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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웅의 탄생> 모린 머독 본문

독서기록/2022

<여성 영웅의 탄생> 모린 머독

Writer Hana 2022. 2. 1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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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웅의 탄생: 융 심리학으로 읽는 강한 여자의 자기 발견 드라마>

모린 머독

고연수 옮김

 

여성 영웅의 탄생.

사진 출처: 교보문고

 

모린 머독은 융 심리학자이자 심리 상담가이다. 이 책은 심리학과 신화가 혼합된 여성 심리 서적이라고 볼 수 있다. 페미니즘 책이라고 말하면 틀린 것이다. 오히려 여성 처세서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다. 여성의 권리와 사회적 위치에 관해 논하는 책이 아니라 자신이 본래 타고난 특성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관하여 말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여자가 어떻게 건강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은 2014년 6월 번역·출간되었는데 현재는 절판된 상태다. 이렇게 멋진 책이 절판이라니 안타깝다. 

 

이 책의 주제는 "남자처럼 되려고 기를 쓰지 말고 타고난 여성적 특성을 인정하여 자신만의 영웅 되기 여정에 나서자"이다. 

 

 


 

p. 14 캠벨이 여성은 여행을 떠날 필요가 없다고 말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모든 신화에서 여성은 전통적으로 '거기(there)', 그 자리에 있습니다. 여성이 해야 할 일은 그저 사람들이 도달하려고 하는 곳이 바로 자신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자신의 특성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를 여성들이 깨닫는다면, 유사 남성(pseudo-male)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을 것입니다."

 

p. 18 그 여정은 내가 의존적이면서도 지나치게 통제하려 들고 분노로 가득 차 있다고 규정했던 여성성을 거부했던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고는 독립, 명성, 돈, 권력, 성공이라는 열매를 얻으려고 남성 조력자들과 함께 외부로 향하는 남성 영웅의 여정을 떠났다. 그다음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메말라버린 듯한 느낌과 절망감으로 가득한 방황의 시기가 이어졌다.

 

p. 22 흔히 우리 사회는 여성이 산만하고, 변덕스럽고, 지나치게 감정적이어서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고 말해 왔다. 하나에 집중하거나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여성들의 경향을 지배 문화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들 스스로 여성이 나약하다거나 열등하다거나 의존적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p. 23 성공을 하는 데 방해가 되는 여성성을 떨쳐버리고 싶어서 우리의 여성 영웅은 내면의 여성성과 남성성의 불균형 상태를 키웠다. 이 불균형은 그녀 자신을 망가뜨리고 상처 냈다.

 

p. 24 남성 영웅의 여정을 따른 많은 여성이 바로 그들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잊어버렸다는 것을 확인했다.

 

p. 25 애초에 자부심을 느끼고 성공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규칙에 따라 게임을 하기로 결정한 것부터 '잘못된 판단'이었다.

 

p. 26 자발적 소외의 시간을 포함한 어둠과 침묵의 시기이자 다시 한 번 자기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깊이 경청하는 기술-어떤 것을 하는(doing) 대신에 존재하는(being) 것을 배우는 이 시기

 

p. 27 하지만 여성 영웅의 내부에서는, 그녀가 자신의 몸과 영혼을 보살피고 자신의 감정, 직관, 성, 창조성, 유머를 회복하기 시작하면 분명히 치유가 이루어진다.

 

p. 29 여성이 자신을 규정하기 위해 외부에서 벌이는 영웅적 탐색을 줄이면 그녀 자신의 이미지와 자신의 목소리를 탐험할 수 있을 만큼 자유로워진다.

 

p. 30 "나의 역할은 남성들의 세계에서 그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너무 쉬운 일이고 궁극적으로 비생산적이다. 나의 일은 나 자신의 온전한 모습과 우주에서 내 위치를 즐기면서 여성으로서의 삶을 풍부하게 사는 것이다."

 

p. 30 우리는 해답을 알지 못할 때의 긴장감을 견뎌 내는 강인함을 길러야 하며

 

p. 38 여성은 결코 남성이 아니다. '남성처럼 훌륭해지려고' 애쓰는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여성성을 훼손한다. 여성들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과 자신이 지니고 있지 않거나 성취하지 못한 것들의 측면에서 스스로를 규정하면서부터 여성으로서 자신을 평가 절하하고 감추기 시작한다. 여성들의 이러한 평가절하는 어머니에 대한 평가절하에서부터 시작한다.

 

p. 42 "나는 다른 여자들보다 내가 우월한 사람이라는 태도를 취했어요. 남자처럼 생각하고 싶었어요. 남자들과 동일시하려고 하면서 나 자신의 많은 부분을 닫아버렸어요. 나는 가치 있는 것은 어렵고, 구체적이고, 수량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여자라는 것을 거부하면서 여성으로서 성장하는 걸 억제하고, 내 고유한 능력을 부정하고, 나에게 기쁨을 주는 것들을 무시했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p. 43 "오랫동안 나는 '완고한 사람'이었어요. 여성적인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에 끈질기게 저항했죠."

