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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의 브랜딩 법칙> 노희영 지음 본문

독서기록/2021

<노희영의 브랜딩 법칙> 노희영 지음

Writer Hana 2021. 6. 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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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의 브랜딩 법칙>

노희영

 

사실 노희영이라는 인물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우연히 교보문고 홈페이지 추천 코너에서 이 책 <노희영의 브랜딩 법칙>을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와 처음 들어보지만 꽤나 매력적인 브랜드를 탄생시키거나 리노베이션한 장본인이다. 브랜드 창조와 리노베이션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그리고 브랜드 마케팅에서 배운 내용을 내 삶이 나아지는데 적용할 부분이 있을까?

 

노희영의 브랜딩 법칙

 

사진 출처: 본인 소장 교보 ebook


PART 1에서는 노희영 본인이 주가 되어 탄생시킨 브랜드에 관한 내용이다.

마켓오

마켓오는 원래 레스토랑 브랜드였다. 대중을 사로잡을 만한 보편적 브랜드를 목표로 기획되었는데, 특정 집단에 한정된 브랜드가 아니라 모두가 좋아할 만한 '확산형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요즘 같은 개인화 시대에 확산형 모델의 성공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가 소위 말하는 "국민 OO"가 존재하므로 불가능한 것만도 아닌 듯하다.

마켓오의 O는 무해한 것이 없다는 zero의 의미와 유기농을 의미하는 organic의 O이고, 유기농은 맛없다는 인식을 깨고 싶었다고 한다. 여기에 레스토랑을 넘어 유기농 마켓으로의 확대 가능성 염두에 두고 마켓이라는 이름 붙인 것이다.

마켓오 레스토랑이 손익 분기를 넘기자 오리온에서 이를 매수했다. 노희영은 이렇게 마켓오 브랜드 하나 들고 오리온의 계열사 롸이즈온에 임원으로 입사했으니 곱지 않은 시선은 자매품으로 따라왔다.

"어느 곳이나 새로운 조직에 이방인으로 들어가면 그들의 방법과 언어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야 편안해진다. 하지만 단시간 내에 굴러온 돌이 그들에게 동화되지 않고 조직에서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돌진과 타협하지 않는 강한 의지, 그리고 그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런 돌진과 의지로 결과물을 얻어냈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는 손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노희영은 모든 성공의 결정적 해답은 대중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예전처럼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성공하던 시대는 지났고, 소비자들이 기업보다 훨씬 더 많이, 자세히, 세계적인 흐름까지 꿰차고 있기 때문이란다.

제품 개발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을 찾는 것이다. 소비자가 안 먹어본 것을 창조하는 일은 일종의 발명이고 먹는 제품에서 발명품은 통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완전히 새로운 맛의 노란 짜장은 개발이 아니다. 감자를 넣을지 말지, 춘장을 흑설탕으로 볶을지 백설탕으로 볶을지에 몇 분을 볶았을 때 가장 맛있는지, 어떤 기름으로 볶았을 때 가장 고소한 지 연구하는 것이 개발이다.

이런 노희영의 주장을 설득력이 있다. 사람은 완전히 새로운 것에 매력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모르니까 경계하고 탐색을 하게 되고, 익숙해져야 매력을 느끼게 되어 있다. 처음 보는 색깔이 예쁜 열매를 의심 없이 마구 먹는다든지, 가보지 않은 길을 경계심 없이 룰루랄라 갔다가는 생존에 지장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낯선 것과 낯선 사람을 일단 경계하고 보는 DNA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특정 상품에 대한 호불호도 갈리므로 소수 마니아가 아닌 대중을 타깃으로 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적절하지 않은 전략이다.


비비고

언제부턴가 마트에서 비비고 제품을 집어 들게 되었는데, 이게 노희영의 작품인지는 몰랐다. 비비고를 집어 들게 되었던 이유는 시식을 해보니 맛이 엄청나게 좋아서라기 보단 마트에 갔는데 진열대에 비비고 제품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분석하며 뇌의 에너지를 소모하기에 앞서 우리 인간은 평범한 상황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수준의 사고를 하여 에너지를 아낀다. 마트에 장 보러 가서 브랜드 마케터처럼 모든 감각과 지식을 동원해 분석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집어가는 것, 진열 수량이 많은 것을 보고 '아 저거 맛있어서 인기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무슨 옷을 입고 나갈지 매번 심각하게 고민하여 결정한다면 삶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겠는가. 이후 비비고 제품들이 정말 먹을 만하고 그래서 계속 사 먹게 되었다. 지금 독일에서도 비비고 만두를 즐겨 먹는다.

