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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2021 여행: 유럽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 01: 비엔나에서 탈린 도착

Writer Hana 2022. 1. 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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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초의 성수기가 오기 전 에스토니아의 탈린으로 여행을 떠났다. 집 근처의 공항에서 탈린으로 가는 직항이 없어서 여러 경로를 검색해봤다. 일단 기차를 타고 비엔나로 가고 그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탈린으로 가기로 했다. 

 

 

2021년 12월 11일 출발

여행 출발하는 날은 바쁘게 보냈다. 짐 꾸리고, 집안 청소하고, 이웃들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제주 감귤 초콜릿도 선물로 줬다. 그동안 외국인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다양한 한국 선물을 줘왔는데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극찬을 받은 것이 바로 제주 감귤 초콜릿이다. 저녁에는 우리가 가장 즐겨 찾는 동네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어쩌다가 남편 친구가 예전에 가지고 있었다던 독재자들에 관한 포스터 이야기를 꺼냈다. 구글에서 그 포스터를 찾아보며 깔깔 웃으며 유쾌한 저녁 식사를 했다. 

 

집으로 돌아와 짐을 들고 길을 나섰다. 밤 11시 20분의 레기오날 기차는 거의 텅텅 비었다. 라인강을 따라 달리면 기막힌 풍경을 볼 수 있는데 깜깜한 밤이라 아쉬웠다. 지난가을 한국에 갔을 때 내가 가지고 간 작은 가방을 엄마에게 주고 나는 엄마 가방을 들고 왔다. 기차에서 별생각 없이 구석구석 확인했는데 엄마의 묵주를 발견했다. 아니 평소에 메고 다니는 가방인데 묵주를 이제야 보다니? 작은 가방이지만 여기저기 보조 주머니가 많아서 지금껏 몰랐다. 여행 출발하며 행운의 부적을 발견한 기분이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역에서 아슬아슬하게 ICE를 타고 뮌헨으로 향했다. 뮌헨에는 아침 7시 30분 쯤 도착해서 때문에 4시간 이상 푹 잘 수 있었다. 밤기차라 승객도 별로 없어서 누워서 잤다. 

 

 

 

뮌헨 중앙역

독일에서도 바이에른 주는 유명하고 멋진 관광지가 많다. 독일 거주 5년차가 되었지만 바이에른에 여행을 온 적이 없다. 그저 체코나 헝가리에 오갈 때 기차를 타고 거쳐가기만 했다. 잠시 환승 목적이지만 베를린, 프랑크푸르트처럼 세계적 도시인 뮌헨에 처음 발을 디뎠다.

 

 

 

뮌헨 중앙역

뮌헨역의 첫인상은 아주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유럽의 기차역들은 우리나라나 중국의 으리으리한 최신식 기차역들과 달리 아주 오래되었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브뤼셀 노르트역이나 쾰른 중앙역은 국제공항급의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역사 자체는 노후화되었다. 반면 이 뮌헨역은 유럽의 기차역 치고는 뭔가 신식의 느낌이다. 구조는 프랑크푸르트역과 비슷하다. 

 

맥도널드에서 간단히 맥모닝 메뉴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잘츠부르크행 기차에 탑승했다. 2021년 12월 현재 바이에른 주 전체가 강력한 코로나 관련 규칙 시행 중이다. 독일 내에서 가장 확진자가 많은 지역인데 그들의 강력한 리더 마르쿠스 죄더가 구경만 하고 있을 리가 없지. 크리스마스 마켓이 모두 취소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백신 접종 완료나 완치 또는 음성 증명 중 하나를 반드시 갖춰야 하는 이른바 3G (geimpft, genesen, negativ gestestet) 시행 중이다. 실제로 티켓 검사는 해도 3G를 검사하는 경우는 못 봤지만. 게다가 우리 여행 출발 약 1주일 전 오스트리아 전체가 락다운 시작이라 약간 긴장했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일단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생활에 크게 지장이 없다. 다행히 오스트리아를 통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독일 동남부와 그에 인접한 오스트리아가 락다운 시행 중이라 그런지 기차역도 한산하고 기차 내에도 승객이 거의 없이 조용했다. 

 

바이에른의 작은 도시 로젠하임 Rosenheim부터 거대한 호수인 킴 Chiemsee를 통과하는 구간에 입이 쩍 벌어지는 풍경이 펼쳐졌다. 유럽의 상징인 알프스에 가본 적이 없는데 기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알프스는 어마어마했다. 이야~ 이래서 알프스 알프스하는구나. 내년 여름에는 알프스에 가볼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역

거의 7년 만에 잘츠부르크. 지난 2015년 1월에 첫 유럽 여행을 왔을 때 체코의 프라하, 체스키 크룸로프에 이은 세 번째 목적지였다. 한국인 정모라도 하듯 혼자 여행 온 한국인들이 가득 모인 호스텔에서 여행 동무들 많이 만났지. 예쁜 추억이다. 