 

p. 57 여성들은 움직임과 신체 시각을 통해 영적인 것에 접근하기 때문에 몸을 부정하면 여성 영웅은 영적인 발달을 이룰 수 없다. 그런데 그녀는 직관과 꿈을 무시하고 좀 더 안전한 정신의 활동을 추구한다.

 

p. 91 세상에서 자신의 일을 찾는 것은 여성 영웅의 탐색 중 한 부분이다. 자신의 일을 찾는 과정에서 여성은 자기 정체성을 갖는다. 여성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과 영혼을 표현할 수 있으려면 부모나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p. 105 자신이 꼭 성장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너그러워져야 한다. 또 자신이 충족할 가치가 있는 건강한 욕구를 느낀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자신의 필요를 채워주지 않는 인간관계, 학교, 업무 관경에 처해 있다면 그곳에서 빠져나올 권리가 있다.

 

p. 112 여성은 기다리는 사람이다. '아빠의 귀여운 딸'은 창가에 앉아 유리창에 코를 박은 채 어둠 속을 응시하며 아빠의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사춘기가 되면 그가 전화할 시간을 고대하며 전화기 옆을 떠나지 않는다. 그녀는 첫 키스, 첫 데이트, 첫 오르가슴을 기다린다. 여성들은 고대하며 기다리는 사람으로 길들여진다. 그다음으로 보게 되는 여성의 모습은 남편이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남편은 그녀에게 바깥세상과 이어진 연결 고리이다.

​p. 117 환상 속의 사랑을 찾으려 애쓰는 많은 여성이 융자금, 보험, 자동차 할부금, 이사 따위 잡다한 세상사 걱정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반인반신을 배우자로 원한다. 그래서 그가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면 자신들에겐 책임이 없다. 여성 영웅은 자신의 배우자에게서 신화성을 없애고 자신의 인생에서 책임감을 되찾는 용기를 내야 한다. 스스로 어려운 결정을 하고 자율성을 획득해야 한다. 자신의 성취가 남성의 손에 달려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여성이 자유로워지거나 스스로를 자유롭게 할 때, 진정으로 낭만적인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동등한 동반자를 찾을 수 있다.

 

p. 160 여성이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을 멈추었을 때는 그저 존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존재함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신선놀음이 아니다. 존재함은 훈련이 필요한 행위이다. 여성 영웅은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진짜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이 일은 그녀에게 무엇이든 하라고 말하고 싶어 안달하는 목소리들을 침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p. 223 심연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우리는 슬픔과 무력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가능한 한 중요하고 바쁜 일로 삶을 채워 왔다.

p. 228 숨을 들이쉬고 웃어보자. 당신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라.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

p. 241 영웅적 탐색은 우리 본성의 여성성과 남성성 두 측면의 결합을 통해 우리 삶에 균형을 가져오는 일이다.

​p. 280 우리는 모두 우리의 완전한 여성적 힘을 되찾을 수 있도록 버림받은 여성성을 다시 받아들여야 한다.

p. 283 "당신의 분노가 당신을 붙잡고 있어요.​ 당신이 어머니에게 받지 못했던 것들, 그 결핍에 대해 분노하는 것을 멈추세요. 그건 당신에게 변명거리를 줄 뿐입니다. 어머니를 용서하세요. 당신의 개인적 상실감 너머를 볼 수 있도록 독수리의 관점을 이용하세요. 아니면 당신의 감정은 뒤틀릴 거예요. 코끝을 보는 데 집착하는 생쥐가 되지 마세요."

p. 296 여성 영웅은 자신의 여성적이면서도 남성적인 본성의 역동성을 이해하고 그 둘을 함께 받아들이게 된다.

 

 


 

1. 자신의 타고난 특성을 인정하자. 타인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자.

 

2. 극단에서 벗어나 여성성과 남성성을 통합한 전인적 인간으로 발전하자. 

 

이 두 가지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이 책은 여성 심리학에 관한 것이지만 성별을 떠나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중요한 울림을 준다.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기질'이라는 것이 있다. 살아가며 환경과 경험의 영향으로 형성되는 '성격'과 다른 유전적인 기질말이다. 서양의 점성술 그리고 동양의 사주명리학이 바로 이 타고난 기질에 관한 연구다. 그래서 성격이 곧 팔자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 중에 "성격을 바꿀 수 있다", 즉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틀렸다. 정확히 말해 타고난 기질은 바꿀 수가 없고 바꾸면 오히려 불행해질 가능성이 높다.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것을 거부하고 다른 기질을 가진 척해야 하는데 얼마나 에너지 소모가 크겠는가. 