노희영은 2009년 한식 세계화 추진단에서 활동하다가 CJ의 한식 세계화 사업 추진 소식을 듣고 참여하고 싶어 했다. 식음료 전문 브랜드 마케터에게 한식의 세계화라니 구미가 당기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당시 소속되어있던 오리온 측의 허락을 받고 그의 최대 경쟁사인 CJ에 1년 간 파트타임으로 출근하기로 했다. 결국 나중에 CJ로 이직했지만.

대기업에서 제품을 개발할 때 경쟁사에 노출될 우려 때문에 상품이 완성될 때까지 마케팅팀이나 영업팀에게 알리지 않고 R&D 팀에서 상품을 개발하는 게 업계 관행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비고는 관행과 달리 첫 프로젝트부터 개발, 마케팅, 영업, 판매 루트에 광고까지 노희영이 전권을 맡아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는 대기업 오너가 직원에게 그냥 월권을 주지 않고, 권력은 두 발로 열심히 뛰어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정권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가능한 모든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력했을지 상상이 된다.

아무튼 이렇게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우선 식당을 통해 비빔밥을 알리고, 만두의 상품화를 추진했다. 미국의 아시안 푸드 판매량 조사 후 '만두'를 제안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발달된 만두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판매량 1위의 중국 링링과 다르게 간편식으로 전자레인지에 간단히 데워 먹을 수 있는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 중국 만두에 비해 덜 기름지고, 피가 얇으며 더 맛이 좋은 장점에 더해 한 입에 쏙 넣을 수 있는 작은 만두를 만들기로 했다.

노희영의 자료수집 능력과 관찰력이 뛰어나다. 사람들은 막연히 외국인들이 한국의 비빔밥, 불고기, 잡채를 가장 좋아한다 여긴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독일에서 직접 관찰한 바로는 서양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한국 음식은 만두, 그중에서 군만두다. 정식으로 시장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이곳의 한국 레스토랑에 가면 유럽 사람들 대부분은 만두를 주문해서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아시아인 보기가 어려운 우리 동네의 슈퍼마켓에서도 두 종류의 비비고 만두를 판매할 정도다.


계절밥상

먹어보고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장터형 뷔페로 기획되었다. 하지만 한식 뷔페는 한 때의 붐으로 끝나고 말았다.


세상의 모든 아침

사실 이 책을 통해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인스타그램으로 검색해보니 확실히 근사하다. 세상의 모든 아침 첫 번째 매장은 여의도 전경련회관 꼭대기층에 있는데, 건물 내에 근무하는 사람들 대상이 아닌 그 장소의 매력으로 소비자를 끌어오는 '데스티네이션 플레이스 destination place'로 기획되었다.

현재 꼭대기층에 600평이나 되는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만 개발 전에는 문제가 많았다. 그곳에 오르내릴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단 두대뿐이라는 결정적 결함이 있고, 주말에 유동 인구가 적은 여의도 지역 특성 때문에 대기업들도 상업적 개발 요청을 거절한 곳이라고 한다. CJ도 요청을 거절할 생각이었지만 그녀는 막상 그곳의 텅 빈 공간을 보자 아이디어가 솟구치면서 한 번 해보고 싶어졌다고 한다. 예기치 않게 일을 맡은 후에 갑작스럽게 CJ 퇴사하고 동업자들 몇 명과 간신히 초록뱀 미디어의 투자를 받아 우여곡절 끝에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무서울 게 없을 것 같은 그녀도 텅 빈 51층 테라스를 본 순간 드리머 dreamer가 되어 시작했지만 걱정이 되어 풍수지리학자 조용헌 선생의 조언도 들었다고 한다.

그분 말씀에 따르면 여의도는 우리나라의 배꼽이고 금융의 중심지, 즉 자금이 나오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전경련 회관 건물이 중심지에 위치해 있는 돈이 모이는 곳이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아침 / 사대부집 곳간 / 곳간 / 연회 공간 프로미나드 이렇게 네 군의 매장을 열었는데 '브랜드의 스토리가 곧 브랜드의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스토리를 고안했다고 한다.

