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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행: 깔랑끄 드 소르미우 Calanque de Sormiou, 마르세이유 본문

여행기록/2023 여행: 유럽

프랑스 여행: 깔랑끄 드 소르미우 Calanque de Sormiou, 마르세이유

Writer Hana 2023. 7. 1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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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미우가 원래 깔랑끄의 첫 일정이었다. 하지만 갔다가 되돌아오고 그다음 날 다시 찾았다. 마르세이유의 소르미우에서는 두 얼굴의 프랑스를 경험했다. 그리고 환상의 하늘빛깔 바다를 기대하고 간 소르미우에서 우리는 반겨 준 것은...

 

 

 

 

<소르미우 Sormiou와 두 얼굴의 프랑스>

 

 

일요일 오후에 꺄씨에 도착했다. 도착한 날은 피곤해서 푹 쉬고 다음날 일찌감치 남편을 재촉하여 길을 나섰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전에만 맑고, 오후에는 흐려지기 때문이다. 커피도 마시고, 간단한 아침 식사도 만들어 먹고 9시쯤 캠핑장을 나섰다. 꺄씨에서 깔랑끄 국립공원의 산길을 따라 달려 마르세유로 향했다. 차를 타고 달리며 보이는 깔랑끄의 풍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꼬불탕 도로를 타고 마르세유에 이르렀다. 소르미우는 마르세유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동네로, 깔랑끄 동쪽 시작점이기도 하다. 주차장이 있고 입구로 보이는 검문소에 이르렀다. 그런데 영어를 못하는 검문소 보안 요원이 레스토랑 어쩌고 하면서 아무튼 여기서부터는 차를 못 가지고 간다고 했다. 흐... 구글로 보니 여기서부터 걸어서 소르미우 해변까지는 1시간도 더 걸린다는데? 분명 구글에서 차로 소르미우 해변 근처까지 갈 수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왔는데 무슨 일이지? 말도 안 통하니 더 이상의 대화는 불가.

 

다시 소르미우 마을로 내려와 주차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남편은 뭔가 동네가 이상하다, 마치 브라질의 게토처럼 위험해 보인다고 했다. 나는 유럽을 잘 아는 유럽인이 아니기에 내 눈에는 그저 낡고 허름한 주택가로 보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남편의 눈이 정확했음을 바로 몇 분 후 확인했다.

 

길가 주차 라인 안에 주차를 하고 길을 나섰다. 길바닥에 잘게 부서진 유리 파편을 보고 이거 자동차 유리 아니냐고 낄낄대며 몇 미터나 걸어갔을까? 갑자기 어떤 차가 우리 옆에 섰다. 중동 또는 북아프리카 이민자로 보이는 젊은 여자분이 우리한테 상당히 심각한 표정으로 "Parlez Vous Français?"라고 물어봤다. 프랑스어 할 줄 아냐는 이 한 마디는 알아들었지만 그 이상의 대화는 불가하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랬더니 그분은 미리 준비한 프랑스어-영어 구글 번역기를 보여줬다. 내용은 이랬다. 여기에 주차하고 가면 누가 와서 자동차 유리 다 부수고, 안에 있는 물건 전부 훔쳐갈 거라고.  

 

헐...

 

신중하고 철저하고 꼼꼼한 독일인인 남편은 당연히 캠핑장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100퍼센트 털린다는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는 거잖아? 아니면 이 근처에 안전한 주차장 없나? 그냥 이렇게 가기 아쉬웠던 것이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이는 멍청한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작 햇살 쨍쨍한 소르미우를 보자고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할 수야...

 

남편에게 소르미우는커녕 마르세유의 안전한 주차에 대해서는 한국어 정보가 전혀 없으니 독일어로 검색 좀 해보라고 했었다. 나중에 하루 일정을 마치고 관련 정보를 검색해 본 남편이 말해주길 1. 마르세유는 유럽에서 범죄 인덱스 무려 2위의 도시다 (참고로 1위는 영국의 브랫포워드), 2. 어떤 독일남자가 혼자 차박 여행을 했는데 소르미우 해변에 다녀오고 났더니 모든 것, 심지어 낡은 신발과 담요까지 털어갔다, 이렇게 두 가지를 알아냈다.     

