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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 02: 란저우 [난주 蘭州/兰州]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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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 02: 란저우 [난주 蘭州/兰州]

Writer Hana 2021. 11. 1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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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기차를 타고 도착한 간쑤성의 성도 란저우. 황허강이 흐르고 바이타산이 있는 역사 깊은 실크로드의 도시이자 뉴러우멘 (우육면)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숙소를 찾다가 아차 하는 사이 중국 공안과의 에피소드를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란저우에서는 화려한 밤거리도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다. 

 

 

2018년 12월 25일

 

란저우에서 크리스마스를.

 

지난밤 서방님이 있는 13호에 잠깐 갔었다. 아들과 부모님으로 구성된 친절한 중국인 가족과 내가 아는 모든 중국어 단어 총동원해서 짧은 대화를 하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위칸은 찬바람이 불어서 조금 추웠는데 이불이 두꺼워서 잠을 자는 데 지장이 없었다. 이불과 배게 커버도 아주 깨끗했다. 나이를 고려하지 않은(?) 이동 스케줄 때문에 완전히 지쳐서 지난밤에 기차에서 정말 꿀잠을 잤다. 열 시 되기 전에 잠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아침 여덟 시 정도였다. 내 아래칸의 아저씨는 부지런히 일어나서 그새 컵라면 끓여먹고 있었다.

 

 

 

란저우 가는 길

햇빛이다! 중국 서부 내륙의 아침

 

평온한 분위기의 슬리퍼 기차에서 창가 벽에 접힌 의자를 펼치고 앉아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창밖 구경하고 있으니 이것도 참 호사로구나. 바로 아래 침대에 머무르는 중국인 아저씨가 맞은편에 앉아 나에게 뭐라고 말을 건다. 내가 부정확한 성조로 "워부씨 중궈렌 (나 중국인 아니에요)."라고 말했는데 이를 알아들은 아저씨가 "한궈다!"라며 한국 사람이라는 것까지 알아챘다. 내가 "되되 (맞아맞아)"라고 대답했다. 

 

 

 

중국 기차 하드 슬리퍼 구조

하드 슬리퍼 등급의 침대는 한 구역 안에 양쪽 3 개씩, 총 6개의 침대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 가장 높은 칸은 복도에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높은 곳에 있다.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는 좋지만 오르내리기가 보통 운동이 아니다.  

 

 

 

란저우 가는 길

그저 척박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점점 특이한 지형이 나타난다.

 

 

 

란저우 가는 길

 

 

 

란저우 가는 길

이야 그랜드캐니언이 따로 없네!

 

열심히 창 밖 구경하며 사진 찍다가 졸려서 다시 침대에 올라가 잠을 잤다. 11시가 넘어서 서방님이 아래서 발바닥을 간지럽히며 나를 깨웠다.

 

 

 

란저우 역

 

12시쯤 란저우 도착했다. 

 

란저우는 간쑤성의 성도이고, 티베트로 가는 관문이다. 기원전 6세기경 진나라 때부터 중국의 영토에 속한 도시로 역사가 상당히 길다. 현재는 중국 서북 지방 최대의 중공업 도시이고 특히 석유화학산업이 발달했다. 공업이 발달했다는 것은 일자리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고 총인구 10억 명이 넘는 중국에서 성도쯤 되면 몇 천만 명이 거주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공식 거주자 수는 400만이 채 되지 않는다. 

 

사실 란저우가 잘 알려진 이유는 오늘날 대도시로 성장해서라기보다는 황하강이 흐르는 실크로드의 주요 도시였다는 점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란저우. 출처: https://www.britannica.com/topic/Silk-Road-trade-route

지도에서 노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란저우의 위치다. 

