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투어: 여행과 독서 기록

프랑스 여행: 깔랑끄 국립공원, 깔랑끄 덩보 Calanque d'En-vau, 민트그린빛 파라다이스 본문

여행기록/2023 여행: 유럽

프랑스 여행: 깔랑끄 국립공원, 깔랑끄 덩보 Calanque d'En-vau, 민트그린빛 파라다이스

Writer Hana 2023. 7. 9. 23:44
반응형

프랑스 지중해의 명소인 깔랑끄 국립공원 Parc national des Calanques에 다녀왔다. 아름다운 해안 절벽과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색을 자랑하는 깔랑끄에는 아름다운 포인트가 많다. 그중에서도 민트 그린빛깔을 보여준 깔랑끄 덩보 Calanque d'En-Vau는 단연 깔랑끄 국립공원의 백미다. 

 

 

 

이번 남프랑스 로드트립 궁극의 목적지는 바로 깔랑끄 국립공원 Par national des Calanque이다. 깔랑끄를 알게 된 것은 타트리 산처럼 인스타그램에서 본 사진 한 장 덕분이다. 바다 풍경이 아닌 신비로운 파란색과 하늘색의 바다색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곳은 아마 니스, 깐느일 것이다. 두 곳은 '도시'로 유명하기도 하다. 하지만 깔랑은 절벽과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바다와 조화를 이룬 모습이다. 

 

깔랑끄 국립공원은 부슈 뒤 론 데빠르망에 위치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마르세유와 우리가 베이스캠프로 머물고 있는 꺄씨 사이에 있다. 2012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총면적은 520㎢로, 85㎢의 육지와 435㎢의 해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는 바다 수영, 스노클링, 트레킹, 암벽 등반과 같은 거의 모든 야외 활동이 가능하다.   

 

프로방스어로 깔랑끄 Calanque는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만 (灣, bay)을 뜻한다. 실제로 보면 바닷가에 기암절벽이 늘어서 있고, 곳곳에 작게 만이 들어가 그림 같은 경치를 자랑한다. 약 8천만 년 전, 그러니까 공룡이 살던 시절부터 꾸준히 석회암의 퇴적으로 형성된 지형이다. 아... 퇴적지형이구나. 꺄씨의 바닷가에서 엄청난 절벽을 보았을 때 지각이 양쪽에서 힘을 받아 위로 솟은 융기 지형인 줄 알았다. 깔랑끄의 공식 홈페이지에 보면 깔랑의 모든 것에 대하여 자세하고 친절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https://www.calanques-parcnational.fr/en). 

 

 


 

<깔랑끄 덩보 Calanque d'en-Vau  남프랑스의 파라다이스>

 

 

원래 처음에 가려던 장소는 깔랑끄 덩보가 아니고 소르미우였다. 꺄씨에 도착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소르미우에 갔으나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와서 차를 놓고 걸어서 깔랑끄 덩보에 다녀왔다. 왜 우리는 소르미우에 갔다 그냥 돌아왔을까? 

 

 

 

꺄씨에서 깔랑끄 덩보 가는 길

위 지도에서 Calanque d'En-vau, Calanque de Port Pin, Calanque de Port-Miou를 보면 모두 좁고 길게 들어간 만의 형태다. 그리고 실제로 보면 각 깔랑끄는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구글맵으로 꺄씨에서 깔랑끄 덩보 가는 길을 도보로 검색하면 총 4.9km에 1시간 16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도 이를 믿고 출발하였으나 현실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나 먼 사기에 가까운 정보다. 꺄씨에서 덩보에 가기 위해서는 걷기가 아닌 '등산'을 해야 하고 난도도 결코 낮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모른 채 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캠핑장을 나섰다. 꺄씨 마을 한가운데 U express라는 슈퍼마켓이 있고 이곳에는 없는 게 없는 데다 가격도 별로 높지 않다. 마실 물과 간단한 간식거리를 갔다. 슈퍼에는 프랑스 태생으로 추측되는 아프리카인 여성 점원이 있었다. 우리 차례가 되어 계산을 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데 그분이 나에게 "Au revoire Madame"이라며 인사를 했다. 순간 독일에서의 버릇대로 "Danke"라고 했다가 바로 손을 휘저으며 "Merci"라고 했다. 두 번째로 U express에 갔을 때 이 분을 매대에서 또 마주쳤고 역시나 더없이 우아한 말투와 표정으로 나에게 "Bon jour Madame"이라며 인사를 했다. 머리를 단정하게 올리고 슈퍼 유니폼 조끼 안에 깔끔한 하얀색 블라우를 입고 있었다. 너무나도 우아한 분위기, 여유가 넘치는 몸짓, 긴장이 전혀 없는 편안한 표정... 무엇이 사람을 이토록 우아해보게 만드는 걸까? 고상해서 말 한마디 걸기 어려운 그런 분위기가 아닌 차분하고 단정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