 

결국 그렇게 소르미우 해변 근처에도 못 가고 그 이상한 마을에서 매운맛 프랑스 맛보기만 하고 캠핑장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무슨 이런 곳이 다 있냐면서 괜히 남편에게 툴툴거렸다. 하지만 곧 마음을 바꿔 먹었다. 생각해 보면 행운이 우리를 찾아왔다. 만약에 그 여자분이 우리를 못 보았다면? 아니 우리가 뭘 모르는 관광객임을 알고도 그냥 지나쳤다면? 도둑맞은 물건이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 유리가 깨진다면 휴가고 뭐고 모든 일정 조기 종료해야 한다. 운이 좋아 여행 초반에 위험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는데 불만이라니.

 

그렇게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갔고 이후 꺄씨를 떠날 때까지 캠핑장 밖으로 차를 가지고 나가지 않았다. 그날은 깔랑끄 덩보에 가서 민트그린빛의 환상적인 바다를 보았다. 그래서 그런지 1차 목적지였던 소르미우, 이미 이미지도 살짝 나빠진 소르미우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소르미우에는 다음날 다시 다녀왔다. 

 

화요일은 일기예보대로라면 원래 비가 오거나 흐릴 텐데 그러지 않았다. 구름조차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을 막지는 못하는지 뜨겁기는 또 어찌나 뜨겁던지. 예상보다 날씨가 좋아 원래 가려던 엑상 프로방스를 포기하고 소르미우에 가기로 했다. 이것은 보너스야! 그러니까 또다른 불만사항이 생겨도 툴툴거리지 말고 즐기자. 

 

당연히 차는 캠핑장에 두고 대중교통으로 소르미우에 가기로 했다. 구글로 찾아보니 캠핑장 바로 앞에서 78번 버스를 타면 된다. 다행히 버스 기사님이 영어를 할 줄 알았고, 우리는 현금을 지불하고 교통카드를 받았다.

 

 

 

꺄씨에서 마르세우 가는 길

78번 버스를 타고 가며 보이는 풍경

 

 

 

마르세유의 어떤 작은 마을

Le Redon 정류장에서 내렸다.

원래 한 번 갈아타야 하는데

별로 멀지 않아서 소르미우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관광지와 거리라 먼

현지인이 사는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깔랑끄 국립공원

어느덧 국립공원 산길에 들어서고

그림 같은 자연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깔랑끄 국립공원

어, 다시 등산해야 되나?

아스팔트가 깔린 가파른 오르막길

 

 

 

깔랑끄 국립공원 소르미우

짧은 오르막길을 오르며

바다 짠내가 풍겨온다 했는데...

 

이야~ 

이런 풍경이 눈앞에!

Maginifique!!!

그리고 저기 내려갔다가

이 고갯길을

다시 올라와야 하는 거네?

푸하하.

 

아무튼 깔랑끄의 아름다운 포인트 그 어느 한 곳도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사람으로 치면 매력남 또는 매력녀다. 접근하기 어렵고 까다로워 보이는 대상이지만 유혹에 성공하기만 하면 환상의 세계를 열어줄 것 같은 존재. 

 

 

 

소르미우 가는 길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해 보니 정말 자동차로 소르미우에 갈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여름에는 관광객이 많아 소르미우 해변에 있는 레스토랑을 예약한 사람만 차를 가지고 검문 포인트를 통과할 수 있다. 내려가보니 주차 공간이 협소해서 너도나도 차를 가지고 이곳에 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긴 하겠다. 

 

 

 

아름다운 사암지형의 깔랑끄

점점 바다와 가까워지고...

 

 

 

Calaque de Sormiou. 사진 출처: https://www.idprovence.com/Calanque-Sormiou.html

우와 이제 곧 이렇게 환상적인 바다를 보겠지?

 

 

 

소르미우의 파도치는 해변

현실 두둥...

 

푸하하!!! 중요한 사실을 알았다. 바다색이 아름다운지의 여부는 햇살이 아닌 파도가 결정한다는 것! 인터넷에서 보면 구름잔뜩 낀 소르미우도 아름다운 물빛을 보여준다. 그러나 맑든 흐리든 바람이 세차게 불고 파도가 높은 날은 똥물을 보게 된다는 것. 다행히 어제 신비한 민트그린빛의 엉보를 감상해서 이미 깔랑끄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5점이라 그다지 아쉽지는 않았다. 게다가 오늘의 소르미우 방문 일정은 보너스라고 시작부터 스스로 다짐했었으니까.

