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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 12: 베이징 [북경 北京], 난뤄구샹 [남라고항], 후통, 티엔탄 [천단], 한국으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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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 12: 베이징 [북경 北京], 난뤄구샹 [남라고항], 후통, 티엔탄 [천단], 한국으로

Writer Hana 2021. 12. 2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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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음 만난 추억의 베이징 난뤄구샹 [남라고항 南锣鼓巷]에서 맛있는 자장면을 먹었다. 후통을 걸어 스차하이를 잠시 둘러보고 이번 중국 여행의 마지막 관광지인 티엔탄 [천단 天壇]으로 향했다. 과연 하늘과 맞닿은 장소답게 그 신비로움이란... 이제 한국으로 갈 시간이다.

 

 

2019년 1월 7일

 

 

지난밤에 10시간을 푹 잤다. 믹스 커피 말고 에스프레소 커피가 마시고 싶다고 했더니 서방님이 이른 아침이지만 커피를 사 오겠다며 나갔다. 어제 왕푸징 쇼핑 거리 가는 길에 봐 둔 패밀리마트까지 가서 커피를 사 왔다. 내 남자가 최고다!

 

오전에 잘 쉬고 12시에 체크아웃을 했다. 왕푸징 프라임 호텔은 모든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불편한 점 하나 없이 잘 머물렀다. 또 베이징에 오면 다시 이곳을 선택하겠다. 짐을 프런트에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왕푸징 호텔이 있는 동시역에서 난뤄구샹은 겨우 전철 두 정거장 거리라 걷기로 했다. 쨍쨍하지는 않지만 햇살을 받을 수 있어서 많이 춥지도 않고 무엇보다 바람이 불지 않아서 걷기 좋은 날씨였다. 이번 중국 중북부 일주하는 내내 비 오거나 눈 오거나 흐렸는데 시작과 끝은 맑아서 좋다. 처음과 끝이 좋으면 뭐든 다 좋은 법이다. 

 

동시에서 난뤄구샹에 가려면 자금성 서북쪽의 길거리를 통과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베이징 특유의 클래식함을 느낄 수 있는 구역이라 특별히 더 좋아하는 곳이다. 

 

 

 

베이징 후통 안내문

난뤄구샹에 도착해서 차오두 후통을 통해 메인 거리에 가기로 했다.

 

후통 [胡同]은 베이징의 좁은 골목길을 말하는데 단순한 골목길이 아니라 옛날부터 전통 거주 구역으로 형성된 곳이다. 차이나 디스커버리 China Discovery의 소개에 따르면 후통이 최초로 형성된 것은 청나라가 아니고 원제국 때라고 한다. 원의 수도였던 대도는 바로 이 베이징이었는데 몽골 사람들은 대도의 골목을 "후통"이라 불렀고, 후통은 몽골어로 우물을 의미한다. 몽골 사람들이 물을 얻기 위해 우물을 많이 팠고 그래서 길거리 명칭이 후통, 즉 우물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현재 베이징에는 6,000군데가 넘는 후통이 있는데 남북으로 뻗은 후통은 마차가 지날 수 있도록 비교적 넓은 길이고, 동서로 뻗은 후통은 사람들이 걷기에 적당한 좁은 길이라고 한다.

 

https://www.chinadiscovery.com/beijing/hutong.html

이곳에서 대표적인 후통 몇 군데를 소개하고 있는데 볼만한 가이드다. 

