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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 헝가리 여행 01: 두브로브니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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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 헝가리 여행 01: 두브로브니크

Writer Hana 2021. 6. 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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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6일 목요일 

 

지난여름 학기를 잘 마치고 드디어 다시 여행길에 나서게 되었다. 지난겨울 러시아에 갈 때는 비행기와 숙소를 3개월 전에 예약했지만 이번에는 출발 2주 전에 예약을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이번 여름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와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를 포함한 동유럽에서 보낼 거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정확한 루트 결정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8월이 유럽의 최대 성수기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여름의 유럽은 겨울의 러시아와 다르다고!

 

고민 끝에 슬로베니아를 빼고 헝가리와 크로아티에 가기로 결정했다. 유럽에 살아서 좋은 점이 유럽의 전 지역을 비행기로 최대 세 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중국 동부나 일본에 가는 수준이다. 그러니 일정을 빡빡하게 짤 필요가 없다. 무려 나는 크로아티아에 가면 다들 간다는 자다르, 스플리트 이런 곳도 이번 일정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최남단 두브로브니크에서 시작해서 이후 바로 북부의 자그레브로 건너간다. 서두를 필요 없이 유럽을 천천히 즐기고 싶다.

 

아마도 2015년이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동유럽 여행할 때 한 도시에 오래 머무르는 것을 택했다. 2주 일정에 프라하에만 4박 5일간 머물렀다. 중요한 도시 네 곳에 환승지이던 모스크바 하루 일정까지 다섯 군데에 갔었다. 그런데 지루할 것만 같았던 일정의 여행을 막상 시작해보니 좋았다. '아, 한 곳에 조금 여유 있게 머무르면 이렇게나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천천히 걸어도 되고, 내가 마음에 드는 장소에 마음껏 머물러도 되는구나.' 이것을 깨닫고 그때부터는 한 곳에 오래 머무르기, 느린 이동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번 2주 여행에서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와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각각 4박 5일 머물 예정이다.

 

원래 헝가리에서 시작해서 남쪽으로 내려가려고 했고 그게 흔한 여행코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8월 셋째 주와 넷째 주 부다페스트 숙소 가격차이가 워낙 커서 반대로 정했다. 두브로브니크에서 시작해서 북쪽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스카이스캐너에서 60유로짜리 유로윙 Eurowing티켓을 예매했다. 두브로브니크가 독일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라더니 과연 뒤셀도르프가 아닌 쾰른 본 공항에도 직항 노선이 있다.

 

유로윙은 라이언 에어 다음으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저가항공사이다. 라이언 에어가 노선도 많고 저렴하긴 한데 요즘 파업이 잦은 듯하다. 내 기내용 캐리어는 10kg을 채운 적이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10유로 정도를 주고 위탁 수화물을 추가 신청했다. 비행기 탑승해보니 굳이 따로 신청 안 했어도 될 듯하지만 짐을 수화물로 붙이면 편하긴 하다.

 

 

쾰른-본 공항의 아침

 

오랜만에 오는 쾰른 본 공항. 지난 3월에 착잡한 마음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도착한 공항.... 이 공항에서의 출발은 처음이다. 탑승시간까지 두 시간 넘게 남아서 카페에 앉았다. 카푸치노와 크로와상을 주문하고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이번 학기 잘 마치고 여행 가는 소감이 주제였는데 핵심은 나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것들,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것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자화자찬하는 마음은 1%고, 그보다는 감사하는 마음과 앞으로도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이 99%였다. 비행기 탑승 기다리는 시간이 여행의 가장 설레는 순간이다.

 

 

드디어 탑승 시간

 

겨우 1시간 40분 비행이니 아무 자리나 앉아도 된다고 생각해서 유료 좌석 지정을 신청하지는 않았다. 지난번 러시아 갈 때 유료 좌석 지정 없이 웹 체크인할 때 예외 없이 가운데 자리에 당첨됐었다. 그래서 좋은 좌석에 대한 기대는 버리고 이번에는 느긋하게 공항에 가서 체크인을 했다. 그런데 유로윙(정확히 나는 저먼윙 German wing을 탔다)은 KLM처럼 온라인 체크인이 열리면 그때부터는 내가 좌석을 지정할 수 있다. 공항에서 셀프 체크인을 하며 당연히 창가로 지정했고 내 옆 두 자리가 다 비었다. 오. 좋다.

 

 

알프스 산맥을 지나며

창밖 풍경이 멋지다.

 

 

아름다운 아드리아해!

드디어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기 시작하고 크로아티아의 영토가 보인다. 그저 햇빛을 정면으로 받지 않으려고 왼쪽 창가, 즉 A열 좌석을 지정했을 뿐이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동유럽을 거쳐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북동쪽의 바다에서 남서 방향을 향하는 활주로에 착륙을 하는데, 이때 왼쪽 창가에 앉아야 올드타운을 볼 수 있다.  

 

 

두브로브니크 항공샷

와~ 저곳은 분명 두브로브니크의 올드시티다.

