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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 06: 허페이 [합비 合肥], 포공원, 힐튼 허페이, 문화의 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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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 06: 허페이 [합비 合肥], 포공원, 힐튼 허페이, 문화의 힘

Writer Hana 2021. 12. 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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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부를 가로질러 안후이성의 성도 허페이[합비 合肥]에 도착했다. 경제와 젊음의 도시 허페이. 포청천을 기리는 포공원의 눈 내리는 풍경을 감상했다. 그리고 힐튼 허페이에서 편안하게 쉬었다.  

 

 

2018년 12월 29일

아침 8시에 출발했는데, 저녁 7시가 넘어서 허페이에 도착했다. 고속 열차를 타고도 거의 11시간이 걸리는 어마어마한 거리다. 사실 청두 분지를 지나면 산악 지형이 많아서 고속 열차가 항상 300km/h의 속도로 달리지 않고 평균 200km/h로 달렸다. 

 

 

청두에서 허페이까지. 출처:구글맵

구글맵으로 확인해보니까 거리는 무려 1,508km이고 차로 가면 대략 17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다. 이야~ 이렇게 중국 중앙부를 가로로 질러 달려왔다니 멋진데? 비행기를 타면 구글맵이 안내하듯 2시간 20분이 걸린다. 

 

서방님이 지난 2011년에 출장 온 적이 있는 도시이다. 사실 나는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런 도시가 있는 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가 당초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베이징부터 서부의 란저우와 청두, 남부의 홍콩을 지나 동부의 상하이를 찍고 베이징으로 돌아가는 사실상의 중국 본토 일주를 생각했었다. 자치구역과 동북 3성을 제외하고 막연하게나마. 하지만 이런 생각과 달리 실제로 남부 지역은 이번에 가지 않고 중북부만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베이징으로 가기로 했다. 중국은 상상보다 훨씬 큰 나라이다. '대륙'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닐 테지. 중국의 전 국토에서 청두-허페이는 중국 내 도시 간 거리에서도 엄청나게 먼 거리라고 할 수 없는데 고속열차로 11시간...

 

 

 

허페이 역

우리가 청두에서 허페이까지 타고 온 고속 열차

승차감은 좋았다. 

 

허페이 [합비 合肥]는 안후이성의 성도로 넓게 보면 양쯔강과 화이허강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중원과 강남을 잇는 교통의 요지였다. 그리고 도시의 남동쪽에 거대한 호수인 차오호가 자리 잡고 있다. 허페이라는 도시 이름은 기원전 2세기경 한나라 시절에 처음 등장했고, 이 지역은 중원에 등장했던 여러 국가 간 국경 지대에 위치하여 치열한 싸움터가 되었고 이름도 여러 번 바뀌었다. 6세기에서 10세기에 걸쳐 수·당 시절에는 루로 불리다 15세기에 루저우로 승격되었다. 1911년 신해혁명으로 탄생한 중화민국 정부는 이곳을 다시 허페이로 명명해서 오늘날에도 허페이로 불리고 있다.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향했다. 허페이의 모든 것이 새 것으로 보인다. 첫인상은 지금까지 거친 성도였던 란저우와 청두가 그렇듯 이곳 역시 관광도시라기보다 경제도시로 보인다. 서방님이 말한 대로 지하철에서도, 길거리에서도 노인은 보기 어렵고 젊은이들이 가득하다. 도시에 필요한 인프라가 급속히 발달하고, 일자리와 문화 공간도 많으니까 젊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할 만하다. 허페이는 비즈니스 도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현대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선도하는 도시 중 하나다. 과학·기술 연구기관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세계 대학 랭킹(ARWU) 톱 100에 선정된 중국과학기술대학 中国科学技术大学이 허페이에 있다. 이 학교의 나노과학, 화학, 에너지 공학 이렇게 세 분야는 10위권 내에 들 정도의 실력을 자랑한다. 


