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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2021 여행: 한국

한국에서 독일 입국: 에티하드 항공

Writer Hana 2021. 10. 23.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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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라는 시간이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고 다시 독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2021년 9월의 한국 날씨는 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꼭 만나려고 했던 중요한 지인들 다 만나고, 잘 쉬고, 잘 먹고, 잘 놀았다. 한국에 살 때는 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시간이 세상 가장 신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의 느낌은 제각각이었다. 인생이 행복하지 않을 때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시간이었고, 인생이 만족스러울 때는 여행 잘 마치고 즐겁게 귀가하는 시간이었다. 독일에 온 지 1년 정도 지난 후부터는 외국에 갔다가 비행기로 독일 영공에 들어서거나, 기차나 자동차로 독일 국경에 들어서면 진짜 집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했다. 정말로 내 집이니까.   

 

하지만 현재의 생활이 만족스러워도 한국에 갔다가 다시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시간이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곳에 내가 여기 더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가족을 두고 가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국에 머문 시간이 길수록 그리고 놀만큼 충분히 놀았다는 생각이 들수록 마음 편하게 출발할 수 있다. 이번에도 그랬다. 

  

 

공항 전철

2020년 1월 이후 정말 오랜만에 공항전철을 타고 인천공항에 간다. 역시나 검암역까지는 붐비다가 그 이후부터는 한산하다. 밤 비행이라 깜깜할 때 전철 타서 아쉽다. 낮이어야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

 

 

인천공항

믿을 수 없어. 내가 알던 인천공항 맞아?

 

 

인천공항 1터미널

추억의 1 터미널 가는 길

 

2 터미널은 개장 후 네덜란드의 KLM 타고 한국에 두 번 오가고, 베이징에서 대한항공으로 한 번 오가서 총 여섯 번 이용해봤다. 새로 생긴 터미널이라 깔끔하고 내부 인테리어도 훌륭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에게는 1 터미널이 진짜 우리나라의 대문 같은 느낌이다. 새것이라고 무조건 좋아하기보다는 스토리가 있고 추억이 있고 경험이 있어야 정도 생기는 법인 모양이다. 

 

인천공항 1터미널
인천공항 1터미널 3층 출국장

인천공항 3층 출국장이 텅텅 비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인천공항에서 밤에 출발하는 비행을 많이 했었는데 낮 시간에 비해 사람이 적었어도 이렇게 텅 빈 모습이라니 정말 충격적이다. 개점휴업 상태인 듯한 인천공항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름답다...

 

에티하드 항공은 K 구역에서 체크인을 한다. 티켓 구입 경로나 비용에 따라 같은 이코노미 등급이어도 수화물 허용량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나의 경우는 위탁 수화물 20kg, 기내 수화물 7kg, 5kg 이렇게 두 개 총 32kg이 허용됐다. 위탁 수화물캐리어는 18kg로 잘 맞췄는데 역시 집에서 체중계로 잰 무게대로 기내용 캐리어 하나가 8kg이 넘어갔다. 사실 카운터에서 기내 수화물까지 무게를 잴 줄은 몰랐다. 하지만 직원이 재량으로 태그를 붙여줬다. 아, 다행이다. 

 

에티하드 항공은 목적지 국가의 규정에 관계없이 탑승 72시간 전 PCR 테스트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티켓을 발권해준다. 이번 비행은 토요일 늦은 밤 출발이라 이미 지난 목요일 오후에 병원에 가서 PCR 테스트를 받았다. 이 PCR 참 성가신 일이다. 보건소에서 검사는 해주지만 검사 결과지를 발급해주지는 않는다. 개인 신체의 민감한 정보를 수집해가는 의료행위를 하고서 본인에게 정식 결과지를 안 주는 게 적법 행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참 후진 행정이다. 서울 서초구 보건소는 결과지를 준다고 해서 확인하려고 전화를 해보니 서초 구민에게만 서비스 차원에서 발급해주는 거라고 한다. 검사한 기관에서 한글로라도 결과지를 발급해주면 인천공항 1 터미널 지하의 인하대병원에 가서 영문 번역 공증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도저히 이렇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인천 한림병원이 다른 병원에 비해 2-3만 원 저렴한 것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검사와 영문증명서 발급까지 받았다. 그렇게 총 10만 원을 썼다. 참 보통일이 아니다. 백신 완료와 관계없이 국제 비행을 하려면 대부분 PCR이 필요하고 4인 가족이 한 번 나갔다 오면 티켓값과 별도로 거의 100만 원이 드는 셈이다. 