전체 공간은 하늘에 가까운 농장이라는 뜻으로 '더 스카이 팜'이라 이름짓고, 51층의 가든 팜을 모티브로 '농사짓는 전경련'이 주요 콘셉트로 정했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아침에 해 뜨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과 또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 한다. 특히 세계의 다양한 아침 식사를 메뉴로 정해서 여행지에서 조식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사대부집 곳간'과 '곳간'은 사회의 리더들이 모이는 전경련 회관을 사대부의 공간으로 해석했고, 곳간의 열쇠를 쥔 곳을 의미한다고 한다. '프로미나드'는 말 그대로 행진과 시작이다.

손익분기점은 월 5,000~6,000이었는데 월 1억 매출 달성으로 시작부터 성공한 곳이다. 그리고 인플루언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비주얼 마케팅도 중요하기 때문에 음식의 모양새와 식기 선택에도 공을 들였다. 사람들이 사진 찍고 싶어지는 요리를 만들어야 SNS를 타고 소문이 나기 때문이다.

그녀는 '세상의 아침' 부분에서 음식점을 창업하는 자세에 대해 뼈가 있는 이야기를 한다.

"음식점을 창업하면서 '우리 엄마 레시피대로만 하면 성공할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아주 주관적인 본인의 취향을 말하는 것이다. 엄마 음식을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먹었으니 우리 집의 맛에 가족이 길들여진 것이다. 하지만 음식점을 하려면 내 입맛을 버려야 한다. 브랜드의 콘셉트가 정해지면 그 브랜드가 타깃으로 하는 고객이 먹었을 때 맛있어야 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맞는 레시피, 누가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어야 한다. 또 많은 음식을 할 때도 1인분을 할 때와 같은 맛을 내야 한다. 대량 생산할 때의 레시피를 따로 연구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아침 (출처: 노희영의 브랜딩 법칙)



삼거리푸줏간

CJ 퇴사 후 YG와 공동 투자 방식으로 삼거리푸줏간, 쓰리버즈, 케이펍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2016년 중국의 한한령과 2019년 버닝썬 게이트로 이미지가 실추되었고, 덩달아 매출이 감소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YG플러스에서 세 브랜드의 매각을 결정하고 터무니없는 가격 제시에 마음이 아팠던 그녀는 본인이 직접 매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식음연구소라는 회사를 직접 설립하고 그곳에 소속시켜 온전히 그녀의 브랜드로 남게 되었다.


퍼스트+에이드

팬데믹이라는 위기에서 탄생한 브랜드이다. 역설적으로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에 이 특수한 시기에 맞는 브랜드 론칭했다고 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퍼스트+에이드 (퍼스트플러스에이드)와 평양일미다.

외식은 하지 않아도 인간은 먹어야 생존할 수 있다. 다만 방식이 바뀔 뿐이다. 그러므로 식음료 사업이 지구 상에서 사라질 일은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건강에 좋은 음식과 부족한 영양소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브랜드로 기획했다. 구체적으로 건강기능식품 회사와 동업하여 건강식 메뉴와 보조식품을 결합한 콘셉트로 레스토랑 오픈했으고, 배달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게 했다.




Chapter 2에서는 직접 만들어낸 브랜드가 아닌 리노베이션을 진행한 경험과 영화 마케팅에 대한 내용이다.


백설

브랜드의 리뉴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의 콘셉트를 지키는 것은 자제하는 능력과 같다는 깨달음이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바꿀까를 생각하기 전에 무엇을 남길까 생각해야 하고, 본질만 남기고 과감하게 쳐내는 것이 리뉴얼의 본질이라고 한다.

백설을 리뉴얼하며 '다시다 정신'도 간단히 언급하는데 승산 있는 게임인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과감하게 새로운 브랜드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계획을 세워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CGV

CGV 리노베이션을 맡았고, 첫 번째 대상이 청담 CGV였다.

