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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2019 여행: 두바이 유럽

영국항공 이용 후기, 크리스마스의 브뤼셀 그랑플라스

Writer Hana 2021. 7. 15.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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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말 - 2020년 1월 초

 

 

지난 2019년 후반은 바빠서 그런지 시간이 빨리 갔다. 그렇게 시간이 잘 흘러 드디어 한국 가는 날이 되었다.

 

 

 

브뤼셀행 탈리스 Thalys 열차에 탑승했다. 탈리스는 벨기에,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를 이어주는 국제 고속 열차인데 유럽의 모든 기차들이 그렇듯 일찌감치 예매하면 티켓값이 아주 저렴하다. 브뤼셀까지 일인당 19유로에 예매했다. 

탈리스의 장점은 좌석이 넓다는 것이다. 반작용으로 좌석 사이 이동통로가 좁지만 이동은 잠시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상관없다. 게다가 입석이 없고 탑승객 전원 좌석예약제라서 자리 걱정 없이 느긋하게 이용할 수 있다. 무료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탈리스 기차 외관은 우아한 와인색이고, 내부는 밝은 캔디 레드색이다.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했다.

브뤼셀 센트럴 역 지하 락커에 짐을 보관하고 시내 구경을 했다. 

 

 

 

 

배고파서 저녁 식사부터

항상 그렇듯이 레스토랑에 가면 레스토랑 이름을 적어 두는 것과 음식 사진 찍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우리가 주문한 수제버거 사진은 찍었지만 레스토랑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음식점을 고를 때는 항상 그렇듯 한국 사람들의 입맛을 신뢰하는 편인데 이번에도 역시 평타 이상이다. 

 

 

저녁 식사 마치고 그랑 플라스로!

 

Grand-Place, 네덜란드어로는 Grote Markt

이번 한국행 여정에서 가장 기대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크리스마스의 그랑플라스 Grand-Place이다.

 

 

명불허전, 벨기에의 브뤼셀은 야경 명소라는 이름값 하는 곳이다. 

두 번째로 보는데도 감탄이 나온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 그랑플라스의 하이라이트, 라이트 쇼!

 

 

사랑하는 사람의 어깨에 기대어 감상하는 라이트 쇼는 참 로맨틱하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직전 토요일 밤인데도 부슬비가 내려서 그런지 붐비지 않아서 더욱 좋다.

하지만 우리가 무거운 짐을 이고 지고 브뤼셀에 온 목적은 이 라이트 쇼 자체가 아니고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기 위해서다. 유럽은 크리스마스가 가장 큰 명절이라 사람들이 장기 휴가를 많이 떠난다. 그만큼 어디가 목적지이든 유럽에서 출발하는 비행기 표값이 엄청나게 올라간다. 지난 9월에 일주일 넘게 열심히 검색해서 찾아낸 영국항공 British Airways 브뤼셀-한국-한국-뒤셀도르프 티켓이 가장 저렴하고 스케줄도 마음에 들었다. 

 

브뤼셀행 기차표값을 추가로 지불하지만 잠깐 브뤼셀 구경도 하고 좋지! 나갈 때는 사은품처럼 멋진 장소 한 군데 들렀다가, 들어올 때는 집 가까운 공항으로 편하게 오게 되었다. 

 

 


 

BA389 브뤼셀 → 런던

브뤼셀 공항 내 스타벅스에서 편안하게 노숙을 하고 이른 아침 런던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제 진짜 출발인데 벌써 지쳤어. 영국항공에 대한 첫인상은 좋았다. 객실은 흰색과 진한 남색의 조화로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또한 루프트 한자나 KLM처럼 승무원들의 자연스러운 친절함도 좋았다. 

