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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2023 여행: 유럽

6월에는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 여행

Writer Hana 2023. 6. 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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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정원이 불리는 룩셈부르크에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6월의 유럽 그 어느 곳이 아름답지 않겠냐마는 단연 룩셈부르크는 6월의 나라다. 

 

 

 

내 삶에 있을지 모르겠다 싶었던 일복이 터지기 시작하는 것인가. 여자 나이 40부터 60까지면 무언가 제대로 집중해서 황금기를 이루기 딱 좋은 나이이긴 하다!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 게으르고 무엇이든 대충 하고 마는 평소의 나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마치 스물다섯의 나로 돌아간 것 같다.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하겠다는 것,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제대로 해결하려고 덤비는 것, '누군 뭐 태어나면서부터 다 알고 태어나냐 다 이렇게 배워가는 거지'라는 주눅 들지 않는 배짱, 어쩌면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멋진 일일지 모른다는 설렘... 

 

동시에 최소한 일주일에 글 한편씩 쓰자는 결심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끝나지 않았어, 포기하지 않았다고. 다시 시작하면 되는데 언제든. 이도 생각뿐이었고 행동에 돌입하는 데 하나의 계기가 있었다. 일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금요일에 오랜만에 시댁으로 퇴근하는데 기분이 묘했다. 아니나 다를까... 문제가 생기면 넋 놓고 있는 게 아니라 일단 해결 방법을 찾는다, 이것이 원칙이다. 토요일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했으나. 주말이라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는지 알 수도 없고, 더 이상 문제 해결을 위해 족칠 곳도 없다. 월요일이 되기 전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에라 나가서 바람이나 쐬자. DB앱을 확인해 보니 내가 가진 Bahn card로 룩셈부르크까지 추가 비용이 없이 갈 수 있다. 날씨도 좋은데 나가자! 집에서 룩셈부르크까지 딱 한 번만 환승하면 되지만 편도 3시간 30분 가까이 걸리는 먼 거리다. 아주 잠깐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사람이 일이 그렇다. 일단 몸을 움직여 시작하면 귀찮아도 다 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3년 만에 룩셈부르크 시티에 다녀오게 되었다. 3년 전에는 코로나 락다운이 풀린 지 얼마 안 되어 남편과 함께 내 생일 기념 당일치기 여행으로 다녀왔다. 오늘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남편은 할 일이 있어서 자는 사람 깨워서 외출 통보하고 나왔다. 

 

오늘도 기차로 세 시간 넘게 걸려 룩셈부르크 역에 도착. 룩셈부르크 기차역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향한다. 45도 각도에 있는 Avenue de la Liberte라는 근사한 이름의 거리를 따라 걸으면 아돌프 다리에 이르게 된다. 

 

 

 

Avenue de la Liberte

3년 전에 왔을 때와 달리 날씨가 좋다.

이야 오랜만이다, 그런데 너 더 예뻐졌다?

훨씬 아름다워 보이는 룩셈부르크 시티!

 

 

 

<패션의 완성은 마음가짐, 기술적으로는 자세>

 

길을 따라 걷는데 앞에  두 명의 동아시아 인 여성이 걸어가고 있었다. 화려한 원피스에 화장기 전혀 없는 모습으로 볼 때 중국 사람이지 않을까 싶었다. 국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녀들이 눈에 띄었던 이유는 바로 걸음걸이였다. 혹시 나도 저렇게 걷지 않을까 문득 걱정이 들게 하는 추한 걸음걸이. '추한'보다 더 순화되고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말 그대로 추한 걸음걸이였다. 플랫 슈즈를 신고 팔자 그 이상의 벌어진 각도로 저벅저벅 걷는 모습이라니... 플랫 슈즈는 절대로 만만한 아이템이 아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걸음걸이는 물론 몸의 자세가 흐트러지기 쉬운 게 바로 플랫슈즈 효과다. 오드리 헵번이 괜히 오드리 헵번이 아니지. 

 

패션의 완성은 얼굴과 몸매가 아니라 그 사람의 '심리 상태와 자세'임을 다시 한 번 깊이 깨달았다. 이전에 두브로브니크 여행기에도 썼지만 어떤 한국 여성 여행객 두 명이 떠오른다. 분명 그 자체로 두브로브니크에 잘 어울리는 진한 색의 과감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이유 추정은 어렵지 않다. 딱 봐도 한국에서 평소에 입지 않을 옷을 입었기에 무의식적으로 불편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심리 상태가 표정, 자세, 분위기, 기운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자신은 모르지만 눈치를 보고 있다.

 

평소에 과감하고 화려한 패턴의 옷을 즐겨 입는다면 그 어떤 화려한 옷을 입어도 자연스럽다. 그러므로 휴양지에 왔다고 평소에 입지 않던 옷을 입고 주눅 들기보다 평소에 입던 옷을 입거나, 평소에 화려한 옷을 입는 연습을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내가 무엇을 입고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의식하기보다 여행지 풍경에 집중하여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마음가짐의 문제다. 

