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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각/2023년

<God is in the details> FT weekend 안나 윈투어 인터뷰를 읽고

Writer Hana 2023. 10. 2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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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is in the details"
 
Lunch with the FT Anna Wintour

 

 

 

FT Weekend 9/30-10/01 Life&Arts 3면

 

 

패션계의 교황이라 불리는 미국 보그의 편집장, 메릴 스트립이 열연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머렌다 프리슬리 캐릭터의 실존 인물, 안나 윈투어와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1. 인터뷰 장소 에피소드

 

"I was not aware you were attending with Anna Wintour."

 

안나 윈투어가 인터뷰 및 점심 식사 장소로 Ritz 런던을 원했다. 이에 FT의 패션 에디터 Lauren Indvik이 Ritz 레스토랑에 인터뷰를 위한 테이블을 예약하려고 하였으나 거절당했다. 안나 윈투어의 어시스턴트 한 명이 레스토랑에 전화를 걸었고 리셉셔니스트가 기자에게 "I was not aware you were attending with Anna Wintour." 라며 사과 메일을 보냈다고.

 

세상은 아무리 모두가 평등하다, 모두가 똑같이 소중한 사람이다 외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당신이 중요한 사람이면 가능한 것이 더 많아진다. 사소한 편리함부터 대규모의 문제 해결까지.  

 

나이 마흔 쯤 되면 알게 된다. 세상에 나 같은 생명체는 60억 개나 있고 나는 그리 특별할 게 없는 존재라는 것. 평범한 개개인은 별 볼 일 없으니 자포자기 멍청한 패배주의 마인드로 살아가라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우주의 관점에서 유일무이한 소중한 존재가 아니라 60억 개 중 하나일 뿐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특별해지고 싶으면 그에 걸맞은 추진력과 행동을 보이면 될 것이고, 조금 더 현실적으로.

 

안나 윈투어라는 개인에 대해 연구를 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성공 이유에 대해서는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로부터 대접받고, 중요한 존재가 되는 근본 원리는 하나다. 매력이 있거나 능력이 뛰어나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2. 눈치 보지 않는 거침없는 의사 표현

 

"I find it quite difficult to eat and to be interviewed, so I think I'll wait, but please order something."

 

안나 윈투어가 도착하자마자 친절한 미소를 띠며 한 말이다. 먹으면서 인터뷰하기는 어려우니 아직 음식을 먹진 않겠지만 당신은 주문하시라고. 파이낸셜 타임스 주말판 FT weekend의 3면을 고정적으로 차지하는 "Lunch with the FT"는 타이틀처럼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인터뷰를 하는 형식이다. 코로나가 한창 심해서 대면 인터뷰가 불가능할 때도 무언가 주문해서 각자 먹으며 화상 인터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기본 형식에서 어긋나기에 기자는 잠시 고민했으나 틀을 깨고 쿨하게 작은 베건 스낵 메뉴 주문했다고. 

 

아무리 일로 만났다 해도 어떻게 보자마자 나는 별로 먹고 싶지 않으나 너는 주문하시오 이렇게 말을 하지? 사회성 꽝이네? 내가 불편해도 상대를 위해 립서비스라도 할 것을 강요당하는 우리 같은 온정주의 문화에서는 기겁할 태도이다. 또는 인성이 어쩌고 하며 논란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이는 자신의 삶을 쉽게 풀리도록 해주는 데 반드시 필요한 태도다. 자신이 원하는 바,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미안해하지 않고 감정 없이 똑바로 말하는 것.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깔끔하고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해 손해를 보고 살던가. 내가 실제 인터뷰 현장에 있지 않아서 직접 말하는 목소리와 표정을 듣고 본 것은 아니지만 안나 윈투어가 어떻게 말했을지 충분히 상상 가능하다. 담백하게 감정 없이, 짧고 분명하게.

 

또 다른 인상 깊은 부분은 "um"이라는 표현 단 한 번도 사용 안 했다고, 대신 말을 멈추고 시간을 가졌다고. 사람이 보통 대답하기 곤란하거나 예상 못한 질문을 받으면 "어..." "그러니까..." "음..." 이런 의미 없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안나 윈투어는 작고한 칼 라거펠트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을 때 바로 대답하기 곤란했는지 그냥 말을 멈추고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불필요한 말이나 동작이 없는 깔끔함이 능동적 의사 표현뿐 아니라 수동적 표현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사람이 가만히 있지 못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거나 쓸데없는 표정을 짓고 의미 없는 말을 남발하면, 솔직히 만만해 보인다. 불안한 상태이거나 어딘가 문제가 있는 나약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안나 윈투어는 텍스트로만 읽어도 참 매력적인 사람이다.  

 

실용주의, 불필요한 말이나 행동 없음, 눈치 보지 않음. 

