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투어: 여행과 독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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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2022

<사고 싶게 만드는 것들> 폴린 브라운

Writer Hana 2022. 6. 2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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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싶게 만드는 것들 Aesthetic Intelligence>
폴린 브라운
진주 K. 가디너 옮김

폴린 브라운 <사고 싶게 만드는 것들>

 

 

고객의 85%는 품질이 아닌 '다른 무언가' 때문에 상품을 선택한다.


미시경제학에서 기본 전제로 내세우는 '합리적 소비 가설', 그러니까 소비자는 자신의 예산 범위 안에서 최대의 효용을 추구한다는 것은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다. 우리 인간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고 감정에 좌우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에 끌려 지갑을 여는 것일까? 아직 5년은 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멀쩡한 스마트폰을 놔두고 신상 아이폰을 구매하고, 포켓몬 빵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고, 미래의 소득을 신용으로 끌어와 명품백을 구입하고, 부자이면서도 7000원짜리 니베아 알로에 베라 크림을 꾸준히 사용하는 현상. 이렇게 합리적 판단이 아닌 호감이나 욕망에 따른 소비를 이끄는 근본적인 '매력'이 무엇일까? 저자는 원서의 제목이기도 한 '미적 지능 Aesthetic Intelligence'을 키워드로 답을 찾아나간다. 이 책을 통해 어떤 미()가 사람을 끄는지 그리고 그와 관련된 인간 본성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읽게 되었다.


목차

Part 1 또 다른 AI 익히기
1 미적 이점
2 감각 깨우기
3 코드 해석하기
4 지속하기 위한 설계

Part 2 AQ 향상 프로젝트
5 맛으로 바꾸기
6 개인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재해석하기
7 큐레이션의 예술-조화와 균형의 회복
8 명료화의 기술

Part 3 미적 미래
9 미학의 미래

 



"미학의 경영"


에스티 로더에서 기업 인수, 에이본 프로덕츠에서 전략 업무, 칼라일 그룹에서 리테일 기업 투자 그리고 LVMH의 북미 회장을 역임한 저자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강의를 맡게 되었을 때 만든 강의의 타이틀이 바로 미학의 경영이다. 그리고 이 책은 순수 예술이 아닌 경영 전략으로써의 미학, 수익을 창출하는 미학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미학이 필요한 이유는 많은 산업이 디지털화, 기계화, 비대면으로 변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감성, 공감, 소통을 원하고 이는 인간이 기계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적 지능 키우기 단계
- 적응 attunement 주위 환경과 그 속에서 받는 자극들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연습
- 해석 interpretation 감각 기관이 받은 자극 해석
- 명료화 acrticulation 브랜드, 제품, 서비스의 미적 이상을 분명하게 표현
- 큐레이션 curation 조직, 통합, 편집



미적 이점


미학이라는 단어는 주로 겉모습 묘사에 쓰인다. 사업에서는 제품이나 포장의 디자인, 브랜드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 개념을 보다 깊게 받아들여 '사람들이 여러 감각을 통해 사물이나 경험을 인지하면서 얻게 되는 즐거움'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책의 제목인 미적 지능은 특정 사물이나 경험이 일으키는 느낌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미적 사업 대부분은 오감에 즐거움을 주는 제품과 서비스 제공한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유용성 때문이 아니라 그로 인한 시각, 미각, 후각, 청각, 촉각적 즐거움을 위해 돈을 더 지불하게 된다. 이때 소비자는 물건 개수보다 풍부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갈망하게 된다. 구매 결정의 약 85 퍼센트가 분석적 사고 대신 느낌 때문에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럼에도 나머지 15 퍼센트에 치중하여 상품의 생김새와 기능, 가격 등 합리성에만 주목하는 현상을 안타까워 하며 지속적 사업 성공을 위해 반드시 미적 감각을 갖춰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다행히 미적 감각은 학습이 가능하다. 누구나 훈련으로 가질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인간의 이야기, 열망, 꿈, 구매 동기를 이해하는 것이다.


