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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안목은 어떻게 가질 수 있는가, FT weekend의 인테리어 기사를 읽고 본문

일상 생각/2022년

훌륭한 안목은 어떻게 가질 수 있는가, FT weekend의 인테리어 기사를 읽고

Writer Hana 2022. 9. 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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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weekend 2022년 8월 20-21일자 <House&Home> 1면


Industry of good taste

With tens of thousands practising 'interior design', how can would-be clients separate the true expert from the dabbler?

수없이 많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중에 어떻게 하면 진짜 전문가 true expert를 가려낼 수 있는가? 누구로부터 가려내느냐 하면 바로 취미 삼아 하는 사람들 dabbler로부터이다. 우리는 24시간 언제든 구글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에서 수많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찾을 수 있다. 그중 누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켜줄 전문가일까. 우리식 인터넷 용어로 말하자면 소수의 진짜 전문가와 넘쳐나는 방구석 전문가를 어떻게 구분할지라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영국에서 인테리어 업계의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지적한다. 전화기와 페인트 차트만 있으면 누구나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은 Architects Registration Board라는 단체에 의해 규제되지만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규제하는 법정 기구가 없다고 한다. 구속력 없는 자발적 단체인 British Institute of Interior Design이라는 단체에 따르면 현재 영국에서 활동 중인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2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안목을 기르는 방법

"직접 해보기" 그리고 "시간"

 


이 기사를 리뷰하게 된 이유는 진짜 실력자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찾을 수 있는 방법에 흥미를 느껴서가 아니다. 그보다 우리의 일반적인 '보는 눈' 그러니까 '안목'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인테리어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먹고살고 사회에 나가 자리 잡고 성공하는 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일반적인 안목이나 취향이라는 것은 삶에서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집 인테리어가 아니라 내가 할 일, 내가 살 곳, 나와 함께 할 사람, 심지어 내가 투자할 주식을 고르는 것처럼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하는 데 반드시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시간을 들여 체험해보는 것이다. 단순히 셔츠 하나를 입어도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것을 골라 입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오랜 시간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어 불편함도 겪어보고 비싼 돈 주고 산 옷이 실패한 적도 있는, 그러니까 옷을 많이 입어 본 사람이다. 

 

인연을 만나는 것도 99퍼센트는 분명 체험을 통한 노력이다. 사람과의 만남, 특히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만나는 일을 두고 그저 운명으로만 생각하는 사람 치고 꾸준히 행복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인간관계라는 것은 정원을 가꾸는 것과 같아 공을 들여야 풍성해진다. 그것을 자신의 통제 밖에 있는 운명이라 생각하면 노력할 이유가 없어진다. 자신을 돌아보며 행동, 말투, 외모를 가꾸기보다 주어진 상황에 휩쓸리고 마는 것이다.  

 

주변을 봐도 애정 관계나 결혼 생활이 순탄한 사람들을 보면 전부는 아니지만 대다수 많은 사람을 만난 경험이 있다. 시간을 들여 많은 사람을 깊이 있게 경험하는 자체가 특별한 게 아니라 그런 경험을 하다 보면 제대로 현실을 보기 때문이다. 연애 경험이 없거나 서툰 사람은 많은 부분 이성에 대해 환상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또 상대가 어떠한 사람이어야 하고 자신에게 어떻게 해줘야 한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깊이 있게 연애를 경험한 사람은 이성도 한 명의 인간임을 알게 된다. 또한 그렇게 사람을 만나다 보면 어떤 성향의 사람과 함께할 때 에너지를 덜 소모하면서 서로 쉽게 잘 맞춰나갈 수 있는지 그리고 직접 체험을 통해 사람의 됨됨이를 보는 안목이 생긴다. 물론 단순한 횟수가 아닌 깊이 있는 체험과 분석을 통해서 말이다. 

 

미술사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그저 미술 작품 보는 눈을 키우고 싶다 하면 직접 그려보면 된다. 미술사 공부나 전문가의 강의도 좋지만 직접 그려보는 것만큼 안목과 취향 개발에 좋은 방법도 없다. 

 

스타일이나 인간관계뿐 아니라 무엇이든 직접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해봐야 보는 눈이 생긴다.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이유는?


시각 예술 전문가도 아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도 왜 인스타그램보다 커다란 사이즈의 사진집에서 더 많은 영감을 얻는지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바로 감상 속도의 차이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의 피드에 있는 사진을 자세히 하나하나 보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한눈에 인상을 파악하고 그냥 아래로 쭉쭉 내릴 텐데 사진집을 본다면?

 

말콤 글래드웰이 주장해서 한때 세계적으로 각광받던 "1만 시간의 법칙"은 후에 여러 비판을 받았다. 그중 하나는 단순히 물리적 시간만 쏟아붓는 게 아니라 깊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쎄,,, 말콤 글래드웰이 단순히 코트에 나가 연습 시간만 채우면 모든 선수가 어느 날 마법에 걸린 듯 마이클 조던처럼 슛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은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연습의 깊이나 강도는 당연하고 일단 어떤 기술을 어느 정도까지 습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리적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 아무리 감각이 뛰어나도 운전을 능숙하게 하려면 직접 많이 해서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한다.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려면 책상이 아닌 실제 밖으로 나가 그 언어를 사용하며 쌓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깊이 있는 교류를 해야 한다.  

 

취향을 기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열정만 가지고 하루아침에 짠 하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FT  weekend 기사로 돌아가 진짜 인테리어 전문가를 알아보는 안목을 가지려면?

 

일단 직접 꾸며보는 것이다. 보기에 예뻐서 마음에 들어서 이것저것 구입을 했는데 막상 집에 가져오면 그렇게 예쁜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기존의 가구나 장식품과 안 어울리는 경우가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깊이 있게 직접 해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떤 점이 문제인지 그리고 자신이 머릿속에 어렴풋이 그린 것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현실화할 것인지 생각이 점차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 정도 레벨이면 최소한 실력 없는 방구석 전문가를 고용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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