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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2022 여행: 유럽

슬로바키아 여행: 유럽에서 운전, 슈트르바 Štrba, 캠핑

Writer Hana 2022. 9. 1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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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 여정으로 짧고 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슬로바키아의 타트리산 (또는 영어식으로 타트라) 그리고 체코의 브로노가 이번 목적지였다. 독일에서 출발하여 고속도로를 타고 동유럽을 운전해 폴란드, 체코를 거쳐 슬로바키아에 이르렀다. 편도만 장장 1200km, 약 13시간 가까이 걸렸다. Štrba라는 마을의 Autocamping Tatranská Štrba에서 2박을 했다. 예상보다 훨씬 좋은 캠핑장이라 또 가서 머무르고 싶은 곳이다.  

 

 

작년 봄부터 폴란드와 슬로바키아에 걸쳐 있는 타트리산에 꼭 가보기로 작정했다. 타트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본 사진 한 장 덕분이다. 원래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 특성상 한 장의 사진을 시간 들여 깊이 있게 감상하지는 않는다. 스크롤을 쭉쭉 내릴 뿐. 그러나 병풍 같은 바위산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호수의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곳은 폴란드 타트리 산의 모르스키 오코 Morskie Oko라는 호수였다. 그래 이번에는 여기가 목적지다!

 

2020년 가을 여행때처럼 자연과 도시 구경을 조합한 여행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인생이 어디 계획대로만 되던가. 작년 초여름부터 여름 내내 남편이 무척 바빠서 나흘이나 닷새 시간 내기도 어려웠다. 결국 작년에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드디어 올해 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계획은 변경되었다. 폴란드가 아닌 슬로바키아 타트리 산에 가기로 한 것이다. 새롭게 알게 된 '포프라드스케'라는 호수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모르스키 오코보다 그에 더 끌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폴란드에는 가봤지만 슬로바키아에는 한 번도 안 가봤으니. 여기에 더해 가고 싶었던 체코의 도시가 네 군데나 있었지만 어렵게 한 군데를 골랐다.

 

막상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고 출발하니까 실감 났다. 편도 1,200km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거리인지. 출발하는 날 밤 아홉 시에 속도 무제한의 독일 아우토반을 두 시간 달려 어느 휴게소에서 차박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7시부터 운전을 시작해서 하루 종일 남편과 교대로 운전하며 동쪽으로 동쪽으로 그렇게 달렸다. 독일 서쪽에서 동쪽의 폴란드 국경까지 닿는 게 여정의 절반이었다. 그리고 폴란드, 체코 두 나라를 지나 슬로바키아에 이르렀다. 간단히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정도로만 몇 번 쉬고 길게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밤 10시가 넘어서야 슬로바키아 프레조브 Prešov지방의 작은 마을 슈트르바 Štrba에 도착했다. 

 

하... 정말 엄청난 거리다. 

 

 


 

유럽 고속도로 운전하기: 요금, 주유, 속도 제한

 

 

유럽의 고속도로는 무료인 곳도 유료인 곳도 있다. 그래서 운행 전 반드시 체크를 해야 한다.

 

독일 전국에서 고속도로 이용은 무료이다. 하지만 주변 국가들은 다르다. 폴란드의 경우 주요 네 개 고속도로,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전 구간 유로이다. 만약 통행료를 지불하지 않고 달리다 적발되면 벌금이 어마어마하다. 참고로 곳곳에 단속 CCTV가 설치되어 있다. 

 

폴란드의 경우 과거에는 우리나라처럼 톨게이트에서 지불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티켓을 구입하거나 온라인에서 통행료를 지불할 수 있다. 규정을 모르고 폴란드 유료 도로를 그냥 달렸어도 걱정할 필요없다. 3일 이내에 후불하면 과태료를 물지 않기 때문이다. 단, 현장에서 경찰에 적발된 경우는 제외다.

 

티켓 구입 공식 사이트: https://etoll.gov.pl/en/ 

 

체코의 경우 비넷 vignette이라고 부르는 티켓을 구입해야 하는데 무척 간단하다. 국경 넘어 들어간 첫 번째 휴게소 어디서나 비넷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 사전 구매도 가능하다.

 

 

 

폴란드의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현재 유럽에서 운전을 한다면 우리를 충격에 빠뜨리는 진짜 요소는 바로...

 

엄청난 기름값이다.

