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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 08: 쑤저우 [소주 蘇州]에서 상하이 [상해 上海], 와이탄, 상하이 야경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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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 08: 쑤저우 [소주 蘇州]에서 상하이 [상해 上海], 와이탄, 상하이 야경

Writer Hana 2021. 12. 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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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슬으슬 추운 쑤저우에서 하루 머물고 바로 상하이로 갔다. 눈이 호강하는 화려한 상하이의 야경. 특히 와이탄과 와이탄에서 황푸 강 건너 보이는 푸동 지구의 마천루 숲은 명불허전 상하의 최고의 야경 명소다.

 

 

2019년 1월 1일

 

항저우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견학한 후 쑤저우로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향했다.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리는데 피곤했다. 이번에는 고속열차가 아닌 완행열차를 탔는데 어찌나 피곤하던지 기차 타고 가는 4시간 내내 잠만 잤다.

 

 

 

쑤저우역

쑤저우의 기차역

 

 

 

쑤저우 밍타운 호스텔

쑤저우에서는 올드타운인 핑장 지구 내부에 위치해 있는 밍타운 호스텔에 머물렀다. 공용 도미토리가 없어서 서방님과 각각 다른 방에 묵었다. 오래된 전통 목조 건물인데 봄이나 여름에 왔으면 무척 낭만적이고 좋았겠지만 지금은 너무 춥다. 청두의 호스텔에서 느낀 추위와는 달랐다. 정말 으슬으슬 추운데 방에서도 수면 양말을 신고 있어야 할 정도였다. 그나마 여성용 도미토리는 2층에 있어서 건물 안쪽이라 괜찮은데 서방님이 있는 남성 도미토리는 1층에 있어서 바깥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난방 시설이 없다니 충격적이다. 서방님이 약간 감기 기운이 있어서 걱정이다. 비상약을 챙겨 와서 그나마 다행이다. 여행 출발하기 전에 소피아에게 대략적인 우리의 루트를 말해줬었다. 그랬더니 겨울에 쑤저우에서는 바지를 세 겹 입어야 한단다. '왜? 쑤저우는 베이징이나 우리나라의 서울보다 한참 남쪽이라 덜 추운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와보니 소피아의 말이 이해가 된다. 칼바람이 얼굴이 때리는 그런 추위는 아닌데 뭔가 으슬으슬하고 기운 빠지게 하는 그런 추위였다.  

 

 

 

밍타운 호스텔 여성 6인실

짐 풀고 방에서 쉬었다. 그런데 한국 사람이 중국인들에게 이렇게나 인기가 많았던가? 우리 방에 나말고는 모두 중국 사람들이었고 한국인이라고 하면 하나같이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것저것 열심히 물어봤다. 제일 처음 대화를 나눈 여자애는 마치 학창 시절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을 것 같은 모범생의 인상이었는데 나 홀로 여행을 즐기는 모험심이 가득한 중국인이었다. 서방님과 베이징에서 처음 만난 이야기를 간략하게 하니까 "옌분" 즉 연분이란다. ㅎㅎ 상하이에서 왔다는 다른 여자애는 셀카를 찍자고 해서 사진도 같이 찍었다. 심지어 자신의 명함까지 주며 상하이 오면 연락하라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인지도 제로에 가깝지만 한류 스타 같은 기분을 잠시나마 느껴보았다.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어 유쾌하다.

 

 

 

쑤저우 핑장 지구 야경

 

 

 

쑤저우 핑장 지구 야경

간단히 저녁을 먹고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산책을 했다. 

 

 

 

쑤저우 밍타운 호스텔

호스텔에 돌아와 씻고 서방님한테 갔다. 몸이 많이 안 좋은지 다음 목적지인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가지 말고 바로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비행 일정을 변경하면 둘이 합쳐 35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결국 2박이 아닌 오늘 1박만 하고 이 으슬으슬 추운 쑤저우에서 내일 아침 당장 벗어나 상하이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상하이에서는 예약한 호스텔을 취소하고 호텔에 머물면서 컨디션 관리를 하기로 했다.

 

허페이 힐튼에 머물 때 프런트에서 환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환전을 하자고 했는데 서방님은 어딜 가든 은행은 있으니까 현금 인출하면 된다고 해서 그냥 출발했다. 하지만 어제저녁 항저우에서 ATM기는 많이 봤는데 현금 인출되는 곳이 없었다. 한참을 걸어 뱅크 오브 차이나에 가서야 현금을 뽑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저녁에 약간 골이 난 상태였고, 늦은 저녁 먹으면서 마음이 좀 풀렸다. 서방님은 어쩔 줄 몰라하고, 오죽하면 러이펑타에 걸어가는 길에 새해에는 내 말을 더 잘 듣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행동이 후회된다. 사실 어제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일정이 틀어지거나 어제처럼 내가 하자는 대로 하지 않았다가 피곤하게 된 일이 몇 번 있어서 짜증을 냈었다. 아무리 결국 내가 옳았어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게 했나? 막상 서방님 컨디션이 나빠지니까 내 책임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항상 내 남자를 왕대접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현실은 성질을 부린다. 나야말로 새해부터는 그러지 말자.

