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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설런스 Exzellenz> 도리스 매르틴 본문

독서기록/2022

<엑설런스 Exzellenz> 도리스 매르틴

Writer Hana 2022. 5. 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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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설런스 Exzellenz: 인간의 탁월함을 결정하는 9가지 능력>
도리스 매르틴

 

<엑설런스> 도리스 매르틴. 출처: 본인 소장 교보 e북


<아비투스>의 저자 도리스 매르틴의 신작이다.

서론의 제목은 "인생이라는 비행기에서 어느 자리에 앉을 것인가?"이다.

보통 우리는 "비즈니스석? 아니 나는 야망이 조금 더 크니까 일등석에는 앉아야지!"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탁월함과 연관 지어 생각지도 못한 "조종석"에 대해 이야기한다. 목적지는 다 같은데 일등석에서 서비스받으며 편안히 가지 왜 힘들게 조종석에 앉느냐 이런 논리 싸움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직접 인생의 조종간을 잡고 예상되는 비행경로와 상황을 숙지하여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나가 탁월함에 이르자는 뜻이다. 도리스 매르틴다운 서론에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했다.

다 읽은 후에는 약간 실망스러웠다. 디지털 시대에 잘 적응하고 탁월해지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 말하지만 뭔가 도덕 교과서를 읽은 것처럼 밋밋하다. 비난받을까 두려워서 세상의 눈치를 보며 격려와 위로의 말만 골라 쓰는 작가라면 몰라도 <아비투스>를 쓴 그 작가의 책이 맞는지. 그러나 한 권의 책에는 반드시 배울 점도 있는 법, 그래서 모든 책은 가치가 있다.


책의 구성

1장 오직 탁월한 존재만이 대체되지 않는다
2장 열린 마음: 호기심은 초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3장 자기 성찰: 나의 소망과 가치를 아는 사람은 나뿐이다
4장 공감: 깊은 이해심은 혁신을 창조한다
5장 의지: 탁월함을 습관으로 만들어라
6장 리더십: 지시하지 말고, 영감을 불어넣어라
7장 평정심: 감정을 다스려야 본질에 이를 수 있다
8장 민첩성: 계획만 따르지 말고 변화에 반응하라
9장 웰빙: 때때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라
10장 공명: 혁신은 홀로 태어나지 않는다

 



오직 탁월한 존재만이 대체되지 않는다


탁월함이란 무엇인가? 라틴어 excellentia 우수, 고상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영어로는 excellence, 독일어로는 exzellenz이다. 책 제목인 '엑설런스'는 영어 발음이고, 독일어 발음으로는 '엑첼렌츠'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한국 독자들에게 그리 와닿지 않기는 하겠다.

2020년 초반 팬데믹이 시작되고 전 세계가 혼란을 겪었다. 우리는 코로나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는 어두운 길을 느리지만 조심조심 찾아나가고 적응했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던 중 팬데믹이 시작되었고 원고 마감일은 맞춰야 하는데 기존 집필 기획안은 엉터리 점괘 같았으며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했다고 한다. 우리 모두 그랬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저자는 '탁월함'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바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결정하기,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정보가 불완전하고 주변이 끊임없이 변하더라도 과감하게 실행하기라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은 디지털화, 기후 변화 등으로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시기라 개인도 더 많은 잠재력을 발휘하고 탁월함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VUCA 세계가 도래했는데, 이는 변동성 Volatility, 불확실성 Uncertainty, 복잡성 Complexity, 모호성 Ambiguity의 약자이다.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관하여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빌 조지 교수는 "VUCA에는 VUCA로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즉 비전 Vision, 이해 Understanding, 용기 Courage, 적응력 Adaptability으로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저자가 보는 디지털 시대의 탁월한 인재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VUCA를 갖춘 사람일까? 감성 지능이 높고, 인간관계를 잘 맺고, 새로운 경험에 적극적이고, 윤리적 회색 지대를 잘 분간하고, 자신과 다른 타인과도 잘 공감하고,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사람. 너무 완벽하고 이상적인 묘사라 현실적이지 않지만 진짜 이런 능력을 갖추기만 한다면 단연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탁월한 인간임이 분명하다.

 


 

"탁월함이란 상태가 아니라 노력이다."