영화만을 보여주는 공간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공간으로 기획했다고 한다. 청담동은 부동산값이 무지막지하기 때문에 CJ에서는 1층부터 4층까지 치과에 임대를 줘서 수익을 내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녀는 영화 보러 가는데 치과가 웬 말이냐며 이 계획에 반대하고 뚜레쥬르, 비비고, 홈쇼핑 익스피리언스 몰 같은 CJ 브랜드를 입점시키자고 제안했다. 건물 자체를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올리브영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으로 리노베이션하고 '여자들이 놀이터'로 콘셉트 정했다. 회사에서는 물건 하나라도 더 진열해서 매출을 늘리기를 원했지만 그녀는 이것저것 사용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화장품을 발라본 다음 씻을 수 있는 세면대까지 배치하여 고객의 체류 시간 늘리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또한 일본의 돈키호테 같은 외국 드럭 스토어에서 한국 사람들이 많이 구입하는 제품은 이미 경쟁력이 증명된 셈이기 때문에 '빠르게' 국내에 들여와서 판매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갤러리아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의 지하 식품관을 리모델링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소수를 겨냥한 하이엔드 high-end 마케팅 전략이 주요 테마다. 진짜 부자들은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장소를 꺼린다. 한마디로 '프라이빗'이 주요 마케팅 키워드다.

두 번째 키워드는 고품질이다.
"옷이나 가방은 명품을 팔면서 음식은 왜 명품을 안 팔아요?"

프리미엄 음식 편집숍으로 콘셉트를 정하고, 2005년에 전국의 온갖 맛집을 한자리에 모아 고메 엠포리엄 오픈했다. 현재는 고메이 494로 운영되고 있다.

다음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광해>와 <명량> 마케팅에 관한 부분에서 영화 마케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역작이지만 단지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해 빛을 못 본 작품들도 많을 것이고, 사실 대단할 것 없는데 마케팅의 힘으로 돈을 번 작품도 있을 것이다. 필수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아야 하는 일이라면 '어떻게 보이는지'는 아주 중요하다. 두 영화의 경우 노희영 특유의 섬세함과 추진력으로 이야깃거리 있는 마케팅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반대 가정으로 '노희영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영화의 흥행이 그 정도로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를 증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미 CJ 같은 거대 그룹에서 기획되어 만들어진 작품이고, 영화를 브랜드 창조에 비유하자면 감독이 브랜드 마케터이기 때문이다.



<결론 1: 마케팅의 주 타깃, 감각>


"상품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마케팅의 핵심이다."

"나는 처음으로 '작은 사치'를 브라우니의 카피로 사용했다.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말이었다. 무릇 마케팅에서는 젊은 여성을 사로잡아야 시장 전체를 사로잡을 수 있다."

"나의 마케팅의 원동력은 여자들이다. 무엇보다 20 ~ 30대 여성들이 좋아해야 한다. 그들이 먼저 좋아해야 입소문도 빨리 나고 상품에 대한 호감도가 다른 소비자층으로 확산된다."

"내가 생각하는 세상의 모든 아침의 성공 요인은 바로 콘셉트다. 브랜드 이름과 브랜드의 분위기가 젊은 여성 소비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노희영의 전체적 마케팅 타깃은 20-30대 여성이고 그녀들의 지갑을 여는 데 귀재다.

젊은 여성들은 고상해 보이는 것, 우아해 보이는 것, 구질구질하지 않고 깔끔해 보이는 것을 원한다. 그녀들의 작고 예쁜 백에서 새우깡 봉지가 나오는 것보다 고급스럽게 포장된 브라우니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브라우니 패키지에 공을 들였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주로 과자 패키지에 사용되는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이 아닌 파스텔 톤의 포장지를 선택해 고급스럽고 심플한 빈티지 디자인을 선보였다.

세상의 모든 아침을 예로 들자면 여행지 호텔에서 조식 먹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데 중점을 뒀다. 일식, 중식, 프랑스식, 영국식, 미국식 등의 메뉴를 맛보며 여행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던 것이다. 특히 팬데믹 사태로 해외 여행길이 막힌 상황에서 외국에서 아침 식사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없을 수 없다.