 

아무리 마음이 편하고 즐겁고 자신만만해도 자세가 흐트러지면 보기 추하다. 어깨를 일자가 되도록 올려 세우고 턱을 약간 아래도 당기기, 허리를 곧게 편 후 아랫배에 적당히 힘을 유지하기, 발이 바깥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11자로 걷기, 시선은 한 군데에 고정하기. 이런 기술 역시 마음가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렇게 마음가짐과 바른 자세만으로도 누구나 쉽게 분위기 미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상당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지만 성형 수술보다 쉽지 않을까?

 

 

 

룩셈부르크의 여름

아돌프 다리에서 저 멀리 헌법 광장이 보인다.

 

 

 

https://goo.gl/maps/zA2cQW8v3hEURavc7

 

Kaale Kaffi · 9 Rue de la Boucherie, 1247 Ville-Haute Luxembourg, 룩셈부르크

★★★★☆ · 카페

www.google.com

Kaale kaffi

이곳도 3년 만이다.

Art coffe, Kaale kaffi.

중동에서 온 이민자로 보이는 주인 양반도 그대로 있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그림이 되는 식음료점 치고 미각 맛집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인테리어가 예쁜 Kaale kaffi의 카푸치노 맛은 유럽에서 마셔 본 카푸치노 중 나의 top 3안에 들 정도다. 오늘도 끝내주는 풍미의 카푸치노.

 

이유는 모르겠지만 모든 손님이 가게 바깥 테라스 석에서 음료를 마시고 가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덕분에 가게 내부 사진 찍기가 좋았다. 사람이 있으면 피해서 찍느라 제대로 된 사진이 나올 수가 없다. 

 

 

 

kaale kaffi

 

 

룩셈부르크 그룬트

룩셈부르크의 올드 타운인 그룬트 Grund.

유유히 흐르는 알제트 강이

운치를 더해준다. 

 

 

 

그룬트

그룬트는 9세기에 지어진 요새 아래의 작은 마을이다. 14세기 경부터 마을이 형성되었고 1994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헌법 광장에서 가까운 보크 포대에서 그룬트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그리고 성벽길을 따라 내려오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Elise Saint Jean du Grund

그룬트의 상징과도 같은 아름다운 성 요한 성당

Elise Saint Jean du Grund 

 

 

 

보크 포대 옆 성벽 길을 따라 내려오며 보이는 풍경

룩셈부르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은은한 파스텔 톤의 건축물 덕분에 눈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룬트와 알제트 강 풍경

그룬트의 그룬트 다리 Pont du Grund에서 보이는 풍경

 이곳은 룩셈부르크 시티의 사진 핫 스폿이기도 하다.

 

 

 

그룬트의 풍경

 

 

 

보크 포대

그룬트에서 보이는 보크 포대의 모습

 

 

 

그룬트

햇살이 뜨겁다.

 

보크 포대쪽과 그룬트 다리까지는 관광객이 바글바글한데

이렇게 그룬트 안쪽 조금만 깊이 들어오면

길거리에 사람이 없이 조용하다.

 

중세 마을에 이끌려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든다.

 

 

 

알제트 강 풍경

 

 

 

어떤 각도에서 바라봐도 아름다운 그룬트

 

룩셈부르크 시티는 딱히 무엇을 정신없이 하고 경험하기보다는 조용히 유유자적 걷기에 좋은 장소다. 특히 날씨가 이렇게나 좋다면 느리게 걷는 여행에 안성맞춤이다. 유럽의 대규모 관광지에서 지쳤거나 마음이 어수선하다면 이 은은한 파스텔 톤의 도시를 방문해 보시라. 마음에 평화가 찾아올 테니.   

 

 

 

룩셈부르크 시내 길거리 풍경

 

 

 

룩셈부르크 시티역

3년 전에 왔을 때는 날씨가 우중충했기 때문일까,

룩셈부르크 시티역 건물이 이렇게나 고풍스러운지 몰랐네?!

 

돌아다니는 내내 남편에게서 카톡이 왔다. 걱정이 되었던 걸까. 보고 싶다고 하기도 하고, 자기 놔두고 혼자 즐기는 중이냐고도 하고, 앞으로는 혼자 가지 마라고 자기가 집에 없을 때만 허락해 줄 거라고 한다. 라이언이 우는 이모티콘, 라이언이 무지를 안아주는 이모티콘도 보내고 귀여워 우리 남편 ㅎㅎ 그러다 한 마디에 울 뻔했다. 힘내라고, 집에서 항상 나를 기다리는 자기가 있으니까. 따뜻해지는 마음 뭐라고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저녁 5시 넘어 다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출발했다. 밖으로 나갔다 오기 잘했다. 주의를 잠시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고 남편의 사랑도 확인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그러고 보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두 가지다. 피하거나 미루지 말고 방법을 찾아 빨리 해결해 버린다. 시간이 필요하거나 기다려야 한다면 주의가 분산되도록 청소, 달리기, 등산, 여행과 같은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일에서 문제가 생기는 식의 세상 사람 누구다 다 겪는 보통의 스트레스라면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알고 있다. 우리가 이를 어쩌나 하면서 호들갑 떠는 일 십중팔구는 사실 별 일 아니라는 것. 알면서도 맞닥뜨리는 순간에 당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더 차분하고 의연해지는 태도를 훈련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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