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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2022

<매력 자본> 캐서린 하킴 지음

Writer Hana 2022. 2. 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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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자본 Honey Money: The Power of Erotic Capital>
캐서린 하킴 지음
이현주 옮김

 


자본 하면 '돈'이 쉽게 떠오른다.

캠브리지는 자본 capital이란 "money and possessions, especially a large amount of money used for producing more wealth or for starting a new business"라고 정의한다. 돈과 소유물을 의미하는데 특히 부를 창출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거액의 돈을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자본을 "장사나 사업 따위의 기본이 되는 돈" 또는 "상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생산 수단이나 노동력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경제적 차원을 너머 보다 넓은 시각에서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데 필요한 재료와 자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하긴 요즘은 심리적 강점도 자본이고, 세련된 교양도 자본이고, 인맥도 자본이다. 이렇게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용 가능한 유·무형의 모든 것을 자본이라 부르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사람의 매력도 자본이 될 수 있겠다. 매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 직장을 구하기 위해 무엇을 하는가? 지원 공고를 찾아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스펙을 높이는데 열중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자본의 이용에 맞먹는 효과를 내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외모와 스타일을 바꾸라"는 것이다. 참 신선한 아이디어인데 그럴듯하다.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MISS MASSIVE

 

말과 행동이 지나치게 추하지 않다면 외모를 잘 가꾸기만 해도 호감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매력 자본이란 무엇인가?

"나는 아름다운 용모와 성적 매력, 자기표현 기술과 사회적 기술이 합쳐진, 애매하지만 정말 중요한 자본을 설명하기 위해 '매력 자본(Erotic capital)'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을 호감 가는 동료로 만들고 사회의 모든 구성원, 특히 이성에게 매력 있는 인물로 만드는 신체적, 사회적 매력을 매력 자본이라 할 수 있다." p. 10
"매력 자본은 회의실에서 침실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모든 부문에서 지능만큼이나 중요하다. 매력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친구, 연인, 동료, 고객, 의뢰인, 팬, 추종자, 유권자, 지지자, 후원자로 만든다." p. 11


사람은 절대 이성적이지 않다. 아무리 논리적이고 객관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도 협상 파트너에게 먼저 호감이나 매력을 느껴야 더 적극적이고 더 관대한 협상이 가능하다. 매력이 없고 비호감을 느낀 사람에게 처음부터 마음을 열고 좋은 기대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매력 자본의 6가지 요소 p. 21

1. 아름다운 외모는 항상 가장 중요한 요소
2. 성적인 매력
3. 사회적인 요소: 우아함, 인간관계 기술,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고 자신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 주고 자신을 알고 싶어 하게 하고 괜찮다면 자신을 갈망하게 만드는 능력
4. 활력: 신체적인 건강함과 사회적인 에너지, 훌륭한 유머가 섞여 나타나는 활력.
5. 사회적 표현력: 옷 입는 스타일이나 화장법, 향수, 보석 등의 장식품, 헤어스타일.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스타일을 세상에 표시하기 위해 지니고 다니거나 입는 것들
6. 섹슈얼리티: 테크닉, 열정, 야한 상상력, 장난기 등 성적으로 만족감을 주는 파트너가 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지칭


사실 한 사람이 이 여섯 가지 요소를 최대치까지 갖추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각 요소를 골고루 어느 정도 개발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나의 강점이라 여겨지는 분야를 선택하여 최대치로 갈고닦는 것이다.

타고나길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미인이라 인정받기 어려운 각진 턱에 두드러지는 광대뼈를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약간의 성형을 해서 다듬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지나친 성형으로 얼굴을 만들어내기보다 3번의 사교적인 태도, 4번 활력 또는 5번 스타일을 갈고닦을 수 있다. 또는 같은 외모의 요소라 해도 얼굴보다 몸매가 뛰어날 수 있다. 그러면 운동과 스타일로 그 부분을 극대화하면 되는 것이다.