온라인과 주변을 둘러보면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사업에 성공할만한 감각을 소유하고 있다.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녀들이 좋아하고 끌리는 것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경우를 보면 말이다. 유명해지기 전에 발품을 팔아야만 발견할 수 있었던 맛집 발굴 능력과 히트할 만한 상품을 먼저 알아내고 사용하는 감각 등 누구보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소위 곧 트렌드가 될 분야 냄새 맡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여성들이 많다. 하지만 이 감각을 돈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은 아이템 발굴 능력만큼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사업을 한다면 노희영처럼 젊은 여성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지 예리하게 관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본인의 자존감과 힐링, 위로와 공감이 중요한 삶의 키워드인 젊은 여성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돈을 쓰는데 주저함이 없다. 게다가 그녀들은 마케팅에서도 SNS를 통해 소문을 내줄 영향력 있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결론 2: 업에 대한 마인드>


주인과 노예의 마인드

비비고 만두를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노희영은 만두 기술자 강기문을 스카우트한 후 3개월간 전국의 만두 명가는 모조리 찾아가 시식했다고 한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고기의 양과 채소의 양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개성 만두 스타일로 가닥을 잡았다. 또한 공장에서 대량 생산해도 소량 샘플 같은 맛이 나올 때까지 생산과정을 거쳤다. 노희영은 강기문의 파격 인사 승진을 언급하며 제품 개발에 지독한 노력이 들어간 것은 모르면서 손가락질하고 시샘하는 사람들 비판한다.

"타인의 노고를 폄하하는 사람들은 조직에서 부속으로만 사용될 것이다. 조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저 부품으로만 사용되는 사람과 그 조직의 역량과 실력을 십분 활용하여 자신을 개발하는 사람"

요즘 퇴사와 경제적 자유가 많은 사람들의 꿈이고, '벼락 거지', '영끌' 등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사회가 어지럽고 어수선하다. 긴 역사를 살펴보면 어느 시대든 위기와 황금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 속에서 어떠한 삶을 살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그 누구도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살아야 한다 훈수를 둘 수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인터넷에 보면 본인의 사업 없이 어떤 조직에 고용되어 일하는 것만으로 소작농이니, 주인집에서 일하는 노비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무식한 소리를 용감하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주체적인 마인드"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주체적인 마인드란 고용의 형태가 아니라 업에 대한 마인드 그 자체다.

노희영은 전형적인 주체적 마인드의 소유자인데 그녀처럼 일하면 사장인지 직원인지에 관계없이 잘 안되려야 안 될 수가 없을 것이다. 글자가 아니라 책의 내용을 유심히 파악해보면 노희영은 추진력 있고, 굉장히 꼼꼼하게 일을 성사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독불장군식으로 밀고 나갈 때도 많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이유는 자기와 의견이 다르면 기분이 나빠서, 양보하고 싶지 않아서, 그저 꼬리 내리고 싶지 않아서 독단적으로 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일이 잘 될지를 그 누구보다 꼼꼼하게 조사하고 연구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성격이 거칠고 목소리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투정을 다 들어줄 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다.

또한 대기업에 직원으로 소속되어 일할 때도 노희영은 어떻게 하면 이름이나 알리고, 오늘 하루도 대충 버텨서 월급이나 타고, 주식 투자 성공해서 퇴사할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일의 주인'의 되어 최선을 다했고 일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고민했다. 일단 손을 댔으면 한 번 해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해서 성과를 내겠다는 태도, 그리고 그 과정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는데 회사 오너 못지않게 성의를 쏟아붓는 이런 태도로 성공하지 않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전략적 마인드

그녀는 늘 유행하는 드라마의 시청률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잠들기 전에 그날의 영화 관객 수 체크하는데, 매일 밤 12시 1분이 되면 영화 전산망 코비스 kobis에서 업데이트된 기록을 봐야 잠이 온다고 한다. 그런 습관이 소비자와 트렌드를 읽는 힘을 길러준 것이다. 또한 맛집이 있다고 하면 직접 가서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고, 잘 되는 집엔 반드시 이유가 있기 마련이라 예민한 관찰력과 호기심으로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녀의 노트 (출처: 노희영의 브랜딩 법칙)

이 사진과 아래 "최초의 유기농 레스토랑, 진짜 초콜릿으로 만든 브라우니는 끊임없이 새로운 곳을 찾아가서 맛보고, 기록하는 습관으로부터 시작되었다."라는 멘트가 있다.


이렇게 부지런히 찾아가고, 보고, 먹고, 느끼고, 경험하는 능동적인 태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즉, 소비하고 평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이유를 찾아내는 예리한 소비자인 것이다.

