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투어: 여행과 독서 기록

프라하 여행: 프라하 국립미술관 슈테른베르크 궁전 Šternberský Palace 본문

여행기록/2024 여행: 유럽

프라하 여행: 프라하 국립미술관 슈테른베르크 궁전 Šternberský Palace

Writer Hana 2024. 3. 10. 23:52
반응형

#프라하 여행

 

미술관 기행 겨울 미술관

 

프라하 국립미술관 슈테른베르크 궁전 Šternberský Palace

 

 

프라하 국립미술관 National gallery Prague은 한 장소가 아니고 프라하 시내에 여덟 곳 그리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있는 체코&슬로바키 파빌리온 포함 총 아홉 개의 장소를 포함한다. 그중 이번에 방문한 프라하 1 구역의 프라하 국립미술관 슈테른베르크 궁전에서는 "The Old Masters II" 상설 전시가 열린다. 

 

14-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 작품들, 15-18세기 네덜란드와 플랜더스의 바로크 작품들, 17-18세기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낭만주의 작품들 그리고 드물게 러시아 이콘화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예전에는 19세기 이전의 그림은 재미도 없고 아무 감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미술관을 다닐수록, 미술 관련된 책을 더 읽어볼수록 생각이 점차 바뀌어 간다.

 

 

 

https://maps.app.goo.gl/d7om3BdgYYBEppvL9 

 

프라하 국립미술관 (슈테른베르 궁전) · Hradčanské nám. 57/15, 118 00 Praha 1-Hradčany, 체코

★★★★★ · 미술관

www.google.com

 

 

 

슈테른베르크 궁전 계단

 

이곳도 10년 만이다.

너무 오래 전이고 기록도 남기지 않았지만

10년 전에는 그냥 올드 마스터 작품 전체가

이곳에 전시되었던 것 같은데?

 

 

 

Diana and Actaeon in a Landscape. Friedrich Steinhammer. (1615)

 

다이아나와 악타이온

 

너무나도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스토리라 여러 화가와 시대의 사랑을 받은 제재다. 다이아나 여신이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다 걸린 악타이온. 분노한 여신은 복수로 그를 사슴으로 만들어 사냥개의 먹이가 되게 한다. 형법상 정당방위의 요건 중 비례성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요 잔인한 여신... 

 

신화가 끝없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막장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와 똑같다. 도파민을 팍팍 솟게 하는 재미와 자극도 있지만 신이라 불리는 존재가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대 문명사회에서 타인의 알몸을 훔쳐보는 것은 당연히 범죄이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그러나 이렇게 도덕적 차원에서 교훈을 정리하고 끝나면 신화는 의미가 없다. 이 이야기는 아름다운 여자를 훔쳐보고 싶어 하는 남자의 본성, 근본적으로 남자는 강력한 시각적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남자가 과연 허영심 때문에 예쁜 여자를 원하는 걸까? 일단 시각적으로 볼 때 젊고 건강해 보이는 여자를 고를수록 번식의 가능성이 극대화되었다. 게다가 오랜 시간 사냥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고 자신도 생존했던 남자에게 시각은 분명 가장 중요한 감각이다. 이를 알고 받아들이면 남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예쁘고 화려하고 생명력 넘치는 것에서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눈을 뗄 수 없지 않은가.  

 

 

 

Gathering in a Park. Franz Janneck.

 

 

 

A Basket of Flowers with Roses. Hohann Brand.

 

 

 

좌: Summer Landscape, 우: Winter Landscape. Pieter Gysels?

 

 

여름과 겨울 각각의 매력

 

예전에는 겨울이 싫었다. 춥고, 해도 짧고, 무엇보다 초록초록 생명력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두바이나 싱가포르처럼 일 년 내내 여름인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일까? 이제 겨울의 매력이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한다. 가장 중요한 발견은 겨울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 당연한 말이지만 겨울에도 생계 활동은 계속된다. 출근하고 일하고 밥 해 먹고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도 간다. 나뭇잎 하나 없이 앙상한 나무도 사실은 살아 있다. 다만 겨울에 거쳐야 할 과정을 거치고 있을 뿐.  