 

 


 

2019년 1월 2일 

 

8시에 일어나서 9시 45분에 체크아웃을 했다. 우리가 너무 추워서 예약한 이틀 중 하루만 머물고 체크아웃하는데 나머지 하루치 숙박비 환불 안되냐고 물어봤는데 안 된단다. 노쇼라든지 숙박 날짜에 임박해서 예약을 취소할 때 페널티가 붙는 정책은 내가 예약을 걸어놓은 동안 다른 예약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을 위해서다. 당연히 숙박업소 측에서는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우리가 머물렀던 호스텔은 지난 밤 둘러보니 빈방이 많았는데... 아쉽다. 지난 3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결제를 다 마치고 숙박하는 도중에 남은 1주 숙박을 취소했는데도 당연하다는 듯이 1주일치 전액 환불해줬다. 

 

 

 

쑤저우 핑장 역사문화 지구

다시 버스를 타고 역으로 향했다. 이렇게 잠깐 머물다 떠나지만 쑤저우야말로 진짜 중국의 모습을 간직한 곳 같아 보인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모습에 잠시 감상에 빠졌다. 허름한 전통 가옥과 운하, 운치 있다. 관광을 위한 장소가 아닌 정말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장소다. 꼭 다시 와야지. 하지만 겨울말고 꽃피는 봄이나 화사한 여름에. 아쉽지만 나에게는 내 남자가 제일 중요하다. 게다가 수향 마을은 상하이에 가서도 볼 수 있으니까 그리 아쉬울 것도 없지. 

 

와이청강이 올드타운과 뉴타운을 가르는 모양새다. 강 아래쪽은 허름한 올드 타운의 모습인데, 강을 건너면 최신식 오피스 빌딩과 아파트가 많다. 강은 생명줄이기도 하지만 모순되게도 무언가를 가르는 역할도 한다. 남과 북을 가르고 동과 서를 가르고.

 

 

 

쑤저우역

쑤저우역에서 바라본 도시의 모습

 

 

 

쑤저우역

 

 

 

쑤저우역

이게 수저우같은 지방 도시 기차역의 규모라니, 중국은 어느 도시를 가든 기차역 규모가 볼거리다. 그러나 별로 아름답지는 않다.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세트를 먹었다. 음료는 콜라 대신 달달한 홍차 라테를 마셨다. 이 쑤저우역에서 처음으로 공공장소에서 책을 읽는 중국인을 봤다. 젊은 남자였는데 그분의 앞날이 화창하기를.

 

 

 

쑤저우역 승강장

드디어 기대하던 상하이로 간다. 이번에도 완행열차. 겨우 한 시간 걸리는 거리라 좌석 붙여달라고 하지 않았다. 같은 차량이지만 좌석 간 거리는 멀었다. 다행히 핫스폿이 연결될 수 있을 정도의 거리였다. 중국인 여자 두 명, 남자 한 명에 나까지 네 명이 6인석에 앉아서 편했다. 상하이 가는 길. 느낌 좋고 기대된다.

 

상하이에 도착. 역시 느낌이 좋다. 그러고보니 서방님은 벌써 세 번째 상하이다. 첫 번째는 2016년에 여행 와서 베이징 오기 전에, 두 번째는 2017년에 인천행 동방항공 환승 비행기가 취소되어 1박 체류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출세했네, 바다 건너 옆 나라의 한국 사람인 나도 이번이 처음인데. 역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버스에서 느낀 상하이의 첫인상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이곳에 살라면 살 수 있겠다."

 

우리가 머물렀던 도시 중 쑤저우를 제외한 다른 도시들 란저우, 청두, 허페, 항저우는 성도였다. 상하이는 직할시인데 사실상 다른 성도들과 급이 다른 국제도시이자 중국 최대의 경제 산업 도시이다. 2017년 통계를 보면 상하이의 거주 인구는 약 2천5백만 명으로 약 2천1백만 명의 베이징을 앞지르고 인구 대국 중국에서도 무려 인구수 금메달의 도시이다. 

 

양쯔강 하구에 위치하고 있어 다른 동부의 대도시가 그랬든 농업이 주요 산업이었다. 청나라 말 서구 세력이 동아시아로 밀려들기 시작하고 급기야 영국이 중국의 문을 열고자 더러운 수법의 일환으로 아편 전쟁을 일으켰다. 결국 청나라는 항복하고 난징 조약을 맺어 문호를 개방하게 되었는데 그 첫 관문이 바로 상하이였다. 그때부터 경제도시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제2차 세계 대전 때 일제의 수중에 떨어지기도 했지만 1960년 이후 중국 최고의 두뇌들이 모여 본격 과학 기술 도시로 발전했다. 현재는 중국의 금융 수도이고 중국 최대 증권거래소인 상하이증권거래소가 이곳에 있다.   