 

 

 

소르미우 항구

바다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오른쪽에 작은 해변이 있고 왼쪽에는 이렇게 작은 소르미우 항구가 있다. 소르미우의 치안에 대해 한 번 경고를 받아서 그런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색안경을 끼고 이곳을 보게 되었다. 확실히 소르미우에 놀러 온 사람들은 엉보 또는 꺄씨에 있는 사람들과 다르다. 예의 바르고 부유하고 여유 넘치는 백인 관광객들이 모이는 장소는 확실히 아니다. 

 

현지인으로 보이는 젊은이들, 대낮부터 돕 냄새가 풍긴다. 편견이 더 짙어진 이유는 이곳을 순찰하는 경찰차의 존재. 딱히 위험하다고 느낄 일은 없었으나 휴양지에 순찰중인 경찰의 존재가 긴장을 풀 수 없도록 만든다. 우리는 항구 쪽의 나무 그늘에 잠시 앉아 쉬었다. 

 

다시 소르미우 마을로 돌아갔다. 엉보에서 그랬듯 힘들 거라고 예상한 길도 막상 슬슬 올라가니까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햇빛이 쨍쨍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덥고 건조한데 직사광선이 피부에 닿으면 정말 쓰러질 수도 있겠다. 무척이나 목이 말랐던 우리는 어제 보았던 큰 마트로 향했다.

 

 

 

프랑스의 이탈리아 포토

우리가 간 곳은 E.Leclerc Marseille였다. 까르푸 같은 체인 마트이다. 외국 여행할 때의 재미 중 하나가 바로 그 나라의 시장 또는 슈퍼 구경이다. 현지인만 가득한 마트에서 우리 둘은 신기해하며 열심히 구경했다. 빵의 나라답게 빵 종류가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모든 과일과 야채가 아주 신선해 보인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덥고 지칠 때는 단순히 시원한 물이 아니라 시원하면서도 '달달한' 음료가 필요하다. 복숭아 사과 주스인가? 250ml짜리 danao 주스를 골랐다. 계산을 하고 나와 뚜껑을 열자마자 원샷을 했다. 그런데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우리나라의 쿨피스 비슷한 맛인데 쿨피스처럼 대책없이 단 맛이 아니라 뭐랄까 진짜 과일이 더 함유된 덜 달고 훨씬 깊은 맛이라고 해야 하나?

 

다시 마트에 들어가서 아예 큰 병 하나를 샀다. 

 

마트 앞 버스 정류장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78번이 닿는 곳으로 가야 한다. 처음에 버스 탈 때 받은 교통카드를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어디에서 어떻게 충전하는지 몰랐다. 몇몇의 현지인들과 함께 버스를 기다렸다. 그러던 중 어떤 남자분이 정류장으로 왔다. 어쩐지 구글 번역기로 교통카드 사용법 물어보면 친절하게 대답해 줄 것 같은 느낌인데?

 

남편은 그냥 버스 타서 기사한테 물어보자고 했다. 버스가 왔고, 다시 현금을 내려고 했다. 그런데 아까 말 걸까 싶었던 남자분이 유창한 영어로 카드 사용 방법에 대해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줬다. 지금 우리가 1유로 25센트 내고 받은 새로운 카드는 마르세유 시내의 메트로, 버스, 트램 그 어떤 대중교통이든 1시간 이내로 무제한 사용이 가능한 것이었다. 아 그렇구나. 우리는 마르세유 밖 꺄씨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해서 여기서 한 번 사용하고 말 뿐이지만, 긴급한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소르미우의 여자분처럼 우리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데 먼저 나서서 도와주려는 사람을 또 만났다.  

 

 

 

마르세유 시내

마르세유 시내의 버스전용 차선

 

남프랑스에서 주차할 때 주의 사항을 오늘 제대로 배웠다. 제일 좋은 방법은 자신이 머무는 숙소, 특히 야외가 아닌 실내에 주차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해도 안전이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둘째, 부득이하게 프랑스 자동차만 있는, 그러니까 현지인 차만 있는 곳에 주차를 해야 하면 일단 자동차 안에 아무것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이에 더해 문도 안 잠그는 게 낫다. 문을 열었을 때 그냥 열리면 최소한 유리를 부수지는 않으니 말이다.

 

아 물론! 프랑스에도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리가 경험한 소르미우와 마르세유는 그렇다. 자동차 유리를 깨고 관광객의 물건을 훔치려는 위험한 존재도 있고, 우리같이 어리바리한 관광객에게 요청하지 않은 도움을 먼저 주는 친절한 사람들도 있다. 두 얼굴의 프랑스, 재미있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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