 

더 나아가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동화 같은 크리스마스 마켓, 화려한 전구 장식, 겨울 축제, 뜨끈한 글루바인 한 잔도 있으나 그런 일시적인 즐거움이 아닌 깊은 즐거움이 있다. 그중 하나는 바로 두껍고 어려운 책 차분히 천천히 읽기다. 한겨울보다 이에 더 적합한 시간이 있을까.   

 

 

 

Market in a Small Town. Gillis Mostaert. (1579)

 

시끌벅적함 떠들썩함

 

 

 

Wedding Feast on a Village Green. Maerten van Cleve.

 

흥겨운 분위기

 

 

 

A Doctor's Visit to a Lovesick Patient. Jan Steen.

 

상사병에 걸려 의사를 찾은 그녀

 

자세히 보면 짝사랑에 괴로운 여자의 모습이 아니다. 왼손으로 얼굴을 받치고, 오른손은 심장 근처에 있다. 멋진 남자를 보고 막 사랑에 빠진 여자의 모습이 아닌가.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처럼 불타오르는 사랑, 원숙한 가을 같은 사랑 또는 겨울처럼 장애물을 이겨내는 사랑이 아닌 나른한 봄날 오후 같은 모습이다. 예전의 나도 저런 경험이 있었지. 20대 후반 정말 오랜만에 사랑에 빠진 적이 있다. 24시간 내내 약간 들뜬 듯한 기분과 상태, 두근두근한 느낌, 세상 모든 예쁜 사랑 노래가 내 이야기 같고... 처음 사랑에 빠지면 화학물질의 강력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걸 머리로는 알지만 설렘이란 어찌 되었든 참 예쁜 감정이다. 그림 속 그녀의 사랑이 해피엔딩이길.

 

 

 

Hunter in Love. Godfried Schalcken. (1643)

 

사랑에 빠진 사냥꾼이라니 하하.

어쩜 이렇게 남자의 본능을 잘 표현한 제목이 붙었을까.

게다가 그림 제목과 잘 어울리는 

저 대담한 나쁜 손을 보시게나.

 

다행히 사냥당하는 중인 여자도 싫어 보이지는 않아

악타이온처럼 처참한 상황은 면하겠구나.

 

 

 

Young Man Presenting a Rose to a Young Woman. Nicolaas Verkolje. (ca 1700)

 

이 남자는 위 사냥꾼보다 조금 더

문명화(?)된 방식으로 사냥 중이다. 

남자가 목표를 세우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려는 심리는

사냥꾼으로 치환해서 보면 딱인데

이 그림 속 청년은

좀 더 세련되게 사냥을 하고 있다.

 

조금은 더 여자가 좋아할 만한 방식으로

사냥 중인 영리한 남자다.

 

 

 

Hercules and Deianeira. Adrien van der Werff. (1699)

 

헤라클레스와 데이아네이라

 

여기에 또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있다. 여러 난관을 거친 헤라클레스는 칼리돈의 공주 데이아네이라와 두 번째 결혼 관계를 맺게 된다. 스파르타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금의환향하여 데이아네이라와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도 높고 성취한 업적도 보통이 아닌 알파남의 마누라로 사는 게 어디 실제 행복하기만 할까? SNS에 남편 자랑하기 딱 좋을지 모르나... 데이아네이라는 지루해 보이는 남편이 이올레와 바람을 피울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 잡혔다. 데이아네이라는 자신을 범하려다 남편이 쏜 독화살에 맞아 죽어가던 네소스가 한 말을 떠올린다. 자신의 피를 받아두었다가 남편이 변심했을 때 그 피를 옷에 묻혀보라고. 의심에 사로잡힌 데이아네이라는 기어이 헤라클레스에게 네소스의 피, 독이 도는 피가 묻은 옷을 입히고 만다. 네소스의 복수는 결국 성공하여 데이아네이라는 자살하고, 헤라클레스도 결국 죽고 만다.