"몇몇 문화에서 매력 자본과 문화 자본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 여성들은 아름다운 외모와 성적 매력뿐 아니라 춤이나 노래, 음악 연주, 그림, 시를 낭송하거나 쓰는 예술적인 능력 때문에도 칭찬받는다." p. 27
"게이샤의 기술은 예술적이고 사교적이다. 게이샤는 입는 옷과 외모 덕분에 아주 아름답고 우아한 예술 작품이 된다." p. 195


그렇다. 우리는 단지 눈에 보이는 외모에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만약 훌륭한 차림의 여성이 멋지게 피아노를 연주한다든지 노래를 잘 하면 시너지 효과를 낸다. 예체능을 취미로라도 하나쯤 배우면 그것으로 당장 밥벌이는 못하더라도 반드시 나의 매력 지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매력은 타고나는 것인가, 배울 수 있는 것인가.

"프랑스 여성들은 아름다움과 몸치장, 훌륭한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정식 교육뿐 아니라 매력 자본에도 시간과 돈을 들이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투자가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다양한 면에서 성과를 가져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p. 130
"나쁜 소식은 아름답게 태어난 사람이 확실히 유리하다는 점이다. 좋은 소식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결국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p. 138
"프랑스 사람들은 '벨르 레이드', 즉 못생겼지만 훌륭한 자기 표현력과 세련된 스타일로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람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 사실을 늘 인정해 왔다. 매력 자본은 다면적이므로, 어떤 요인에서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 줄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만약 얼굴이 예쁘거나 잘 생기지 않았다면, 몸을 훌륭하게 가꾸거나 춤을 배우거나 사교술을 익히면 된다." p. 138
"못생겼지만 매력적인 사람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순조롭게 출발하여 편안하게 나아간 사람들과 똑같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p. 139
"성인이 된 그녀의 매력 자본은 타고난 훌륭한 외모가 아니라 고된 노력과 꾸준한 관리 덕분에 생겼다." p. 168


저자는 말한다. 더 나은 외모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유리한 것은 맞지만 시간과 노력을 통해 누구나 매력을 가질 수 있다고. 그래서 게으른 여자만 있을 뿐, 못생긴 여자는 없다는 말이 존재하나 보다.

깊게 보면 매력은 단지 본능이나 욕망의 영역이 아니라 자신을 가꾸고 절제하고 훈련하는 이성의 영역이다. 예를 들어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기본 예의를 지키며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피력하는 것은 매력이자 기술의 영역이다. 굳이 의식할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나 아랫배에 힘주고 어깨를 활짝 연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이 필요하겠는가.

메이크업 기술도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눈썹을 예쁘게 그리기 위해, 아이라인을 날렵하게 그리기 위해서는 수 년간의 연습이 필요하다. 나에게 어울리는 의상 스타일을 알기 위해 돈을 써서 이런저런 옷을 사보기도 하고,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어 불편함도 겪어봐야 한다. 이렇게 돈과 시간을 들여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자신에게 꼭 맞는 스타일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매력은 분명 노력의 영역이다.

 



매력에 관한 착각

의외로 수많은 여성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똑똑하면, 더 나은 학력을 가지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질수록 남자가 자신에게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사실 나도 20대에 그렇게 생각했다. 시사상식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를 근거로 거침없이 주관을 말하면, 남보기에 그럴듯한 직장을 가지면, 그러니까 쉽게 말해 똑똑하고 능력 있으면 남자들이 좋아하는 줄 알았다.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최상의 신붓감으로 사회적 인증을 받은 아나운서들, 여성 의사들, 여성 사업가들은 왜 모두가 행복한 애정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실은 이렇다. 대부분의 남자는 똑똑하고 주관이 강한 여자를 보면 비호감을 느낀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서열에 민감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적 지위가 있고 현명한 남성일수록 아무리 인형처럼 예쁘다 해도 어디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로 기본 지식이나 교양이 없는 여성을 신붓감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정반대로 여자가 너무 강하게 자기를 가르치려 들거나 자기 머리 위에 올라서려 하면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내 딸이 힐러리 같으면 좋겠지만 내 아내가 힐러리라면 싫다."라는 미국 남자들의 말이 이러한 남자의 본성을 잘 보여준다. 강한 여자를 좋다고 말하면서도 정말로 여자가 너무 강해 보이면 멈칫한다. 아니 오히려 도망갈 수도 있다.