 

당나라 시대는 실크로드를 통한 동서 교역이 활발했던 시기 중 하나이고 그 당나라의 수도는 베이징이 아닌 장안 (오늘날 산시성의 성도인 시안 西安)이었다. 시안에서 출발해 그다음 반드시 거치는 첫 번째 도시가 바로 란저우였다. 반대로 서역에서 종착지 장안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관문이 란저우였다. 란저우에서 서쪽으로 더 가면 둔황 이후로 북쪽부터 남쪽으로 천산 산맥, 타클라마칸 사막 그리고 쿤룬 산맥 및 티베트 고원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평야처럼 통과하기 쉬운 곳이 아닌 지리적 장벽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구간을 통과하는 길은 하나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저지대나 오아시스를 따라 실크로드가 발달했었다. 하지만 서역에 존재했던 여러 갈래의 길과 상관없이 란저우는 실크로드 대상이 반드시 통과하는 지점이었다. 

 

 

 

란저우 역 앞

하지만 나에게 란저우의 첫인상은... 휴... 왜 여기에 왔나 싶었다. 공기는 심하게 나쁘고 모든 것이 낡아 보인다. 이런 곳에 제대로 된 숙소가 있을까? 그나마 많이 춥지 않아 다행이다.

 

걸어서 숙소에 가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란저우 시내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주상복합 건물이 보인다.

 

 

 

란저우 시내

중국 대도시에서는 이렇게 도로변의 펜스를 쉽게 볼 수 있고, 이로 인해 무단 횡단이 어렵다. 안전을 위한 좋은 시스템이다. 

 

기차역에서 시내 중심을 향해 걷다가 면요리를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사람도 바글바글한 것으로 봐서 평타는 치지 싶었다. 간판도 메뉴도 모든 것이 한자로 되어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 시절 아침 자습 시간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질리도록 한자를 배우고 외워서 시험을 봐야 하는 한국인에게 한자란 훗! 식은 죽 먹기지! 란저우의 명물이라는 우육면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게다가 같은 문자를 쓰고 발음만 달라서 비교적 쉽게 눈치로 중국어를 배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 아버지가 중국 무협 영화 마니아였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퇴근 후 비디오 가게에서 빌린 무협 영화를 매일 봤는데 그덕분에 나는 선택의 여지없이 중국어 '리스닝'을 했었다. 그랬더니 반복되는 쉬운 표현 몇 가지는 따라 할 수 있게 되었다. 자, 이제 실전에서 음식을 주문할 차례다. 앞사람이 한 개, "이 거 一個"라는 말을 듣고 수량을 말할 때는 숫자에다가 우리말의 "개", 즉 "거"를 붙이면 된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럼 중국 숫자는 이, 얼, 싼, 쓰니까 두 개를 주문하려면 '얼 거'라고 해야 되나? 어감이 좀 이상하긴 한데? 자신감 충만한 상태로 검지와 중지로 브이자까지 만들어 보이며 "뉴러우멘 얼 거"라고 했지만 점원이 못 알아듣는 것처럼 보였다. 주문 후 주방 쪽으로 가서 주문한 음식을 받아가는 시스템이었는데 역시 나에게는 한 그릇만 주는 것으로 봐서 나의 중국어를 못 알아들은 게 분명하구나. 

 

나중에서야 역시 음식을 주문하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배웠다. 두 개는 "얼 거"라 하지 않고 "량거兩"라고 해야 한다는 것을. 어쩐지 "얼 거"라고 하면 나도 뭔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고 아무도 못 알아듣더라니.

 

 

 

뉴러우멘

한 그릇에 8위안, 대략 1,300원 남짓한 란저우의 명물 뉴러우멘 (우육면)이다. 고수향이 진하긴 하지만 뜨끈하고 매콤했다. 유럽인인 서방님이 맛있다고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사이좋게 나눠먹은 한 그릇의 뉴러우멘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피곤하고 배고파서 란저우의 첫인상이 별로였던 걸까? 배를 채우고 다시 길을 걷는데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것저것 신기해서 사진도 찍고 서방님과 여유롭게 농담도 주고받으며 걸었다. 끼니를 때웠으니 이제 카페인만 충전하면 완벽하겠는데?