 

내가 추측하기로는 1.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함, 2. 말도 행동도 서두르지 않음, 3. 주관적으로 인생을 만족스럽게 생각함이 아닐까 싶다. 이에 더하여 네 번째로 아무리 멘탈이 튼튼해도 후줄근한 모습이라면 우아해 보이기 어렵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마크 주커버거쯤 되어야 해당사항이 있다. 우리 같은 보통 시민이라면 어떻게 보이는지는 무척 중요하다. 겉모습이 우리의 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은 너무나 바빠서 타인의 본질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고 겉모습으로 재빨리 판단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 찰나의 순간 누군가 나에게 엄청난 기회를 줄 판단을 내려버린다 생각하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아무튼 그렇게 가게를 나서 깔랑끄로.

 

 

 

깔랑끄 국립공원

경사 없이 완만한 초반길

 

 

 

Calanque de Port-Miou

꺄씨 쪽에서 깔랑 국립공원에 들어서 조금만 걸으면

가장 먼저 이 깔랑 드 뽁 미우를 만나게 된다. 

깔랑의 피오르드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깔랑의 해안 풍경

햇빛이 쨍쨍한 게 아니라 구름이 꼈는데도

뜨겁다.

이게 바로 남유럽 아니겠는가!

 

깔랑끄 드 뽁 뺑 Calanque de Port Pin까지 가는 길은 전혀 험하지 않다. 우리의 목적지는 뽁 뺑이 아닌 덩보이기에 뽁 뺑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도 멈추지도 사진을 찍지도 않았다. 최종 목적지가 있다면 한눈팔지 말고 일단 그곳부터 정복하는 거야! 뽁 뺑은 이따 돌아가는 길에 다시 멈춰 즐길 수 있을 테니, 아니 시간이 없다면 건너 띄어도 된다.

 

뽁 뺑을 지나면 바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슬슬 숨이 차고 땀이 흐른다. 장점이라면 작년 타트리 산에 갔을 때 포프라드스케 호수 이후 오스트르바에 갈 때와 똑같다. 쉬운 코스까지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어려운 코스가 시작되면 한산해진다는 것. 쉬운 일은 경쟁률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어렵고 시간과 노력이 훨씬 많이 요구되는 일일수록 경쟁률은 낮아진다는 것. 참 자연이란 이래서 오묘하다. 아무리 법, 규칙, 문화, 관습을 만들어 야생성으로 멀어지려 하지만 결국 인간 세상은 야생의 자연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깔랑끄의 산 풍경

길이 험하고 어려울수록 풍경은 아름다워지는 아이러니.

 

"도대체 끝이 어디냐"라고 중얼거리며 오르다 보니 어느새 오르내리막길 분기점에 도달했다. 이제는 내려갈 차례다. 깔랑끄 덩보에 가기 위한 마지막 장애물은 무지막지한 경사의 내리막길이다. 위의 사진의 아랫부분에 보이는 경사 그대로다. 내리막길이면 쉬운 거 아니야? 천만의 말씀. 등산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내리막길을 절대 우습게 볼 수 없다. 숨이 차지는 않지만 발과 다리에 체중이 실려 균형을 잘 잡아야 하고 이에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상체를 약간 숙이고 가끔 정말 '앉아서' 바위를 손으로 짚고 내려가야 할 정도의 코스다. 내려가는 동안 든 생각은 '여길 다시 올라와야 한다고?'였다.

 

 

 

https://goo.gl/maps/McXcN1XpNTcnGAiy5

 

꺌렁끄 덩-보 · 프랑스

★★★★★ · 해변

www.google.com

 

저 찬란한 별점을 보시라!!! 결론부터 말해 완벽한 해변이다.

 

 

 

깔랑끄 덩보 Calanque d'En-vau

여기는 파라다이스야!!!

 

파라다이스,

이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몽돌 해변

해변은 모래가 아닌 몽돌로 되어 있다. 맨발로 걷기에는 발바닥이 아프다. 그 험난한 여정을 거쳐 이 파라다이스에 이른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곳을 즐기고 있었다. 수영을 하는 사람,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 선탠을 하는 사람, 겁 없이 절벽에서 다이빙하는 어린 소녀. 수심은 물가에서부터 이미 상당히 깊어진다. 하지만 맑고 투명한 수질에 파도가 없이 물결이 잔잔해서 수영이나 스노클링에 완벽한 장소다. 