붉은 지붕에 바닷물은 어쩌면 저렇게 푸른색일까.

 

 

 

 

두브로브니크 공항

공항 활주로마저도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두브로브니크

 

 

두브로브니크 공항에서 시내 가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인터넷에서 "두브로브니크 공항에서 시내"라고 검색하면 친절한 설명글이 많다. 짐 찾고 나오면 공항버스 티켓 판매부스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그곳에서 티켓을 사서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타면 된다. 편도 40쿠나의 버스비를 내기 위해 10유로 정도의 소액만 크로아티아 쿠나 HRK로 환전했다. 크로아티아는 유럽 연합 소속국이지만 쉥겐 조약국은 아니라 독일에서 갈 때 출국 및 입국 심사를 거쳐야 한다. 게다가 유로존도 아니다.

 

 

시내로 향하는 길

공항에서 시내 들어갈 때 버스 왼쪽 좌석에 앉으라는 어느 블로거의 글을 봤다. 그러면 이렇게 아름다운 절벽과 도시 풍경을 볼 수 있다.

 

나도 다른 사람들 따라 필레 게이트에서 내렸다. 내 숙소는 올드시티가 아닌 신시가지 가는 길목에 있는데, 무엇보다 나는 두브로브니크의 지형이 이리 가파른 경사에 수많은 계단으로 이루어진지 몰랐어. 헉. 맨손이면 몰라도 캐리어 끌고 이동하기는 어렵지! 버스를 타기 위해 티켓을 샀다. 싱글 티켓 12 쿠나. 매표소 직원이 알려준 정류장 위치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1, 4, 6번은 자주 오는데 3, 8번은 왜 이렇게 안 와. 날씨는 덥고, 사람은 많아서 정신없었다. 30분 넘게 기다려서 도착한 3번 버스를 타고 숙소에서 가까울 것으로 추정되는 정류장에서 무작정 내렸다. 알고 보니 한 정거장 더 왔는데 그리 먼 거리가 아닌 데다 친절한 크로아티아 여자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호스텔에 도착했다.

 

 

숙소 찾아가는 길 풍경

 

 

숙소 마당에서 보이는 풍경

숙소 찾느라 고생 좀 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뷰가 고생을 한 방에 잊게 만든다. 체크인하고 짐 풀고 쉬었다가 슈퍼마켓에서 먹을 것을 사 왔다. 여행의 즐거운 중 하나가 그 나라의 슈퍼마켓, 재래시장 그리고 골목 구경하는 것이다.

 

 

두브로브니크 신시가지

산책을 나왔는데 이 아름다운 풍경은 정말... 너무 아름답다...

 

두브로브니크의 지형을 보면 바다를 따라 가파른 산이 이어져있다. 이런 지형은 오랜 시간의 풍화작용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다. 분명 지진이나 화산 같은 급격한 지각 운동으로 생겨났을법한 지형이다.

 

 

<두브로브니크에 대하여>

 

두브로브니크는 아드리아해에 자리 잡고 있는 도시이며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또 현재 세계적인 관광지로 두브로브니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름 값하듯 8월의 두브로브니크는 정말 엄청나게 붐볐다. 사람들이 너무 많으면 조금 더 피곤하긴 하지만 여행지가 붐비는 것에 대해 별로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 수많은 관광객 중 한 명이고, 이 멋진 곳을 혼자만 백조처럼 고고하게 즐길 수 있겠나. 내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은 남들도 가고 싶어 하고, 내가 사진 찍고 싶은 장소는 남들도 사진 찍고 싶어 하지, 좋은 것은 같이 나누는 게 좋다. 

 

두브로브니크는 라구사 Ragusa라는 이름으로 더 오랫동안 불리었고, 처음 도시가 생긴 것은 7세기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잔틴 제국에 이어서 베네치아 공국의 지배하에 있었고, 이후 독립 국가 Republic of Ragusa의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했다. 지도에서 위치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해상 무역의 거점으로 성장하기에 적합한 지역인데, 이러한 이점을 통해 축적한 부와 숙련된 외교력을 기반으로 특히 15-16세기에 황금기를 이루었다.    

 

하지만 1667년에 발생한 지진으로 초토화가 되었고, 나폴레옹 정복 전쟁기에 프랑스의 지배하에 있기도 하고, 이어 오스트리아 제국 내 달마티아 왕국 소속이 되었다. 현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독립 전쟁을 통해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벗어났고 크로아티아 Republic of Croatia 영토의 최남단 Dubrovnik-Neretva 주에 속한 도시이다. 

 

그림 같은 풍경을 지닌 이 두브로브니크가 침략과 자연재해로 바람 잘 날 없는 이 곳이었다! 오늘날에는 세계의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명소다 되었는데 이런 아름다운 풍경과 평화가 항상 유지되길. 

 

 

 

 

<신시가지 산책 풍경>

 

두브로브니크 신시가

 

 

두브로브니크의 석양

 

 

두브로브니크 신시가

 

 

 

 

 

 

 

※ 두브로브니크의 간략한 역사는 위키피디아 영문판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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