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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2021 여행: 유럽

벨기에 여행: 뒤르비, Durbuy

Writer Hana 2021. 11. 9.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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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가을날 어떻게 집에만 있을 수 있나? 벨기에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오래전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아담한 마을 뒤르비 Durbuy는 어떤 모습일까? 

 

 

2021년 10월 가을 나들이

 

어렸을 때는 관찰력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는데 유럽에 온 이후 새로운 장소에 가면 발동하는 관찰 버릇이 생겼다. '이러한 자연 지형을 가진 곳에서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왔을지'가 진심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차를 타고 가며 보이는 벨기에 동남부 지역은 언덕 지형인데 비교적 평지인 서북쪽의 플레미쉬 (플랜더스) 지역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알프스 산맥처럼 아예 천연 장벽이 될 만한 험한 산맥도 아니고 어설픈 구릉 지형이다. 그렇다면 농사를 짓기 좋은 곳인가? 뫼즈강이 프랑스 서북부의 샹파뉴아르덴 지방에서 발원하여 벨기에 중앙부를 통과하고 북쪽의 네덜란드로 흘러간다. 인간이 생존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물이 있기 때문에 뫼즈강을 따라 작으나마 여러 도시가 자리를 잡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직접 강을 따라 달리면서 봐도, 지형 지도를 들여다봐도, 뫼즈 강변에는 드넓게 펼쳐진 곡창 지대가 없다. 평지가 없고 대신 산비탈에 포도를 많이 심어서 와인 산업은 발달한 편이다. 유럽의 주식은 빵이고 이 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밀을 많이 재배하는 것 같지도 않다. 목축을 약간 할 수는 있어 보인다. 

 

손에 쥐어진 기본 자원이 빈약한 경우 발전할 수 있는 방법 두 가지가 있는데 장사를 하거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중 널리 알려질 정도로 발전한 부분은 없다. 21세기인 지금 이 지역은 독일 전역에 대동맥같이 뻗은 고속도로망은 보기 어렵고 왕복 2차선의 노후된 작은 차도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집에서 뒤르비까지 그렇지 멀지 않은 거리인데 리에주의 큰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온 후에는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현대에도 옛날에도 사람을 모으는 '군집'은 어려워 보이고, 지역 간 협동심을 갖기도 어려워 보이는 지형인 것이다. 2차 대전의 독일, 나폴레옹 시대의 프랑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항해 시대, 네덜란드 무역시대, 영국의 대영제국 시대, 로마제국, 고대 그리스 등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가치 판단을 제외하고 실제로 유럽 또는 세계 역사를 한 번씩 쥐고 흔들던 시기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벨기에는 네덜란드와 비슷한 사이즈임에도 우리가 잘 아는 역사의 주인공인 시대는 없었다. 지금이야 유럽연합의 수도 격인 곳이지만 오랜 시간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았었다. 지리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분명 지리는 무시할 수 없는 '쥐어진 카드'인 것이다. 

 

예전에야 어땠을지 몰라도 현재 이곳이 무엇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답은 역시 '지형', 즉 환경이다. 장사와 기술 개발이 아닌 제3의 길, 주어진 카드를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벨기에 동남부는 풍경이 아름다워서 관광지로 개발하기에는 더할 나위가 없다. 내가 벨기에 남부를 좋아하는 이유다. 실제 나무르 지역의 디낭을 예로 들면 유명한 관광지다. 협곡 사이로 뫼즈 강이 흐르고 강변에 그림 같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뒤르비도 그중 하나다. 이 지역 사람들 참 똑똑하다. 이미 많은 동남부의 소도시들이 관광도시로 성장했다. 캠핑장이 많은 것은 당연하고 사이클, 카약, 트레킹처럼 다양한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도 많다. 또한 뫼즈강으로 흘러드는 지류가 많아 수상 스포츠를 즐기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내가 직접 여행하며 느낀 바로는 여기에 한 가지, 맛집을 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덜란드도 벨기에도 다 좋은데 맛집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도대체 여기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사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말이다.         

 

 

 

뒤르비, 벨기에

뒤르비는 벨기에 왈로니아 지역 뤽상부르주에 있는 작은 도시다. 도시라고 부르기에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엄연히 '도시'이다. 아르덴 숲 가장자리 우르트 강변에 자리 잡고 있다. 

 

 

 

뒤르비, 벨기에

 

 

 

뒤르비, 벨기에

뒤르비 골목 풍경

 

골목을 천천히 걸어 다니며 구경을 했지만 사진을 거의 안 찍었다. 길거리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운데 관광객으로 북적거려서 사진을 찍기가 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찍는 사람이야 상관없지만 찍히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작고 예쁜 마을에 와서 사진 찍기에 집착하고 싶지도 않았다. 

 

슬슬 걸어 다니다가 커피를 마시고, 팬케이크를 간식으로 먹었다. 생각해보니 벨기에에 가서 벨기에 와플을 안 먹었네??

 

뒤르비는 정말 작다. 이 도시는 자칭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도시'인데, 정보를 찾아보니 크로아티아의 Hum이라는 도시가 기네스 세계 신기록으로 인정받았다는 글이 있다. 그래서 기네스북을 찾아봤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온갖 것이 나열되어 있지만 가장 작은 도시에 대한 정보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결론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도시가 어디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작은 뒤르비는 와볼 만한 예쁜 장소라는 것이다.  

 

 

 

뒤르비, 벨기에

이곳이 인스타그램에서 본 뒤르비의 포토존인데 알록달록한 꽃 장식이 없어서 조금 밋밋하다.

 

 

 

뒤르비, 벨기에

가을이라 울긋불긋하다.

 

 

 

우르젤 가문의 성

우르젤 성이 뒤르비의 랜드마크 격인 건축물이다. 

 

 

 

우르젤 성 건너편 주차장에서 보이는 풍경

뒤르비 최고의 포토존이 주차장이었다니... 

 

오늘은 정말 날씨가 다 했다!!!

주말마다 이렇게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의 소풍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역시 벨기에는 좋다'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관찰한 것은 코로나 규제가 완화되면서 여행자가 폭발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지난 8월에 프라하에 갔을 때도 예전처럼 한국인, 중국이, 일본인이 없었을 뿐이지 유럽 각 국에서 온 관광객으로 주요 관광지가 북새통을 이루었다. 마치 코로나 전처럼, 아니 코로나 전보다 더 사람들이 더 여행을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하긴 주변 사람들을 보면 여행에 관심 없던 사람들조차 못 가니까 가고 싶어 졌다 말할 정도니... 

 

심지어 우리가 즐겨 찾던 온천 수영장마저 다른 모습이다. 코로나 전에 일주일에 한두 번 가곤 했는데 락다운 이후 다시 문을 연 온천 수영장은 깜짝 놀랄 만큼 사람들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코로나 전에는 가장 붐비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도 그렇게 사람이 많았던 적이 없었고 밤 9시쯤 되면 다시 한산해졌는데 이제는 10시가 되어도 이용객이 가득하다. 

 

인간에게 자유란 이런 것이다. 가만 놔두면 모르는데 자유를 빼앗기면 누르면 누를수록 반작용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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