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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2021 여행: 한국

서울 여행: 북촌 한옥마을, 은평 한옥마을

Writer Hana 2021. 10. 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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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가기 전에 가고 싶은 장소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중 우선순위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서울의 두 한옥마을이다. 북촌 한옥마을은 예전에 가보려고 한 적이 있었다. 마을 입구에 도착해서야 오후 다섯 이후에는 주민 생활 배려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발걸음을 돌렸다. 은평 한옥마을은 한옥 카페를 검색하다가 알게 되었다. 새로 조성된 한옥마을인지 아니면 오래된 마을인데 한옥만 새로 지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을 자체보다 마을에서 보이는 북한산 경치가 멋져서 꼭 가보기로 했다. 

 


 

<북촌 한옥마을>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것을 좋아했다. 특히 관심 있는 분야는 한옥과 한복 같은 시각적인 것들이었다. 전통적인 것을 좋아한다고 드러내면 은근히 애늙은이 취급당하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 한옥카페가 인기 많아지는 것을 보며 '그것 봐, 자부심이나 애국심에서가 아니라 정말 눈에 아름답고 멋져 보이니까 좋아하는 거잖아'라는 생각이 든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북촌 한옥마을은 조선시대 왕족과 고관대작들이 거주하던 지역이라고 한다. 역사 관련 서적에서 조선 시대 왕비나 고위 관료들에 대해 '~~ 는 안국동 출생이다'라는 글을 많이 본 것도 같다. 하긴 두 궁궐 사이에 위치한 지역에 일반 백성들이 거주하지는 않았겠지. 아무튼 이 북촌 한옥마을은 안국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서 찾아가기도 쉽다. 

 

 

북촌 한옥마을 안내 지도의 한 부분

나중에 마을 서재에서 얻게 된 북촌 한옥마을 지도를 보니 먼저 이것을 알고 시작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떤 경로를 따라 어떤 곳에 들르면 좋은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지도이기 때문이다. 이것도 모르고 나는 2번 출구 건너편 헌법 재판소를 지나 북촌 박물관 쪽에서 마을로 들어갔는데 그리 좋은 경로는 아니다. 이렇게 가면 북촌로 기준으로 서쪽만 보고, 동쪽의 멋진 볼거리를 모르고 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코스는 안내 지도에 나와있는 것처럼 안국역 3번 출구로 나가서 첫 번째 코너에서 좌회전하여 계동길 따라 시작하는 것이다. 위 지도의 1번 장소인 북촌 문화센터에서 지도를 들고 출발하면 길 찾기에 문제없는 북촌 한옥마을 방문이 될 것이다. 

 

 

북촌 한옥마을에서 보이는 삼청동 풍경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면 이렇게 삼청동이 한눈에 들어오고, 인왕산 방향을 바라보며 경복궁과 국무총리 관저도 보인다. 9월임에도 30도에 가까운 날씨에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땀 뻘뻘 흘리며 올라간 보람이 있는 풍경이다. 월요일 한낮이라 그런지 관광객도 별로 없었다. 한복을 입고 사진 촬영을 하는 한 팀과 외국인 관광객 한 팀을 봤을 뿐이다. 

 

 

북촌 한옥마을의 포토존

 

 

북촌 한옥마을의 또다른 포토존

 

 

북촌 한옥마을

9월 한낮의 북촌 한옥마을

적당히 구름이 끼어서 더 환상적인 분위기였다. 

 

 

북촌 한옥마을

월요일 한낮의 텅빈 한옥마을 거리

사진 찍기 최고의 시간이다!

 

 

 

그린마일 커피 북촌점

인스타그램에서 북촌 한옥마을 사진을 검색해보다가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발견했다. 바로 그린마일 커피 북촌점이었다. 찾기 쉬운 큰 길가에 위치하고 있는데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해 대략적인 위치만 알고 갔다가 한참을 헤맸다. 골목까지 들어가서 헤매다가 못 찾겠다 싶을 때쯤 공공와이파이가 잡히는지 확인하는데 "그린마일 커피"가 뜨는 것이 아닌가. 그럼 바로 이 근처라는 말인데? 

 

한옥마을의 카페이니 당연히 한옥일 거라고 생각한 고정관념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 깔끔하고 현대적인 인테리어의 카페였던 것이다. 1층에서 카페라테를 주문해서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린마일 커피에 오고 싶었던 이유는 옥상에서 보이는 한옥 풍경이 예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커피 맛이 지금까지 국내에서 마셔본 카페라테 중 역대급으로 맛있는 것이 아닌가!!! 역시 나는 맛집은 잘 못 찾아도 훌륭한 카페는 잘 찾는다!

 

 

그린마일 커피 북촌점

그린마일 커피는 1층에서 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가서 마시면 되는데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3층 옥상이다. 옥상 올라가는 길에 이렇게 센스 있는 장식품도 있다. 

 

 

그린마일 커피 북촌점

 

그린마일 커피 북촌점

캬~ 이곳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

혼자 와서 내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쉬울 정도로 예쁜 한옥 풍경이다.

