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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여행: 레드 앤 블루 디자인 호텔, 포차, 포크스 본문

여행기록/2024 여행: 유럽

프라하 여행: 레드 앤 블루 디자인 호텔, 포차, 포크스

Writer Hana 2024. 1. 2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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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프라하 여행, 그리고 1월의 프라하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에는 프라하 5 지구에 위치한 레드 앤 블루 디자인 호텔 Red and Blue Design Hotel에 머물렀다. 첫째 날 저녁은 한식당 포차 Pocha에서 둘째 날 저녁은 레스토랑 포크스 Pork's에서 슈니첼을 먹었다. 

 

 

프라하홀릭: 다섯 번째 프라하 여행, 1월의 프라하 여행

 

남편과 동시에 1월 둘째 주말 끼고 월요일 화요일 이틀 휴가를 냈다. 처음에는 까를로비 바리에 갈까 이야기했었다. 그러다 도이치반에서 엄청 저렴한 기차표를 발견했다. 1인당 왕복 36유로, 그것도 나는 반카드 Bahn card를 가지고 있어서 총 30유로 지불했다. 그렇게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2박 3일로 프라하에 다녀왔다.

 

벌써 다섯 번째 프라하 여행이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유럽의 유명 관광 도시들도 많은데 이번 짧은 연휴에 또 이곳으로 발길이 향했다. 우리 언니하고 조카가 왜 그렇게 제주도 서귀포를 가고 또 가는지 이해가 된다. 정말 좋아하는 장소는 가도 가도 전혀 질리지 않고 갈수록 오히려 더 가고 싶어 진다. 그리고 또 올 것을 알면서도 떠나는 길이 아쉽기만 하다. 보통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갈 때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유독 한국 그리고 프라하 여행 마치고 떠나는 길은 그렇게나 아쉬울 수가 없다.

 

지난 12월 네 번째 프라하 여행은 기억에 남을 에피소드를 남겼다. 원래 3박 4일 계획하고 왔는데 부동산에 일이 생겨 어쩔 수 없이 하루를 포기하고 2박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기차표의 몇 배를 지불해 비행기를 타고서 말이다. 집으로 출발하는 날 아침 일찍 프라하 공항으로 가는데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꼭 금방 다시 올 거라고 생각했고 정말 그렇게 됐다.  

 

9년 만에 1월 프라하

 

북반구의 1월 중순은 의외로 여행하기 좋은 시기다. 같은 겨울인데도 크리스마스가 포함된 12월보다 교통비와 숙박비가 더 저렴하다. 지난 12월에는 크리스마스 마켓 시즌이라 호텔비가 지금보다 1.5~2배 정도 높았다. 그리고 그때보다 모든 장소가 덜 붐빈다. 이번 2024년 1월 프라하 여행도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좋은 호텔에서 잘 쉬고, 맛있는 것 잘 먹었다. 

 

내 인생 최초의 유럽 여행 목적지는 프라하였고, 시기는 9년 전인 2015년 1월 중순, 딱 이맘때쯤이었다. 다음 직장 업무 시작하기 전이라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돈은 없어서 언니한테 여비 빌려서 2주 유럽 여행을 왔다. 엄마는 여행가지 말고 운전면허를 따라고 했다. 그러나 엄마 말이 머리에 들어올 리가. 그 당시에는 '한국에서 2주 휴가 내는 게 쉬운가, 갈 수 있을 때 간다'라는 마음으로 덜컥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렇게 도착한 프라하에서 4박 5일을 머물렀는데 우울하기만 했다. 프라하 어디가 로맨틱하다는 거지? 호스텔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울릴 때만 생기가 돌았을 뿐 잿빛 우울 그 자체였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서너 번째 와서야 프라하의 매력에 푹 빠졌다. 지금은 프라하 포함 체코 전체가 유럽에서 가장 좋아하는 여행 장소다. 