 

 

 

상하이 이비스 호텔 로비

우리가 예약한 이비스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입구에서 몇 발자국만 걸어가면 지하철역이 있다. 게다가 주변에 편의점, 음식점, 스타벅스, 맥도날드, 뱅크 오브 차이나까지 있을 것도 다 있다. 호텔 입구에 들어서니 좋은 향이 난다. 내가 20대 때 즐겨 사용하던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 향수와 비슷한 향이다. 후기에서 읽은 대로 영어를 못하는 친절한 직원들이 통역기를 동원해서 의사소통을 했다. 

 

 

 

상하이 이비스 호텔

객실 내부와 화장실과 침구류 모두 깨끗하다. 후기에서 본대로 창문은 실외로 통하는 창문이 아니고, 네 개의 방이 공유하는 실내 정원(이라기에는 좁은 공간에 나무 한 그루) 쪽으로 창문이 하나 있다. 지난 열흘 동안 넓디넓은 중국 서부와 중부를 돌며 기차에서 밤을 보내기도 하고 호스텔에 머물고 추위에 떨었다. 그래서 사흘 정도는 외부 기운 차단하고 우리끼리 아늑하게 머물면서 스스로 보호하기에 좋은 숙소다. 안전하고 따뜻한 동굴에 머물듯이. 그리고 온풍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다.

 

 

 

상하이 지하철 티켓 판매기

편안한 마음으로 체크인하고 미리 알아둔 한식당에 가기로 했다.

상하이는 큰 도시인만큼 대중교통이 발달했다. 

 

 

 

상하이 시난징

시난징역 밖에 나오자 진짜 신세계가 등장했다.

화려한 도시의 야경에 눈이 막 휘둥그레진다. 우와...

 

 

 

상하이 장상한품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는 장상한품을 찾아냈다. 서방님은 항상 그렇듯 비빔밥을, 나는 떡볶이와 어묵을 먹었다. 중국까지 물 건너와서 한식을 먹을 수 있게 해 준 창업자들에게 만세를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 둘 다 당분간 중국 요리는 별로... 외국의 한식당이 오리지널 한국의 맛을 유지하기보다는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살짝 바꾸는 게 당연한데 이 정도면 한국인인 내가 먹어도 맛있고, 가격도 적당하다. 앞으로 상하이 머무는 동안 하루에 한 끼는 무조건 이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진짜 대한독립만세다! 매일 한 가지씩 새로운 메뉴 먹어야지! 내일은 순두부찌개? ㅎㅎ

 

 

 

상하이 스타벅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내부에 커피콩을 볶는 어마어마한 로스터리 기계가 있고, 커피 뿐 아니라 다양한 차도 맛볼 수 있다. 가격은 사악하다. 스타벅스는 그 특유의 분위기와 접근성이 좋아서 이용하지만 커피 자체가 엄청 맛있고 그러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이곳의 어마어마한 가격의 아메리카노는 정말로 향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그 특유의 쓴 맛이 깊게 난다. 보통의 쓴 맛은 탄맛이랑 비슷한데 이곳의 커피는 내가 좋아하는 구수하면서도 쓴 맛의 향이 제대로 깊다. 오...

 

 

 

상하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내부

커피를 마시고 와이탄을 향해 걸어갔다. 상하이는 별로 춥지 않고, 으슬으슬한 기운이 없어서 좋다.

 

 

 

상하이 와이탄

드디어 와이탄 [외탄 外灘]에 도착.

와... 지난 3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오르게 하는 화려한 야경이다.

 

황푸강 서쪽에 자리한 와이탄은 긴 설명이 필요없는 상하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이다. 직접 와서 보니 산책하기에 좋고, 또 사진 찍기 즐거운 곳이다. 황푸강 따라 약 1.5km에 걸쳐 52개의 유럽식 빌딩이 줄지어 있다. 고딕, 바로크, 신고전 등 다양한 건축 양식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화려한 조명이 워낙 압권이라 사실 양식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이곳은 격동의 20세기 초에 조계지였는데 여러 국가의 영사관과 무역 회사가 있던 곳이다. 이후 동아시아 주요 금융 구역이 되었다. 

 

 

 

상하이 와이탄에서 보이는 푸동의 야경

진짜 눈이 휘둥그레지는 황푸강 건너 동쪽 푸동 지구의 야경이다. 부다페스트 도나우 강변에 이르러 환상적인 야경과 처음 마주했을 때보다 더 놀랍다. 부르즈 칼리파에 이어 2018년 현재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인 상하이 타워도 멋지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동방명주TV탑 東方明珠電視塔 (가장 왼쪽 보랏빛 조명의 건물)이다. 와이탄에서 푸동의 눈부신 마천루 숲은 보고 있자니 새삼 중국이 엄청나게 발전하는 나라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상하이 와이탄

이제는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우리는 여행할 때 우리의 숙소를 집(Home)이라고 부른다. 갈 때는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지하철역 베이커리에 들러 티라미수를 샀다.

 

호텔에 도착해서 샤워하고 오랜만에 마스크팩을 했다. 따뜻하고 아늑하고 편안하니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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