퍼스트+에이드 직원 유니폼을 디자인할 때 인기 드라마에서 영감을 얻은 경험에 대하여 "나는 내가 경험하는 모든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지 않는다. 이것들을 소화하고 나만의 것으로 만든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시간도 나에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시간이다. 스토리를 따라가고 배우들의 연기에 빠져들면서도 의상과 음식, 세트, OST 등 모든 것을 관찰한다. 오감을 열고 작품을 감상한다. … 그리고 거기서 얻은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브랜드의 디테일을 채워나간다."

"전략적 마인드 없이 그냥 '한 번 해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일단 시작했다면, 그것도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하는 것이라면 아주 처절하게 해야 한다. 남이 안 한다는 것, 모두가 말리는 것을 내가 밀고 나갈 때의 리스크는 두 배가 된다. 그러니 실패했을 경우 다시 일어나는 법까지 생각하고 뛰어야 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직접 만든 브랜드이든 리노베이션에 참여했든 많은 부분 트렌드를 선도하는 외국의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CGV 이노베이션 파트에서 그녀가 제시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공간"이라는 문구 어디서 봤다 싶었는데 바로 일본의 마스다 무네아키가 제안한 츠타야 서점의 기본 철학과 같다. 외국의 드럭스토어를 참고한 올리브영이나 미국의 백화점을 참고한 갤러리아 명품관의 퍼스널 쇼퍼 룸도 마찬가지다. 노희영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나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당당하게 얘기한다. '모든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해서 재창조로 이어진다.' 남의 것을 많이 보아야 아이디어가 생긴다. ... 대부분은 모방을 부정적으로 보는데, 문제는 그대로 베끼는 것이지, 모방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어차피 트렌드는 돌고 돈다. 중요한 건 나의 철학을 담아 어떻게 변형하고 완성도 있게 적용했느냐다. "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세상천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던 100 퍼센트 완벽한 창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존의 것을 약간 변형시키거나 새로운 것을 조합해 창조나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물건이나 작품 또는 스타일을 보며 '카피'라며 수군거린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국 자신만의 것을 완성한 사람을 함부로 얕잡아보면 안 된다. 좋은 글을 쓰려면 위대한 작가의 글을 따라 써봐야 하고, 좋을 그림을 그리려면 거장의 작품을 따라 그려봐야 한다. 그렇게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 보면 자신만의 것이 탄생하는 것이다. '도덕'을 내세우며 나는 남의 것을 따라 하는 파렴치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귀찮고 게으른 자신에 대한 합리화일 뿐이다.

 

이효리가 한창 우리나라 최고의 솔로 여자 가수로 활동하던 시절 아무로 나미에를 따라 했네,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따라 했네,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따라 했네 등 새로운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꼬리표처럼 카피 의혹이 따라 나왔다. 나는 그다지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완전히 똑같이 베낀 것도 아니고 세계적인 그 가수들이 이효리와 같은 시장을 놓고 다투는 라이벌도 아니고 무엇보다 따라 한다고 누구나 이효리처럼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뭐라도 의욕적으로 해서 인기를 얻고 돈을 버는 것, 이런 귀찮은 일은 아무나 하는가. 다만 노희영이 주장한 "본인만의 철학을 담아 완성도 높은" 작품과 스타일 창조에는 미치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이 단계에 이르지 못해 이효리는 한때 춤 잘 추고, 퍼포먼스 능력 좋았던 대중 가수로만 기억에 남아있지 아티스트로서의 이미지는 거의 없다.


그러면 모방에서 시작해 어떻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까. 그녀가 친절하게 부연 설명을 해준다.

"감각에는 항상 성실성이 뒤따라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조사하고 확인하는 성실성이 뒷받침된 아이디어만 재창조를 낳는다. ... 성실하게 보고 성실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피곤한 일이다. 그래도 나는 이것이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자세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전설적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인 트와일라 타프 Twyla Tharp는 그녀의 저서 <천재들의 창조인 습관>에서 ① 다른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일지라도 위대한 행로를 따라가 보는 것은 기술을 습득하는데 꼭 필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모방은 중요하고, ② 창조성은 규칙과 습관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노희영이 주장한 바와 일맥상통한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은 본업이 무엇인지 다를지언정 비슷한 태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건강한 멘탈

"자존심이란 내가 이 일을 맡아서 잘 성공시켜 나라는 것을 증명할 때 생기는 것이지, 누군가가 나를 거부할 때 마음이 상하는 건 진정한 자존심의 영역이 아니다. 그건 감정 낭비일 뿐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화를 내며 그 자리를 나오거나 스스로 못 할 것 같다고 포기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도대체 왜 한다고 한 겁니까?" 나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새로운 과자를 만들어보려고요." 어떻게 만들 거냐고 묻는 말에는 "내일부터 해봐야죠"라고 했다.

