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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2021 여행: 유럽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 바트 회닝엔, 아렌펠스 성

Writer Hana 2022. 12. 2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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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마켓을 발견해서 다녀왔다. 라인란트 팔츠 주 라인강변 소도시 바트 회닝엔 Bad Höningen에 있는 아렌펠스 성 Schloss Arenfels이다. "동화책 속 세상"이란 바로 아렌펠스 성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독교가 문화의 근간인 유럽에서 성탄절과 부활절이 가장 큰 명절이다. 부활절을 기다리며 사순절을 보내듯 성탄절을 기다리며 강림절을 보낸다. 강림절은 영어로 어드벤트 advent, 독일어로 철자는 똑같이 쓰고 아드벤트라고 읽는다. 크리스마스 이전 네 번의 일요일을 뜻한다. 독일에서 첫 번째 아드벤트부터 촛불을 하나씩 켜서 마지막 아드벤트까지 4개의 촛불을 밝히게 된다. 하나하나 촛불을 더해가며 점점 밝아지는 빛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즐거움의 표현이다.  

아드벤트 기간의 진정한 즐거움은 뭐니 뭐니 해도 겨울 유럽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강림절의 시작인 11월 마지막 주에 오픈한다. 도시와 마켓 규모에 따라 오픈 시간과 기간이 달라서 미리 확인을 하고 가야 한다.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대도시의 마켓들은 아드벤트 전에 시작해서 다음 해 초까지 지속되며 매일 오픈한다. 반면 바트 회닝엔의 아렌펠스 성처럼 사유지의 마켓이나 소도시의 마켓은 대부분 주말에만 오픈한다.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볼거리도 많고 정성을 쏟아부어 크리스마스 마켓을 즐기는 나라는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크리스마스 마켓의 종주국이다.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드레스덴의 마켓은 무려 1434년부터 열렸을 정도로 역사가 길다. 독일 언론사인 도이체 벨레 Deutsche Welle에 따르면 현재 매년 독일 전국에 약 2500개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고 한다.


 

아렌펠스 성 크리스마스 마켓 입구

바트 회닝엔은 코블렌츠와 쾰른 사이 라인강변 동편에 위치한 소도시이다. 지역 기차 레기오날 regional을 타고 코블렌츠에서 갈 수도, 쾰른에서 갈 수도 있다. 유럽은 나라마다 수없이 많은 성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유명한 궁전들 말고 작고 큰 성들이 끝없이 있어서 그런 성을 하나하나 찾아가 보는 것이 독일 생활의 즐거움 중 하나다.

 

 

 

아렌펠스 성의 모습

출처: https://instagram.com/schloss_arenfels?igshid=YmMyMTA2M2Y=

 

아렌펠스 성 Schloss Arenfels [슐로스 아렌펠스]은 13세기에 지어진 신고딕 양식의 건축물이다. 차를 타고 지나다니면서 진한 베이지색 성의 그림 같은 이 성을 여러번 보긴 했으나 직접 방문은 처음이라 설렌다. 유럽에는 개인 소유의 성도 있고 국가 소유의 성도 있는데 아렌펠스는 사유지다. 이렇게 아름다운 고성은 관광상품성이 있어서 주로 호텔이나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행사 장소로도 이용된다. 독일에는 우리나라처럼 결혼식을 총괄하는 이벤트 매니지먼트 회사가 없다. 거주지 시청에서 의무적으로 결혼 서약을 하고, 개인적으로 피로연 파티를 여는 형식으로 결혼식을 진행한다. 아렌펠스 성처럼 아름다운 장소는 결혼식 피로연이나 각종 파티 등 이벤트 장소로 사용된다.

 

 

 

아렌펠스 성의 블루 아워 타임

사유지에서 행사가 열리면 당연히 입장료를 낸다.
성인 1인당 5유로로 별로 부담 없는 가격이다.


 

아렌펠스 성 입구의 장식

어머 귀여운 곰인형 안녕?



 

입구 거울에서 셀카 한 컷



 

아렌펠스 성 내부의 메인 크리스마스 트리

이곳은 동화책 속인가...
넋을 놓고 트리의 아름다움에 빠지게 된다.