 

힐튼 허페이

허페이에서는 힐튼 호텔에서 2박 3일 머무르며 잘 먹고 잘 쉬기로 했다.

독일의 Lush에서 사 온 버블로 뜨끈하게 버블 배쓰도 해야지!

 

 

 

힐튼 허페이 로비

드디어 호텔에 도착!

 

 

 

힐튼 허페이 객실

세계 어딜 가든 정형화된 힐튼의 룸


호텔은 큰 사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교통도 편리하고 주변에 상가도 많다. 체크인을 하고 저녁을 먹으러 밖에 나갔다. 이제 우리 둘 다 중국 음식에 질렸다. 그래서 밥을 먹기 위해 일식집으로 갔다. 

 

 

허페이의 어느 일본 레스토랑

오랜만에 자극적인 향신료를 넣지 않은 볶음밥이라 좋다.

 


 

2018년 12월 30일

 

 

힐튼 허페이 객실에서 보이는 도시 풍경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흐리더니

 

 

 

눈 내리는 허페이

이렇게 하얗게 눈이 내린다.


오전에는 호텔 객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푹 쉬고 앞으로의 일정도 예약했다. 항저우와 수저우행 기차 티켓과 호스텔을 예약했다. 호텔에 들어오면 밖에 나가고 싶지가 않아.


 

난페이 강

허페이 시내를 흐르는 난페이 강

 

오후에 호텔을 나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시내로 향했다. 서방님이 지도를 보고 주변에 큰 절이 있다고 해서 나는 불교사원이겠거니 하고 가자고 했다.

 

 

 

허페이 바오공원

알고 보니 그 큰 절은 불교사원이 아닌 포청천을 기리는 바오공원 [포공원 包公园]이었다. 어렸을 때 <판관 포청천> 드라마를 열심히 챙겨본 기억이 떠오른다. 포청천은 문치가 꽃피었던 송나라 시절 명판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거뭇한 얼굴에 어디를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은 돌부처의 표정을 고수하던 배우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그리고 그의 호위무사로 맹활약하던 전조 역의 배우가 워낙 미남이라 인기를 끌었던 기억도 난다. 어릴 적에 본 중국 무협영화는 하늘거리는 의상과 강호의 의리 같은 내용이 매력적이었는데 그래서 중국 문화를 막연히 동경한 적이 있었다. 또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중국 무협 영화란 영화는 다 빌려다 보시던 우리 아버지 덕분에 중국어 발음이 낯설지 않다는 점이 교육 효과라면 효과랄 수 있을까. 또 그렇게 귀동냥으로 배운 단어도 꽤 많다.


아무튼 어른이 되어 공정, 정의, 의리 같은 것은 인간 본성과는 실제 그렇게 관련이 없는 가치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런 무협 영화는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지금 이 허페이의 포공원에서도 포청천에 대한 것보다 눈 내리는 아름다운 공원 자체의 은은한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복잡한 대도시 한복판의 운치 있는 공원은 중국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허페이 포공원의 아름다운 다리

 

 

 

허페이 포공원 호수 풍경

 

 

 

허페이 포공원

열대나무와 눈

 

 

포공원 사당

호수를 따라 포공원을 한 바퀴 돌고 밖으로 다시 나왔다.

 

 

 

이것은...

청두에서 본 stairbucks에 이은 나이키 짝퉁 로고라니... 한 번 또 빵 터졌다. 저 브랜드를 만든 크리에이터는 진지했겠지만 너무 웃기다 진심으로. 이게 정면에서 보면 진짜 나이키 짝퉁 같은데 가게 안에 사람들이 있어서 차마 정면에서 카메라를 들이댈 수는 없었고 옆에서 찍어봤다. 

허페이 시내 빌딩은 새것으로 보이고 길거리도 깨끗하다. 그중 한 건물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따뜻한 카푸치노를 마시는데 우리 옆 테이블에서 한국어가 들린다. 오... 중국에 온 이후 처음 듣는 한국어라 반가움을 넘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여행객은 아니고 거주자들인 듯했다. 한국어로 아무 말이라도 걸고 싶은 것을 참았다.