감각 깨우기

감각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릴지도 모르지만, 감각과 연관된 감정들은 오래도록 지속된다.


저자는 미학이라 하여 시각만을 다루지 않는다. 시각은 물론이고 청각, 후각, 미각 및 촉각까지 인간이 가진 모든 감각을 다루며 어떻게 이러한 감각들을 자극하는지 몇 가지 예를 든다.

대표적인 것이 후광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외식의 경험은 음식이 맛있었기도 하고 그 외식과 관련된 다양한 느낌과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레스토랑의 훌륭한 인테리어, 감미로운 음악, 좋은 향기 또는 좋아하는 사람과의 특별한 느낌처럼 말이다. 또 다른 예로 여행을 떠올려보면 붐비는 공항에서 줄 서고 좁은 좌석에 앉아 오랜 시간 비행하는 등 분명 피곤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감각의 충족 덕분에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공항과 비행기 여행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근무하다가 점심 시간에 먹는다면 손도 대지 않을 비행기 기내식이 상공에서는 그렇게 맛있지 않던가. 반대로 최고급 주얼리 브랜드 매장이라도 구입하는 과정에 불쾌감을 느꼈다면 다시 찾기 꺼려진다.

이를 심화 적용하여 저자는 오프라인 상점이 아마존과 같은 거대 온라인 상점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매장에서 느끼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한다. 고객이 직접 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는 직접적 경험은 매장에서 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화장품들은 원료나 제조 방법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왜 여성들은 대형 마트에 입점한 저가 브랜드 대신 훨씬 비싼 샤넬의 립스틱을 구매하는가? 입술에 색깔을 입히는 기본적인 기능을 넘어 미적 경험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고급스러운 용기와 로고, 드럭스토어와 달리 샤넬 매장에서 느끼는 고상한 분위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즉 뷰티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것은 하나의 경험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싸이월드가 한창 잘 나가던 때가 떠오른다. 오프라인 매장은 아니지만 '감각 깨우기'라는 전략에 충실하여 성공한 케이스다. 스마트 폰이 나오기 이전이었고, 우리나라에서 페이스북이 크게 유행하기 전 진정한 의미의 최강 소셜 미디어였다. 온라인에서 사진과 글을 공유하는 기능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싸이월드가 현명했던 것이 이용자의 감각을 건드릴 줄 알았다는 것이다. 취향대로 스킨을 꾸밀 수 있었고 (시각), 사람들을 감성적으로 만들었던 BGM 설정 (청각)이 싸이월드 미학의 핵심이었다. 미니 홈페이지에서 스킨과 음악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도토리에 얼마나 돈을 많이 써댔는가.


코드 해석하기

브랜드 코드란 한 브랜드의 철학적·미적 관점들을 압축하여 확실하고 뚜렷하게 나타낸 상징이자 표식이다. 단순히 로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코드는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제품이 유발하는 생각·기억·감정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이러한 방법으로 제품 소비를 부추긴다. 코드는 보통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이 많고 이제까지 쌓아온 아카이브가 풍부할수록 더욱 강력해지고 지속성도 높아진다.

저자는 샤넬 의류의 트위드 소재, 애플의 하얀 사과, 하버드 대학교의 크림슨 레드 색, 폭스바겐 비틀 1세대의 동그란 형태 등을 브랜드 코드의 예로 든다. 샤넬의 클래식 트위드 재킷은 오랜 시간 디자인과 구조는 조금밖에 변하지 않았고 중고도 고가에 거래된다. 고상한 자리에 어울리고, 고품질을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지 단지 스타일 때문이 아니다. 스타벅스의 초록색 사이렌을 분석해보면 일단 스타벅스가 탄생한 시애틀은 해안가에 있다. 열대 지역에서 생산된 커피콩이 망망대해를 거쳐 옮겨지는데 사이렌은 선원을 유혹하는 존재이듯 커피 애호가를 유혹한다.

