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투어: 여행과 독서 기록

중국 여행 04: 청두 [성도 成都], 뤄다이 고대마을 본문

여행기록/2018 2019 여행: 중국

중국 여행 04: 청두 [성도 成都], 뤄다이 고대마을

Writer Hana 2021. 11. 23. 23:53
반응형

매콤한 음식과 판다로 유명한 쓰촨성의 성도, 청두 [성도]에 도착했다. 이곳이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곳이었어? 계획에 없던 청두 외곽의 뤄다이 전통마을 [낙대고진]에 다녀왔다. 상업화된 관광지도 비 오는 밤에는 이렇게 로맨틱할 수 있구나...

 

 

2018년 12월 27일

 

 

청두역 승강장 그리고 우리가 타고 온 기차.


쓰촨성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 [우리식 발음으로 성도]에 도착했다. 영어 표기로는 Chengdu인데 인터넷에서 찾아 발음을 들어보면 정확히 ''쳉'도 아니고 "쉥"도 아닌, "쳉두"와 "쉥두" 사이의 발음이다. 그래서 중국식 발음을 우리말로 표현할 때 보통 "청두"라고 하지만 이는 실제 발음에 가깝다고 보기 어렵다.

 

 

 

쓰촨분지 서쪽의 청두평원에 위치한 청두

청두는 쓰촨성 중심에 위치해 있고, 거대한 쓰촨분지의 서쪽을 차지하고 있는 청두평원(成都平原)에 위치해 있다. 예로부터 민강의 물 덕분에 관개 시설이 고도로 발달한 지역이었다. 청두 역시 역사가 아주 오랜 도시로 진나라 때부터 본격 대도시로 발전했다. 역대 왕국과 제국들에게 있어 중국 서남부 지역의 중요한 도시였는데 특히 당나라 시절 상업도시로 상당히 발전했었고 제2의 수도 역할을 했었다. 당에서 송으로 넘어가던 과도기에도 계속 번창해서 지폐의 도입이 이루어졌고 송나라 시절에 전국적으로 지폐의 사용이 확산되었다. 이후 20 세기 초 세계 2차 대전의 혼란기 때 동부의 중국인들이 일제를 피해 쓰촨으로 몰려들면서 상업은 물론 고등 교육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장제스의 국민군이 대만으로 건너가기 전 본토에서 최후까지 점유하던 곳이 바로 이 청두다. 현대 중화인민공화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960년대부터 방산업, 화학 공업 및 제약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1990년대에는 개혁개방의 결과로 전자 및 첨단 산업이 육성되기 시작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참고).

 

청두가 역사의 무대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이유는 무엇보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세운 촉나라의 수도였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청두에는 유비뿐 아니라 제갈량을 비롯한 촉나라 관련 인물 기념지가 많기도 하다.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지는 고전 중의 고전이고 각종 추천 도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교양의 정석 같은 책으로 대접받는다. 나도 오래전 이문열의 <삼국지> 전권을 사서 읽다가 그만둔 적이 있었다. 정곡을 찌르는 교훈을 얻기도 하고 무엇보다 갈등과 싸움은 내가 겪지 않는 한 남의 이야기로 들을 때 이보다 재미있는 건 세상에 없지 않은가. 막 빠져서 5권까지 읽었다. 그런데 그 당시 연애가 내 인생 최대의 화두, 아니 최대의 고민이고 문제이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TV에서 논픽션 다큐를 봤다. 오래전이라 무슨 프로그램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노부인이 한국 전쟁 통에 남편을 잃고 홀로 어렵게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데 고달프고 외로워서 하루 일과를 끝내고 밤에는 삼국지를 읽었다고 했다. 그 당시 이상한 방식으로 감정 이입을 해버려서 최종적으로 비논리적인 결과에 도달했다. '집에서 삼국지 같은 책이나 읽고 있으니 연애에 문제가 있는 거야. 삼국지 같은 책 좋아하는 여자는 평생 외로워'라고. 그래서 읽기를 중단하고 급기야 중고로 팔기까지 했다. 하하. 그 당시에는 그만큼 연애 문제가 절박했던 것이다. 그만큼 간절해서 그랬을까? 그다음 해 가을에 좋은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기차역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