 

그림 속 헤라클레스는 데이아네이라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자신을 의심하지 마라고 하는 걸까? 아니면 행복했던 시절, 둘이 사랑에 빠져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모습일까? 아니면 헤라클레스는 어둠 속에, 데이아네이라는 밝은 조명 속에 주인공처럼 묘사된 걸로 보아 데이아네이라에게 구애하는 헤라클레스의 모습일까? 미래의 비극은 모르는 채로.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의심하지 않음이 아니다. 의심이란 인간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집착하지 않음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 집착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Samson and Delilah. Pieter van der Werff.

 

삼손과 델릴라

 

 

 

Venus with Cupid, Bacchus and Ceres. Godfried Schalcken.

 

비너스, 큐피드, 바쿠스, 세레스

 

인생은 축제라고!

 

 

 

A Merry Musical Company. Dirck Hals.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음악

 

 

 

좌: Calm Sea with Fishermen. Simon de Vlieger 우: Three-Masted Galleons in a Storm off a Rocky Coast. Jan Blanckerhoff. 

 

 

인생에도 계절이

여름과 겨울

순풍의 계절과 역풍의 계절

순환과 변화는 우주의 본질

 

 

 

Still Life on the Table. Nicolaes Gillis. (1614)

 

 

 

Vertumnus and Pomona. Aert de Gelder.

 

노부인과 젊은 여성?

 

포모나에게 반한 베르툼누스의 사랑의 승리가 주제다. 노부인으로 변신한 베루툼누스가 사랑에 백기 들도록 포모나를 설득하는 장면이다. 사랑이 인생을 구원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런데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여자의 매력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매력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신화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여자의 생산력이다. 아이를 낳는 생산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포모나는 과일, 과수원, 정원의 여신이고 이것들이 상징하는 바는 바로 생산력, 콘텐츠다. 자기만의 일, 글, 그림, 악기 연주, 운동, 외모 가꾸기, 시사 상식, 남자 꼬시기 등 그 무엇이 되었든 끊임없이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무언가에 꽂혀 집중하는 여자, 무언가를 원하는 것을 얻고 달성하려는 욕망이 가득한 여자는 매력이 없을 수가 없다. 생기가 넘치고, 무엇보다 함께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Allegory of Four Seasons and Human Ages. Simon de Vos. (1635)

 

순환과 변화는 우주의 본질

 

 

 

Cartouche with Children's Portrait in a Garland of Fruit.  Joris van Son. (1657)

 

 

 

The Feast of Esther. Frans Francken.

 

 

 

Archangel Michael Slaying a Fallen Angel. Andrea Vaccaro

 

용기와 인내

그리고 새로운 삶의 에너지가 필요할 때

가장 좋은 그림

대천사 미카엘이 등장하는 그림

 

 

↓ 대천사 미카엘에 관한 또 다른 그림과 감상평

 

벨기에, 브뤼셀 여행: 벨기에 왕립미술관, 그랑플라스

2월의 미술관 여행 벨기에는 벌써 일곱 번째 가는데, 갈 때마다 새롭다. 이번에 브뤼셀에 가는 목적은 왕립박물관 관람을 위해서다. 대체로 날씨가 우중충한 유럽의 겨울이야말로 갤러리 투어

hanahanaworld.tistory.com

 

 

한바탕 떠들썩한 크리스마스와 새해의 시작이 지나가고 나면 어디나 그렇듯 유럽도 세상 고요하다. 이런 시기 유럽을 여행하는 즐거운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갤러리 감상. 여름처럼 붐비지 않아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그림 감상하기 최고의 시간이다. 게다가 이런 명작들을 한 자리에서 겨우 10~20유로 내고 직접 볼 수 있다. 

 

 

 

 

ⓒ 2024. @hanahanaworld.tistory.com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