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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 05: 청두 [성도 成都], 콴자이샹즈, 진리, 중국 고속열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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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 05: 청두 [성도 成都], 콴자이샹즈, 진리, 중국 고속열차

Writer Hana 2021. 11. 2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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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에서의 둘째 날. 전통거리이긴 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관광지인 콴자이샹즈 (관착항자)와 진리 (금리)에 다녀왔다. 드디어 완행 야간열차가 아닌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고속 열차에 탑승!

 

 

2018년 12월 28일 

 

호스텔 객실은 추웠지만 이불이 두꺼워서 잠을 자는데 크게 지장이 없었다. 여행에서 게으른 우리지만 조식을 먹기 위해 일찍 일어나서 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깔끔했고 음식 종류는 많지는 않았지만 야채와 빵을 먹을 수 있는 게 어디야. 따끈한 죽은 정말 맛있었다. 필터 커피가 아닌 에스프레소 기계로 내리는 향 좋은 커피도 마시고. 호스텔 조식치고는 훌륭한 수준이다. 

 

 

 

청두 호스텔의 조식당

 

 

 

판다의 본고장 청두

청두는 판다의 본고장이다.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몇 명의 여자애들이 소리를 지르며 호들갑을 떨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 이 지역에서 쉽게 눈을 볼 수 없어서 신기한 거구나! 곧 진눈깨비로 바뀌고 말았지만. 내가 경험한 것이 세상 모든 곳에서 당연한 것은 아니다.

 

 

 

호스텔 객실

방으로 돌아와서 서방님은 이른 낮잠을 자고 나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평온한 이 순간이 너무 좋아서 중국에서 여행하는 동안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후가 되어 호스텔을 나섰다. 먼저 환전을 하기로 했는데 이게 또 쉽지 않았다. 이번에도 두어 번 친절한 거절을 당하고 결국 뱅크 오브 차이나에 갔다. 안내 데스크의 직원이 환전은 할 수 있지만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괜찮은지 물었다. 후... 방법이 없지 우리는 당장 현금 무일푼이니까. 그런데 10분 정도 기다리다가 서방님이 그냥 신용카드로 현금 인출해보겠다고 했다. 원래 한도에 가까워서 안될까 봐 환전하려고 했던 건데 오... 인출이 된다.

 

첫 번째 목적지는 시내에 위치한 콴자이샹즈 (관착항자). 우리나라의 인사동과 같은 전통 거리다. 전통 건물로 이루어진 거리인데 다양한 먹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로 꽉 찬 그야말로 관광의, 관광에 의한, 관광을 위한 거리다. China Discovery의 소개에 따르면 콴자이샹즈 宽窄巷子의 '콴宽'은 넓은 골목이고, '자이窄'는 좁은 골목이라고 한다. 이곳의 건물은 청나라 시대에 지어진 것들이다. 특히 군부 귀족들이 청나라 때 싱렌후통이라 불렸던 콴宽 거리에 살았고 그들은 마차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골목의 폭이 7-8미터로 조성되었다. 현재는 전통 찻집이 많다. 자窄 거리는 폭 5미터가량의 골목으로 청나라 때의 명칭은 타이핑후통이었다. 외국인들이 이 거리의 건물을 사들인 후 재건축을 해서 현재는 중국식과 서양식이 혼합된 건축 스타일을 보여준다. 지금은 수공예품이나 서화를 취급하는 공방이 많이 들어서 있어서 어떤 의미에서는 예술의 거리라고 할 수 있다.  

 

 

 

청두 콴자이샹즈

 

 

 

청두 콴자이샹즈

회색 벽돌과 잿빛 기와의 청나라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다. 

 

 

 

청두 콴자이샹즈 스타벅스 입구

일단 커피를 마시자.

 

 

 

친절한 중국인 스타벅스 직원들

이제 나 중국인 아니라고 매번 말하는 것도 귀찮고, 대체로 사람들이 서양인인 서방님에게 더 친절해서 무언가 주문할 때 서방님이 담당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점원이 이렇게 귀여운 메시지를 ㅎㅎ "Mr. Welcome"

 

 

콴자이샹즈 스타벅스 테라스에서 보이는 길거리 풍경

세계 곳곳에는 아름다운 스타벅스가 많다. 이렇게 그 나라 고유의 건축과 접목되거나 독특한 인테리어의 스타벅스에 가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다. 비록 다양한 국가의 스타벅스를 다 가본 것은 아니지만. 게다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유럽의 경우 스타벅스가 그다지 성공적으로 뿌리내렸다고 할 수 없다. 큰 도시의 기차역이나 시내에 한 두 지점만 있을 뿐이다. 반면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한 도시 내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지점이 있어서 바쁠 때나 맛집 찾기 귀찮을 때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 열심히 먹고 사느라 바쁘고 짬 내서 여행하는 현대인들은 편한 것을 찾게 되어 있고 이것을 충족시켜주는 '프랜차이즈'는 분명 고마운 존재다. 