주의할 점은 기업들은 무슨 수를 쓰든 강력한 코드를 쉽게 바꾸지 말고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다. 무작정 최신 유행을 따르면 안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예를 들어 뉴욕 타임스가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인쇄할 가치가 있는 모든 뉴스 the news that's fit to print"라는 문구를 뺀 것은 실수라고 지적한다. 이는 뉴욕 타임스의 서체만큼이나 강력한 코드이기 때문이다. '인쇄'라는 표현이 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진다 여겼겠지만 문자 그대로의 의미보다 긴 시간 동안 일관성 있게 건설된 문화적 유산 코드인 것이다. 또한 신문 보도에 관련된 진실성과 판단력을 또렷이 상기시키는 문구이기도 하다.


지속하기 위한 설계

고객들이 무엇을 사고 어디에서 쇼핑을 하는지 보다는 고객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에서 기쁨을 얻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 감정적인 동물이라서 물건을 구매하면 어떤 느낌을 받을지를 크게 고려하여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공감'은 미학의 핵심 측면이자 사업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현대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은 커뮤니티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하고, 자신이 누구이며 어떻게 느끼는지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다닌다. 자신들의 세상을 꾸리려 하고, 자신을 더욱 아름답거나 신이 나도록 만들어줄 도구들을 원하며 격려받고 싶어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런 것들이야말로 인간의 필수적인 욕구이며, 열망을 받쳐주는 요소들이다. 이는 사업 원칙이나 분석적 사고를 무시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그것만으로는 장기적인 성공을 이룰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큐레이션의 예술 - 조화와 균형의 회복

큐레이션이란 불필요한 것은 줄이고 좋은 기분을 남기는 요소를 끌어모으는 수단이다. 사업과 미학의 맥락 안에서 제품, 서비스, 광고, 매장 디자인에서 조화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 방법이기도 하다.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선택을 포기하거나 결정을 내려도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마치 특정한 주제의 예술 작품을 모아 전시를 기획하는 미술관 큐레이터의 업무 같다.

- 큐레이션의 1단계: 관련 없는 선택지 없애기, 특징 없는 제품 과감히 없애기

- 2단계: 고객이 결정 이전 단계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냄새 맡음으로써 제품의 느낌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돕기

- 3단계: 공간 안에서 제품을 명확하고 의미 있는 기준에 따라 분류하는 것

"제품의 특징이나 정보에 기반한 분류는 금물이다. 고객들은 향수를 고를 때 가격, 화학 성분, 원산지 등을 따져 논리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로맨틱, 섹시, 순수 등 각 향수 프로젝트의 분위기와 이미지에 반응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큐레이션의 기술이 뷰티나 패션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보험, 펀드 심지어 투자 기업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명료화의 기술

미적 명료화는 정확한 소통일 뿐 아니라 강력하고 매력적이며 기억에 남는 표현이어야 한다.


강력한 코드, 여러 감각 자극, 노련한 큐레이션에서 그치면 안 되고 그렇게 공들인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들이 빠르고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때 필요한 것이 '명료화'의 기술이다.

일단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구체적이고 분명한 표현을 해야 한다. '멋있다, 맛있다, 부드럽다'처럼 포괄적인 표현 대신 '경쾌하다, 짜다, 젤리 같다'처럼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밖에 내가 생각한 것과 같은 이미지를 다른 사람도 똑같이 떠올릴 만큼 정확히 묘사하는가, 나이키의 'just do it'처럼 독점이 가능한지도 고려해봐야 한다.



1. 나의 경험

이 책이 재미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제품이나 장소를 떠올리며 왜 내가 그것들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케라시스 샴푸 (2000년대 중반에 출시된 케라시스): 일단 포장 용기부터가 남달랐다. 깔끔한 흰색 바탕에 검정 글씨의 용기였는데 당시 샴푸통은 모두 알록달록하거나 꽃이나 나비가 가득했다. 게다가 향이 독특했다. 꽃이나 과일 향이 아닌 뭐랄까 우아한 향이었다. 샴푸의 성분이 무엇인지 나의 헤어에 맞는지처럼 합리적인 기준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감각의 충족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주 향수: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20대에 꾸준히 사용했었다. 달콤한 향에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의 동그란 유리병이 참 매력적이었다.

