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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 03: 란저우 [난주 蘭州/兰州]

Writer Hana 2021. 11. 1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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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저우의 대표 관광지인 바이타산 공원의 바이타사. 우리식으로 발음하면 백탑산 공원의 백탑산. 이 바이타사 건설에 얽힌 전설이 있는데... 기차역 대합실에 아니, 서방님이 슈퍼스타도 아닌데 왜 다들 그렇게 쳐다봐요?? 사람들의 눈길을 받으며 불편했지만 또 한 번 내가 주장하는 인간 심리의 기본 전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2018년 12월 26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긴 했는데 부지런히 밖에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원래의 계획은 오전에 체크아웃하고 프런트에 짐 맡긴 후 바이타산에 다녀오기로 했다. 하지만 여행만 오면 엄청나게 느긋해지는 우리답게 오전에는 호텔에서 편하게 쉬었다. 시간 꽉 채워서 오후 2시에 체크아웃하고 짐을 다 들고 길을 나섰다.

 

일단 뭐부터 먹자!

 

 

 

어느 골목 식당의 국수 요리

 

우리 둘 다 중국어를 못하고 내가 읽을 수 있는 한자에도 한계가 있어서 간판이나 메뉴에 음식 사진이 있는 식당만 골라 다녔다. 이번에 발견한 곳은 골목 안에 있었다. 깨끗하고 넓고 게다가 음식 사진도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선택한 국수! 대박이다. 야채, 두부, 감자가 듬뿍 들어간 칼국수라니... 국물 맛은 연한 된장국 같아서 구수하고 먹기 딱 좋았다. 문득 한국의 칼국수가 그리워진다.

 

 

 

유럽에 다시 온 듯한 란저우의 어느 카페

커피도 한 잔

국수 두 그릇에 24위안이었는데 커피 두 잔에 72위안이다.

 

 

 

란저우 바이타산 공원

서방님은 10킬로가 넘는 배낭을 메고, 나는 캐리어를 들고 바이타산 공원에 오르기로 했다. 우는 소리 안 하고 캐리어 들고 산 정상까지 올라가겠다!

 

 

 

란저우 바이타산 공원

한국의 미가 부드러운 곡선인 반면에 중국 건축의 특징은 날카로운 곡선이다.

 

 

 

란저우 바이타산

후... 저 정도 높이의 정상쯤이야 계단이든 뭐든 올라갈 수 있다!

 

 

 

란저우 바이타산 공원

지천태

땅 지(地)

하늘 천(天)

클 태(泰)

 

땅과 하늘이 크다는 뜻이 아니다. 한자 사전에 보면 클 태자가 '편안하다, 통하다'는 뜻이 있다. "땅과 하늘이 만나 편안하게 통하다"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보통 땅을 음 또는 여자, 하늘을 양 또는 남자로 보니까 여자와 남자가 만나 화합하는 모습으로도 볼 수 있겠다. 게다가 천지태가 아니고 지천태로 하늘이 땅 아래에 있어서 안정적인 느낌이다. 우리 부부를 축복해주는 문구 같다!

 

 

 

란저우 바이타산 공원

정자에서 쉬고 물도 마시며 쉬엄쉬엄 올라갔다.

 

 

 

바이타산 공원 정상의 바이타사에서 바라본 란저우 시내와 황허강

바이타산에 오르면 이렇게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음은 물로 전통과 현대를 한 컷에 담을 수 있다. 란저우 자체는 참 멋진 도시인데 나쁜 공기가 심각한 흠이다.

 

 

 

바이타산 공원 정상

이 미세먼지를 어찌할 거나...

 

 

 

바이타산 정상

바이타사 白塔寺 [백탑사] 

 

바이타사는 바이타산 공원에 있는 절이다. 이름이 바이타, 즉 백탑인 이유는 이 절 안에 하얀 탑이 있기 때문이다. 바이타산은 송나라가 지고 칭기즈칸의 몽골이 떠오르던 시절, 즉 송말 원초 때 서하 (1038 ~ 1227)에 의해 정복되었다. 대제국으로 발돋움하기 전 몽골이 기운차게 영역을 확장하던 시기였다. 이때 칭기즈칸은 중원 통합을 위해 티베트의 왕에게 회담을 요청했고, 티베트 측에서 저명한 승려 (라마)를 몽골로 파견했다. 하지만 그 라마는 안타깝게도 란저우에 도착했을 때 병으로 죽었다. 이후 칭기즈칸이 죽기 직전 서하를 멸망시키고, 1226년에 그 티베트의 라마를 기리기 위해 바이타산에 절을 세우게 되었다. 바이타사는 원나라 말기 손상되었다가 명나라 때 복구되었고, 청의 강희제 시절 확장되었다고 한다.  

 

 

 

바이타사 바이타

정상에 있는 7층의 바이타 (백탑). 바이타산이라는 이름을 갖게 한 주인공이다.

실제로는 아주 연한 황토색이다. 

 

 

 

바이타사의 힌두신?

부처님에게서 힌두신의 느낌이 난다.

 

 

 

바이타사 내부 모습

 

 

 

아름다운 장식

바이타산의 북쪽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듯하다. 