 

우리나라에도 멋진 스타벅스가 많은데 개인적으로 내가 손에 꼽는 곳은 서울 소공동의 환구단점과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의 파미에파크 R점이다.

 

 

 

비오는 날의 전통거리

 

 

 

콴자이샹즈의 수공예품

콴자이샹즈에서 찍은 사진이 많지 않은데, 아마 그곳에서 느낀 기분의 결과일 것이다.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인위적으로 상업화된 모습이라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다. 사실 멋진 장소여도 사람이 너무 많으면 사진기 셔터를 마구 누르는 게 쉽지 않다. 같은 장소라도 어제 뤄다이 고대마을처럼 늦은 밤 가게가 다 문을 닫고 길거리가 텅텅 비었을 때 이곳에 왔다면 느낌 좋은 장소였을 수도 있다. '그것'은 항상 '그곳'에 존재하지만 시간과 상황에 따라 감상자의 입장에서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주관적 경험의 매력이다.

 

다음 목적지인 진리까지 가깝지는 않지만 걷기로 했다. 걷기 여행의 즐거움은 차를 타고 슝 지나갔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들을 보고 듣고, 여유롭게 모든 것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도록 적당한 정보를 적당한 시간을 들여 처리할 수 있다. 또 혼자가 아니라 둘이 함께 걸으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참 좋다.

 

 

 

진리 가는 길

 

 

 

진리 가는 길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이 도시 역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허름한 가게가 있는 거리 뒤에 으리으리한 최신식 주상복합이 우뚝 서 있다. 참 재미있는 나라다.

 

진리 거리 거의 다 이르러서 감이 오는 국숫집 발견. 맑을 청(淸) 자가 들어간 이름을 보고 이 국수를 시켰는데 마치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에 끓여먹는 소면처럼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청이라는 글자에 걸맞은 음식이다. 소박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에 와서 먹은 면요리 중 최고다. 게다가 주인아주머니가 정말 친절하다. 하긴 이 집뿐 아니라 중국의 모든 식당이 우리에게 엄청 친절하지.

 

 

 

진리 입구 근처의 작은 식당

청두 최고의 맛집

 

 

 

청두의 진리

진리 锦里

 

이곳 역시 관광객에게 인기 많은 장소 중 한 곳이다. 진리는 무려 1,800년 전 유비의 촉나라 시절 조성된 아주 오래된 길거리다. 전체 넓이는 약 30,000㎡에 길거리 총길이는 550m라고 한다. 현재는 청두 최고의 먹자골목이다. 

 

 

 

진리 길거리

중국 전통 길거리에 중국과 경쟁상대인 미국의 브랜드라니 재미있는 조합이다. 

 

 

 

청두 진리

직접 돌아다녀보니 음식점뿐 아니라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많다. 빨간 등불 덕에 진리의 밤거리는 아름답다. 어릴 적 중국 무협 영화를 보며 무채색 톤의 나풀거리는 고전 의상이 참 운치 있다고 생각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이 거리에 펼쳐지는 것을 상상해 본다. 물통을 이고 가는 사람들, 물건을 사기 위해 주인장과 흥정하는 사람들, 객잔에 앉아 막 쪄낸 김이 피어오르는 뜨거운 만두를 먹는 사람들, 비단같이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총총 걸음으로 걸어가는 여인 등.    

 

 

 

청두역

진리 구경을 한 후 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갔다. 내일은 허페이로 출발하는데 미리 티켓을 찾으러 갔다. 고속 열차를 타고도 무려 10시간을 가야 하는, 중국 중부 내륙을 종으로 가로지르는 대장정이다. 티켓을 받고 보니 후... 통로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각자 통로석에 앉도록 자리가 배정되었다. 10시간, 게다가 낮 이동인데 통로석이라니. 일찍 와서 표를 찾아야 원하는 자리의 표를 받을 수 있는 건가?

 

 


 

2018년 12월 29일 

 

청두에서 허페이로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짐 정리하고 7시에 체크아웃했다. 체크아웃하는데 프런트에서 중국의 갑질 문화로 보이는 장면을 목격했다. 대화 내용은 자세히 못 알아들어도 충분히 짐작 가는 분위기였다. 중년의 부부로 보이는 손님들은 무언가 불만에 가득 차서 직원들에게 큰소리로 화를 내고, 직원들은 쩔쩔매고 있었다. 원래 사람 사이의 트러블이라는 것은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보면 저마다의 입장이 있는 법이라 제삼자가 상상력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그래서 중년 부부가 억지를 쓰는 건지 호텔 직원들이 무언가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장면을 목격하며 배운 점이 있다. 화가 난 상태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가 그 사람에 대해 간접적으로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인간은 타고나길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감정을 완벽하게 통제하거나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만큼은 스스로 단련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일순간 엄습하는 감정에 휘둘리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을 훈련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나의 인생이 잘 풀리기 때문이다. 갑의 입장에 있는 사람은 홧김에 내지르고 돌아서서 잊겠지만 자신이 받을 수도 있던 배려나 실질적 이익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걷어찼을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자신의 기분이 행동, 말, 판단을 비롯한 모든 것의 기준이 되는데 인간관계든, 공부든, 사업이든, 일이든 잘 풀릴 리가 있을까?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는 모르겠지만 호스텔에서 일부러 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 것도 아닐 테고, 보아하니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분명 자기 전재산을 날릴 중대한 손해를 본 것 같지도 않은데 자식 같은 나이의 사람들에게 저러고 싶을까? 