일터에서의 건강한 멘탈이란 본질에 집중하는 능력과 다르지 않다. 노희영은 괜한 싸움은 의미가 없고 힘을 기를 때까지 참아야 한다며 '참을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참을성의 주제라기보다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 집중할 줄 아는 능력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일터에서의 일을 사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능력이 뛰어나다. 노희영을 견제하는 기존 임원들은 노희영이라는 인격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굴러온 돌이 박힌 돌에게 위협이 될 것 같아 방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노희영은 자신을 비난하는 말과 행동에 단세포처럼 반사적 반응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누구나 신경 쓰지 않겠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겠다, 내 할 일만 하겠다 다짐하지만 사실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왜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 생활을 하며 대인관계로 스트레스를 받겠는가. 그녀의 이 멘탈은 정말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결론 3: 업의 본질>


브랜딩의 본질은 철학 그리고 경영의 본질은 이윤 창출

노희영은 책 곳곳에서 대기업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비판을 한다. 대기업이 자금력을 앞세워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어 결국 가격 경쟁과 위치 선점 싸움이 되고 그러면 필연적으로 음식의 퀄리티가 떨어지는데 손님들은 귀신같이 이것을 알고 발길을 끊는다는 것이다.

CJ퇴사 후 한식 뷔페가 한때의 붐으로 끝난 것을 아쉬워하며, "일관된 철학과 이유 있는 고집이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든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업에 대한 본질을 지키는 것, 이것이 경영의 핵심임을 마음에 새기길 바란다", 브랜드 철학이 우선이고 그다음 손익을 계산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업의 본질에 대해 말하자면 나의 생각은 노희영과 다르다. 브랜드 마케터에게 업의 본질은 기획과 영감이지만 경영자의 입장은 다르다.

브랜드 철학을 효율적 경영보다 앞세우는 것은 장기적으로 분명 더 이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트렌드가 번개처럼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우리나라처럼 작은 시장에서 이렇게 정도를 걸으면 빛 보는 날이 오기도 전에 망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 그리고 경영의 핵심은 회사를 존속시켜줄 '이윤 창출'이지 브랜드가 아니다. 돈을 벌어서 직원들 월급 주고 계속 생산 활동을 해야 회사를 유지하고 브랜드도 만들 것이 아닌가.

대개 품질이 형편없으면 알아서 소비자에게 외면당한다. 하지만 세스 고딘이 말한 쓰레기 수준이 아니라면 소비자(대중)는 트렌드를 주도한다기보다 시장에 주어진 것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미세한 차이까지 감지하고 알아보는 고급 안목을 보유한 소비자는 소수이고 내 취향이라 생각했지만 그저 사회적 분위기에 우르르 휩쓸리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노희영은 브랜딩 능력이 남다르기 때문에 대중의 간택을 받을만한 제품을 능동적으로 많이 만들어내서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갔다. 하지만 노희영 같은 뛰어난 마케터는 소수이고 모든 사업체가 그런 뛰어난 마케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일단 기업을 생존시켜야 한다.

오늘날은 지출 액수가 크든 적든 액면가 이상으로 최대의 가치를 누리는 "가성비"에 벌벌 떠는 시대이다. 이럴진대 진흙탕 싸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고고한 백조처럼 굴다가는 먼저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대중은 '내가 낸 돈 대비 품질이 나은가'에 예민하지, '액수는 관계없어 난 브랜드 철학에 반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도 이 책을 통해 마켓오나 비비고가 노희영 작품인 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 브랜드가 어떤 철학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제품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마트에 많이 진열되어 있고, 맛이 나쁘지 않아 선택했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침을 예로 들자면 심혈을 기울여 브랜드 스토리를 개발하고 이름을 지었는데 그걸 알고 있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그보다는 미각, 시각 그리고 공간의 분위기가 주는 좋은 느낌이 소비자의 욕구를 채워줬기 때문에 사람들이 찾는 것이다. 또한 인스타그램을 보면 음식 맛은 그저 그랬다는 평가도 많다. 타인의 이목에 민감한 사회 정서와 SNS에서 보여줄 '그림'이 자신의 진정한 욕구보다 중요한 대중에게 그 장소가 어필된 것일 수도 있다. 애초에 특정 대상만을 타깃으로 한 에르메스 같은 브랜드라면 모를까 태생 자체가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장사를 해야 하는 한국의 대기업에게 브랜드 철학은 최우선 순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은 단순히 대한항공의 브랜드 철학이 국내 최고라서 국내의 타 항공사들이 아닌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브랜드 파워 하나만으로 오늘날의 위치에 오르게 된 것도 아니다.