 

 

<외항사 이용과 공항 노숙의 역사>

 

어쩌다 보니 나는 여행할 때 대부분 환승을 해야 하는 외항사를 이용했었다. 최초의 해외여행이자 패키지여행의 목적지였던 일본 간사이 다녀올 때 탔던 아시아나와 여행이 아닌 독일로 삶의 터전을 옮길 때도 이용한 프랑크푸르트행 아시아나가 국적기 직항 노선 탑승 역사의 전부다.

 

외항사로는 의도치 않게 루프트 한자의 직항 왕복을 이용하게 된 적이 있다. 장거리 연애하던 시절 2016년 크리스마스 때 남은 연가 다 끌어모아 독일에 가려고 루프트한자를 예매했다. 갈 때는 뮌헨 경유 프랑크푸르트 도착 노선이었다. 아침 일찌감치 출발 세 시간 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 카운터로 갔다. 그런데 뮌헨행 비행기가 오버부킹 되었는지 데스크 직원이 오후에 출발하는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 탑승할 것을 권하며 무려 좌석을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해주겠다고 했다. 최종 목적지가 프랑크푸르트인데 게다가 비즈니스라니 거절할 이유가 없지!!! 와 이런 행운이! 공항에서 세 기간 정도 노는 거야 일도 아니다. 집에서 웹 체크인할 때 좌석 지정하는 것을 깜빡하기도 했고, 3개월 만에 남자 친구 만나러 가는 길이라 미용실에서 머리를 새로 하고, 옷도 내가 가진 최고로 좋은 검은색 A라인의 코트를 입고 있었다. 변경된 노선의 비즈니스 업그레이드라는 '프로모션'을 왜 나에게 제공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미스터리지만 추측컨대 말이다. 

 

그 외는 모두 환승 외항사를 이용했었다. 그러다 보니 환승 여정에 노숙도 많이 했다. 세 번 이용한 에미레이트 덕분에 두바이의 화려한 3 터미널에서 세 번이나 노숙을 했다. 그밖에 방콕의 수왓나품 공항, 모스크바의 셰레메티예보 공항, 상트 페테르부르크 풀코보 공항,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공항 그리고 이번에 브뤼셀 자반텀 공항 이렇게 총 여섯 군데의 공항에서 노숙을 해봤다. 소리에 민감하다면 어떤 공항이든 노숙하기는 어렵다. 공항의 특성상 밤새도록 안내 방송이 나오기 때문이다. 소리에 그다지 예민하지만 않다면 이 중 노숙하기 가장 좋은 공항은 단연 두바이 국제공항의 3 터미널이다. 보통 공항의 벤치는 팔걸이가 있어서 눕기 어렵다. 하지만 두바이에는 선베드처럼 누울 수 있는 벤치가 따로 있다. 또한 청결한 화장실, 다양한 카페와 음식점, 시간 때우기에 안성맞춤인 화려한 면세점까지 최고의 장소다. 다만 인천공항처럼 빠른 공짜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공항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왓나품 공항도 누울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러시아의 공항들은 노숙하기 그다지 편한 장소가 없고, 프라하의 바츨라프 하벨 공항에는 어둡고 조용한 휴식 공간이 따로 있어서 불편함 없이 노숙을 할 수 있다. 이번 벨기에 자반텀 공항은 규모가 아주 작다. 그래서 휴식 공간이 많지 않은데 이런 경우 마음 편히 스타벅스에서 돈을 내고 음료를 주문한 후 머무는 것이 낫다. 

 

노숙이라는 표현이 우스꽝스럽기는 하지만 공항에서 잠을 자야 할 경우 일단 옷을 최대한 편하게 입는 것이 중요하다. 현지 계절이 한겨울인 경우를 제외하고 공항은 항상 에어컨을 가동하기 때문에 의외로 춥다. 편하고 따뜻한 차림이 필요하다. 그다음 조명이 강하지 않고 비교적 사람들의 통행이 적은 곳을 탐색해서 자리를 잡는다. 자리를 잡았다면 안전을 위해 짐에 자물쇠를 채우고 가장 중요한 지갑과 여권이 들어있는 작은 가장은 항상 배게로 사용한다. 배게로 사용할 수 없는 캐리어는 발을 올려놓는다.         