 

 

 

우연히 발견한 커피숍

 

 

 

란저우의 커피숍

친절한 점원들이 인상적이었다. 영어를 잘 못하지만 밝은 표정으로 메뉴를 설명해주려고 노력했다. 아늑하고 따뜻하고 인테리어 예쁜 카페에서 향기 좋은 카푸치노를 마시고 케이크를 먹으니 에너지가 솟아나면서 진짜로 란저우가 좋아졌다. 그만큼 사람이 인상을 만들고, 커피는 내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서방님에게 말했다. 내 인생에서 커피, 독서, 여행은 정말 중요하다고. 그랬더니 "나는?"이라고 되묻는다. 당연히 우리의 건강, 사랑 그리고 일이 제일 중요하지. 그건 필수 전공과목 같은 존재이다. 커피, 독서, 여행은 교양과목 같은 존재이자 비타민 같은 존재다.

 

 

 

란저우 시내

 

 

 

란저우 시내

시 외곽과 달리 시내에는 현대식 고층빌딩이 늘어서 있다. 중심가에 들어서니 여느 대도시와 다를 바가 없다. 성도라 당연히 어느 정도 규모가 있겠지만 서북 내륙 깊숙한 곳까지 이렇게 발전하다니 대단하다. 

 

끼니 때우고 커피 한 잔 마신 후 즐겁게 걷고 있는데 알고 보니 우리는 엉뚱한 호스텔을 찾느라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하다 싶어서 부킹닷컴 예약 페이지로 들어가서 위치를 보자고 하니까 역시... 엉뚱한 호스텔을 목적지로 지정하고 가던 중이었다. 어차피 한참 걸었고 배도 든든하니까 우리가 예약한 호스텔까지 약 2Km를 걸어서 가기로 했다.

 

길거리에서 어떤 젊은 여자분에게 중국어로 된 호스텔 주소를 보여주며 길을 물었다. 그러자 영어 할 줄 아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순식간에 여러 사람이 모여들어 손짓으로 열심히 설명해줬다. 중국 사람들 외국인에게 친절하구나. 그 와중에 내가 아는 중국어 몇 문장이 들린다. "워부지동 (나 몰라요)."

 

 

 

황허강

 

 

 

란저우 중산교

드디어 황허강에 이르렀다. 중국에서 일찌감치 문명이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황허강과 남쪽 양쯔강의 존재이다. 중국의 생명줄이지. 황허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인 중산교를 건널 차례다. 현재 이 다리는 보존을 위해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있고 걸어서만 건널 수 있다.

 

 

 

란저우 중산교

 

 

 

란저우 중산교

다리 위에서 바라본 황허강

 

 

 

황허강

황허강은 란저우 시내를 남북으로 가르며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른다. 이 강을 기준으로 남쪽은 고층 빌딩, 주상복합과 잘 정비된 도로로 이루어진 현대식 도시의 모습이고, 북쪽은 다소 오래되어 보이는 구시가지의 모습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북쪽은 남쪽에 비해 눈에 띄게 낙후되어 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북쪽 강변에 저렇게 이슬람 건축물도 보인다는 것이다. 즉 이곳에 무슬림도 거주한다는 뜻이다.

 

란저우시의 공식 관광 홈페이지를 보면 2010년도 인구 센서스 조사 결과를 볼 수 있다. 총 360만 명이 란저우에 거주하고, 그중 압도적 다수인 340만 명이 한족이고 그 외 56개의 소수민족이 있다. 그 소수민족 중 회족이 78퍼센트를 차지한다. 이제 이해가 된다. 왜 강 건너 도시의 북쪽 구역에 들어서면 회족 특유의 모자를 착용한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이슬람 사원이 보이는지도.   

 

 

 

란저우 시 황허강 북쪽 지역

바이타산. 내일 올라가기로 했다. 

 

 

 

란저우

내일 여기 꼭 가야지! 신난다!