- 인천 송도 아티오아나폴리 핏제리아: 인천에서 근무하던 시절 점심시간에 한 번씩 동료들과 찾아갔던 곳이다. 허름하고 지어진 지 오래된 주택가의 역시나 허름하고 퀴퀴한 우리 사무실에서 벗어나 송도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세상이 열린다. 마치 유럽 여행을 온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화덕 피자와 파스타는 자극적인 맛 없이 담백했고 모든 메뉴가 이태리어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는 말도 외국어였다. 오이가 아니라 피클, 할라피뇨 이런 용어들. 물론 새우는 새우라고 하지만 아무튼. 실내는 넓지 않아 테이블 수가 많지 않았는데 이래서 오히려 사람이 적어 우아하게 조곤조곤 대화가 가능한 곳이었다. 게다가 깊은 갈색 톤으로 치장된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였다.

- 공항 전철: 공항 전철의 실용적 유용함은 바로 노선이 훌륭하다는 데 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여 서울 서부의 김포공항, DMC, 홍대, 마포, 공덕, 서울역을 거친다. 유동 인구가 많고 경제·산업적으로 중요한 곳을 빠르게 지나간다. 5호선도 김포공항역에서 서울 종로구로 향하지만 공항 전철에 비해 지나가는 역이 많아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 하지만 공항 전철의 매력은 이런 유용함이 아니라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떠오르게 하며 마음을 설레게 한다는 것이다. "인천공항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라는 방송부터 공항 전철과 연결된 비행기 마크, 완행열차 앞뒤의 하늘색 페인트, 차례대로 방송되는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까지. 여행이 자동으로 떠오르도록 사람의 감각을 자극하는 이러한 요소에 공항 전철은 계속 이용하고 싶어지는 교통수단이다.

결국 특정 장소나 상품에 대한 호감은 그 자체의 매력은 기본이고, 그와 관련된 좋은 감각에 더해 '좋은 기억과 추억'이 남아있는지 여부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수많은 스타벅스 지점 중 특히 좋아하는 곳이 있다면 커피 자체가 다른 지점보다 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장소와 관련된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홍대역의 복잡한 그 큰 도로 (지도를 보니 정식 이름은 양화로)를 좋아하는데 그 도로가 유별나게 경관이 뛰어나거나 세련되어서가 아니다. 잠시 서강대 근처에서 일한 적이 있다. 퇴근할 때 버스를 타고 홍대에서 내려 공항전철로 갈아타면서 지나다녔다. 그 당시 준비하는 일이 잘 풀려 항상 마음이 너그럽고 낙천적이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여름이어서 매일같이 지나다니던 홍대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미적 감각을 사업 감각과 조화시키는 능력이 나에게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설렘을 느끼는 것에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설레는 것은 아니다. 사업을 하고 수익을 올리고자 한다면, 타인이 무엇에 반응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찰해야 한다. 다행히 저자가 소개하는 미적 지능을 발달시키는 여러 훈련 방법이 도움이 될 것 같다.


2. 미학, 다 좋다. 그런데 정말 대중이 미학을 식별하는 깊은 심미안을 가지고 있을까?

본문에서 저자가 미각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떤 와인 잔에 와인을 마셔야 가장 좋은 맛이 나는지에 대한 예를 든다. 사실 미세한 맛의 차이는 전문가나 미각이 예민한 사람이 구별하지 보통의 레스토랑 고객이 그것을 구별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런 디테일한 부분에까지 심혈을 기울인다면 사업이 잘 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소수의 열성팬이나 VIP를 대상으로 하는 장사가 아니라 대중을 타깃으로 한다면 그렇게까지 고급 미학에 심혈을 기울이기보다는 적당히 좋아 보이고 적당히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그래야 대중 입장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슐랭 5 스타 레스토랑보다 치킨 장사가 더 성공적일 수 있듯이 말이다. 내가 감각적으로 끌리는 것들의 예를 봐도 보통 사람은 다 소비 가능한 샴푸, 향수, 레스토랑, 교통수단이지 미적으로 엄청나게 심도 깊은 것들이 아니다.