남성들이 선호하는 여성적인 외모 (곡선, 하늘하늘하거나 타이트한 의상, 길고 윤기나는 머리 등)를 연출하는 것은 두뇌와 능력 개발보다 하찮게 볼 일이 아니다.

"반대로 여성의 성적 매력에 대한 남성의 판단은 여성의 몸과 얼굴, 성적 매력에만 집중된다. 그들은 성적 매력과는 관계없는 소득이나 지위에 관한 세부 사항은 무시할 수 있으며, 대개는 그렇게 한다." p. 177
여학생들은 인기와 사회적 성공이 학업 능력이나 학문적인 성공보다는 신체적인 매력이나 훌륭한 몸단장, 남학생 사이에서의 인기와 종종 관련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p. 178

 

사람은 내가 매력있다 여기는 것을 타인도 그렇게 여길거라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매력은 타인이 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내가 나를 아무리 매력적이라 생각해도 남들이 볼 때 매력 꽝이라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쉽지 않다.

 



매력 자본이 효과를 발휘하는 근원, 인간의 환상과 욕망

"보통 게이샤는 에로틱한 여흥과 접대, 야릇함과 욕망을 파는 것이지 순수하게 섹스만을 팔지 않는다. 많은 이성애 남성들에게 이런 것들은 물리적인 성관계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으며 바로 그것 때문에 현재에도 게이샤 같은 존재가 여전히 많다."
p. 195
"어떻게 보면 남자들은 있는 그대로 자신을 좋아해 주고 받아 주는 완벽한 파트너, 모든 면에서 굉장히 매력적일 뿐 아니라 자신과 똑같은 것을 원하고 유순하고 협력하는 여성에 대한 환상을 사는 것이다." p. 209
"그들 모두 침실에서 출중했다. 하지만 섹스는 결코 주요한 행사가 아니었다. 창부들은 퐁파두르 부인 같은 프랑스 왕의 애첩처럼 자신의 매력자본을 완벽한 패키지로서 팔았다. 그들은 아름다운 외모에 비싼 옷을 입고, 멋있게 살고, 오페라 극장에서나 마차를 타고 가면서 자신의 매력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화가와 작가들이 단골로 드나드는 살롱이 있을 정도로 사교성과 지능을 갖춘 여성들이었다." p. 215

 

저자는 매력 자본 erotic capital이 대인 관계, 직장 생활 등 수많은 곳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가 기본적으로 성 경제학의 명제인 "남성은 실제 가능한 것보다 훨씬 많은 섹스를 원하고, 그래서 성적 결핍을 겪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러한 환상과 욕망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여성에게 열광하는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여성들이 돈과 자격증만 가치가 있다고 주입받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진정한 파워를 모르고 흘려버린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 어떤 책에서 읽은 내용이 생각난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를 원하는 여성과의 인터뷰였다. 그녀가 말하길 시나리오 실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데 '복숭아'라는 별명을 가진 어떤 여성이 항상 일이 잘 풀렸다고 한다. 이유인즉 그녀는 가슴골이 살짝 드러날 정도로 과감한 의상을 즐겨입고, 메이크업도 항상 단정하게 했으며 무엇보다 남자들에게 그렇게 사근사근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 인터뷰를 읽고 '그러면 안 되지' 또는 '더러운 세상, 실력대로 대접을 받아야지 술수로 대접받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그랜드 투어에서는 '세상이 이렇게 저렇게 되어야 한다' 보다는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어떻게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룰까?'라는 시각을 견지한다. 생각해볼 점을 던져주는 인터뷰 내용이다.

그리고 이 책은 남성과 사회에 어필하는 여성의 매력 자본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반대로 남자도 마찬가지다. 댄디 같은 세련된 차림, 사람의 마음을 사르르 녹일 것 같은 출중한 매너, 본업 외에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악기 실력이나 노래 실력. 이런 남자가 여자에게 더 인기를 얻고 사회적으로도 잘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다시 한 번 이 책의 주제를 정리해준다.

"매력 자본은 아름다운 외모, 건강하고 섹시한 몸, 사교술, 카리스마, 패션을 통한 자기표현 기술, 외모, 건강함과 생기, (성인의 사생활을 위한) 성적 능력과 임신 능력 등 여러 가지 일면을 지닌 가장 복잡한 개인 자산이기도 하다." p.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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