 

처음에 예약했다가 취소한 터키항공의 경우는 출발 지역의 위험도에 따라 규정이 다르다. 우리나라 출발의 경우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했다면 PCR 음성 결과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에티하드는 깐깐한 편인데 PCR 때문에 거금 쓰며 스트레스 받아도 사실 막상 비행할 때는 음성 판정받은 사람들만 같은 비행기에 탔다고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게 사실이다.  

 

체크인을 마치고 잠시 가족과 함께 벤치에 조금 더 앉아 있다가 출국 검색대로 향했다. 승객이 적어서 보안도 자동 출국 심사도 빠르게 통과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 1터미널

사실 2 터미널이 개항하기 전 1 터미널만 운영되던 시절 지하철을 타고 가야 닿는 탑승동을 주로 이용했었다. 이유는 국적기를 탄 적이 별로 없고 외항사를 주로 탔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

9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아니면 팬데믹으로 승객이 별로 없어서인지 면세점의 한 구역만 영업 중이었다.

 

 

인천공항 1터미널

보통 때 같으면 출국 비행기 정보로 가득 찼을 전광판인데... 절반이 비어있고 심지어 다음날 오전 출발 비행기 정보까지 있다.

 

 

인천공항 1터미널

뽀로로와 함께하는 세계여행 놀이터도 텅텅 비었다.

 

 

인천공항 1터미널

기내는 건조하기 때문에 스타벅스에서 삼다수 두 병을 샀다.

그리고 45번 게이트로 향하는 길.

 

 

에티하드 항공 보잉 787-9

EY873 ICN - AUH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니 한국에 들어올 때보다는 승객이 조금 더 많아 보였다. 

 

 

인천공항

탑승 시간

안녕 인천공항 또 보자...

 

 

에티하드 항공

이번 비행에서도 세 자리 혼자 차지하는 눕코노미가 가능했다. 웹 체크인할 때 보니 독일에서 한국으로 올 때처럼 세 자리에 한 명씩 좌석 지정할 수 있게 되어서 앞자리 창가석을 지정했는데 알고 보니 이번에는 한 열에 가운데 자리만 비우고, 창가 통로 양쪽으로 한 명씩 앉도록 배치가 되었다. 아 뭐야... 그리고 아예 빈 열도 많았다. 승무원들 서비스하기 편하게 이렇게 배치했나? 하지만 우리의 한국인들 텅텅 빈 열을 보고 가만히 있을 리가 있나. 한두 명이 자리를 옮기더니 나랑 같은 열에 앉아있던 남자분도 앞 열로 자리를 옮겼다. 승무원들도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이로써 이번에도 편안한 비행이 가능해졌다!

 

 

에티하드 항공

첫 번째 기내식 소고기 찜

 

인천공항에 오는 길은 아쉽기는 해도 나는 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어서 아무렇지 않았다. 한 달이나 머물러서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해서인지 발걸음이 가벼웠다. 게다가 이제 또 비행기 타고 독일 도착하면 언제 다시 비행기 탈지 모른다는 생각에 신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 소고기 찜을 먹으면서 갑자기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자정이 다 되어 출발했고 기내식까지 먹고 나니 한국 시간으로 새벽 2시가 다 됐는데도 그다지 피곤하지가 않았다. 이번에 한국에 머물 때는 시차 적응에 문제가 없었다. 확실히 한국에 늦은 오후나 저녁에 도착하고 그날 졸려도 몸을 움직여서 버티다가 밤 12시쯤 자면 바로 시차적응이 된다. 지난번에는 한국 시간으로 오전에 도착하는 영국항공을 타고 와서 낮잠을 늘어지게 자는 바람에 시차적응에 완전히 실패했었다. 