  

 

 

프라하역

 

다시 왔다 프라하

 

드레스덴에서 프라하까지 타고 온 EC175

 

 


 

레드 앤 블루 디자인 호텔 프라하 Red and Blue Design Hotel

 

 

https://maps.app.goo.gl/xAcXfCJx8ETLjjy78

 

레드 & 블루 디자인 호텔 프라하 · Holečkova 13, 150 00 Praha 5-Smíchov, 체코

★★★★☆ · 호텔

www.google.com

 

호텔 외관

 

레드 앤 블루 디자인 호텔은 프라하 5 스미호프 구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트램 정거장 스반도보 디바들로 Svandovo Divadlo에서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다. 프라하 1 구역의 말라스트라나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완전 관광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관광지에서 멀지도 않은 최고의 위치. 게다가 스미호프 쇼핑 구역과도 가까워서 언제든 테스코에 장 보러 갈 수도 있다. 

 

 

 

호텔 로비

 

호텔에 들어서니 한국인 남자 네 명이 체크인을 하고 있었다. 서로 존댓말을 쓰는 것으로 보아 여행이 아닌 출장 목적으로 온 듯하다. 다른 친절한 직원이 나와서 우리 체크인을 도와줬다. 오, 우리 방은 601호, 6층이다. 고층이라니 기대기대. 엘리베이터에서 층수 버튼을 보니 6층이 탑층이다. 굿!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걸어가는 삐걱거리는 나무 복도, 이 올드 유럽 느낌 참 좋다.

 

 

 

레드 앤 블루 디자인 호텔 디럭스룸

 

우리가 묵었던 601호 레드 객실

 

이름처럼 객실이 빨강 또는 파랑으로 꾸며져 있다. 내부는 적당한 양의 레드로 꾸며져 있다. 현란하고 정신없는 빨간 방이 아니라 몇 군데 포인트만 빨강이라 보기 좋고 예쁘다. 

 

 

 

레드 앤 블루 디자인 호텔 프라하 객실 내부

 

책상과 1인용 소파

 

 

 

객실 창문

 

6층이라 안전상의 이유인지

유럽 전통 건축 특유의 큼지막한 창문은 아니다.

하지만 이 창문 밖으로 보이는 뷰는...

 

 

 

레드 엔 블루 디자인 호텔 프라하 욕실

 

욕실도 알맞은 만큼의 빨간 타일로

장식했다.

 

 

 

욕조

 

욕조가 있어서 버블 배쓰도 했다.

6층이라 그런지 수압이 약하지만

다행히 뜨거운 물은 잘 나온다.

 

 

 

창문 뷰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어보니!

 

 

 

프라하의 아침

 

우와...

이렇게 아름다운 아침 풍경이라니...

 

은은한 지붕색도 예쁘고

저 멀리 간간히 솟아 있는 교회 첨탑이

유럽 도시 특유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완성한다.

 

거주지도 그렇고 여행지 숙소도

높은 지대가 최고다.

 

이 호텔의 객실은 복도 양옆으로 배치되었다. 우리가 머문 방처럼 시티뷰의 객실과 반대로 킨스케호 정원뷰의 객실이 있다. 푸른 여름이라면 킨스케호 정원뷰 객실에 머물러도 좋았겠지만 겨울이라 프라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시티뷰 객실 배정받아서 다행이다. 2박 머물면서 작은 소음도 들리지 않고 고요했다. 이런 곳이라면 한 달도 머물 수 있겠다.

 

 

 

프라하 설경

 

어느 순간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창밖만 바라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lost track of time

 

 

 

레드 앤 블루 디자인 호텔 조식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조식

조식 시간은

주말 기준 7:30-10:30이다.

 

 

 

호텔 조식당

 

전면 유리로 된 공간도 있다.

 

 

 

호텔 조식

 

에스 스크램블, 소시지, 콩

다양한 치즈와 슁켄

슁켄이 영어로 햄인가?

 

견과류와 과일을 얹은 요거트가

특히 맛있다.