 

오늘 저녁 식사는 서방님이 출장 때 갔었던 브라질 레스토랑에 가서 고기를 먹기로 했다. 한 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수산구의 비즈니스 구역에 도착했으나...

 

 

허페이 호텔

대박. 서방님이 묵었다던 호텔이 문을 닫았다. 모든 불이 꺼져있다. 게다가 그 호텔 내부에 있는 브라질 레스토랑 역시 문을 닫았다. 우리는 분명 출발 전에 아고다에서 이 호텔을 예약했다가 취소했다. 만약 취소하지 않고 그대로 이곳에 왔다면??

주변에 식당이 많았는데 모두 중국 식당이었고 딱히 끌리는 곳이 없어서 그냥 호텔 쪽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허페이 수산구

 

 

 

허페이 수산구

아무것도 못 먹고 돌아가지만 그 와중에 허페이의 눈 내리는 야경은 장관이다. 


<빠른 성장의 부작용에 대하여 그리고 문화의 힘>

다시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가면서 중국의 사회 분위기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이곳은 어떤가?


눈에 보이는 대로만 묘사하자면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줄을 잘 서지 않고, 무단횡단을 밥 먹듯이 한다. 오죽하면 도시마다 큰 길가에 자동차 도로와 보행자 도로를 분리하는 높은 펜스가 설치되어 있을까. 도로 사정은 거칠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거칠다. 클락션을 시도 때도 없이 누른다. 이곳에서는 아주 사소한 것도 경쟁이다. 예를 들어 지하철을 탈 때 남들보다 한 발짝이라도 빨리 타서 자리를 차지해야 하고, 버스에서도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총알같이 달려든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또한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당히 거칠게 반응한다. 하지만 곤란을 겪는 사람을 주저 없이 도와주고, 우리 같은 외국인에게는 친절하고 수줍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으로 볼 때 이 사람들이 타고나길 거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이라고 생각된다. 캐나다 나 호주의 도시 외곽에서 자동차가 없으면 장도 못보고 대중교통은 한 두 시간에 한 대씩 이용할 수 있는 인구밀도가 낮은 타운이라면 거칠게 행동하지 마라고 해도 자연히 여유가 넘치게 된다. 단순하게 눈에 보이는 현상만 가지고 판단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가지게 된 역사적 배경은?


서구식 산업화의 후발주자 국가가 다 그렇듯 중국도 중앙정부 중심으로 압축성장을 겪은 나라이다. 유럽처럼 권리를 위한 혁명도 치러보고, 아래로부터의 기술 혁명을 이루고, 다양한 시도를 해서 정치적·경제적 시행착오를 겪어보고, 고만고만한 크기의 국가끼리 협동을 통해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배운 지역이 아닌 것이다. 국내적으로 중국은 서양에 비해 권위주의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정치 문화가 발달한 곳이고, 국외적으로는 압도적 스케일로 주변국을 수평적 교류 대상이 아닌 정복의 대상으로 보았고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을 가지고 있다. 서양은 중앙정부가 있어도 아시아의 국가처럼 강력한 권한은 없고, 많은 권한이 주정부와 같은 지방정부에 많이 이양된 구조이다. 반면에 중국은 중앙이 위계적 권력과 지리적 대도시에 모든 것이 모여있어서 골고루 자원이 분산되기 어렵다. 빈 곳은 텅텅 비고, 복잡한 곳은 극도로 복잡하다. 의사결정은 결코 상향식 bottom-up이 아닌 하향식 top-down이다. 게다가 중국 역사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정치 무대에서는 권모술수가 난무하다. 서양이라고 권력다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황제에게는 엎드려 이마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조아리는 의례는 중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습이다. 경쟁에서의 패배는 곧 죽음을 의미했던 황궁 내의 권력 암투에 적응된 유전자가 아직도 중국인의 DNA에 철저히 박혀 있는 듯하다. 온갖 정치철학이 고도로 발전했다는 자체가 배부르고 시간이 남아돌아서 심심풀이로 사색을 했다기보다 그만큼 절박하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 철학이 필요한 상황이었음을 뜻한다. 오죽 세상이 험악했으면 인의예지, 상선약수, 무위지도를 외쳤겠는가.