 

베이징의 후통을 거닐면 진짜 현지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다. 나는 어떤 나라에 여행을 가든 반드시 가보는 세 곳이 있는데 바로 전통 거리, 슈퍼마켓, 그리고 박물관이다. 이 세 군데만 봐도 그곳의 과거와 현재를 도화지 한 장에 그려볼 수 있다. 지금까지 청두의 뤄다이 고대마을, 관차이샹즈와 진리 그리고 상하이의 위위안과 주자자오처럼 전통 거리라 할 수 있는 많은 장소에 갔었지만 베이징의 후통은 그들과 다르다. 후통 자체가 기념품 가게와 식음 업소가 줄줄이 늘어선 관광지가 아닌 현지 주민들이 생활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인사동 거리가 아니라 북촌 한옥 마을 안쪽의 거주 구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베이징 후통

왼쪽의 사진은 남북으로 뻗은 비교적 넓은 후통이고, 오른쪽의 후통은 동서로 뻗은 좁은 후통이다. 청나라의 건축 원형을 잘 보존하면서도 깔끔하게 단장한 모습이다. 청나라 고유의 단층 사합원 건물이 많은데 관광지가 아니라 안에 들어가 볼 수 없어서 아쉽다.

 

 

 

베이징 난뤄구샹

캬... 추억의 난뤄구샹...

이 "난뤄구샹 [남라고항 南锣鼓巷]"이라는 이름은 아직도 나를 설레게 한다.  

 

 

 

베이징 난뤄구샹

드디어 다시 마주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베이징 난뤄구샹의 호스텔 건물!!! 

 

1층 입구에 꽃과 나무가 가득한 예쁜 카페가 있고 이 카페 뒤편에 호스텔 프런트와 개인실 그리고 2층에 도미토리가 있었지!!!

 

 

 

Peking international Youth Hostel

프런트로 바로 통하는 쪽문도 그대로 있네 ㅎㅎ

 

 

 

베이징 난뤄구샹의 어느 음식점

자장면 달고 맛있다!!!

 

자장면을 맛있게 먹고 또 다른 후통을 지나 스차하이(십찰해)로 향했다. 

 

 

 

중국 베이징의 고요한 후통

상업 구역이 아니다 보니 확실히 조용하고 호객 행위가 없어서 좋다.

 어느 겨울날 오후의 후통은 이렇게 고요하고 은은하기까지 하다.  

 

 

 

스차하이

지난 2016년에 베이징 여행 준비하면서 스차하이가 낭만적일 거라 상상했는데, 막상 그때는 이곳에 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와보니 내가 기대했던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겨울이라 그런 것 같은데 한여름 밤에 호수에서 나룻배를 타고 뱃놀이하면 낭만적이겠다.

 

 

 

스차하이

잠시 스차하이를 둘러본 후 지하철을 타고 티엔탄으로 향했다.

 

 

 

티엔탄 공원

 

티엔탄 공원 한국어 안내문

이번 베이징 여행 그리고 이번 중국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 티엔탄 [천단 天壇] 공원, Temple of Heaven

내가 생각해도 나는 여행 스케줄을 잘 짜는 것 같다. ㅎㅎ

 

위 한글 안내판에 나와있듯이 티엔탄 [천단]은 "명 · 청 시대에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올리며 오곡의 풍작을 기원하던 건물이며 명나라 영락 18년 (1420년)에 건설되었다". 

 

 

 

베이징 티엔탄 치녠덴. 천단 기년전

와... 이 신비로운 하늘 실화인가...

하늘에 그리고 하늘의 기운이 닿은 곳,

하늘의 아들, 천자라 불리던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황제가 매년 정월에 풍년을 기워하며 제사를 지냈던 치녠덴 [기년전 祈年殿]은 목재로 지어진 38미터의 건물이다. 대리석 3층 기단이 덕분에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하다. 사진에서 보듯 기단도 건물도 원형이다. 차이나 디스커버리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졌다고 여겼기 때문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이곳은 원형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오차 없이 자에 맞춰지은 듯 네모 반듯하면서 금색과 붉은색을 띠는 자금성과 다르게 이곳은 짙은 남색 지붕에 파란색 계열을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 고요하고 차분한 기운이 흐른다. 화려하고 웅장한 자금성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우아함'을 느낄 수 있다. 패션으로 비유하자면 화려한 색상의 꽃무늬 드레스가 자금성이고, 심플한 블랙 드레스는 티엔탄이다. 

