후원 사진은 내가 지금까지 업로드한 사진 중 좋아요와 저장을 비롯한 반응 지수가 가장 높다. 

 

랜드 마크 하나 세운 것으로 업적 달성했다고 뿌듯해할 게 아니라 장기적 안목으로 도시 계획을 생각하는 지도자는 없는 걸까? 하긴 그들도 표에 죽고 표에 사는 직업이라 당장 눈앞에 성과를 보여줘야...

 

 

 

kaasstraat

마침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블루 아워에 맞춰 사진을 찍게 되었다. 비슷한 건축물이 모여 자연스럽고 조화롭다. 특히 벨기에 특유의 계단 모양 지붕과 붉은 벽돌의 세로로 긴 모양이 인상적이다.

 

 

 

안트베르펜 그로테 막트 광장의 길드 건물들

벨기에 대부분의 도시, 아니 유럽 대부분의 도시는 비슷한 구조의 올드 타운을 가지고 있다. 거미줄 같은 골목이 복잡한 망을 형성하지만 모두 하나의 광장으로 연결되는 구조이다. 그리고 그 광장 중심부에는 높은 첨탑을 가진 도시의 대표 교회가 하나씩 있다. 이곳 안트베르펜의 올드 타운도 마찬가지다. 지도를 안 보고 걸어도 교회 탑을 향하다 보면 이렇게 그로테 막트와 만나게 된다. 안트베르펜의 랜드 마크인 성모 마리아 성당 (프랑스어로 노트르담)은 첨탑 공사 중이다.  

 

 


 

안트베르펜의 아침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라 둘째날 아침 체크아웃하고 나왔다. 원래 가려던 커피숍에 있었는데 11시에 오픈이라 너무 늦어서 호텔 근처 스타벅스에 갔다.

 

나는 미국식 패스트 푸드점이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근처도 안 가는 고상함과는 거리가 멀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오히려 미국식 프랜차이즈에 감사하게 된다. 매번 완벽하게 일정을 세우고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고, 항상 체력이 쌩쌩해서 의욕적으로 맛집과 새로운 카페를 찾는 것도 아니다. 피곤하거나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 귀찮을 때 이미 맛과 메뉴 그리고 주문 방식까지 다 알고 있는 미국식 프랜차이즈를 이용하면 세상 편하다. 맥도널드 만세! 스타벅스 만세! 작년에 프라하에서 시내 구경하다 지칠 때쯤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에너지를 회복했다. 탈린에서는 밤늦게 도착하여 갈 만한 곳이 없을 때 맥도널드 덕에 굶지 않고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안트베르펜 스타벅스

집으로 출발하기전 스타벅스에서 케이크 한 조각과 카푸치노로 브런치

이른 아침이라 손님이 별로 없어서 창가에 앉을 수 있었다.

 

 

 

아침의 kaasstraat

 

 

 

인적이 드문 조용한 그러나 아름다운 거리

 

 

 

헤트 스텐 Het Steen

헤트 스텐 Het Steen 

 

헤트 스텐은 중세 요새였다. 안트베르펜 시내로 스헬데 Schelde 강 (프랑스어로는 에스꼬 강)이 넓게 흐른다. 프랑스 북부에서 발원하여 벨기에 서부를 통과하고 네덜란드 남서쪽에 도달하여 북해로 흘러간다. 고대 로마 시절 브리타니아에 갈 때,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네덜란드 공화국이 무역 대국으로 성장할 때 등 역사 속에서 중요한 운수 기능을 담당했던 물길이다. 물론 현재도 그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 헤트 스텐은 스헬데 강가에, 그리고 그로테 막트에서 걸어서 5분이면 닿는 곳에 건설되었다.   

 

네덜란드어 Steen은 돌이라는 뜻으로 헤트 스텐은 이름처럼 석조 건축물이다. 현재의 모습은 원형 전체가 아니라 일부분이지만 안트베르펜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어쩐지 범상치 않은 건물은 맞지만 무언가 이상하게 만들다만 그런 모습 같아보였다. 겉모습을 보니 벨기에 건축의 상징과도 같은 계단식 지붕은 13세기에도 존재했다는 뜻이 된다. 