 

다만 타고난 기질의 다듬기와 단련이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감수성이 발달해 다른 사람의 기분을 귀신같이 파악하고,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있다. 이런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 철저하게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일을 할 경우 뛰어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 기질에 맞는 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해서 무한정 감정대로 말하고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에서 타인과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을 훈련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한 번 더 객관적인 자료를 검토하는 정도의 훈련은 해야 한다. 

 

여성이 여성적인 특징이라 여겨지는 부드러움, 융통성, 관계 추구 같은 특성을 버리고 논리, 박력, 카리스마만을 추구하면 언젠가는 지쳐 영혼까지 소모된 상황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사실 극단적으로 여성적이거나 극단적으로 남성적이기만 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반대되는 특징을 조금씩 다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자신이 가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부지런히 개발하여 장점으로 이용하고 갖기를 소망하는 특징은 조금씩 키워나가면 된다. 

 

이전 직장에서 나보다 13살이나 많은 중년 여자분 M과 함께 일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맡은 핵심 업무를 위해 자잘하게 할 일이 많아 보조직원을 채용한 것이다. 그 분은 금융계에서 20년 동안 잔뼈가 굵었는데 하는 행동과 말은 여성스러움 그 자체였다. 특히 남자 직원이라면 나이 직급 불문 누구에게나 애교를 떠는 '자신이 여자임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타입이었다. 자신이 속한 그룹에서 가장 인기 많은 여자가 되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모순되는 점은 '자신은 다른 여자들과 다름'을 엄청나게 강조했었다. 길거리에서 운전하는 여자부터 지난 직장에서 겪은 젊은 여성까지 모든 여성이 그녀의 비난 대상이었다. 여자들은 운전을 못한다, 여자들은 멍청하다, 여자들은 감정적이다 등등. 자신이 다른 여성과 다름을 강조함으로써 본인이 돋보인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보는 입장에서는 아직 과거의 영광 속에 살고 있을 뿐이었다. 상황 파악 능력이 좋고 눈치를 보는 타입이라 목은 고정된 상태에서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던 이미지만 기억에 남아있다. 

 

반면에 내가 소속된 팀에서 잠깐 팀장을 지낸 S팀장님은 내가 사회생활하며 본 그 어떤 여성보다 소탈하기 그지없었다. 재미있는 점은 유머감각도 있고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면이 있으면서도 절대 만만하게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번도 자신이 여성임을 강조한 적도 없고, 무자비하게 아랫사람을 누르는 타입도 아니고, 강압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말투의 소유자였다. 무엇보다 자신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의식하지 않고, 가면을 쓰고 역할을 한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이 모든 말과 행동이 무척 자연스러웠다는 것이다. 

 

위 두 여성의 차이점이 단순히 정직원 팀장과 계약 보조 직원이라는 직급의 차이에서 왔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그 분 계약이 끝난 이후 새로운 분은 더 나이가 많은 여자분이었는데 상급 직원들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며 함부로 대하지 못할 기품을 가진 분이었다. 이 책을 토대로 보면 보조 직원 M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의식이 너무 강해서 말과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다. 반면에 S팀장님은 본질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어떤 '척'을 할 필요 없이 자연스러웠고 무엇보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고루 갖춘 보기 드문 여장부였다. 더 자세히 말해 M은 지극히 여성적이라 여겨지는 특징을 많이 가진 분이었다. 예민함, 감정적, 타인의 기분과 사회적 분위기 파악에 능숙함, 여자보다는 남자를 더 좋아하고 남자에게 인기를 얻고자 하는 욕망이 강함 등. 그런데 자신은 남자처럼 논리적이고, 기계를 잘 다루고, 감정 절제를 잘하는 식으로 되어야 한다고 지나치게 주입을 하는 바람에 부조화가 일어난 것이다. 

 

S팀장님은 외모만 보면 남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커트 머리를 고수했고 키도 크고 체격도 좋았다. 심지어 몰고 다니는 자가용마저도 남성적인 SUV였다. 하지만 화장을 깔끔하게 잘하고, 옷은 언제나 단정하게 입었다. 말투는 조곤조곤하고, 승진에만 목 매는 것이 아니라 두 아이를 위해 1년 간 직장을 떠나 육아휴직을 했었다. 하지만 공사 구별이 분명하고 일처리가 참 깔끔하고 정확했다. 상식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데 일까지 잘하면 여기서 벌써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여성 직원, 남성 직원에게 두루 인기가 있었다. 남성성과 여성성이 잘 조화된 사회인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 세상에서 '중용, 적당함, 균형'은 어느 분야나 어떤 상황에서든 필요한 진리 그 자체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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