 

 

 

 

런던 히드로 공항 5터미널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들은 대로 엄청나게 큰 공항이다. 우리는 영국항공을 이용하기 때문에 5 터미널로만 드나들었다. 이곳에서는 보통의 공항에서 느낄 수 있는 여행 출발에 대한 설렘이나 새로운 곳에 온 즐거움 같은 것은 별로 없었다. 무언가 매력 포인트가 없다. 게다가 장거리 비행인데도 게이트 정보를 무려 탑승 시작 30분 전에 전광판에 띄우다니 대단하다.

우리는 아시안 음식점에서 일식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셨다.

 

 

 

BA17 런던→ 인천

흠... 그런데 이건 좀...

5 터미널이 도떼기시장처럼 붐비는 것은 알지만 승객이 200명 넘게 탑승하는 장거리 B787 기종에다가 돈도 낼만큼 내고 이용하는 메이저 항공사, 그것도 무려 런던 공항이 거점인 영국항공인데 브리지 탑승이 아니고 버스 이동 탑승이라니???

 

 

 

떠오르는 해를 따라 동쪽으로

서쪽에서 한국으로 갈 때는 항상 동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 왔. 다!!!

 

런던에서 출발하는 인천행 영국항공은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거쳐 러시아 북부에 이르는 높은 위도의 항로를 거쳐 몽골과 중국을 통과해 내려온다. 예정 비행시간이 거의 11시간이었는데 실제로는 10시간 정도 걸렸다. 오전 8시 45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런던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에서는 먹고 자느라 별달리 한 일도 없고 사진도 찍지 않았지만 노래하듯 멜로디 섞인 말투의 친절한 승무원들이 기억이 남는다. 입국 수속 마치고 짐 찾으러 가는 길에 우리 구역 담당 승무원과 마주쳤다. 그녀는 업무 시간이 끝났음에도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한국에 살 때는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할 때가 세상 가장 신나는 순간이었지만 지금은 출국보다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갈 때가 더 즐겁다. 

 

 

 


다시 독일 집으로

 

 

계양역

계양역에서 공항 전철 타고 인천 국제공항으로

 

 

 

 

BA18 인천 → 런던

 

 

영국항공 이코노미 기내식

소고기 찜 맛있다! 벨큐브 치즈도.

영국항공은 컵라면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몇몇 사람들이 컵라면을 먹기 시작하자 냄새를 맡은 우리의 한국인들, 라면 정모라도 하듯 갤리에 우르르 모여든다. 나도 그중에 한 명이다. 비행기에서 먹는 컵라면 의외로 맛있다. 승무원들의 명랑한 서비스에 갤리 분위기가 유쾌했다. 그리고 우리의 한국인들 영어를 자신감 있게 참 잘한다. 많은 사람들이 유창한 영어로 승무원들과 대화를 했다. 한참 즐거운 분위기였는데 안경을 쓴 사감 선생님 같은 이미지의 한국인 승무원이  갤리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짜증이 가득 담긴 말투로 다들 자리로 돌아가라고 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버렸다. 

 

기내식 두 번 먹고, 영화 한 편 보고, 잠도 좀 자고 났더니 어느새 런던에 도착했다.

 

 

 

 

BA944 런던 → 뒤셀도르프

히드로 공항 활주로

 

한국에서 출발할 때부터 얼른 집에 도착해서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우리 집 침대에 누워 푹 자고 싶다고 생각했다. 런던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히 지친 상태였다. 하지만 뒤셀도로프행 비행기에서 활주로의 앞선 비행기가 힘차게 이륙하는 모습을 보며 잠시 에너지가 솟아났다. 무언지 알 수 없는 감동과 새로운 희망 같은 것을 어렴풋이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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