 

드디어 이번 기차 여정의 마지막 환승, 잘츠부르크에서 비엔나 공항행 기차를 탔다. 오후 1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우리는 비엔나에서 탈린으로 가는 라이언 에어 직항을 예매했다. 장거리 비행이라면 웹 체크인 오픈 시간에 칼같이 맞춰 체크인과 좌석 지정을 하는 나지만 이번에는 단거리 노선이라 느긋하게 공항에서 하기로 했다. 어차피 웹 체크인이라 해도 저가 항공사의 좌적 지정은 유료라 굳이 서둘러 체크인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잘 생기고 친절한 직원이 카운터에서 체크인하면 50유로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이메일로 받은 링크를 통해 온라인 체크인할 것을 권했다. 거의 3년 만에 라이언 에어 탑승인데 그새 규정이 바뀌었네? 저가 항공사를 이용할 때는 자잘한 서비스 하나하나가 다 돈이다.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비행기를 안 탔더니 이걸 잊고 있었군. 

 

체크인을 마치고 일찌감치 탑승 구역으로 들어갔다. 

 

 

 

비엔나 국제공항 Flughafen Wien-Schwechat

두 번째로 온 비엔나 국제공항! 첫 번째는 역시 2015년에 오스트리아 여행 마치고 모스크바로 출발할 때였다.

 

 

 

비엔나 국제공항 3터미널

공항 역시 조용하고 한산했다.

스낵을 사먹고 텅텅 빈 벤치에서 편하게 쉬었다.

 

 

 

라우다 항공

분명 비행기표를 예매할 때는 코드 셰어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당연히 라이언 에어를 탈거라고 생각했는데 듣도 보도 못한 라우다 Lauda 항공을 타고 탈린에 도착했다.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하는 오스트리아의 저가 항공사이다. 특이한 점은 오스트리아의 항공사임에도 기내 방송을 하든 승무원들끼리 대화를 하든 영어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웹 체크인을 할 때 랜덤으로 좌석이 지정되었다. 나는 7열, 남편은 30열이다. 하, 멀기도 하네. 

 

3-3 배열의 A320 기종이었다. 보딩할 때 보니 승객이 많지 않아서 세 자리에 한 명 또는 두 명이 앉았다. 나는 중간 좌석에 당첨... 바로 내 옆 창가석에 아기띠를 맨 아기 엄마가 앉았다. 책 배낭 사이즈의 가방을 좌석 아래에 두려는 모습이 불편해 보였다. 그래서 독일어로 선반에 내가 짐 올릴까 물어봤더니 괜찮다고 외투만 올려달라고 한다. 승무원이 영어로 "boarding finished"라는 말을 듣자마자 우리 둘 다 동시에 "boarding finished"라고 따라 하고 나는 한 자리 옮겨 가운데 자리 비우고 통로석에 앉았다. 후... 아, 그러고 보니 아기 엄마가 영어도 한다는 뜻이네? 활주로로 나가기 전에 승무원 한 명이 다가와 아기 엄마에게 영어 할 줄 아는지 물어본 후 안전 규정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비행기가 이륙했다. 보딩때부터 내내 잠을 자던 아기가 눈을 떴다. 그런데 세상에 천사가 따로 없네. 낯가림 없이 나에게도 방긋방긋 웃어주는데 "녹는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건가 보다. 원래 모르는 남의 아기는 별로 귀엽지 않고 딱히 관심도 없다. 독일에 살게 된 이후 더욱 아기나 어린이 아이에 대해 예쁘다고 생각할 일이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나를 낯설어하기 때문이다. 직접 과학적인 연구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경험으로만 보면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갓난아이도 분명 사람을 구분한다 (주의할 점은 사회적 의미의 차별이 아니다).

 

대학생 때 발달심리학 시간에 배운 바에 따르면 사람은 태어난 지 단 며칠 만에 엄마와 타인의 목소리를 구분하고 한 달도 되지 않아 모국어와 외국어를 구분한다. 그러니 낯선 외모의 다른 인종을 보면 '자신이 아는 사람들'과는 달라 보이기 때문에 뚫어져라 바라보게 된다. 외국인이 흔치 않던 나 어린 시절에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라는 동안 사회에서 은연중에 인종과 여러 사회 집단을 두고 가치 평가를 하게 된다. 인간은 물리적 차이를 구분하는 본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가치를 매겨 차별하는 태도를 부모, 주변 사람들, 미디어와 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배운다. 내 옆자리의 아기는 아직 가치 판단을 못할 나이이긴 하지만 분명 내가 낯설 것이다. 그럼에도 방긋방긋 웃으며 다가오는데 예뻐 보이지 않을 수가 있을까. 물론 시국이 시국인지라 아이가 예뻐도 손끝으로도 만지지 않았다. 


아이가 깨어나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밝아졌다. 유료 스낵 서비스를 하던 승무원도 발길을 멈추고 한참 아기에게 도리도리 까꿍하며 놀아줬다. 자연스럽게 아이 엄마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오스트리아에 10년째 살고 있는 에스토니아인이었다. 딱 봐도 남자인 그 아기는 9개월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즉석에서 기초 에스토니아어를 배웠다. "안녕"은 “테레”, "고마워"는 "아이따"이다. 생각지 못하게 탈린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환영 인사를 받은 기분이다.  