 

아직 가본 적은 없지만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에 가면 이런 분위기일까? 중국인들의 영혼이 담긴 신전에서 우리 같이 이곳의 좋은 기운을 듬뿍 받아가자!!!

 

 

 

티엔탄 치녠덴. 천단 기원전

 

 

티엔탄

 

 

 

티엔탄 황치안덴

티엔탄 황치엔덴 [황건전 皇乾殿]은 황실 선조들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티엔탄

 

 

 

용이 날아오르는 모습

두 마리의 용이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시라!

 

 

 

티엔탄의 신비로운 풍경

공원이라고 하기엔 성스러운 장소인데 이곳에서 나오는 길에 알 수 없는 뿌듯함과 희망 같은 것을 느꼈다. 티엔탄은 중국 역사에서도 황실 건축의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실제로 보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세상 모든 부와 힘이 모여있는 듯한 자금성,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이화원, 상상력이 날개를 펼치게 하는 원명원의 풍경도 멋지다. 하지만 티엔탄은 그들처럼 현세의 삶과 거주 공간이 아닌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신전이다. 그렇게 하늘과 맞닿은 곳이기 때문에 신비로운 게 아닐까.

 

하지만 감성을 가라앉힌 후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실제로 이곳은 그 어떤 장소보다 현세의 그리고 현실적인 권력과 권위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중국의 천자는 말 그대로 하늘의 아들, 하늘을 대신하여 땅 위의 모든 것을 다스리는 존재로 여겨졌다. 신성함을 위해 권위를 세운 것이 아니라 권위라는 최종적 목표를 위해 신성함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왜 이다지도 정통성 또는 명분이 중요한가? 아니 그 이전에 권위란 무엇인가?

 

우리는 "권위 authority"와 "권위주의 authoritarian"를 혼동하는데 권위 자체는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 위키피디아가 인용한 학자 Frank Bealey에 따르면 권위는 "legitimate power"이고, 캠브리지 사전에서는 "the moral or legal right or ability to control"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권위란 다른 사람이나 집단을 통치 · 통솔하는 능력인데 중요한 사실은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인정받은 합법적인 힘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왕정 국가에서는 그 나라 법도에 따라 자격을 갖춘 왕위 계승자, 민주주의 국가라면 각 실정법에 따라 선거 또는 지명을 통해 지위를 갖춘 지도자, 작게 보면 법에 따라 관할 업무를 하는 하위 공공 기관까지 모두 권위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권위는 적법한 방식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그 권위에는 일단 따른다는 합의가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 방식이 됐다. 그래서 명분과 정통성이 중요한 것이다.

 

메리암-웹스터 사전에 보면 권위주의는 "expecting or requiring people to obey rules or laws: not allowing personal freedom"이라고 한다. 정통성과 합법성을 근거로 사람들의 자발적 순응을 이끌어내는 권위와 달리 권위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강압적 복종을 뜻하는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독재 정권, 전체주의 사회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조금 더 가까운 예를 들자면 학교나 직장에서 딱히 공격적이거나 지위를 과시하는 것도 아닌데 행동을 조심하게 되고 존중심을 갖게 되는 선생님이나 상사가 있는 반면, 말과 행동이 요란스럽고 타인을 쥐 잡듯이 잡으려 해도 더러워서 피하지 무시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 교사나 상사란 합법적으로 인정받은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지만 타인의 자유나 인격을 존중하지 않고 막 나가는 순간 권위주의자가 되고 결국 본인의 권위를 스스로 갉아먹게 된다. 

