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투어: 여행과 독서 기록

벨기에 여행: 겐트 / 헨트 Ghent 본문

여행기록/2021 여행: 유럽

벨기에 여행: 겐트 / 헨트 Ghent

Writer Hana 2021. 9. 16. 14:58
반응형

아름다운 소도시가 수없이 많은 벨기에. 이번에는 그중에서 플레미쉬 지방의 겐트/헨트에 다녀왔다. 그림 같은 운하도시에서는 그저 느리게 걷는 것이 최고의 여행 방법이다. 몇 백 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이 드는 고풍스러운 호텔에 머무른 것 역시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늦여름 1박 2일의 짧은 여행

 

작년처럼 체코와 폴란드에 다녀오는 장거리 여행을 계획했는데 남편이 특별 프로젝트 때문에 너무 바빠서 아쉽게도 원래의 계획은 포기했다. 대신 국경 건너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고, 거리도 비교적 가까운 벨기에에 다녀오기로 했다. 이번 여름에는 캠핑도 딱 한 번 다녀왔는데 지난주에 혼자 프라하에 다녀오지 않았다면 너무나 아쉬울 뻔했다.  

 

잠깐 마스트리흐트 Maastricht

 

남편이 네덜란드에서 볼 일 보고 다시 집까지 와서 나를 싣고 가기에는 이동 거리가 너무 멀어서 내가 대중교통을 타고 최대한 나가서 만나기로 했다. 비용과 스케줄을 확인한 후 마스트리흐트에서 만나기로 결정했다. 2018년 12월에 온 적이 있는데 다시 온 마스트리흐트는 여전히, 아니 겨울이었던 그때보다 더 아름다웠다.  

 

 

 

뫼즈 강변에 자리잡은 마스트리흐트

마스트리흐트는 진정한 유럽 연합을 탄생시킨 1992년의 마스트리흐트 조약으로 의미가 깊은 도시이다. 유럽 통합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시작되었다. 변함없이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어쨌든 유럽인의 일상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지역 국제기구이다.   

 

 

 

마스트리흐트의 길거리

3년 전에 왔을 때도 바로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 있다.

여름에 오니 더 아름답다. 

 

 

 

마스트리흐트의 길거리

 

 

 

마스트리흐트 역 앞에서 카푸치노 한 잔

기차 역 광장이 보이는 커피숍에서 카푸치노 한 잔 하며 남편을 기다렸다. 

 


 

오늘 우리의 목적지 벨기에 겐트/헨트 Ghent로

 

무슨 일인지 길이 많이 막혔다. 브뤼셀 지역의 링로드를 지나서도 엄청나게 막혀서 무슨 일인가 했다. 내비게이션이 이끄는 대로 우회도로를 따라 가는데도 막혀서 결국 예정보다 훨씬 늦은 저녁 다섯 시가 넘어서야 겐트에 도착했다.

 

겐트는 오스트플랜더스주의 주도이고 브뤼셀, 안트베르펜에 이어 벨기에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현재는 항구도시이자 대학도시로 유명한데 시내에는 중세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오늘 묵을 숙소는 Charme Hotel Hancelot

 

호텔에서 겐트 시내의 관광지에 가려면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그걸 알고서도 이 호텔을 선택한 이유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착해보니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평범한 유럽 소도시의 작은 길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호텔 현관에 들어선 순간 몇 백 년 전의 과거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겐트의 Hancelot Hotel 조식당

무도회를 열어도 될 것 같은 조식당

 

 

 

Hotel Hancelot 로비 모습

호텔 그라운드층의 체크인 구역

 

 

호텔 그라운드 층과 정원

호텔 그라운드 층 로비의 고풍스러운 장식

 

이 호텔은 Charme / Charme Deluxe / Superior Charme 이렇게 세 등급의 객실을 운영 중인데 우리는 이 중 가장 저렴하고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한 Charme 등급 객실에 머물렀다. 호텔 건물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걷는데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였다. 객실 가구도 앤틱 스타일이어서 마음에 쏙 들었다. 조식은 종류가 적어서 먹을 게 많지 않았지만 동화 속 저택에 들어온 듯한 인테리어와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직원들이 그러한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다시 겐트에 오게 되면 또 이 호텔에 머물고 싶다.

 

 

 

겐트 시내 가는 길

호텔 체크인 후 잠시 쉬다가 저녁을 먹으로 밖으로 나왔다. 이번 여름 중부 유럽에는 유난히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많았는데 마침 네덜란드 거쳐 벨기에로 여행 온 오늘은 날씨가 좋았다. 그래서 맑은 날 해 질 녘에만 볼 수 있는 파스텔 톤의 노을도 감상할 수 있었다. 운 좋은 날!