또한 사람들이 '취저'라는 말을 쉽게 사용하지만 정말로 자신의 감각이 선호해서 그런 것일까? 사람들이 몰려들고 열광하는 것은 남들이 몰려 있고 것이나 장소, SNS 핫플, 사람들이 줄 서서 구매하는 물건일 경우가 많다. 대중의 취향이 저급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은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는 쪽으로 진화했다. 그래서 꼼꼼한 생각을 바탕으로 하는 판단보다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쉽게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사실 샴푸 하나 고르고 한 끼 먹을 식당 선택하는데 매번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를 준비하듯 심혈을 기울이면 인생이 얼마나 피곤할까?

하지만 본인의 진정한 취향을 개발하고 그리고 세상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하나의 분야를 정해 천천히 에너지를 투자해 감각을 단련해보는 것은 어떨까.


3. 미적 지능 개발과 열린 마음

왜 사업에서 미적 지능이 중요한지 충분히 잘 설명한 책이다. 그리고 저자는 어떤 식으로 그것을 개발할 수 있는지 다양한 예를 제공한다. 나만의 뷰티 마크 찾기, 스타일 롤모델 찾기,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 먹어보기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핵심은 '다양한 경험'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많이 먹어봐야 무엇이 뛰어난지 알 수 있고, 많이 입어봐야 무엇이 예쁜지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완고한 태도는 그리 좋지 않을 수도 있겠다. 애초에 새로운 경험에 마음을 닫아버려 많은 것들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이러한 것만 좋아해', '이런 요소에는 거부감이 느껴져서 바로 손절' 이러면 미적 감각 개발은 물론 인생의 발전과 풍요로움에 그다지 좋지 않다.


4. 사람을 이해해야

최신 과학 기술이 발달하여 삶은 편리해지고, 예전에 비해 끈끈한 유대 관계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많아지고, 어느 정도 이상의 깊은 관계는 꺼리는 요즘 세대지만 그럼에도 다들 소통을 외치며 SNS 활동을 한다. 혼자 고립되어 행복할 수 없고 또한 상처받지 않도록 사회적 거리는 원하면서도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을 타인에게 보여주어 공감과 인정을 얻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 점을 사업할 때 고려해야 한다.



끝으로 의미가 불분명한 문장과 직역체의 말투가 중간중간 나타나서 몰입을 확 깨는데 진짜로 내용을 이해하고 번역을 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여럿 된다. 개인적으로 전문 번역이란 직역만이 아닌 의역도 필요하다고 본다. 언어란 1대 1 매치로 분명하게 번역될 수 없는 표현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역은 원저자의 의도를 완벽히 이해함은 기본이고 한국어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특히 관계를 구축하고 자사의 미래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장기적 열망을 지닌 매도 기업이라면 대체로는 편안하고 이해받으며 안정된 느낌을 받고 싶어 한다." 투자 기업의 미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기업이 명확한 가치관과 스타일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을 하는 부분에서 나오는 문장이다. 원문은 수식어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수동태로 되어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걸 그냥 그대로 기계처럼 직역을 해서 여러 번 읽어도 의미를 알듯 말 듯 하다. "본부는 단순하고, 소박하고, 겸손했다." 워싱턴 D.C. 에 있는 칼라일 회사의 본부가 "겸손"하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것은 번역자나 출판사의 잘못은 아니지만 교보문고 ebook에 드물지 않게 등장하는 오타도 이 책에 등장한다.

사업과 브랜드 개발에 도움이 되는 분명 훌륭한 책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기술적 오류 때문에 다 읽고 나서 무언가 어설픈 책이라는 느낌도 함께 든다. 아무튼 여러모로 원저자가 한국어 번역본을 보면 속상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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