 

이렇게 신남도 잠시 뿐이었다. 분명 지도상 위치가 맞는데 우리가 예약한 신바드 유스 호스텔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주변을 한참 맴돌았다. 갔던 길 또 가고, 다시 돌아가고. 예약 페이지를 보면 분명 강가에 위치해 있는데 간판은커녕 사람들에게 물어도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사진 속 호스텔 옆에 있는 다른 건물의 외관을 보고, 짐작되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말을 건다. 내가 신바드라고 말을 했는데, 아차, 초보적인 실수를 했다. 그 경찰은 영어로 "3 minute", "follow me," 3분만 있다가 자기가 데려다줄 테니 따라오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게 친절을 베풀던 길거리의 중국 사람들과 다른 태도였다. 우리는 동시에 기분이 이상해져서 그냥 우리끼리 간다고 거절하고 길을 나섰다. 후... 유럽의 어떤 나라가 아닌 중국 같은 나라에서 공안과 엮여봐야 당연히 좋을 일 없지.

 

출발 전부터 서방님에게 강조했다. 사람 사는 곳 다 마찬가지라 해도 중국은 독일이나 한국과 같은 곳이 아니라고,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중화인민공화국은 공식적으로 공산당 일당독재국이고, 모든 것이 가능하고 모든 것이 불가능한 곳 (Anything is possible and nothing is possible)이라고 했다. 좋게 말하면 모든 것이 법과 규칙대로만 굴러가는 게 아니라 융통성이 있고, 안 좋게 말하면 법과 규칙대로만 흘러가는 게 아니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비논리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만약 내가 힘 좀 쓰는 사람과 연줄이 닿으면 불가능한 것이 없고, 내가 힘이 없는데 힘 있는 사람을 알지도 못하면 하고자 하는 바가 안 될 수도 있다. 예측 가능성이라는 것. 이것을 사회 문제에 대입하자면 "기존의 시스템과 합의된 규칙을 통해 어떤 합의에 도달하거나 갈등이 있을 경우 해결 가능한지 여부"를 뜻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서유럽과 북유럽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에서는 왕정 국가 또는 독재 국가에서보다 아무래도 시스템과 법을 통한 문제 해결을 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완벽하게 법과 규칙으로 굴러가는 사회는 없지만 분명 정도의 차이는 존재한다. 우리가 상식이라 여기는 것이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한다고 여기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면 손해 볼 수도 있다. 

 

여하튼 내가 그렇게 일장연설을 하고 공안이랑 말을 섞다니. 흠. 다행히 그 호스텔을 알고 있는 어떤 주민 덕분에 간판도 걸지 않은 호스텔을 마침내 찾아냈다. 고층의 오피스텔 빌딩이었는데 들어서는 순간 기분이 이상했다. 서방님은 목소리를 낮춰 다른 호텔로 가자고 했다. 내부는 정말 호스텔처럼 보여서 나는 일단 직원에게 방을 보여달라 했고 방을 보고도 잠시 망설였다. 그 순간 누군가 호스텔에 들어왔는데 바로 아까 밖에서 자기를 따라오라던 경찰이 아닌가!!! 무언가 두꺼운 수첩을 들고 마치 본인이 호스텔 주인장인 것 마냥 거만한 자세로 탁자에 앉았다. 헉. 그 순간 우리를 둘러싼 공기가 확 얼어버리는 기분이었다. 세상에 여기까지 따라왔어?!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나는 낮은 목소리로 서방님에게 다른 호텔로 가자고 했다. 호스텔 직원에게 미안하지만 우리는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와. 시작부터 스릴 있는 경험 했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몇 초의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무사히 건물을 빠져나온 우리는 또 단순해가지고 신나서 낄낄거리며 빠른 속도로 다시 중산교로 향했다. 나는 다리 건너기 전 시내 중심가가 느낌이 좋았고 걸어오면서 호텔 많이 봤으니까 일단 강을 다시 건너자고 했다. 강을 건너는 순간 안도감이 밀려왔다. 휴.