 

 


 

패션의 도시 안트베르펜

 

 

이번 안트베르펜 여행은 겨우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지만 출발 열흘 전부터 무엇을 입을지 고민했다. 평소에는 여행 준비할 때 대략 생각만 하고 출발 직전에 즉흥적으로 최종 결정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정을 했다가 다음날 마음이 변하고 그 다음날 또다시 마음이 변했다. 

 

그다지 상관관계는 없지만 안트베르펜이 세련된 패션의 도시라 그랬던 걸까? 4년 전에도 지금도 안트베르펜에서 인상 깊은 점은 여성들의 세련된 옷차림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체형에 잘 맞는 바지, 세련된 부츠와 우아한 자켓, 자연스러워 보이는 메이크업 등. 전혀 신경쓰지 않은 것과 무심한 시크는 다른데 안트베르펜은 후자다. 과연 패션 잡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도시답다. 

 

패션 하면 빠지지 않는 프랑스지만 직접 가본 적은 없어서 뭐라 말하기는 어렵고 이탈리아나 벨기에만 가도 확실히 여성들이 스타일리시하다. 베네치아에서 수상 버스는 기다리는데 나이 쉰은 넘었을 것 같은 중년의 레이디가 금색 점퍼를 입고 있는 모습에 놀란 적이 있다. 튀어서가 아니라 금색을 어쩜 그렇게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소화했는지에 놀란 것이다. 게다가 무심하게 흐트러뜨린 듯한 업스타일 헤어 또한 어쩜 그리 멋지던지.

 

실용과 과학을 추구하는 국민 성향답게 길거리에서 보는 독일 여성들의 스타일이 멋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클래식 음악, 문학, 미술의 거장이 수없이 탄생한 나라인데도. 현대에는 무려 샤넬을 이끌었던 칼 라거펠트 그리고 슈퍼 모델 하이디 클룸 같은 인물의 모국인데도 말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독일 여성들의 패션을 한 마디로 요약하라 하면 '편안함'으로 보인다.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이힐을 신은 사람을 보기 어렵다. 더운 날 도시에서 가장 멋 부리고 나왔다고 할 수 있는 여자애들의 차림이라 봐야 슬리브리스 셔츠에 짧은 바지 또는 치마이다. 화려한 무늬와 패턴이 있는 옷을 입은 사람은 드물다. 물론 서양인들 특유의 분위기라는 것이 있어서 단색 원피스에 금발머리를 하나로 올려 묶고 선글라스만 쓰고 있어도 영화 등장인물 같기는 하다. 겨울이면 정말 암울하다. 모두가 어두운 하늘처럼 어두운 색의 잠바 차림이다. 심지어 각이 살아있는 코트를 입고 있는 사람도 보기 어렵다. 그나마 칭찬해 줄 점이라면 옷감의 질이 좋다는 것이다. 

 

무엇이 멋진 패션인지에 대해서는 각자 생각이 다르다. 하지만 본인에게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개성이 묻어나는 차림, 이것이 기본이다. 

 

최근에 읽은 폴린 브라운의 <사고 싶게 만드는 것들 (원제: Aesthetic Intelligence 미적 지능)>을 보면 여섯 번째 챕터 '개인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재해석하기'에서 패션 미적 지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중 재미있는 부분이 우리의 패션은 우리가 속한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잘 생각해 보면 '선호하는 패션'과 '실제로 입는 옷'은 다르다. 화려한 옷, 노출이 많은 옷 등 타인의 눈길이 없다면 마음껏 입고 싶은 옷을 우리는 평상시에 입지 못한다. 한국에서 문신이라도 하고 밖에 나가면 당장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또한 어떤 개인이 로코코 스타일의 화려한 옷을 선호한다고 해서 일본 영화 <불량공주 모모코>의 모모코처럼 실생활에서 하녀복 같은 드레스를 입고 밖에 나가지는 않는다. 