 

 

북촌 한옥마을 계동길

그린마일 커피 옥상의 벤치에 한참 앉아 있다가 나와서 걸었다. 다음 목적지는 "북촌마을서재"이다. 가회동 미술관에서 시작되는 북촌로 8길을 따라 가면 이렇게 계동길을 만나게 된다. 만약 그린마일 커피를 찾아 헤매느라 북촌로 기준 서쪽의 골목을 헤매지 않았다면 이쪽에도 이렇게 예쁜 동네가 있는 줄 몰랐을 것이고 볼거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 채 집으로 갔었을 수도 있다. 

 

 

북촌마을서재

 

 

북촌마을서재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이 서재도 출입 확인 절차를 거쳐야 서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나는 한국 전화번호가 없어서 QR코드 체크를 할 수 없고 매번 수기 작성하는 것도 귀찮아서 서재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바깥에서 구경하고 땀도 식힐 겸 평상에 앉아 바람을 쑀다. 마을서재도 고즈넉하고 아름다운데 저 멀리 보이는 북악산이 또 일품이로구나. 

 

 

북촌한옥마을

북촌마을서재의 대문이 또 멋진 프레임이 되어준다.

 


<은평 한옥마을>

 

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 엄마, 언니, 조카와 함께 은평 한옥마을에 다녀왔다. 3호선 불광역에서 내려 701번 버스를 타고 갔다.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 올여름에 비가 많이 왔다고 들었는데 내가 한국에 머물렀던 9월은 날씨가 무척 좋았다. 은평 한옥마을에 간 날도 날씨가 좋았다.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날이 아니라 적당한 구름이 이런저런 하늘의 맵시를 만들어낼 때를 "날씨가 예술이다"라고 말한다면 딱 날씨가 예술인 날이었다. 

 

 

은평 한옥마을

우리는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탄성을 질렀다. 마을이 예뻐서라기보다 날씨가 예술이고 북한산 풍경이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와~

 

 

은평 한옥마을

은평 한옥마을은 그다지 넓은 장소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느리게 걷기 좋은 곳이고 이렇게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연휴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아 보였다.

 

 

은평 한옥마을

 

은평 한옥마을

 

은평 한옥마을의 가을

 

은평 한옥마을

늦가을 단풍이 절정일 때 오면 최고의 모습을 볼 수 있겠다.

 

 

은평 한옥마을

은평 한옥마을은 북촌과 달리 새로 지어진 한옥으로 가득하다. 

 

 

명금탕

멋진 카페는 갈수록 많아지고 카페 탐방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가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나라에 가서 놀란 점은 생각보다 노 키즈 카페가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려던 카페도 노 키즈존이고 사진으로 봐서 별로 가고 싶지 않은 저층에만 아이들과 함께 들어갈 수 있어서 그곳에 가는 것은 포기했다. 우리 조카가 12세 어린이이기 때문이다. 자신감을 빙자한 버릇없음을 그냥 내버려 두는 부모들도 문제지만 이렇게 노 키즈존이 마냥 늘어가는 것을 보면 제대로 아이 훈육하는 부모들 입장에서도 할 말이 많을 듯하다. 게다가 한옥 마을에는 데이트하는 성인 남녀만 오는 것이 아니라 가족단위 손님도 많은데 말이다.  

 

이럴 때는 프랜차이즈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다. 입맛에 맞게 얼음이나 시럽 양도 조절할 수 있고 1인 1잔을 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오만 인상을 찌푸리지도 않으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전통 인테리어가 예뻐 보이는 투썸에 가기로 하고 들어갔는데 빈자리 찾다가 옆집의 테라스 테이블이 빈 것을 보고 우리는 바로 그곳으로 이동했다. 알고 보니 그곳은 전통찻집인 명금탕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언니와 나는 대추차, 엄마는 쌍화탕 그리고 다같이 먹을 떡을 간식으로 주문했다. 

 

 

명금탕 테라스에서 보이는 북한산 풍경

원래 관광지에서 식음료의 맛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지만 이곳의 대추차는 진하고 맛도 좋았다. 

게다가 이런 멋진 뷰라니!!!

 

 

명금탕 테라스 뷰

우리가 명금탕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손님이 별로 없었는데 어느새 온 찻집이 꽉 찼다. 가끔 우리는 이유 없는 뿌듯함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손님으로 들어온 이후 한산했던 곳이 꽉 차게 되면 내가 어떤 좋은 운을 가져온 것 같아 근거 없는 우쭐함을 느끼는 것은 아마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하하. 

 

 

은평 한옥마을

청량이라는 말이 이보다 어울리는 날씨가 있을까?

적당한 기온에 바람까지 살랑살랑 부는데 하늘 풍경은 또 어쩜 이리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지...

 

 

은평 한옥마을

그렇게 카페에서 여유롭게 쉬고 풍경 감상하고 나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은평 한옥마을

 

 

은평 한옥마을

 

 

은평 한옥마을

 

 

은평 한옥마을

 

 

은평 한옥마을

 

나와 놀러 다니기 좋아하는 우리 조카는 당연히 신나서 폴짝폴짝 뛰어다녔고, 엄마와 언니도 생각보다 좋다며 감탄했다. 가을에 단풍들 때 그리고 겨울에 눈 내리는 날에 와봐도 좋을 것 같은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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