 

티엔탄 자체는 통치권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로 인한 신민들의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상징물이다. 온갖 건축 기술과 과학이 발달한 현대를 사는 내가 봐도 위엄 넘치는 티엔탄에서 종교적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유일하게 허락된 사람에게 경외심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인데 옛날 사람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짐은 하늘에서 내린 정통성을 갖춘 황제이며 하늘에 직접 제사를 지내는 존재이기 때문에 감히 도전할 생각 마라."라고 굳이 말로 떠들 필요가 없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막강한 권력을 가진 황제나 제왕들이 권력을 과시하는 건축물을 하나씩 다 지은 것이다.

 

현대의 우리는 허위 허식 명분보다 실리를 중요시하라는 훈계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은 실리만을 추구하는 냉철한 독립 개체가 아니라 권위와 명분에 쉽게 압도당하는 사회적 존재, 본인이 속한 공동체의 가치에 무심할 수 없는 존재이다. 의사들이 캐주얼 복장을 입을 줄 몰라서 흰색 가운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니고, 소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졌다 하면 그 사람을 보는 눈이 괜히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명분이나 권위라는 단어 앞에 거부감부터 내세울게 아니라 인간이 무엇에 약한지 알고 그럴듯해 보이는 모습을 갖추는 것만으로 인생이 조금은 쉬워질 것이다. 물론 모든 반대되는 개념들이 그렇듯 정도와 균형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확 기울어져버리면 원하는 바를 이루고 롱런하기 어렵지만. 

 

 

 

베이징 티엔탄 근처 스타벅스

티엔탄 공원을 나와 근처 스타벅스에 갔다. 커피를 마시고 케이크도 한 조각씩 먹었다. 티엔탄 공원 서쪽 홍차오 길에 있는 매장인데 중국에서 가본 스타벅스 중에 가장 조용하고 세련된 곳이다. 규모가 크고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던 상하이의 리저브 로스터리보다 훨씬 좋다. 

 

 

 

베이징의 노을

다시 호텔로 가는 길

중국을 떠나기 전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하늘을 보여주는 베이징에 감사한 마음이다.

 

 

 

프라임 호텔 왕푸징 로비

호텔에 맡긴 짐을 찾고 이제는 예약해둔 공항 근처 숙소로 이동해야 할 시간

 

 

 

베이징의 길거리

 

 

 

베이징의 아름다운 하늘

지하철역 가는 길에 또다시 아름다운 하늘을 보며 감탄했다.

 

저녁 여섯 시쯤 출발했는데 아차, 생각을 못했다. 저녁 여섯 시는 본격적인 퇴근 시간인데... 역시 전철이 퇴근하는 베이징 시민들로 꽉 찼다. 마치 우리나라 출근시간의 공항철도 같은 느낌이었다. 다들 피곤해 보인다. 왜 아시아 사람들의 삶은 유럽 사람들의 삶보다 더 고되 보이는 걸까. 아니면 이것도 편견일까. 

 

 

 

홈 인 Home Inn 객실

수도공항 근처의 홈 인 Home Inn에 잘 도착해서 짐 풀고 쉬었다. 이번 중국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였던 란저우에서 우연히 알게 된 홈 인. 중국에서 가성비 최고의 숙소다.

 

 

 

뉴러우멘. 우육면

오늘의 저녁은 호텔과 같은 건물에 있는 식당에서 추억의 우육면을 먹었다. 음... 저 양념장을 넣지 않는다면 더 맛있을 것 같다.

 

다음 주 일요일에 다시 베이징을 거쳐 독일로 가는 여정이라 잠깐이나마 다시 들르지만 중국 여행이 끝나서 아쉬운 마음이다. 중국은 정말 매력적인 나라다. 하지만 서방님 말대로 여행은 끝나도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이제는 나의 고향 내 나라 한국으로, 엄마 아빠 집으로 간다. 다시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야!