또한 노희영 본인도 대중적으로 성공한 브랜드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기존의 견고한 시스템으로부터 받은 도움을 무시할 수 없다. 비비고 만두 브랜드를 개발할 때 많은 시간과 발품을 팔아 성공적인 레시피를 개발한 과정은 분명 높게 평가받아야 하는 업에 대한 태도다. 하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 그렇게 연구할 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마켓오의 개발 과정과 기존의 과자 생산 공장도, 세상의 모든 아침이 입점한 여의도 전경련 회관 50층, 51층이라는 기막힌 위치도 그렇다. CJ에서 CGV 리노베이션 할 때 청담동이라는 프리미엄 시장, 그중에서도 위치가 좋은 빌딩에서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소기업에서는 추진조차 어려운 일이다. 이 모든 조건들이 대기업 또는 기존의 커다란 조직의 지원과 시스템을 이용했기 때문에 달성 가능했다고 본다.

결국 브랜드 철학과 지속적 이윤 창출은 저울의 양추와 같은데, 중간에서 이윤 창출 쪽으로 약간 기울어지는 게 지속적으로 생존 가능하지 않을까? 특히 대중을 상대로 스케일이 큰 사업을 성공시키려 한다면 말이다.


건축업의 본질은 기술

압구정동 갤러리아 리모델링할 때 네덜란드의 건축사무소인 유엔스튜디오가 맡아 진행한 부분에서 인상 깊은 구절이 나온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일화로, 벤 판 베르켈이 한국에 와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세계적인 건축가를 앞에 두고 쏟아진 사람들의 질문들이 고리타분하기 그지없었다. 기획 의도나 창조적 영감에 관해 물어볼 법도 한데, 유리 디스크의 수명은 어느 정도냐, 디스크 사이로 새의 분비물이나 벌레가 들어가면 전구를 어떻게 교체하느냐 등 전부 건물 관리 위주의 질문들뿐이었다."

건물 관리는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건축은 1차적으로 수학, 과학과 같은 자연 공학계로 분류되지, 예술로 분류되지 않는다. 학제 간 접목이 중요성이 인정받는 시대이고, 어떤 분야를 단 하나의 분야로 분류하기 애매한 경우가 있음에도 굳이 종과 목을 나누듯 분야를 나누는 것은 여러 요인 중 무엇이 핵심이자 본질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건축은 완성된 작품을 감각으로 즐기는 조각과는 달리 인간이 실제 머무르는 장소이다. 당연히 안전이 최우선이고, 효율성이 두 번째다. 세계적인 건축가든 이름 모를 건축가든 그들은 우선 미적분을 비롯한 수학과 건축 재료 물리 화학적 성질을 아는 것이 우선인 것이다. 영감은 기본 기술과 안전성 다음이다.

아름답지 않아도 튼튼한 건물은 사용할 수 있지만 아름답기만 하고 튼튼하지 않은 건물은 이미 기본 존재 의미가 없는 구조물이다.


노희영의 주요 분야인 식음료 사업 역시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음식의 기술적 퀄리티가 먼저 완성됐기 때문에 그 후의 근사한 브랜드 철학이 빛났던 것이다. 기획 의도와 영감에 따라 무엇을 만들어낼지 방향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본 기술을 갖추지 않으면 기획 의도와 영감도 무용지물이 된다.

누구나 멋진 것을 상상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보이고 들리고 닿을 수 있도록 현실 세계에 내놓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고 이것이 가장 기초이다.

결론적으로 자신이 맡고 있는 역할에 따라 업의 본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나의 업을 기준으로 타인의 업의 본질을 논할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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