 

 

 

깔랑끄 덩보 Calanque d'En-vau

파란 바다도 아름답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민트 그린의 바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면 보통 구름한 점 없이 쨍쨍한 날에는 '아름다운 파란색과 하늘색의 미학이란 이런 것이다'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하지만 약간 흐린 날씨 덕분에 신비한 민트 그린의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민트 그린의 바다는 오래전 갔었던 푸껫 피피섬 이후 처음이다. Lucky!!!

 

바위 위에 앉아 이 신비로운 색의 바다를 한참 멍하니 바라보았다. 여기 오기 위해 내려왔던 절벽, 다시 올라가야 할 절벽 그렇게 힘든 길을 오르내릴 가치가 있는 곳이다. 역시 인생도 자연도 가치 있는 곳은 쉽게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는데 카톡이 울렸다. 야~ 이 오지(?)에서도 데이터가 터지는구나, 대단하다. 언니네 가족은 제주도 여행 중이고, 동생은 나 홀로 캠핑 중이다. 가족창에서 사진을 주고 받으며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우리는 자식들은 다 놀러 나갔는데 늙으신 부모님만 집에 계신다며 낄낄 거렸다. 역시나 엄마는 자식들 행복하면 다 좋다고 하셨다. 파리에 가게 되면 꼭 엄마와 가야겠다. 형제자매가 다 잘 지내는 것, 즐거운 것, 참 감사할 일이다. 혼자 즐거우면 무슨 재미일까. 

 

 

 

깔랑끄 덩보의 파노라마 사진

깔랑끄 덩보의 파노라마

 

 

 

깔랑끄 덩보 Calanque d'En-vau의 절벽

슬슬 파란 하늘이 얼굴을 감춘다.

 

 

 

깔랑끄 덩보 Calanque d'En-vau의 좌우 대칭

가만히 누워서 보니 해변에서 보이는 좌우 절벽이

해수면에서 같은 각도로 올라가며

이렇게 대칭을 이루고 있다.

자연의 신비로움...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들 우산을 쓰거나 나무 아래로 자리를 옮겼지만 계속 비가 내리자 하나 둘 철수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민트 그린의 바다 빛깔도 보고 즐길 만큼 즐긴 우리도 꺄씨로 돌아가기로 했다. 하... 이제 그 무지막지한 경사를 오를 차례다.

 

나는 남편에게 페이스 조절을 위해 지금은 안 힘들지만 그래도 천천히 가자고 했다. 우리와 함께 출발한 다른 여행객들은 거침없이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초반에 우리보다 한참 앞서 올라갔다. 어떤 젊은 남자 일행은 음악까지 크게 틀고 자신만만하게 길을 올랐다. 하지만 경사길 중반쯤 이르렀을 때 우리보다 앞서 스피드를 올린 사람들 대부분을 따라잡았다. 정상 다다르기 전에 앞에 가는 젊은 여자들 일행이 느렸지만 바짝 붙지 않고 같이 페이스를 늦췄다. 나는 남편에게 거만하게 말했다. "나 여기 한 번 더 올라갈 수 있겠는데?" 남편은 자만하지 마라고 웃으며 구박을 했지만 정말 그랬다. 이 절벽을 한 번 더 오르라면 오를 수 있지 싶었다. 

 

사람일이 그렇다. 1. 걱정이 되어도 막상 시작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다. 2. 쉽지 않은 길인걸 알면서 시작부터 오버페이스할 필요가 없다. 여유를 가지고 출발해도 남들 하는 만큼 하게 되어 있다. 또 희소한 대상을 놓고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면, 누구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면 이르는 절대 평가의 목표라면, 남들보다 좀 느리면 어떤가. 목표점에 이르기만 하면 되지.

 

 

 

깔랑끄 국립공원

아직도 회색 구름이 푸른 하늘을 감추고 있지만...

 

꺄씨에 도착하니 다시 날씨가 맑아졌다. 우리는 어느 레스토랑에 들어가 피자를 먹고 맥주도 마셨다. 그리고 다시 베스뚜앙 비치에 가서 늘어지게 늦은 낮잠을 잤다. 평화로운 휴가로구나...

 

깔랑끄 덩보에서의 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쨍쨍한 날씨가 아니었기에 신비로운 민트 그린의 바다를 볼 수 있었다. 그것도 희귀한 보물을 아주 잠깐 공개하 듯 찰나에. 접근하기 어려운 곳, 마법의 세계, 비밀스러운 파라다이스에 잠시 빨려 들어갔다 현실로 되돌아온 기분이랄까. 깔랑끄 덩보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이번 짧은 남프랑스 로드트립이 무척이나 만족스럽고 아쉬운 점이 하나도 없다. 

 

 

 

 

 

ⓒ 2023. @hanahanaworld.tistory.com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