 

 

 

호텔 조식

 

각종 샐러드와 야채, 과일

빵과 케이크

 

 

 

호텔 조식

 

오렌지 주스, 멀티 주스, 각종 차와 커피

 

이틀 동안 정확히 똑같은 메뉴는 아니었고 약간 달랐다.

가짓수도 적당하고 맛도 좋고

무엇보다 조식 시간이 길어서 붐비지 않아 좋았다.

 

호텔은 객실 및 침구류 등 모두 깨끗하고, 조용하고 무엇보다 엘리베이터가 있다. 직원들도 친절하고 조식도 맛있고 위치도 좋다. 이렇게 딱히 흠잡을 곳 없는 호텔이 1박에 10만 원도 안 된다. 다음에 다시 머물고 싶은 호텔이다.   

 

  


 

포차 Pocha  

 

 

https://maps.app.goo.gl/bgPRvwjbrd58FYpB7

 

POCHA · Oldřichova 14, 128 00 Praha 2-Vinohrady, 체코

★★★★★ · 한식당

www.google.com

 

 

 

첫날 저녁 프라하 중앙역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지난번에 갔었던 프라하의 한식당 포차에 가기로 했다. 포차는 현금만 받기 때문에 환전을 위해 일단 말로스트란스케 광장 쪽으로 갔다. 트램에서 내려 눈앞에 펼쳐진 말로스트란스케 광장의 모습이...

 

 

 

말로스트란스케 광장

 

마치 흑백 영화의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신비로움...

 

 

 

말로스트란스케 광장역

 

원래 말로스트란스케 광장은 사람들로 붐비는 장소다. 다양한 노선의 트램이 정차하는 역이기도 하고 블타바 강 동쪽의 구시가 광장-까를교와 강 서쪽의 프라하 성-스트라호프 수도원의 중간 위치한 주요 관광 거점이다. 토요일 저녁 6시 반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고요하다. 그렇게 아주 잠깐 말로스트란스케 광장에서 비현실적인 낭만을 만끽하고 주변의 한 가게에서 환전을 했다. 

 

 

 

프라하 포차의 음식

 

프라하 포차는 블타바 강 동쪽 프라하 2 구역에 있는 한식당이다. 주요 관광지에서 떨어져 있지만 프라하에서는 트램이 시내 구석구석 다 닿기 때문에 트램 타고 오면 찾기 쉽고 관광지에서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주인은 한국인이라고 온라인에서 본 것 같은데 실제 일하는 직원은 한국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영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고 음식도 오리지널 한국 음식 맛이다. 이번에도 저번처럼 김치베이컨계란치즈볶음밥과 필즈너 생맥을 주문했다. 이름도 긴 김치볶음밥은 비주얼만큼이나 정말 맛있다. 앞으로도 프라하에 올 때마다 한 끼는 꼭 이곳에서 채우게 될 것 같다.   

 

원래 여행이란 도착한 날이 가장 신나지 않던가. 빈속에 맥주부터 마셔서 약간 취기도 돌고, 잔뜩 들뜬 마음이었다. 신나게 회사 이야기를 하며 멋진 저녁 식사를 했다. 

 

 


 

포크스 Pork's

 

 

https://maps.app.goo.gl/oyQEK7AEkoHzinpq7

 

Pork's · Mostecká 16, 110 00 Malá Strana, 체코

★★★★★ · 음식점

www.google.com

 

 

둘째 날 저녁 식사 장소는 남편에게 정하라고 했다. 커피숍에서 열심히 구글 검색하더니 포크스를 찾아냈다. 이름처럼 돼지고기 전문 레스토랑이다. 포크스는 까를교와 말로스트란스케 사이, 모스테카 Mostecka 거리 위치하고 있다.  즉 관광지에 위치한 관광객을 위한 레스토랑이라는 뜻이다.

