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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2023 여행: 유럽

겨울 벨기에 여행: 스파 spa, 왈로니아의 휴양 도시

Writer Hana 2023. 2. 1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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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왈로니아의 작은 휴양 도시 스파 spa에서 짧게 1박을 머물렀다. 

 

 

림부르크 주의 알덴 비젠 성을 방문하고 저녁은 왈로니아 주의 스파에서 머물렀다. 스파는 리에주 남쪽에 있는 작은 도시이고, 아헨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 E42에서 멀지 않아 독일로 가기도 좋은 위치에 있다.

 

주로 평지인 벨기에 북부에서 리에주를 지나 남쪽 왈로니아 지역으로 들어서니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남부의 왈로니아와 나무르 지역은 높지는 않지만 구릉지형이라 그림 같은 모습을 자랑한다. 그러고 보니 겨울에 벨기에 남부 지역으로 여행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속도로에서 빠른 속도로 달림에도 몽환적 분위기에 빠지게 된다. 언덕에 하얀 눈이 잔뜩 쌓여있고 노을 지는 시간의 빛깔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이런 순간은 카메라를 들 수 없다. 그저 푹 빠져 느낄 뿐... 

 

 


 

La Villa Blanche Spa

 

 

스파에서 머문 숙소는 라 빌라 블랑슈 스파였다. 벨기에의 작은 도시 대부분이 그렇듯 숙소 선택의 폭이 큰 도시만큼 넓지는 않다. 조식과 주차를 우선순위에 두고 숙소를 찾다가 이곳을 예약했다. 조식 포함에 무려 주차비가 공짜였다. 주차 무료는 유럽에서 흔하지 않다. 먼저 부킹닷컴에서 리뷰 몇 개를 보니 괜찮겠다 싶어서 아고다에서 예약을 했다. 그리고 정확한 위치 확인을 위해 구글을 보니... 아뿔싸. 주차와 조식 조건만 보다가 내가 숙소 예약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지키는 기준을 잊어버렸다. 바로 1,000개 이상의 리뷰에 평점 8/10 이상이면 크게 문제없다는 기준 말이다. 

 

모두 1년 이상된 리뷰이긴 하지만 구글 리뷰에는 불만뿐이었다. 너무 춥다, 주인장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 가성비가 별로다 등. 다시 부킹닷컴에서 보니 리뷰가 10개도 되지 않는 신규등록 숙소이고, 한 리뷰로 추측컨대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숙소 예약 플랫폼에 새로 등록한 것 같다. 할인쿠폰까지 끌어다 환불불가 조건으로 135유로에 예약했다. 아, 뭐 잠만 편하게 잘 수 있으면 되니까. 이러고 여행 출발할 때까지 숙소에 대한 걱정은 완전히 잊어버렸다. 

 

스파 도시에 들어서 호텔을 찾아가는 길. 큰 길이 아닌 언덕 주택가를 따라 올라간다. 도착해서 보니 개인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호텔 같다. 

 

 

 

라 빌라 블랑슈 스파

첫 인상은 외관이 참 예쁘다는 것이었다.

블랑슈라는 이름처럼 하얀 건물이다.

고깔 모양 지붕이 운치를 더해준다. 

 

 

 

호텔 안마당

마당이 어찌나 넓은지 한쪽은 주차장으로 다른 한쪽은 쉬거나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정원이다. 여름에 와도 좋겠다. 하얀 눈이 쌓여있어 더욱 아름답다. 

 

호텔 주인장인 남자분이 우리를 현관에서 맞이해 주었다. 보아하니 우리가 오늘의 마지막 체크인 손님이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하다. 호텔 내부 시설 이용하는 방법과 조식 시간을 알려주는데 참 친절한 분이었다. 2층(우리나라 식으로 3층)에 있는 객실까지 직접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호텔 리빙룸

호텔에서 가장 예쁜 공간인 그라운드 층의 공용 거실

따뜻하고 아늑하다.

 

 

 

호텔 리빙룸의 소파

 

 

 

은은한 조명

 

 

 

호텔 객실

우리가 묵은 2층의 객실

침대, 옷장, TV, 사무용 책상, 작은 냉장고, 커피 포트

이렇게 꼭 필요한 가구와 도구가 다 있다.

 

사실 2층까지는 몰랐는데 3층으로 향하는 계단에서부터 느꼈다. 정말 오래된 건물이라는 것을... 걸을 때 마룻바닥이 삐걱거릴 정도로 오래된 주택인 것에 비해 내부는 모던하고 상당히 깨끗하다. 침구류는 물론 특히 욕실이 무척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었다. 샤워젤, 샴푸, 바디 로션이 어메니티로 제공되고 Aqua Line 제품이었다. 예전에 겐트의 호텔에 머물렀을 때도 아쿠아 라인 제품이 어메니티였다. 벨기에 호텔에 많이 납품되는 브랜드인 듯하다. 특히 알로에 베라 바디로션 향이 좋아서 주문하려고 인터넷 검색을 해봤는데 대용량으로 판매하지는 않는다.

 

우려와 달리 난방도 잘 되어서 밤새 따뜻했다. 객실이 많은 큰 호텔은 아니라 조용한 분위기였다. 

 

 

 

객실 창문에서 보이는 풍경

우리가 묵은 객실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스파의 길거리

체크인 후 짐만 내려놓고 저녁 식사를 하러 나왔다.

 

 


 

Le Grill du Casino

 

 

레스토랑

구글맵에서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을 보고 찾아왔다. 카지노 드 스파라는 건물 그라운드 층에 있는 르 그릴 Le Grill 레스토랑이었다. 