이런 사회 분위기를 가지게 된 현대적 배경은?


그런 위계적, 중앙집권적, 정치 경쟁에 능한 집단 무의식을 아직도 간직한 채, 1980년대 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경제가 급속히 성장했다. 여전히 공산당 1당 독재 체제에, 시민이 권력을 결정하는 민주주의적 선거제도가 없다. (중국인 친구 소피아의 말로는 지방 하위직 중에 선출직도 있어서 선거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경제적으로는 계획 경제 시스템을 기본 원리로 가지고 있지만 엄연히 중국은 사유 재산이 허락되고, 개인이 회사를 세울 수 있는 나라이다. 마르크스가 구상한 순수한 공산주의 국가로 볼 수 없고 여러 시스템이 혼합된 독특한 국가다. 중국이나 우리나라, 남아메리카처럼 권위주의적 정치문화를 가진 국가, 또 최근의 경제발전을 이룬 아랍의 왕정체제 국가도 경제 발전에서 국가 주도의 '국가발전모델'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강력한 리더십 하에 효율성과 속도를 중시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목표로 한다. 때문에 빠르게 절대적 가난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모든 일에는 빛과 어둠이 따르는 법, 부작용도 많다. 부실 공사라든지, 문화적 성숙뿐 아니라 중국 사람들이 보여주듯 사람들이 당사자는 인식을 못할지라도 항상 '높은 긴장' 상태로 생활한다. 즉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단순한 일상 행위부터가 치열한 경쟁이고, 도로 문화가 거칠어서 항상 무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잔뜩 예민한 상태인 것이다. 게다가 사회의 부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여기저기서 무용담처럼 크게 돈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데 나에게 돌아오는 몫은 만족스럽지 못하니 분노가 수면 아래 이글거리는 상태이다. 그래서 쉽게 감정이 변하고, 쉽게 분노하고, 쉽게 거친 행동을 해버린다. 정도만 더 심할 뿐 근본적으로 압축 성장을 이룬 후 후유증을 겪는 우리 사회를 보는 듯했다.

이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단연 문화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됐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정신을 다독여줄 문화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도 못하고 한 달 수입이 100달러도 되지 않는 어느 저소득층 마을에 가서 WHO가 만든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주일에 최소 세 번, 한 번에 45분 이상 운동을 해야 어쩌고 저쩌고..."는 헛소리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중국도 절대적 가난에서는 벗어났다. 소득에 관계없이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 하나씩 손에 쥐고 있고, 영양실조 비율은 극소수이며 되려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는 사회다. 또한 인터넷에는 해외여행 후기가 가득할 정도로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됐지만 높은 실업률과 상대적 박탈로 우울한 사회이다. 문화의 힘은 바로 이런 곳에 필요하다.