 

개인의 탁월함은 스스로 성취해야 한다. 제아무리 부모를 잘 만났고 재능이 많더라도 탁월함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탁월함은 특정 결과가 아니라 그에 이르는 길, 꾸준히 자신을 뛰어넘어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무엇이 어제보다 나은 나, 작년보다 나은 나의 모습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외국어 배우기, 전문 지식 습득, 더 이해심 많은 마음, 더 풍족한 통장 잔고 등. 이렇게 탁월함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굉장히 넓은 범위의 개념이기 때문에 '탁월함'은 모두에게 열린 문이라고 한다.

 


 

열린 마음


열린 마음이란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지적 겸손함, 정보와 지식의 공유라고 한다.

독일의 한 기관에서 현재 경제활동 중인 베이비부머, X세대, Y세대, Z세대를 대상으로 호기심 연구를 했다고 한다. 결과에 따르면 의외로 Z세대가 개방성이 가장 부족하고 심지어 꼰대 취급받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타인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개방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왜 젊은 세대가 가장 꽉 막혔는지 원인을 조사해보니
- Z세대가 원하는 공통분모는 안정된 직업, 일과 삶의 명확한 분리, 가능하면 비대면을 원함. 이것이 Z세대가 생각하는 좋은 삶인데 이는 개방성과 괴리가 있는 모습이다.
-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일반 대중에 비해 더 비관적으로 생각함, 가장 젊은 세대는 다른 모든 세대보다 기후변화와 테러를 더 많이 걱정하고,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음
- 야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 결혼과 여행이 가장 큰 꿈.
- Z세대는 도덕성을 높이 평가함. 미디어와 사회의 기대에 맞게 자신을 연출.

별로 놀랍지 않다. 이것은 비단 독일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경제적으로 풍족한 국가라면 다 마찬가지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식량난이 아닌 다이어트가 중요한 문제이고, 손에 하나씩 쥐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수많은 일처리가 가능하다. 삶은 이렇게나 편리해졌는데 그만큼 정신적으로 행복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특정 세대의 잘못이라기보다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와 익숙한 것과 편리한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의 간극이 더 벌어지기 때문이다. 저자 또한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단순히 거부감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을 바꾸는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개방성이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자신은 기계치이고 컴퓨터니 뭐니 그런 거 모른다는 어르신들도 스마트폰으로 카톡을 하고, 유튜브에서 트로트 프로그램을 본다. 달리 개방성인가 하나하나 쉬운 것부터 해나가면 되는데 우리는 지레 겁부터 먹는다. 무엇보다 저자가 말하듯 '차이와 생소함에 관심이 있어야 혁신도 가능하다'. 또한 개방성이 있어야 불확실성에서도 적응하고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디지털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태도라고 한다.

2장을 읽으며 문득 중요한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공감에 대하여



공감에 대한 4장이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비즈니스를 잘하려면 개인의 기분과 사회 흐름에 세심히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공감이란 다른 사람과 집단의 감정, 생각, 관점을 그대로 공유하지는 않더라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를 뜻한다.
남을 주의 깊게 인지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소망을 무조건 채워주지는 않아도 그들의 감정을 짓밟거나 약점을 건드리진 않는다.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설령 본인은 다르게 생각하더라도 상대의 기분을 인식하고 그의 태도와 기대를 가늠해 적절한 감정표현과 행동을 보여준다. 그렇다. 채식주의자를 보며 놀리거나 반대로 똑같이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결심할 필요는 없지만 다른 가치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는 개방성과도 연결된다.

내 주변 20-30대 여성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깜짝 놀라는 부분이 있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가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틀린 것, 악한 것, 나쁜 것'이라는 점이다. 정답이 아닌 다양한 관점이 공존하는 사회적 문제를 '선악' 기준으로 구별해버리는 것이다. 도리스 매르틴이 말하는 공감이란 바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라고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공감의 종류에는 세 가지가 있다.