 

 

 

겐트 시내

우리가 걷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걸으면서 거리 풍경과 건축물을 감상하는 재미가 크기 때문이다. 벨기에 특유의 붉은 벽돌과 얇은 건물은 역시 아름답다. 여행에서 우리가 실력이 없다면 없는 부분(?)이 맛집 찾기다. 맛집에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기도 하고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가서 식사는 하는데 사실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다 한국 사람들의 맛집 포스팅을 찾아보기 참고하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레스토랑에 가서 별로였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인들의 맛집 평가를 신뢰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겐트 맛집이라는 '아마데우스'라는 레스토랑에 찾아갔다. 그런데 어머나.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우리 둘 다 쫄쫄 굶은 상태이고 기다리는 사람들 보니 웨이팅이 길어질 것 같아서 주변에 다른 곳에 가기로 했다. 

 

 

 

레스토랑 Cornet

배가 무척 고팠던 우리는 근처의 무난해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활기차 보이는 웨이터의 안내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음식을 주문하는데 내가 생맥주를 마시고 싶다고 하자 몇 가지 종류를 설명해줬다. 나는 다크비어의 한 종류인 Rodenbach에 끌렸다. 그 친절한 웨이터는 시음용을 갖다 주겠다고 맛보고 선택하라고 했다. 좋구나. 그래서 갖다 준 맥주를 한 모금 마셨는데 오... 이건 정말 특이하다. 다크 비어인데 약간 달달한 맛이 난다. 다크이면서 달달하다니 직접 마셔보기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인데 정말 그랬다. 음식은 남편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세트를, 나는 스페어 립을 주문했다. 음식 맛은 무난했다. 쾰른에서 지구 상 최고의 스페어 립을 맛 본 이후 사실 웬만큼 훌륭한 스페어 립도 "맛있다 맛있다"하면서 칭찬하게 되지는 않는다.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걸으려고 하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런. 우산도 놓고 왔는데. 잠시 레스토랑 천막 아래서 기다리니 비가 그쳤다. 그래서 원래 가려던 Graslei 구역으로 갔다. 레스토랑에서 걸어서 5분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다. 

 

 

 

비가 그친 후 촉촉한 모습

중세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겐트 시내 

 

 

 

겐트 시내를 흐르는 레이어강

레이어강이 흐르고 양쪽에 벨기에 특유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늘어서 있는 환상적인 겐트!

 

 

 

Graslei

겐트의 랜드마크 격인 Sint-Michelsbrug 다리에서 본 겐트의 야경

 

 

 

벨기에 특유의 건축물

세모꼴 지붕에 양 변이 계단식으로 된 벨기에 건축 스타일

사각형 지붕보다 훨씬 예쁘다.

 

 

 

한여름밤의 겐트

 

 

 

수면도 잔잔하다

2년 전에 갔던 운하 도시 브뤼헤가 떠오른다. 

 

 

 

성 미카엘 성당이 보이는 포토존

성 미카엘 성당이 보인다. 

 

 

 

다리 근처의 펍

레이어강 따라 천천히 한 바퀴 걸으며 사진도 많이 찍었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아이리쉬 펍에서 기네스 한 잔 했다. 역시 맥주는 흑맥이 최고다!

 


 

다음날 역시 게으른 우리답게 12시 꽉 채워서 체크아웃을 했다. 남편은 백신을 맞고 싶어 하지 않아서 미접종자라 독일로 돌아갈 때 음성 테스트 결과가 필요하다. 검문은 복불복이라 사실 테스트 안 받아도 될 수 있지만 만약을 위해 준비를 했다. 친절한 호텔 직원이 알려준 약국에서 테스트를 하고 다시 시내 구경에 나섰다. 

 

 

 

보트투어

낮에 보는 겐트도 아름답다.

 

 

 

겐트의 어느 골목

중세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 아름다운 겐트의 길거리

 

 

 

겐트의 길거리

알록달록한 색깔의 건물들

 

 

 

눈에 띄는 예쁜 건물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

겨우 1박 2일의 주말 여행이었지만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뭔가 나와 잘 맞는 곳이라는 느낌이 드는 장소가 누구에게나 있다. 벨기에는 나와 케미가 맞는 국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곳이다. 단순히 내 마음에 들고 너무 좋다 이런 느낌이 아니고 여기에서 살라고 해도 살 수 있겠다 싶은 곳이다. 일단 밤에 잠을 푹 자고 낯선 곳이라 해도 마음이 편한 곳이다. 그리고 여기서 사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림으로 그려지는 곳이다. 무언가 한 마디로 깔끔하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쉽게 말해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 장소'를 말한다. 반대로 예를 들면 러시아나 크로아티아는 아름답고 여행하기 좋은 곳이지만 케미가 맞고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장소는 아니다.   

 

벨기에는 무언가 특별하다. 

 

 

 

 

 

ⓒ 2021. @hanahanaworld.tistory.com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