 

 

에티하드 항공

기분 전화도 할 겸 양치질을 한 후 영화 한 편 보기로 했다. 이번에 고른 영화는 앤 해서웨이와 줄리 앤드류스의 <프린세스 다이어리>. 비행기에서 볼 영화를 선택할 때 나만의 규칙이 있다. 심각하지 않은 내용일 것, 어떤 방식으로라도 교훈이나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영화일 것. 

 

프린세스 다이어리는 신데렐라류 영화의 고전 <귀여운 여인>의 감독 게리 마샬의 또 다른 신데렐라 영화이다. 엄마와 단 둘이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던 너무 평범한 고등학생 미아는 알고 보니 제노비아라는 소국의 유일하게 적법한 왕위 계승자였다. 할머니인 현 여왕이 찾아오고 그녀의 공주 되기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그린 영화다.

 

줄리 앤드류스는 어릴 적 녹화해서 수 백번도 더 본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인데 참 기품 있게 나이 들었다. 자세가 곧고 바르고 우아한 손동작에 얼굴 움직이는 각도까지 여왕이라는 배역이 너무 잘 어울려서 정말 여왕님 같은 모습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다양한 얼굴을 가져야 하는 배우라고 해도 얼굴빛 자체에 구김살 없이 온화하고 밝은 모습이라니 참 멋진 배우다.

 

앤 해서웨이도 데뷔작이나 다름없는 이 영화를 잘 소화했다. 사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라서 어느 날 출생의 비밀을 알아버려 혼란에 빠진 여주인공의 복잡 미묘한 심정을 표현할 필요가 없기는 하다. 어딘가 덜 떨어져 보이는 미아와 외모의 환골탈태를 거쳐 결국 가족과 뿌리의 소중함을 깨닫고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미아도 잘 소화해냈다. 그러고 보면 이 영화에서 대스타 줄리 앤드류스와 함께, 이후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도 대스타 메릴 스트립과 함께 촬영을 했는데 중후한 그녀들의 무게감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앤 해서웨이 그 특유의 버터 굴리는 듯한 미국식 영어 발음도 좋아한다.  

 

나름 이 영화를 통해 얻은 나만의 메시지는 미아처럼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주어졌던 아니든 어쨌든 인간의 삶에서 누구나 한두 번쯤은 기회가 온다는 것. 

 

영화를 본 후 담요를 덮고 누워서 자는데 이런... 갑자기 비염 증상이 세게 왔다. 

 

 

에티하드 항공

아부다비 도착 전 두 번째 기내식이 서빙됐다. 이번에 고른 메뉴는 팬케이크. 에티하드의 기내식은 모두 무난하고 먹을 만하다. 

 

 

아부다비 공항

다시 오게 된 아부다비 공항

 

에티하드 항공 dreamliner series 10

EY7 AUH - FRA

 

벤치에서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 보딩 시간을 기다리는데 탑승객이 많아 보였다. 지난밤 비행에서 시작된 비염 증상이 멈출 줄을 몰랐다. 계속 코를 풀다 보니 머리도 아팠다. 아, 이럴까봐 물 충분히 마시려고 돈 주고 사서 가져갔는데. 한국에 있을 때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받고 처방받은 약을 먹었다. 