 

 

3. 목적지향적 마인드

 

"God is in detail"

 

사회적 지위가 높고, 사업에 성공하여 부를 이룬 사람들은 모두 목적지향적인 태도를 가졌으며 어느 정도 보통 사람들보다 무자비한 면이 있다. 사정이 딱하다고 받아야 할 돈을 안 받거나, 인간적인 정이 먼저라 하여 반드시 필요할 때 강하게 치고 나가지 못하는 사람이 타인보다 더 높은 성취를 이루기란 어렵다. 목적지향적인 태도를 가진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은 하는 일에서 반드시 목적지향적 태도를 가졌다. 목표를 세운다, 그에 이르기 위한 전략을 짜고 실행한다. 눈치 보지 않고, 미안해하지 않고. 안나 윈투어가 바로 그런 전형이다. 

 

우리 사는 세상은 유명한 사람을 평가할 때 그가 성취하고 이룬 업적은 2순위이다. 연예인이건 스포츠 스타건 CEO건 관계없이 인성·평판·겸손·도덕·윤리 면에서 1차적 판결(?)을 받는다. 실제 이런 면에서 완벽한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현실은 소시민들의 기대처럼 권선징악으로 결론 나지 않는다. 옥주현이나 이병헌에 대해 아무리 수군거리는 말이 많아도 이들은 자기 분야 최고의 실력자이기 때문에 무대에서 내려갈 수가 없다. 실제 결과를 내는, 즉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력이 최고여도 마음이 단단하지 못하면 시기 질투나 깎아내리는 대중의 평가에 마음이 무너지고 만다. 반면 안나 윈투어처럼 다 보고 들으면서도 결국에는 자기 목표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사람은 결코 완전히 무너지는 일이 없다. 

 

자세한 인생 스토리는 모르지만 안나 윈투어도 수없이 구설수에 올랐던 듯하다. 인터뷰 기사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자신을 깎아내리는 언론에 대응한 방식이다. 

  

안나 윈투어가 1985년에 영국 보그 편집장이 되었을 때, 대부분의 스탭들을 해고했다. 기사에 전후 맥락이 없지만 아무튼. 그러고 나서 Fleet Street이라는 매체에서 그녀를 ice queen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그녀는 무시하려 했다고. 영국 유명인들에게, 특히 여성 셀러브리티에게 무덤 같은 영국의 황색 언론지들에게 모르긴 몰라도 엄청나게 시달렸을 것이다. ice queen  정도면 양반이지.  

 

자신을 비난하고 모욕하는 보도에 기분이 어땠을지는 본인만 안다. 우리가 아는 것은 그럼에도 그녀는 나이 70이 넘은 현재에도 패션계의 교황으로 동종업계 종사자들의 존경을 받으며 건재하다는 것. 반면에 누군지도 모르는 황색 찌라시에 글을 쓴 사람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는 것. 안나 윈투어도 사람이기에 분명 속상하고 화나기도 했겠지만 목적지향형의 인물답게 자기 할 일을 했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욕을 먹어야 하지? 슬프다, 그만둘까? 이런 마인드와는 거리가 먼 인간이다. 

 

그녀는 3년 후인 1988년에 대망의 미국 보그 편집장이 되었다. 위기도 많았지만 여전히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 남편이 1988년 생인데 남편이 태어난 해부터 지금까지 편집장이라니...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도 30년 넘게 한 분야의 한 자리를 유지하다고 있다는 것에 존경심마저 든다. 일단 커리어에 진심인 여자 수 자체가 적고, 진심이라고 해도 갖은 역경을 겪다 보면 이골이 나서 그만두지 않는가. 

 

인터뷰 기사에서 말하길 그녀는 마지막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컨트롤하는 걸로 악명 높다고 한다. 그녀 스스로 "God is in detail"이라 말했다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피곤할까 싶지만 안나 윈투어 같은 사람이 극히 드무니까 안나 윈투어처럼 성공한 사람도 드물다. 

 

"But I am not a creative pseron. I can't draw, can't sketch, I can't make anything. I just have to make sure things are being done right." 게다가 자기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도 잘 안다. 

 

목적지향형의 ice queen은 그러면 사람이 아닌가요? 사람이긴 한 것 같다. 엄청나게 스트레스받는 직업에 종사하며 찔러도 피 한방물 안 날 것 같은 그녀가 숨을 쉬는 공간은 바로 휴일이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일 이야기는 전혀 안 하고, 테니스를 치거나 게임을 한다고. 주말에는 롱아일랜드에 있는 농장스타일의 멘션에서 자녀 손자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리고 평일이도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한 후 사무실에 출근하여 영화를 보러 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이른 시간에 퇴근한다고. 

 

90분 간의 인터뷰를 마치고 다음 미팅 장소로 가야 하는 윈투어에게 식사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자 아침을 많이 먹어서 괜찮다며 쿨하게 자리를 떴다는 모습까지, 마지막까지 매력적인 인물이다. 물론 이런 상사 또는 동료와 일한다면 절대 사절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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