- 정서적 공감: 타인의 감정에 예민하게 이입
- 인지적 공감: 감정과 사고를 공유하기보다는 객관성을 유지하며 상황을 포괄적으로 조망. 언어적·비언어적 신호를 기반으로 무엇이 그 사람을 몰두시키고 감정을 자극하는지 어떻게 반응할지를 인식
- 사회적 공감: 여러 집단의 분위기와 태도를 이해하고 영향을 미치는 것. 개인의 경험과 환경의 한계를 넘는 폭넓은 시각. 흐름과 트렌드를 읽고, 정치·사회적 연관성 이해, 낯선 문화와 생활방식에 관대

저자는 인지 및 사회적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타인의 감정을 같이 느끼고 같이 기뻐하고 분노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걸음 물러나 의식적으로 사람과 상황을 찬찬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입견을 버리고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듯 경영진의 80퍼센트가 공감을 '친절과 부드러움' 혹은 다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과 혼동한다. 공감을 감수성의 풍부 정도로 여겼다면 잘못 이해한 것이다. 사회학자 에바 쾨펜은 '바르게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매우 의식적이고 합리적으로 타인을 대한다.'라고 했다. 바르게 공감할 줄 알아야 자신의 감정을 잘 다루고,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일에서도 소비자와 인재를 끌어당긴다.

 


 

평정심에 대하여

 

싸우는 소리가 마구 섞이는 중에 미생물학자가 끼어들었다. "사실을 말해도 될까요?" 브링크만은 모두가 진정하고 사회자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렸다가 지적했다. "여러분은 방금 너무 가까이 있었습니다!" 플라스베르크는 2미터 거리를 유지했다고 방어했다. 그러나 브링크만이 온화한 표정으로 주장했다. "멀수록 더 좋습니다."

탁월함은 이런 것이다. 압박 속에서도 침착하게 반응한다. 사실은 단호하게, 방식은 유연하게, 냉정하지도 감정적이지도 않다. 불안정한 세계에서는 안정을 유지하는 사람이 긍정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이성적이고 냉철한 것은 감정적인 것보다 우월하다고 본다. 하지만 감정 상태는 삶의 일부이고 인간의 본능이다. 감정의 존재는 우리를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안전과 생존을 위한 것이다. 모든 가치들이 그렇듯 균형과 정도가 중요하다. 감정은 비즈니스 세계에도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업무와 목표에 감정이 연결되면 관리자와 직원 모두 일을 더 잘하고 고객들은 기능뿐 아니라 감정, 스토리, 소속감도 원하기 때문이다.

모든 감정은 유용한데 특히 유용한 감정이 있고, 우리는 적정 용량의 감정에 있을 때 탁월함을 실현한다.

 

감정의 차원

위 도표에서 보듯 감정은 두 가치 차원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얼마나 강렬한가, 얼마나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가 이 둘을 조합한 것이 감정 좌표다.

정서적 주권이 있을 때 우리는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고 탁월한 성과를 올리기 쉽다. 그러나 몰입과 초연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저자는 스트레스나 불안 같은 감정은 너무나 쉽게 우리를 지배하지만 몰입이나 초연은 그렇지 않다. 이를 얻기 위해 능동적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감정은 기본적으로 팝업창으로 뜨는 광고와 같이 우리를 자극하는 것이 목적이다. 결국 광고를 보고 구매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듯 어떤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 따를지는 우리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공명에 대하여



이 부분에 대해서 나의 생각은 다르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와 이기주의자는 조직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나와 남이 함께 어울리는 공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긍정적 에너지를 전파하고, 칭찬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라고 조언하는데 기본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다.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느라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 자신에게 득될 것이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본인이 고집을 부리고 이기적으로 구는 것인지 아니면 아이디어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투쟁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탁월이 목표라면 부드러운 관계 유지보다 목표와 문제 해결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이 맞다고 본다. 무난함이 목표라면 그 반대로 하면 되고.

우리가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한 글로벌 기업의 CEO들, 영향력이 큰 정치인, 연예인, 언론인, 예술가 등 그들이 사교성이 좋고 둥글둥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타인과 잘 어울려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이 원하는 유형무형의 것을 사회에 제공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예를 들어 베토벤이 어떤 기업의 직원이라면 분위기 망치는 성격 파탄자 취급받았을 것이다. 그가 위대한 인물로 남은 것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음악을 만들어냈기 때문이지 사람 좋고, 인성이 뛰어나서가 아닌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보문고 e북은 오탈자가 없는 책보다 오탈자가 있는 책이 더 많다. 원저자들이 알면 참 슬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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