 

개인의 스타일에는 그 사람이 좋아하고 끌리는 요소들만 담겨 있는게 아니라 주위 환경과 문화적 맥락이도 반영된다. 그럼에도 저자는 다른 누군가의 패션을 동경하거나 따르기만 해서는 정작 자신에게 어울리고 자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것을 놓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처한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시도하고 감각을 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패션에 옳고 그름은 없다. 세상에 틀린 결정이 있다면, 무엇을 입어야 할지 전혀 신경 쓰지 않을 때뿐이다."

 

"사려 깊게 옷을 고르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면, 높은 수준의 미적 감각을 지닌 사람으로서의 지위를 얻게 될 것이며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다."

 

내가 추구하는 패션은 업타운 패션과 열대 지역 패션이다. 차분하고 세련된 컷의 인디고 색 원피스와 화사한 꽃무늬 원피스 이렇게 두 가지를 상징으로 들 수 있다. 나의 옷장이렇게 두 가지 종류로 가득하다. 헐리우드 시크라든지 모델처럼 키 크고 말라야 어울리는 미니멀·중성적 패션은 나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다행인 점은 나 역시 그런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격이 여성적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작은 키에 몸매가 곡선형이기도 하고 내 눈에 멋져 보이는 것 역시 여성적인 스타일의 옷과 헤어 스타일이다. 

 

나의 패션에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일까? 어린 시절 나는 '천상 여자' 아이였다. 디즈니 동화 전집에 빠져 살았고, 공주가 나오는 만화 영화는 빠지지 않고 봤으며 종이 인형과 미미 인형이라면 사족을 못 썼다. 항상 긴 파마머리를 고수하고, 심지어 바지가 아닌 치마만 입으려고 했다. 지금 사진으로 봐도 어린 시절의 나는 정말 멋쟁이였다. 

 

청소년기부터 20대 중반까지는 패션 암흑기였다. 교칙이 엄격한 학교에서 보기만 해도 한숨 나오는 교복에 머리는 항상 귀밑 3 센티미터 단발을 유지해야 했다. 모두가 죄수복 차림에 버섯머리를 하고 있는 꼴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그나마 보기 좋은 교복에 두발 자유화인 여고를 다녔고 외모에 관심 많을 나이였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도 자신감도 없던 시절이었다.  대학생 때는 바빠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일상생활이 집-학교-과외로 꽉 찬 날들의 연속이었고 심지어 광역권을 넘나들었으니 매일 청바지·셔츠·운동화 차림으로 날라다녔다. 그당시 우리나라 대중 패션의 상징적인 장소는 서울 명동과 이대앞이었다. 명동과 이대앞을 그렇게 쏘다니면서도 정작 내 패션은 재미없음 그 자체였다. 내가 속한 문화권이 나에게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대학생 때 하루는 작은 이모가 "젊은 애가 옷 좀 밝게 입어"라고 하신 적이 있다. 나의 이십 대 전반이 얼마나 패션 암흑기였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에피소드다. 그나마 차분하고 클래식한 스타일에 관심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어릴 때 연말 연예 시상식에서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여배우들 사이에서 검은색 정장 차림의 심은하를 본 적이 있다. 청순하고 단아한 심은하가 군계일학으로 단연 눈에 띄었는데 충격적으로 신선했다. 이후 그런 차림이 어울리는 여자가 되기를 꿈꿨다.

 

이에 대한 반동이었을까.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에는 매일 치마에 블라우스 입고 하이힐을 신고 다녔다. 

 

어른이 되고 생활이 나아지면서 다양한 옷,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옷도 입어보았다. 그리고 패션 감각을 기르는 방법은 많이 입어는 게 최고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애를 많이 해봐야 연애 실력이 늘듯이 말이다. 옷이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자꾸 입어봐야 한다. 특별한 날이라고 특별한 복장을 하면 십중팔구 부자연스럽다. 평소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휴양지에서 과감한 패션을 시도했는데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사람들이 있다.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하기 때문이다.

 

패션의 도시 안트베르펜 덕분에 이렇게 나의 패션 역사를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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