 

이번 2박 3일 동안 프라하 어딜 가든 한산했는데 이곳은 무려 웨이팅이 있다. 다행히 우리 앞에 한 팀 밖에 없어서 잠깐 기다리고 착석했으나 사실 첫인상은 실망스러웠다. 나도 관광객이면서 레스토랑이 너무 관광지스러웠기 때문이다. 이 무슨 아이러니 하하. 손님의 반은 유럽인, 나머지 반은 한국인과 중국인이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좁아서 답답했다.    

 

 

 

포크르의 음식

 

그런데 음식을 먹으며 점차 만족스러워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탑 2 맥주 중 하나인 코젤은 말할 것도 없고, 남편이 주문한 꼴레뇨, 내가 주문한 슈니첼과 샐러드까지 모두 맛있었다. 게다가 가격도 적당했다. 독일에서 관광지가 아닌 동네 레스토랑에서도 이렇게 메인 메뉴 두 개에 500cc 맥주 두 잔이면 45유로는 나올 텐데 여기는 35유로 정도 된다. 

 

음식 맛이 좋아서 남편에게 레스토랑 잘 골랐다고 칭찬해 줬다. 특히 내가 특별 주문한 "반드시 코젤 다크 생맥을 마실 수 있는 곳"을 포함시켰으니 대만족이다. 독일에서도 코젤 생맥을 마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크흐.

 

레스토랑에서 음식이 나오기 전 주변을 잠시 관찰하다 재미있는 현상을 목격했다. 혼자 식사하러 온 사람은 없고 전부 2명에서 6명 정도 일행이 함께 식사를 했다. 그런데 음식을 다 먹었거나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중에 각자 휴대폰을 손에 쥐고 스크린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모두 아시아 사람이었다. 서양 사람들이라고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긴 시간 전화만 들여다보는 서양인은 없었다. 아마도 일요일 저녁 관광지의 잘 나가는 레스토랑에서 차라리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게 나을 정도로 꼴 보기 싫은 누군가와 식사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친구, 연인, 가족 친척 등 사적인 관계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일 텐데 대화 없이 각자 한참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나도 그러지 않았나 반성했다.

 

사적인 관계의 모임이라고 해서 신들린 듯 시끄럽게 떠들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예절 따위를 논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관찰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이유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마음이 맞고 좋아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도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가만히' 있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음식을 먹는 동안에는 먹는 행위를 하니까 그렇다 치고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는 시간에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서 자신도 모르게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열어보는 게 아닐까? 원래부터 우리 인간은 가만히 있는 게 어려운 존재였다. 우리의 뇌는 순간의 쾌감을 주는 자극을 좇게 되어 있다. 이는 고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자극적이고 짧으면서도 강한 인상을 주는 대상과 사람은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뇌과학자들이 말하는 도파민 호르몬에서 자유롭기 어려우니까. 게다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달해 손만 뻗으면 바로 짧고 강한 자극에 닿을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진지하게 무언가를 배울 수도 있다고? 진득하게 지식습득은커녕 짧은 신문기사 하나도 차분하게 끝까지 읽지 못하는 시대 아닌가.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나라도 중국도 서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경제 발전과 현대화를 이루었다. 우리 스스로도 '빨리빨리'의 민족이라 하고, 인터넷 속도 빠른 게 자랑일 정도로 속도가 중요하다. 인구 밀도 높은 곳에서 나고 자랐다. 그 속에서 사소한 것조차 경쟁과 비교는 일상이고, 무엇을 해도 과정에 따른 결과보다 한시도 쉬지 않고 빨리빨리 몰아붙여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빨리 공장 완성해서 생산부터 하고, 빨리 새로운 아파트 팍팍 지어야 하고, 낡은 건 빨리 부수고 새로 만들거나 아니면 내다 버리고. 순리대로 놔두면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될 것을 사람 진 빠지게 들들 볶는 그리고 그런 정서불안을 일 잘하는 걸로 착각하는 기업 문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에는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니 서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가만히' 있기 어려운 걸지도 모르겠다.   

 

일부러 스마트폰을 당장 손 닿기 어려운 곳에 두기도 하고, 특히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아예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어두는 식으로 스마트폰과의 거리 두기를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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