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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2021 여행: 한국

여의도 나들이: 폴 바셋, 파크원, IFC 몰

Writer Hana 2021. 10. 2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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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의 서울

 

여의도는 내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한 군데다.

 

어릴 적 아버지는 여의도에 있는 회사에서 근무했었다. 여의도에 가면 깔끔한 빌딩 숲과 잘 차려입는 직장인들이 어린아이의 눈에도 인상 깊어 보였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이곳에서 살거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 시험이 끝난 후 여의도는 내 인생 첫 일터가 되었다. CU가 당시에는 훼미리마트 Family mart였는데 63 빌딩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비록 주말 아르바이트이긴 했지만 출근하는 시간이 기다려지는 생활이었다. 당시 보광에서 신입 사원 현장 수습 근무처로 훼미리마트 직영점을 활용했었다. 점장과 부점장이 보광 신입사원이었으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청년들이었고 같이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도 내 또래였다. 물론 나이가 비슷하다고 해서 다 잘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 사이가 좋아서 아직도 최고의 아르바이트 경험 중 하나로 남아있다. 편의점 일은 근무 후 몸이 피곤할 뿐 정신적으로 사람을 피곤하게 하지 않기도 하다.     

 

그다음으로 스무 살 초겨울 다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곳도 우연히 여의도였다. 낮에는 커피숍, 밤에는 바 bar로 운영되는 곳이었는데 나는 오전 오픈 시간부터 오후까지 근무를 해서 사실상 커피숍 직원이었다. 그곳에서의 기억은 30대의 여사장님이 감정 변화가 심하고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 같이 지내기 어려웠다는 정도. 이후 여의도와는 멀어졌다. 대학교를 다닐 때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장소, 그리고 봄에 어쩌다 한 번 벚꽃 구경 오는 장소였고 대학교 졸업 후에는 아예 그곳을 지나다닐 일조차 없었다. 

 

여의도 느낌 좋은 곳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금융 수도이고, 비록 온갖 부정적인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엄연히 국민이 선거를 통해 인정한 합법적 권위가 나오는 곳이다. 게다가 지금은 시대가 변하고 다양한 미디어 매체의 발달로 예전 같은 극강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지상파 방송국의 본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만약 나에게 충분한 돈이 있거나 누가 어디든 마음대로 집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 강남이 아닌 여의도나 한남동에서 고를 것이다. 화려한 상하이의 와이탄이나 푸동보다 덜 현대적이지만 고전적인 베이징 중심부가 내 취향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언니와 조카와 여의도 나들이를 다녀왔다.

 

 

폴 바셋 여의도 국회대로점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커피 체인점 중에서 폴 바셋의 커피가 가장 내 입맛에 잘 맞는다. 맹물맛이 아닌 진한 커피 향은 기본이고 내가 좋아하는 약간의 고소함과 약간의 쓴 맛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라떼에 아이스크림을 넣은 아이스크림 라떼라는 메뉴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바닐라 라떼보다 훨씬 맛있다. 여의도 국회대로점에서는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라떼를 마셨다. 가격은 눈물 나게 비싸지만 그 값을 하고도 남는 맛이다. 우리 주변에는 다들 말쑥하게 차려입는 직장인 손님들로 가득했는데 이런 분위기 너무 좋다.

 

 

 

여의도 공원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IFC 몰 안에 영풍문고가 있어서 그곳에 가기로 했다. 국회의사당 구역에서 여의도 공원을 지나야 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오게 된 여의도 공원! 이곳은 나 아주 어릴적에는 원래 자전거를 타는 넓은 광장이었다. 오래전 이 공원은 무언가 엉성하고 공사하다만 느낌이었는데 확실히 시간이 오래 흘러 무언가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이제 정말 공원 같다. 

 

 

여의도 공원에서 보이는 파크원 빌딩과 IFC 몰 빌딩

 

<아름답지 않아도 좋아할 수 있는가>

 

논란이 있었던 파크원 건물을 실제 현장에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연...  

 

파크원은 영국인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하고 삼성 물산과 포스코 건설이 완공했다. 타워 1은 높이 332.7미터이고 타워 2는 256미터라고 하는데 높이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바로 저 빨간색의 골조 마감 때문이다. 정확한 년도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당시 흉물스럽다, 촌스럽다 등 악평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인터넷 기사 속 사진을 보며 '엥? 이게 뭐야? 이런 촌스러운 건물이 여의도 한복판에?'라고 생각했었다.

 

사실 리처드 로저스는 그저그런 건축가가 아니고 그 유명한 파리의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사람이다. 고철 덩어리를 쌓아놓은 것 같은 파리의 퐁피두 센터도 처음에는 흉물스럽다고 파리 시민들에게 욕을 먹었지만 어느 순간 파리의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되었듯이 이 파크원도 건재하다. 여론 조사를 해 본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 건물에 대한 호불호가 정확히 어떤지 알 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감상으로 참 재미있는 건물이다. 

 

누군가 나에게 이 건물이 "아름다운가?"라고 물어보면 "그렇다"라고 대답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가?"라고 물어본다면 "눈에 확 띄어서 마음에 든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여의도에는 수많은 빌딩이 있다. 물론 파크원이 여의도에서 높이로 따지자면 단연 1위지만 단순히 높이가 아니라 저 빨간 마감이 수많은 세련된 빌딩을 보이지 않게 만들어 버린다. 경쟁자들을 제치고 단번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 이것이 매력의 시작이다. 

 

우리는 반드시 잘생긴 남자, 연예인처럼 예쁜 여자만을 사랑하지 않는다. 비록 무생물이라 해도 사물도 반드시 외관이 아름다워야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분명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매력있는" 것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그 옆에 세련된 외모의 IFC몰에 들어갔다. 쇼핑, 외식, 문화, 비즈니스 등 복합 기능을 수행하는 빌딩이다. L1층에서 아이폰 매장에 들렀다가 L2층 영풍문고에서 가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 이지은의 <귀족의 역사 탐미의 발견>과 더글라스 홀트의 <브랜드는 어떻게 아이콘이 되는가> 이렇게 두 권의 책을 샀다. 그리고 책 구경하는 중에 저녁 5시가 되고 에티하드 항공 웹 체크인 시간이 되어 좌석 지정하고 체크인도 마쳤다. 이제 벌써 독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는구나...

 

 

IFC몰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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