 

코로나가 처음 터졌을 때만 해도 기름값이 헐값이었다. 2020년 6월에 룩셈부르크에서 캠핑을 하고 주유하면서 리터당 90센트라 싸다고 좋아했었다. 그러던 것이 팬데믹 반등, 물류망 마비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으로 미친듯이 치솟았다. 지금은 리터당 무려 2유로에 가깝다. 1200원 정도 하던 기름값이 한 방에 2400-2500원으로 오른 것이다. 우리처럼 자가용 굴리는 사람도 충격적인데 공장 돌리고 생산 시설 가동해야 하는 사업체들은 진짜 힘든 겨울이 될거라 걱정이다.  

 

이번 여행 총 2,400km를 여행하는 동안 가장 큰 돈을 쓴 항목은 숙박비가 아니라 바로 유류비였다. 유럽은 모두 셀프 주유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다르게 주유를 하고 상점으로 들어가 자신이 주유한 자리 번호를 말하고 지불한다. 이런 시스템이라면 쓸데없는 궁금증이 튀어나온다. 만약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면 어떻게 하나? CCTV도 있고 그럴 걱정은 사실 거의 없다. 이건 신호 위반과는 차원이 다른 절도이므로 범죄다. 

 

유럽 모든 고속도로가 그렇듯 바깥 차선은 안쪽 차선보다 빨리 달릴 수 없다. 그리고 독일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는 속도 제한이 있다. 폴란드의 경우 따로 속도 표지판이 없다면 일반 승용차는 최고 140 km/h로 달릴 수 있다. 체코의 경우 최고속도 130km/h이다. 

 

폴란드는 운전하기 재미있는 나라다.

 

우선 편도 2차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주요 도로가 통행량이 많은 편도 2차선이라니 왜 요금을 받는지 의문이다) 운전하기 영 불편했다. 10명 중 9명은 '안전거리 유지'라는 개념이 머릿속에 없기 때문이다. 통행량이 많아서 규정 최고속도를 내기는 불가능하다. 아무튼 바깥 차선보다 빨리 달리는데도 뒤에 바짝 붙어서 쫓아오는 통에 신경이 곤두섰다. 심지어 독일에서 거의 볼 수 없는 바깥 차선을 통한 안쪽 차선으로의 추월이라는 신기한 장면도 몇 번 볼 수 있었다. 어느 사회나 거친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만 확실히 동유럽 사람들은 서유럽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에서 합의된 규정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에 폴란드는 운전하기 좋은 점도 있다. 땅덩어리가 워낙 크고 평지가 대부분인 국가라 고속도로가 일직선으로 쭉쭉 뻗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행 구간을 벗어나 달리면 '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조선인이 중국 대륙에서 명마를 타고 질주하는 기분이랄까. 하하. 

 

 

 

체코 도브라

체코의 어느 작은 마을을 통과했다.

구글맵에서 장소를 확인해보니 도브라 Dobrá라는 마을이다.  

 

나는 동유럽 특유의 마늘을 엎어 놓은 듯한 종탑 하단부를 무척 좋아한다. 

보기에 예쁘니까. 

 

 


 

Autocamping Tatranská Štrba: 만족도 200점 만점

 

 

 

슬로바키아 슈트르바의 위치

슬로바키아의 영토는 오스트리아 및 헝가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서남부의 일부만 평지이다. 중부와 동부는 전체가 산악 지형이다. 바로 유럽의 대표 산맥 중 하나인 카르파티아 산맥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맵을 지형도 버전으로 보면 슬로바키아의 카르파티아 산맥에서 흥미로운 곳이 보인다. 동서로 상당히 가늘지만 길게 뻗은 평지가 있는데 바로 이곳을 따라 도시와 도로가 발달했다. 산악 지형이라 왕복 2차선의 구불구불하고 노면이 거친 도로겠거니 상상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도로 상태가 상당히 좋았다. 그리고 새로 건설된 고속도로가 많다. 아직도 콘크리트가 굳는 중이라 시속 100km/h로 제한된 구간도 있다. 

 

슈트르바 Štrba는 슬로바키아쪽 타트리 산을 가기 위한 베이스캠프 같은 마을이다. 인구 약 3,300명의 작은 마을이고 관광객 대상으로 하는 숙박 업체가 많다. 타트리 국립공원이 워낙 넓어서 등산 코스도 많고 베이스캠프 마을도 많다. 우리는 포프라드스케 호수 쪽에 가기 위해 슈트르바에 머물기로 했다. 위 지도에서 슈트르바 북쪽의 산악 지형이 바로 타트리 산이다. 

 

 

 

오토캠핑 타트란스카 슈트르바

슬로바키아 국경에 들어섰을 때 이미 해가 져서 깜깜했다. 체코 동쪽부터 슬로바키아의 서북쪽은 모두 산지이다. 이 구간을 달리는 국도 18번 도로에서는 기막힌 풍경을 볼 수 있다. 우리가 갈 때는 어두운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나중에 돌아올 때 보니 그렇다. 