란저우에 도착했을 때도 그랬나? 기차역 밖으로 나갈 때 또다시 표검사를 한다. 역 밖에는 호객꾼들이 많다. 어떤 아주머니가 다가오니까 서방님이 한국어로 "절리 가 (저리 가)"라고 말해서 배꼽 빠지게 웃었다. "이리 와", "저리 가"는 연애 초반에 알려준 한국어 중 하나였는데, 서양 사람들은 우리말 중에 앞글자에 받침이 없고 뒷글자가 ㄹ로 시작하는 단어를 말할 때, 앞글자에 ㄹ받침을 붙여 발음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이리 와"를 "일리 와", "저리 가"를 "절리 가". 작년에 제주도 김녕 성세기 해변 야영장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었는데 야영장에 거주하는 것으로 보이는 개 두 마리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너구리 끓이는 냄새가 마력이긴 하지, 이해한다. 그때 서방님이 갑자기 일어나서 손을 휘저으며 "절리가! 절리가!" 이러는데 웃겨서 쓰러지는 줄 알았다. 내가 "개들이 그 말 알아들을 거 같아?"라고 물어봤더니 "They are Korean dogs."라고 해서 한 번 더 웃었다.

청두의 첫인상은 겨울에 들어선 열대 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초록색 잎이 비를 머금어서 한결 더 푸르러 보인다. 겨울의 초록나무가 참 인상 깊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청두를 검색해보니 일 년 365일 중 360일은 비가 내린다고 하는데 진짜야? 



 

청두 시내

정말 큰 도시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러다 stairbucks라는 커피숍 간판을 봤다. 어? starbucks 흉내 낸 거야? 중국다운 모습에 너무 웃겨서 둘이 낄낄거리고 웃었다. 아무리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지만 이러면 안 웃을 수가 없잖아. 대단하다 대륙의 패기!

 

 

청두의 호스텔

마음에 드는 호스텔


예약할 때 위치가 시내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라는 점은 이미 알고 있었다. 위치 항목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 평가가 높고 특히 직원 친절도가 높았다.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위치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큰길에 있어서 찾기 쉽고, 버스 정류장은 100미터도 안 되는 곳에 있고 굳이 지하철역에 간다 해도 빠른 걸음으로 10분이면 갈 수 있다. 4인실을 예약했는데 방에 아무도 없었다. 호스텔 치고 내부 시설도 깔끔하고 훌륭했다. 리셉션의 직원들은 왜 이 호스텔의 친절도 평점이 그렇게 높은지 명확히 보여주는 사람들이었다. 기본 태도가 친절하고 영어도 할 줄 안다. 우리는 조식 불포함 조건으로 예약했는데 이틀 치 조식 쿠폰까지 줬다. 아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웰컴(?)죽

누군가 벨을 눌러 문을 열었는데 이렇게 웰컴 죽을 준다. 대박. 호텔의 웰컴 드링크를 넘어서는 고차원의 서비스다. 떡이 들어간 식혜와 비슷한 맛의 죽이었다. 따뜻하고 달달했다.

 

 

청두의 비내리는 겨울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한겨울의 초록색 풍경... 기온은 그리 높지 않은데 신기하다.

길가 중국 식당에 들어가 새로운 면요리를 맛있게 먹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도 한 잔 했다. 우리 스타일대로라면 먹고 걸으면서 도시를 구경해야 한다. 하지만 우산도 없는데 그냥 걷기 어려울 정도로 비가 내렸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서방님이 트립어드바이저를 보고 시 외곽에 있는 전통마을에 가보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버스 한 번 갈아타야 하고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지만 가기로 했다.

 

 

뤄다이 고대마을

저녁 여섯 시쯤 뤄다이 고대마을에 도착했다.

전통마을 또는 옛 마을이라 해야 자연스러울 것 같지만...

위 사진 속 안내판에서 보이듯 영어 이름은 Luodai Ancient Town이다. 왜 old town이 아니고 ancient town이지? 엄청나게 오래된 마을인가? 중국 측의 홍보 자료를 찾아보니 마을 이름이 "뤄다이 [낙대 洛带]"가 된 것은 그 옛날 삼국지의 시대였다.  