 

 

 

주필러 맥주와 수제 버거

벨기에의 맥주인 주필러와 수제 버거를 주문했다.

유럽 맥주 맛 좋은 건 말해봐야 입만 피곤하고

버거도 맛있었다.

 

레스토랑 내부가 아주 넓지는 않다.

테이블이 열 개도 안 되어 보이는데

이 덕분에 조용히 우아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서빙을 하는 직원들도 매너가 좋았다. 

즐겁게 재잘거리며 맛있게 식사를 했다.

 

43유로가 나왔지만 거스름돈 받지 않고 50유로를 냈다.

나오는데 현관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남자분이

우리를 따라오며 이 모자 떨어뜨리지 않았냐고 물어본다.

미소를 지으며 우리 거 아니라고 하자 수줍은 표정을 짓는다. 

 

 


 

스파의 길거리 풍경

 

식사를 마친 후 바로 숙소로 가지 않고 슈퍼마켓을 찾아 시내를 걸었다. 

 

스파는 도시 이름에 걸맞게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수로 유명한 곳이다. 스파는 작은 도시지만 온천욕, 마사지, 요가 등을 즐길 수 있는 시설과 숙소가 많다. 대표적인 곳은 언덕 높은 곳에 자리 잡은 Thermes de spa이다. 한이경의 <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서 그랬듯이 유럽은 헬스케어와 투숙이 혼합된 웰니스라든지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리트리트 형태의 호텔이 활성화되어 있다. 스파는 도시 자체가 이러한 문화가 반영된 거대한 웰니스 복합 단지이다. 

 

확실히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경제적 성장을 이룬 나라의 트렌드는 비슷하다. 불같은 추진력을 가지고 시간·노력을 투자해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키우는 쪽보다 일과 사생활이 균형 잡힌 삶을 우선시한다. 그렇기에 웰빙, 웰니스, 리트리트 관련 비즈니스는 여전히 유망하고 앞으로도 성장할 여지가 많다.

 

호텔에 관한 이야기 ↓ 

 

<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 한이경

한이경 "호텔은 공간과 라이프 스타일의 실험실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호텔이라는 말이 공항만큼이나 설렘을 갖게 하는 단어일 것이다. 이 책은 호텔을 직접 만드는 전문가가 호텔

hanahanaworld.tistory.com

 

우리는 오늘 저녁에 도착해서 호텔에 투숙하고 내일 오전에 집으로 가는 짧은 여정이라 온천욕을 하지는 않는다. 다음에 또 스파에 오면 한 번쯤 가보고 싶기는 하다. 

 

웰니스뿐 아니라 스파가 유명한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이곳은 바로 Belgian Grand Prix의 유치 장소, 즉 F1 월드 챔피언십이 열리는 도시다.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인기 있는 F1 레이스 중 하나라고 한다. 

 

 

 

핑크빛 건물

마치 동유럽인듯한 핑크빛 건물

 

 

 

무슨 건물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절제되고 우아한 모습의 건축물.

그런데 창문이 저렇게나 많다니

이 추운날 에너지 효율은 떨어지겠군.

 

 

 

아기자기한 벨기에 건물들

벨기에 건축물은 작고 귀여운 것이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벽돌 덕분에 튼튼해 보인다.

 

 

 

Pouhon Pierre-le-Grand

온천수의 원천을 보호하기 위해 1880년에 이렇게 아름다운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을 지었다. 현재는 스파의 관광 안내소로 사용되고 있다. 스파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스파의 성모 마리아 성당. 사진출처: https://www.thecrazytourist.com/15-best-things-to-do-in-spa-belgium/

스파에서 또 다른 아름다운 건축물인 성모 마리아 성당이다. 밤에는 어둡고 조명도 없어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에 체크아웃하고 나와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에 보니 우리 차 뒷바퀴 한 곳에 문제가 있는 듯 보여 공기압 체크를 위해 정신없이 주유소를 찾아 출발해서 그냥 지나쳤다. 

 

 


 

호텔의 아침 풍경

 

낭만적인 풍경의 조식당

라 빌라 블랑슈의 조식 시간은 원래 8시부터 10시이다. 지난 저녁 체크인 할 때 유쾌한 주인장 아저씨가 일요일에 정말 8시부터 일어나서 조식을 먹겠냐고 하셨다. 아침 9시쯤 슬슬 내려가보니 한 커플만 먼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 이후 다른 손님들도 하나 둘 나타났는데 재미있게도 우리 포함 모든 투숙객이 남녀 커플이었다.

 

음식은 서유럽의 호텔이 그렇듯 가짓수가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과일, 빵, 계란, 치즈, 베이컨, 우유, 커피, 주스, 시리얼은 다 갖추고 있었다.  

 

 

 

호텔 외관

아침에 본 라 빌라 블랑슈의 외관

 

역시나 걱정과 달리 괜찮은 호텔이었다. 주차비와 2인 조식을 따로 지불하면 거의 50유로가 될 텐데 그러면 방값만 80유로 정도 낸 셈이다. 80유로 대비 가성비 넘치는 컨디션이라 말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고 그렇다고 비싼 것도 아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해 평하자면 불편한 점이 없었고, 깨끗하고, 주인장이 친절했으며 무엇보다 같은 날 머물렀던 다른 투숙객들이 모두 점잖은 사람들인 데다 내가 잠을 워낙 푹 잤다. 그러기에 시설이 아닌 전체적인 인상으로 보면 아주 만족스러웠다. 일상을 벗어나 많은 부분 새로운 것을 접하는 여행에서 가성비는 나에게 최우선 고려 요소가 아니다. 

 

아쉽게도 짧은 1박 2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겨울 벨기에는 생각보다 더 운치 있고 고요하며 우아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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