 

밤 10시 넘어 도착해도 과연 리셉션이 운영을 할까? 제대로 알아보고 온 것도 아니고 그냥 구글에서 검색해서 몇 개 안되는 타트리 쪽의 캠핑장 하나를 골라 왔다. 오늘 진짜 체크인을 할 수 있을까, 오늘 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텐트에 누워 편안하게 잘 수 있을까? 이렇게 걱정하면서도 결국 도착했다. 

 

입구에서 첫인상은 좋았다. 건물 내부의 불이 밝고 사람들이 있길래 우리는 아직 리셉션 운영하는 줄 알고 기대를 하며 들어갔다. 알고보니 리셉션은 저녁 8시에 문을 닫는다. 그러나 레스토랑 직원인 젊은 남자분이 영어를 할 줄 알아 우리가 머물도록 안내를 해줬다. 그리고 정식 체크인은 내일 아침 리셉션이 문을 열면 그곳에서 하라고 한다. 우와 다행이다.

 

 

 

캠핑장의 아침 풍경

비 예보가 있었는데 맑은 아침이다!

 

사진에서는 잘 안보이지만 저 나무와 구름 뒤에 타트리산이 있다. 

 

지난밤 잘 잤다. 최근 눈 알레르기인지 건조증인지 벌써 2주째 끈적끈적한 누액 때문에 밤에 잠을 푹 못 잤었다. 그런데 어제는 한 번도 안 깨고 내리 꿀잠 잤다. 내가 어떤 여행 장소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잠을 편하게 잘 자는 곳'이다. 

 

이 캠핑장은 5점 만점에 5점을 주고 싶다.

 

1. 부지가 넓고 깨끗하다. 부지가 워낙 넓어 사람들과 거리를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샤워장과 화장실도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된다.

 

2. 보안 직원이 있고, 환경 관리하는 직원도 수시로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수거한다.

 

3.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주방이 유용하다. 기본 조리도구,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를 갖추고 있어서 버너가 없거나 조리도구 무언가를 빠뜨리고 왔어도 밥해먹는데 지장이 없다. 

 

우리는 성인 2명, 텐트 1개, 자동차 1대로 2박 총 45유로 지불했다. 샤워를 하려면 1개당 3분 지속되는 코인을 50센트에 받을 수 있다. 샤워 시설은 코인을 넣는 순간부터 3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물을 틀고 잠글 수 있게 조절 버튼이 있다. 3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가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하는지, 3분이라는 시간이 샤워하고 머리 감기까지 전신을 씻는데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을 이 나이 되어 처음 알았다. 우리가 정말 많은 물을 의미 없이 낭비하는구나... 

 

 

 

캠핑장 입구 간판

 

 

 

캠핑장 내부 레스토랑 및 리셉션 건물

 

 

 

캠핑장의 통나무집 숙소

붉은 지붕의 통나무집이 푸른 숲 속에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다. 

 

 

 

캠핑장에서 아침을

게으른 우리는 분명 수퍼마켓을 찾아 나가지 않을 것을 이미 알아서 집에서 식량을 많이 챙겨 왔다. 아침 식사의 메인은 한국의 고소한 참기름 냄새 잔뜩 풍기는 계란 프라이. 그리고 딸기잼을 바른 건강빵이다. 

 

 

 

 

둘째 날 캠핑장 밤풍경

토요일 밤인데도 금요일 밤보다 더 조용하고 한산하다.

 

 

 

캠핑장에서 두 번째 아침

둘째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철수하고 체코로 향했다. 

 

 

 

모닝 커피 한 잔

럭셔리하고 분위기 좋은 호텔에서의 숙박도 좋고 캠핑도 좋다. 최고의 여행은 이렇게 두 가지를 혼합한 여행이다. 캠핑의 특별한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아침 시간이다. 

 

먼저 나만의 아늑한 침낭에서 그리고 우리만의 텐트에서 나오면 바로 자연의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민트빛일 것만 같은 깨끗한 공기가 온몸 구석구석 퍼져나가 건강해지는 기분... 

 

그다음 버너에 불을 켜고 작은 주전자에 물을 끓인다. 그 온기에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버너의 가스 연소되는 냄새는 분명 화학 물질 냄새인데도 사람을 설레게 한다. 마치 비행기의 엔진 냄새처럼. 그리고 내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일상 생활 아침 아이템, 맥심 골드 모카 한 잔 타서 마신다. 세상 가장 비싼 가구가 부럽지 않은 캠핑장 잔디밭 위 나의 캠핑 체어에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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