 

나중에 숙소 리뷰를 읽어보니 이상한 곳이 아니고 정말 호스텔이 맞긴 하다. 모두가 하나같이 간판이 없어서 찾기 어렵고, 시설이 후졌다고 말하고 있었다. 둘이 합쳐 10유로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이긴 하지만 다행히 부킹닷컴 사이트에서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아무튼 경찰이 호스텔 장사를 망친 거야. 왜 따라와서 선량한 사람 업무 방해해가지고 말이야.

 

 

 

다시 중산교로 돌아가는 길

잠깐 스릴을 경험하고 시내로 되돌아오는 와중에도 나답게 사진은 열심히 찍었다. 다리 건너 시내 중심부로 들어섰는데 괜찮은 호텔이 보였다. 일단 구글맵으로 호텔 가격을 확인해보니 320위안으로 생각보다 저렴했다. 리셉션은 따뜻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직원 중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무언가 부담스러워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서 그냥 나왔다.

 

처음에 잘못된 주소 놓고 헤맬 때 봤던 큰 길가의 홈 인 Home Inn으로 향했다. 이곳 직원은 구글 번역기까지 돌려가며 최선을 다해 우리를 맞아 주었다. 먼저 "방 보여줄까?"라고 물은 후 방을 보여주고, 마음에 들어서 그 방으로 하겠다고 했더니 할인 가격 202위안에 방을 주겠다고 했다. 와우~ 좋은 호텔이다. 대략 3만 원에 이 정도 룸 컨디션이라니 아주 만족스럽다.

 

 

 

란저우의 홈 인 객실 내부

Home Inn은 상당한 규모의 중국 호텔 체인인데, 객실 내부는 깨끗하고 세면도구와 같은 비치품도 품질이 좋았다. 사흘 만에 제대로 씻었더니 엄청 개운하다 하... 이게 여행이긴 하지.

 

방에서 잠시 쉬다가 우리 둘 다 편안한 마음으로 밖에 나와 길거리 구경을 시작했다. 란저우 시내 중심가는 밤이 되면 차량 통행을 금지시키고 어마어마한 야시장으로 변신하는데 이게 또 볼거리다.

 

 

 

이름 모르는 로컬 식당

야시장 구경하다가 어떤 식당에 들어가서 면요리와 만두를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큰길이 아닌 작은 골목에 있지만 손님으로 북적이는 작은 가게라서 믿고 들어갔다. 이렇게 저녁을 맛있게 먹고 커피숍에 갔다. 친절한 남자 아르바이트생들이 일하는 곳이었는데 담배연기가 심해서 오래 앉아있지 못하고 커피만 빨리 마시고 나왔다. 길거리 돌아다니다가 물을 샀다. 깜빡하고 헤어린스를 가져오지 않아 컨디셔너도 하나 샀다. 중국 여행 갈 때 굳이 무겁게 이고 지고 갈 필요가 없다.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현지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리 준비할 것은 vpn 프로그램뿐이다. 중국에서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뿐 아니라 심지어 카톡도 사용할 수 없다.

 

 

 

란저우의 밤거리

 

 

 

란저우의 크리스마스 날 밤거리

지난밤 기차에서부터 란저우까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언가 도움을 요청하면 영어를 못해도 진지하게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친절한 중국인들이다. 란저우를 통과하는 라싸행 기차에도, 이 도시에도 외국인 관광객을 보기 어려웠다. 아직은 관광 상업화가 많이 진행된 곳이 아니다. 그래서 그럴까? 어떻게 하면 잘 구슬려서 저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을 털어볼까 눈알 굴리는 모습이 아닌 순수한 호기심과 수줍음이 눈동자에 보인다. 그리고 그런 눈빛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중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한다.

 

란저우는 오래된 모습과 현대의 모습이 공존하는 도시다. 정확히 말하면 개발된 지역과 낙후된 지역. 중국 전역이 그렇듯 어느 정도 성장을 이뤄서 이제는 속도가 완만해졌다고는 하지만 내 두 눈으로 직접 본 중국은 여전히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이다. 고층 빌딩 공사현장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앞으로의 일정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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