 

약 2시간 반 비행 후 탈린공항에 도착했다. 

 

<2021년 12월 현재 에스토니아 입국>

 

https://www.kriis.ee/en/travelling-crossing-state-border/travelling-estonia

 

Travelling to Estonia | Kriis

As travel options are still limited and the spread of the virus varies in different countries, the need to travel should be carefully considered. This concerns, in particular, the people belonging to the coronavirus risk group. If you are not vaccinated ag

www.kriis.ee

에스토니아 입국과 관련된 가장 정확한 정보는 에스토니아 보건부에서 운영하는 위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12월 현재). 백신 접종만 완료하면 입국 이후 자가 격리할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자신이 출발하는 국가나 지역이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우리는 당시 독일이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었지만 접종 완료자에 해당되어서 에스토니아 입국 후 자가격리는 하지 않았다. 대신 예외 없이 온라인으로 건강 관련 질문지를 작성해서 입국 전에 제출해야 한다. 

 

내 인스타에 어떤 한국분이 자가격리에 대해 물어보길래 대답을 해줬는데, 어디서 출발하는지 모르지만 한국대사관 (정확히 말해 주 핀란드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에스토니아 관련 업무를 겸임하고 있다)에 알아보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국에서 접종할 것을 에스토니아의 숙박 및 식음업장에서 인정해주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그것까지는 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에스토니아의 호텔, 카페, 레스토랑에서는 백신 접종 여부를 스캔하고 신분증까지 대조해가며 철저하게 확인한다. 지난가을 유럽 접종 완료자인 나는 한국에 자가격리 면제 조건으로 입국하는 것은 허용되었지만 식음업장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 포함 총 세 명이 저녁 여섯 이후 음식점에 갈 수가 없었다. 당시 우리나라 접종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어서 나만 접종 완료자였지만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반대로 한국에서 접종 완료하고 유럽에 온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므로 지난 초겨울까지는 한국에서 접종하고 음성 간이 테스트 결과지도 없이 유럽에 와서 외식을 했다면 식당에서 그냥 통과시켜줬다 해도 엄연히 불법이었다. 서로 차별했던 게 아니라 시스템 준비가 미흡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우리는 쉥겐지역 내 이동이라 입국 심사 절차도 당연히 없었고 수화물을 부치지도 않아서 빠르게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호텔이 있는 올드타운까지 트램을 타고 가기로 했다.

 

 

 

탈린 시내 트램

트램 내부가 상당히 깨끗하고 차체도 새것으로 보인다. 탈린 시민에게는 공짜지만 우리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표를 사야한다. 공항 내 자판기에서 한 명당 1.5 유로를 주고 1시간짜리 티켓을 샀다. 탈린 국제공항은 시내에서 겨우 4km 거리에 있어서 이동하기 쉽다. 버스를 타도 되고, 트램을 타도 된다. 

 

 

 

눈쌓인 탈린 올드 타운

드디어 올드타운 입성!

 

그동안 눈이 많이 내렸고 이제 녹기 시작한다. 거짓말처럼 우리가 출발하기 하루 전까지 탈린은 영하 10도의 엄청 추운 날씨였는데 우리가 도착한 날부터 영상 기온이다. 그래도 비행기에서 만난 에스토니아인 아기 엄마가 말해줬듯이 바다 바람이 차다.

 

 

 

탈린 올드 타운 길거리

늦은 시간이라 길에 사람이 별로 없다.

 

 

 

탈린 올드 타운

 

 

 

Rija old town hotel

올드 타운의 끝자락 올라프 성당 지나 성벽에 위치하고 있다. 생각보다 객실은 좁았지만 깔끔했다.

 

 

 

탈린 올드 타운

관광 명소인 탈린의 Maiasmokk Kohvik (마이아스목 카페)

내일 가보자!

 

 

 

탈린 올드 타운

그 유명한 탈린 올드 타운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보이기 시작한다!

 

 

 

탈린의 유명한 스테이크 레스토랑

탈린 올드 타운의 또다른 유명한 레스토랑

이야 포즈 너무 멋진 거 아니야?

 

체크인을 하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술집만 영업 중이고 다 문을 닫아서 할 수 없이 맥도널드에 갔다. 밤 11시였던가 12시였던가 아무튼 청소할 시간이라며 갑자기 손님들에게 나가라고 한다. 우리는 5분 안에 나가겠다고 했는데도 안 된단다. 이건 불친절 수준이 아니라 무슨 구식 소련 스타일이네 ㄷㄷ 최소한 5분 또는 10분 전에 이제 곧 나가야 한다고 공지를 주든지. 아니면 음식을 먹는 곳인데 시간 되면 먹던 음식 버리고 나가는 것이 이곳의 원칙인지. 

 

 

 

올드 타운의 정문 비루 게이트

탈린 올드 타운 렌드마크이자 정문 역할을 하는 비루 게이트 Viru Gate

우리를 쫓아낸 맥도날드는 바로 이 비루 게이트 옆에 있다.

 

 

 

올드 타운 길거리

길거리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참 낭만적이다.

 

 

 

인상적인 초록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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