 

 

 

란저우 지형도

바이타사에서 문득 '란저우 주변 아니 중국 서북 지역 지방 자체가 척박한 땅인데 어떻게 발전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 사진에 보이듯 구글맵을 지형도 버전으로 보면 녹지대가 별로 없다. 농사가 목축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마침 저렇게 기나긴 강이 흐르다니 그것이 축복이다. 황허는 작은 도시 몇 군데 흐르고 마는 지류가 아니라 티베트에서 중국 서부를 관통하는 어마어마한 물줄기다. 두바이 편에서도 썼듯이 작은 수로가 내륙으로 10km 정도만 뻗어 들어가도 교역의 중심지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황허 같은 규모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바이타사 내부 구경을 한 후 자리를 잡고 앉아 도시 풍경을 감상하며 쉬었다. 서방님은 뜬금없이 란저우에 살고 싶다고 한다. 이곳에 직장을 잡으면 따라오겠지만 정말 이 공기를 마시며 살고 싶냐고 반문했다. 아무튼 특이해.

 

 

 

바이타사 입구

정상에서 한참 앉아 쉬고 이야기하다가 내려왔다.

이제는 쳉두 가는 기차 타러 역에 가야 할 시간이다.

 

 

 

버스에서 본 란저우 시내 풍경

바이타산 입구에서 버스를 타고 란저우 역으로 갔다. 

란저우 시내에는 최신식 고층빌딩 늘어서 있고 유럽 명품샵도 볼 수 있다.

 

 

 

훠궈

란저우 역에서 티켓을 찾은 후 저녁을 먹으러 역 밖에 나왔다. 저녁 먹을 장소를 물색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훠궈 레스토랑에 들어가게 되었다. 매니저로 보이는 여자분이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외국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 외국인과 마주할 경우 우물쭈물하고 수줍어하는 경우가 있고, 나에게는 나의 장사가 중요하니까 영어고 뭐고 난 당신에게 음식을 파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식으로 당당하게 나오는 사람이 있다. 내가 무언가를 잘 모르고, 망설일 때 상대가 후자의 태도로 나오면 그 당찬 매력에 100% 설득당할 수밖에 없다. 가게 내부도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 기본 재료가 들어간 탕이 나오고, 회전 초밥집처럼 회전 벨트에서 개인 취향대로 원하는 만큼 재료를 골라서 넣을 수 있다. 무언가 많이 넣어서 먹은 것 같은데 둘이 합쳐 55위안밖에 안 된다니, 중국 너무 좋다.

 

 

 

란저우 역

다시 기차역 대합실로 왔다. 그런데 대합실의 그 수많은 사람들의 눈길이 모두 서방님을 향했다. 옆에 있는 내가 다 불편할 정도였다. 누군가 다가오거나 말을 걸진 않았지만 무슨 슈퍼스타라도 출현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와... 마치 나 어렸을 때의 우리나라처럼 중국 서쪽 내륙은 아직 서양인이 낯설고 신기한 존재인가 보다. 나쁜 의도가 있어서라기보다 신기해서 그렇다는 것을 알지만 뜨거운 시선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다.

 

우리 조상님도 서방님 쪽 조상님이도 대대로 생존능력이 뛰어났던 것 같고 우리는 그 유전자를 물려받은 듯하다. 아무래도 이런저런 물리적 위협에 노출된 원시 시대에 새로운 것을 접하자마자 다가가고 맛보는 것보다 먼저 경계하고 주의하는 생명체가 생존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것을 현시대에 적용해 보면 낯선 상황에 대해 "우와 이거 뭐야? 처음 보는데 흥미로워 보여"라고 아드레날린 폭발하는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니라 일단 위협으로 인식한다. 최소한 주의는 한다. 그리고 경계를 풀기까지 확인 과정과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에 혼자 인도 북부 배낭여행을 갔을 때 델리에 도착한 순간부터 사흘 동안 겁먹은 쥐처럼 잔뜩 경계 태세였는데 4일 차에 완전히 적응을 해서 그때부터는 정말 말 그대로 날아다녔다. 

 

그렇다면 우리 둘 다 도파민 호르몬이 철철 흘러넘치는 유형의 사람이 아님에도 실시간으로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리는 여행을 왜 하는가? 이는 내가 주장하는 인간 본성 기본 대전제인 "사람이 가장 못 견디는 것은 지루함"이지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미있고 흥미로워 보이는 대상에 우리는 끌리게 되어 있다. 특히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내가 서방님보다 그 정도가 훨씬 덜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우리 둘 다 안정적이고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한 번씩 모험과 흥미를 추구하려는 심리가 잠재되어 있다. 반면에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하거나 평소에 떠들썩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못 견딜 것 같아 보이는 사람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분명 안정적인 상황과 차분한 사람을 원하고 있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안으로 감추고 있는 것을 읽어내지 못하면 타인과 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아무튼 대합실에서의 불편함에서 탈출해 기차에 탑승하니까 긴장이 누그러졌다. 이번에는 티켓을 찾을 때 미리 구글 번역기를 준비해서 같은 칸 자리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나는 꼭대기 침대 당첨, 서방님은 그 아래 중간이다. 같은 칸인 게 어디야. 우리 칸에는 베이징의 가장 현대화된 거리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세련된 젊은 남녀와 소수민족의 것으로 보이는 모자를 쓴 아저씨 두 명이 있었다. 밤 11시 출발 기차라 이미 불은 다 꺼져있었다.

 

모두 잠들어서 고요한 기차에서 우리 둘만 테이블에 앉아 달리는 기차 창밖을 바라봤다. 캄캄하지만 특이한 지형의 산 윤곽은 쉽게 볼 수 있었고, 우리는 그 모습에 감탄했다. 이렇게 같이 여행을 하며 멋진 순간을 공유할 수 있다니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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