 

 

에티하드 항공

이륙과 동시에 선회를 시작했는데 내가 앉은 왼쪽으로 기울어서 날개 너머 아부다비의 사막이 보였다. 오...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는 인천-아부다비 비행기보다 승객이 많았다. 내가 지정한 좌석도 역시 예감대로 창가석은 빈자리가 아니었다. 웹 체크인할 때 창가석 오픈된 곳이 거의 없었다. 몇 안 되는 A열의 창가석을 지정하려다가 H열의 통로석을 지정했다. 어차피 옆자리 다 비어서 창가에 앉아도 될테니까. 그런데 인천발 비행기에서 웹 체크인 때 보이던 배열도와 달리 승객이 더 많은 것을 보고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도 창가석이 빈자리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랬다. 사실 출발 전날 다시 A열로 변경하고 저장까지 했는데 공항에서 발권된 티켓을 확인해보니 처음에 지정한 H열 자리였다. 할 수 없지 뭐. 일단 티켓에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보딩이 끝나고 기내를 한 번 둘러봤는데 아 역시 앞 구역만 사람이 많고 뒤쪽은 빈자리가 많다. 나는 조용히 빈 창가석으로 가서 앉았다. 

 

 

에티하드 항공

기내식 오믈렛

 

약을 먹었는데도 콧물 눈물이 멈추지를 않는다. 두통도 가시지 않아 기내식 먹고 진통제 한 알 달라고 해서 먹었다. 그리고 커피까지 한 잔 마시고 나니까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환상적인 창 밖 풍경

이래서! 오랜만에 낮비행인데 분명 하늘 풍경이 멋질 거라 생각해서 꼭 창가석에 앉고 싶었다고!!

 

이번에 탑승한 비행기는 보잉 드림라이너 시리즈 10이었는데 요즘 신형 기종은 창문 덮개를 열고 닫는 방식이 아니라 버튼으로 밝기를 조절하는 신박한 창문을 장착하고 있다. 이렇게 밝기 2단계로 했더니 신비한 딥블루가 연출된다. 한국에서 가져온 시오노 나나미의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를 읽으며 한 번씩 창밖 구경을 했다. 이런 여유로운 비행 너무 좋다!

 

 

에티하드 항공

약 여섯 시간을 날아 비행기는 서서히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하강을 시작하고 구름 아래로 비행을 했다. 이 모습이 또 장관이다.

 

한국에서 독일로의 입국은 독일에서 한국에 갈 때에 비하면 단순하기 그지없다. 백신 접종 완료 후 2주가 지났다면 PCR 음성 결과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여권, 비자 그리고 예방접종 수첩만 제출하고 입국 심사를 통과했다. 한국에서 독일에 입국하는 절차는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https://overseas.mofa.go.kr/de-ko/index.do). 하지만 문제는 자세하긴 한데 헷갈리게 작성해놨다는 것이다. 간추린 표에서는 서류 셋 중 하나만 제출하면 된다고 하고 아래 자세한 설명에서는 비행기로 도착하면 출발지가 위험지역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PCR이 필요한 것처럼 헷갈리게 글을 작성해놨었다. 그래서 결국 남편에게 연락해서 정확히 알아본 다음 출발했다. 독일어가 가능하다면 독일 연방 정부의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https://www.bundesgesundheitsministerium.de/). 2021년 10월 초 현재 우리나라는 독일 정부에 의해 코로나 비위험국으로 분리되어 있고 비위험국에서 독일에 입국하려면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 또는 입국 72시간 이내 "PCR 음성 증명서" 또는 감염 후 "완치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셋 중 아무것도 제출하지 않는다고 해서 입국이 반려되는 것은 아니고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이렇게 독일에 다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저녁 다섯시쯤 잠들었는데 다음날 새벽 다섯 시까지 잤으니 무려 열두 시간이나 잤다. 내가 늙긴 늙었다... 훨씬 어릴 적이긴 하지만 캐리어 없이 배낭 하나만 매고 날아다녀도 팔팔한 시절이 있었는데... 터키에서 2주 동안 호스텔에만 머물고 야간 버스 타고 장거리 이동하는 강행군에도 끄떡없었고, 3주 차에 스탑오버 지역이었던 두바이에 도착해서야 12시간 자고 피로를 풀었다. 환승 스케줄이 나빴던 것도 아닌데 오랜만에 장거리 비행했다고 12시간을 실신해서 자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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