 

원래 삼국 시대 전 한나라 때 "완징로"라고 불리며 이미 마을이 존재하긴 했었다. 정말로 고대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곳이구나. 이후 제갈량이 "완푸로"라고 명칭을 바꿨다. 그리고 뤄다이가 되었는데 두 가지 가설이 있다고 한다. 촉나라 유비의 아들인 유선이 물고기를 낚으려다 팔각정 우물에 그의 옥대 jade band를 떨어뜨렸고, 그를 의미하는 "뤄다이 [落带]"가 "뤄다이 [洛带]"와 발음이 같아서 이것이 마을 이름이 되었다는 가설이 있다. 또 다른 가설은 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호수가 굴곡진 옥대 모양이라 뤄다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낭만적인 거리

사람 없이 한적한 전통마을의 길거리에 들어섰다. 여름 휴일이면 엄청나게 붐비는 모습이 상상되는 거리. 하지만 부슬비 내리는 겨울밤의 옛 마을 거리는 무척 낭만적이다. 상점들은 거의 문을 닫았는데 만약 장사 중이었다면 상업화된 관광지의 모습만 볼 수 있을 뿐, 고풍스러운 전통 디자인의 문과 어울리는 빨간 등불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뤄다이 고대마을의 어느 아름다운 건물

 

 

 

뤄다이 고대마을

 

 

 

마치 센과 치히로의 모험에 나올 것 같은 건축물

 

 

 

중국 건축의 날렵한 곡선

역시나 능숙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아이라인 꼬리를 날렵하게 뺀 것 같은 중국 건축의 날카로운 곡선

 

 

 

뤄다이 고대마을의 호수

호수와 건축물이 조화를 이룬 정원. 이곳이 뤄다이라는 이름을 갖게 한 가설의 두 번째 주인공, 바로 그 구부러진 옥대 모양의 호수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우리 둘 뿐이라니 너무 낭만적이다.

 

 

전통 혼인식 그림

서방님이 전통 혼인식 그림을 사진기에 담는 모습을 보고 나도 따라서 ㅎㅎ

 

 

 

낭만적인 등불

 

 

 

뤄다이 고대마을

 

 

 

무언가 로맨틱한 모습

 

 

 

비가 와도 아름다운 거리

몽환적인 느낌의 전통마을 거리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다.


한족의 한 갈래인 하카 또는 객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데 밤이고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아 어떤 문화인지 보고 즐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때에 오게 되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산책이었고 특별한 장소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뤄다이 고대마을 입구

 

 

 

버스터미널 근처의 빵가게

출출해서 청두 시내로 되돌아가기 전에 빵을 하나씩 사 먹었다.

 

 

 

청두의 전철 내부 모습

뤄다이 고대마을에서 청두 시내로 돌아가는 길에는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탔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다. 깔끔하고 쾌적했다. 지하철에서 내린 후 다시 버스를 탔다. 둘이 꼭 붙어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밤 기차에서 서방님이 담배 연기에 질색했었다. 규정상 기차 전 구역에서는 금연인데 규정이고 뭐고 승무원부터 담배를 피우는데 말해 무엇하겠나. 다들 객실 밖으로 나가 피우지만 연기가 솔솔 들어온다. 게다가 밤새도록 담배연기가 났다고 한다. 나는 맨 위 침대에서 자서 몰랐었다. 내가 겨우 수명의 5분만 영향 있을 테니 괜찮다고 했는데, 자기는 나랑 5분이라도 더 있고 싶다고 한다. 흐... 감동. 내가 우리 앞으로 60년 같이 살 거니까 걱정 마라고, 나는 다시 태어나도 너랑 결혼할 거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요즘 뽀로로에 푹 빠진 서방님이 남극에서 펭귄으로 태어날지도 모르니 혹시 펭귄이 되면 거기에서 만나자고 한다. 크하하. 아 로맨틱한 분위기가 급격히 코믹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시내에 도착한 후 편의점에 들러서 빵, 맥주, 과자, 물을 사서 호스텔로 갔다. 우리 호스텔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춥다는 것이다. 아, 이것만 아니면 완벽한데. 그래도 4인실을 둘이서만 개인실처럼 사용하고,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시설이면 훌륭하지.


 

 

 

ⓒ 2021. @hanahanaworld.tistory.com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