 

아렌펠스 성의 장식은 레드가 포인트인데 레드라고 다 같은 레드가 아니지. 뭐랄까, 우아한 체리나 향이 깊은 와인 같다고 해야 할까.

김연아의 피겨 프로그램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2014년 은퇴 직전 아이스쇼에서 공연했던 <투란도트>이다. 음악 편집도, 의상도, 안무도 훌륭한데 그때 입었던 고혹적인 레드 의상을 떠올리게 하는 아렌펠스 성이다. 말이 나왔으니, 사실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사용한 피겨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라카와 시즈카의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프리 프로그램이다. 김연아의 등장 이전까지 나도 피겨 스케이팅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김연아 등장 이전에 최초로 피겨의 아름다움을 접한 게 바로 우연히 TV에서 본 아라카와 시즈카의 투란도트였다. 당시 파란색과 하늘색이 섞인 의상을 입고 있었고 차갑게 절제된 세련됨의 극치를 보여줬다. 동작도 물 흐르듯 우아했고 무엇보다 스핀을 할 때 소매가 하늘하늘 휘날리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벽난로와 양말

입구를 지나면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의 홀을 만난다.
이곳에서 지역 특산품과 기념품을 판매한다.

 

 

 

알렌펠스 성 내부의 장식

유럽의 로망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홀의 크리스마스 트리

역시나 레드로 장식된 트리



 

판매 중인 장식품



 

아렌펠스 성의 공예품

디스플레이가 이렇게나 중요하다.

물건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특별할 것이 없을 텐데
홀의 분위기와 조화되어
충동구매 욕구를 일으킨다.


 

아렌펠스 성의 메인 홀

사람들로 붐벼서
홀 전체의 모습을 찍기가 어려웠지만
우연히 한적한 틈에.

유럽 감성이란 바로 이런 것!


 

아렌펠스 성 안뜰

홀을 지나 밖으로 나오면 넓은 안뜰이 나타난다. 이곳은 '먹는 장소'다.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의 대표적인 음식은 단연 소시지 요리다. 빵과 함께 먹는 브롯 부어스트, 커리 소스와 함께 먹는 커리 부어스트가 있다. 이밖에도 팬케이크, 크레페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대표 음료는 단연 글뤼바인 Glühwein이다. 뜨거운 와인이라는 뜻인데 와인을 베이스로 취향에 따라 각종 향신료나 과일을 넣고 끓인 겨울 음료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프랑스의 뱅쇼와 비슷한 음료다. 글뤼바인 한 잔이면 추위에도 끄떡없다. 2017년에 처음으로 글뤼바인을 마셨을 때는 '으익, 이게 뭐야'라고 거부감이 약간 들었다. 와인의 강한 향이 목과 코를 콱 막는 느낌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겨울이 되면 글뤼바인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여기가 진짜 동화책 속이다!


 

아렌펠스 성 안뜰의 장식

야외지만 조명과 트리 장식 덕분에 따듯한 느낌이다.


 

아렌펠스 성에서 보이는 라인강

낮이라면 라인강변 경치를 볼 수 있을 텐데
깜깜해서 잘 안 보인다.
그래도 멋지다.


 

또 다른 기념품 판매 장소



 

아렌펠스 성의 입구

슬슬 걸으며 눈 호강하고
배도 든든하게 채우고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를 떠나기 아쉬워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까 들어갔던 입구 근처에서
한참 서성였다.


 

입구 밖 기념품 판매점



 

성 밖에서 본 성의 모습

아렌펠스 성은 언덕에 있고 주변은 포도밭이다.


유명한 관광지 크리스마스 마켓도 소도시의 마켓도 각자의 매력이 있다. 아렌펠스 성의 크리스마스 마켓처럼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곳의 매력은 바로 진짜 유럽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인인 남편도 큰 도시의 마켓은 예전처럼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유럽에서 태어나고 자란 게 아니라 예전에 어땠는지 모르고 마냥 좋다. 하지만 이런 로컬 마켓은 무언가 더 클래식하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있다. 근거 없는 느낌이지만 사람들도 더 친절하다. 

 

앞으로도 이렇게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 소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탐험에 나서봐야겠다. 마치 보물찾기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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