 

중국에서 고작 며칠 여행했을 뿐이데 갑질로 추정되는 장면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월요일 베이징에서 환전을 하려고 베이징 은행에 들어갔을 때도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중년의 아주머니가 은행 창구 직원에게 어찌나 매몰차게 쏘아대는지 젊은 여직원의 얼굴은 굳었고, 입꼬리 양쪽이 완전히 내려가서 곧 울음이 터질 듯한 모습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무식하게 큰소리를 낸 후 사라졌는데 다음 손님도 그 직원에게 큰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이게 일반적인 중국 문화인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이 많은데 모든 고객이 저렇게 시간을 끌며 진상을 부린다면? 그곳의 불쾌한 분위기에 오랜 시간 휩싸여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서방님에게 그냥 나가자고 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5년 땅콩 회항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면서 갑질 문화 이슈가 수면으로 떠올랐는데 중국도 만만치 않은 듯하다. 특히 어디나 그렇듯 서비스 분야에서의 갑질이 심하다. 문제는 과연 그렇게 당하고만 있던 호스텔 직원이나 은행 여직원 같은 수많은 을들이 '나는 저런 진상이 되지 말고 상대를 존중해야지.'라고 생각할까? 모두는 아니지만 상당수의 갑질을 당한 누군가는 또 다른 곳에서 자신이 갑이 되어 갑질을 하게 되어 있다. 인간에게는 보복심리가 있고, 상처 받은 사람은 자신보다 나약한 누군가에게 그 분노를 표출하게 되어 있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가정 폭력을 당하고 자란 어른이 나약한 자신의 자녀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이다. 자신이 폭력을 당하고 자랐으니 자신만은 자식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실천하는 부모는 인간 본성을 거스른 대단한 사람들이다. 

 

 

 

청두역

오전 8시 14분에 출발하는 D2208편을 타고 안후이성 허페이로 출발했다. 드디어 중국의 고속 열차를 타보는구나! 그런데 비행기도 아니고 왜 이 비싼 고속 열차가 불편하게 2-3 배열구조냐고. 서방님은 2명이 앉는 왼쪽의 복도석, 나는 3명이 앉는 오른쪽의 복도석이다. 내 옆에는 젊은 여자 두 명이 앉아 있었다. 왼쪽의 창가 자리가 비어서 일단 같이 앉아서 출발했다. 그러다 다음 역 승강장에 들어서는데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아 누군가 이 자리에 오겠구나 싶어서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갔다. 창가석 주인인 젊은 중국 남자가 일어서서 자리를 내주려는 서방님을 보더니 손을 휘저으며 괜찮다고 그냥 앉으라고 했다. 오... 이런 친절한 분이. 서방님이라도 창 밖 구경하며 갈 수 있어서 좋다. 내 앞에는 젊은 부부가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앉아 있었는데, 아이 한 명이 컵라면을 쏟았다. 그리고 내 좌석 아래까지 국물과 라면이 쏟아졌다. 아이 아빠가 얼른 청소부를 불렀고 청소 아주머니는 뭔가 구시렁거리면서도 금세 바닥 청소를 마쳤다.

 

이번 허페이행 기차에서 경험한 중국인들. 아무도 이어폰을 끼고 영상을 보지 않는다. 모두가 볼륨을 높여 음악이나 영상을 틀고, 일단 여러 일행이 같이 있는 경우 엄청나게 시끄럽다. 그저 대화를 할 뿐이데 가끔은 싸우는 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다이내믹하다. 하... 신기한 점은 한 두 명이 시끄러우면 거슬릴 텐데, 모두가 같이 시끄러워서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정신없는 시장에 와있는 것처럼 쉽게 적응이 된다는 것이다.

 

매점 칸으로 커피를 사려고 걸어가는데 보니까 3호실만 바글바글하고 4호실부터는 텅텅 비어있다. 뭐지? 그래서 누군가 오면 비켜줄 생각으로 일단 자리를 옮겨 창가에 앉았다.

 

 

 

중국 중부를 가로지르며

 

 

 

청두에서 허페이로 가는 풍경

특이한 지형과 칙칙한 잿빛의 조합. 그러고 보니 베이징 이후 햇살 쨍쨍한 날 하루가 없네.

 

 

 

중국 중부의 눈 내리는 풍경

캬~ 역시 하얀 눈이 겨울을 로맨틱하게 만들어주는구나. 지난 3월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감상한 겨울왕국의 풍경이 떠오른다.

 

 

 

청두에서 허페이로

 

 

 

청두에서 허페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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