경제 체질 전반이 변해야 하고 변하고 있는 과도기에 사실상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어렵다고 손도 못 대고 사태 파악도 객관적으로 못하는 멍청한 정부는 문제가 심각하다. 경제 정책은 일단 논외로 하고. 저질 컨텐트로 구독자 끌어 모으는 영상은 문화가 아니다. 학교 과정부터 양과 질에서 변해야 한다. 예를 들면 미술, 음악, 문학을 점수를 매길게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커리큘럼으로 바꿔야 한다. 점수 매기는 것은 국영수, 과학, 역사로 충분하다. 어쨌든 기본은 필요하기 때문에 아예 암기를 부정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그린 그림으로, 내가 빚은 도자기로, 내가 음악 시간에 부른 노래로 평가를 받는 어이없음이란...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예술 교육을 받는다면 몰라도 기초 교양 수준으로 경험하는 일반 학생들의 예술 성과를 공정하게 점수로 매길 수 있는 기준이 있기나 한가? 아이들이 문화 예술을 싫어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그저 작품을 만들거나 음악을 감상하고 느낀 점에 대해 토론을 하고, 선생님은 잘 듣고 정리해서 아이들이 문화를 통해 자신의 장점, 취향, 성격, 그리고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 체육도 그렇다. 윗몸일으키기 몇 번하고, 100미터를 몇 초에 뛰는지를 올림픽 선수도 아니고 보통의 학생을 그런 항목으로 점수로 매기다니. 우리 조카를 보니 줄넘기마저 등급을 매겨 급수증을 주고, 잘 못하는 아이들은 스트레스받고 줄넘기 학원으로 내몰린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세상이다.


길고 감옥 같던 학창 시절이었지만 실습시간에 직접 계란을 삶아보고, 나물을 만들어 본 기억만큼은 생생하게 남아있다. 중학생 때 청계산에서 야영을 하며 여행의 즐거움을 느꼈고, 이런저런 문제를 우리들의 힘으로 해결한 경험도 생생하다. 그러니까 박물관을 많이 만들고, 아이들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등 점수 부담 없이 직접 경험하는 현장학습이 최고다. 평가 부담 없이 직접 악기를 다뤄보고, 스스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보고,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결국은 입시지옥에 내몰리지 않냐고? 사교육 공화국에서 그게 가능하냐고? 일단 사교육은 자유다. 부모가 능력 되면 하는 건데, 현실의 삶을 이야기하자면 어릴 때 받은 사교육의 양과 투자한 돈 그리고 상위권 대학 졸업장이 20대 이후의 삶의 등수를 오차 없이 그대로 결정한다고 강단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물론 전혀 영향이 없다 할 수는 없지만 실제 어른의 삶은 그런 식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보다 궁극적으로 그게 현실 만족도 그리고 행복의 결정적 요소라고 말할 수 있는가? 김구 선생이 말씀하신 것처럼 문화대국으로 향하는 프로젝트가 행복한 국민을 만들 것이고, 결국 이것이 새로운 산업화를 이끌어 경제도 성장시킬 것이다. 왜 당장 돈 되지 않고 취업과 상관없는 인문학 열풍이 부는가? 본질을 통찰하게 해 준다는 인문학의 힘은 CEO 뿐 아니라 인생을 경영하는 개개인에게도 필요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제 물질적 성장은 어느 정도 이뤘으므로 정신적 성장을 이룰 단계가 된 것이다. 크게 보면 긴 발전의 한 과정을 거치는 중이므로 좁은 시각만으로 우리 사회를 너무 절망적으로 여길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디에서 본 인터뷰인지는 잊었지만 미국의 슬럼가에서 성장해 범죄자가 되었지만 출옥 후 개과천선해 새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가 말했다. 자신이 어릴 때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면, 박물관에 가고 그림을 볼 수 있었다면 인생이 달랐을 거라고. 문화는 빠른 시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는 내지는 않지만 사람의 정서를 풍요롭게 하고 이것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데 도움을 준다. 국제정치 용어이긴 하지만 소프트파워라는 개념이 그래서 탄생했고 이제는 하드파워만으로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없다. 

 

사실 문화도 문화지만 근본적으로 다양한 삶의 모습이 다 각자의 삶이라고 진정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이는 다음 기회에 정리해봐야겠다.

 

 

 

허페이 일식당

오늘의 저녁도 일식집에서 밥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일본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힐튼 허페이 입구

 

 

 

힐튼 허페이의 중국풍 장식

예상에 어긋난 저녁 일정으로 호텔에 늦게 도착해서 수영을 하지는 못했고 대신 버블 배쓰를 했다. 그래도 이게 여행이고 인생이지. 예상을 벗어나도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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