 

 


 

2019년 1월 8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체크아웃을 했다.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에 가기로 했다. 당연히 무료다. 셔틀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 버스 앞에 모였다. 기사님이 나보고 중국어로 뭐라고 물어보길래 나는 중국어 할 줄 모른다고 영어로 대답했다. 매번 중국 사람 아니라고 말하기도 지쳐서 약간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을 했는데 옆에 있던 중국인 여자분이 나한테 영어로 2 터미널에 내리는지, 3 터미널에 내리는지 물어보는 거라고 말해줬다. 아, 그러냐고 우리는 2 터미널로 간다고 대답했다.

 

셔틀 타고 공항 가면서 반성했다. 중국 사람 아니다, 중국어 못한다는 말 여러 번 하는 거야 당연하지 않겠나. 여기는 중국이고 내 외모는 누가 봐도 동아시아 사람인데. 게다가 나는 짜증 섞인 대답을 했는데도, 영어를 할 줄 아는 중국인 여자분은 나를 도와줬다. 진짜 반성했다. 아무리 피곤하고 의사소통으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어도 아침의 내 행동은 품격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고.

 

셔틀 타고 가는 동안 반성하면서 동시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2주가 넘는 긴 시간 중국 여행하며 위험한 일도, 곤란한 일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도 없었다. 이렇게 무사히 안전하게 신나게 중국 여행 마치고 가도록 해줘서, 이 중국 땅에 그리고 우리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우리가 만난 모든 중국인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다. 나와 서방님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인 여행을 마쳤을 뿐인데, 무언가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듯한 뿌듯함과 성취감! 좋다. ㅎㅎ 이렇게 내 인생의 큰 기록이 또 하나 생긴다. 아니, 이번에는 나만이 아닌 우리의 인생에. 또 하나 중국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2주가 넘는 여행 기간 동안 매일 밤 잠을 잘 잤다. 어디든 머리만 기대면 잠드는 나지만 집 밖에서 2주 이상 매일 잘 자기 쉽지 않은데 하루도 안 빠지고 잘 잤다.

 

아침에 호텔에서 체크 아웃하기 전에 인터넷 뉴스를 확인했는데 북한 고위급 인사가 탄 기차가 중국 국경을 통과했다는 헤드라인을 봤다. 공항에 도착해보니 김정은이 시진핑 만나러 이미 베이징에 도착했단다. ㄷㄷ 국정원은 파악을 하고 있었는데 발표를 안 한 건지 아니면 진짜 김정은 동선조차 파악을 못하고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위기만 감지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일찌감치 체크인하고 게이트 구역으로 들어갔다. 언니가 부탁한 디올 립글로우를 사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도 한 잔 마셨다. 베이징에 드나들 때 매번 서우두 국제공항 3 터미널만 이용했었는데 처음 와 본 2 터미널은 별로 쾌적한 공항이 아니다. 공항 자체가 오래되었는지 낡았고, 천장이 낮아서 답답하다. 면세점과 각종 편의 시설 규모도 그다지 크지 않다. 아마 인천공항이 아닌 김포공항을 오가는 노선이라 3 터미널이 아닌 2 터미널을 이용하는 것 같다.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아니 저것은?! 바로 옆 게이트에 북한 고려항공 비행기가 들어왔다.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북한에 관심이 많은 서방님은 열심히 사진 찍고, 게이트에 누가 있는지 보겠다고 신나서 구경 갔다. 하하...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그 옆에 우리가 타게 될 대한항공 여객기가 들어온다. 대한항공과 고려항공. 코리안 에어와 에어 고려라니 재미있는 장면이네?! 우리나라의 영어식 국호인 코리아는 고려 시대 아라비아 상인을 통해 알려진 이름이라고 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배웠다. 고려고리어코리어코리아. 코리안 에어와 에어 고려는 같은 이름이라 봐도 무방한데, 아무튼 뭔가 기분이 묘하다.

 

출발이 무려 1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대한항공 잘못이 아니라 믿고 싶다. 그리고 드디어 탑승. 대한항공 이코노믹 좌석 간격이 꽤 넓다. 2시간가량의 단거리 노선이라 그런지 탑승 준비 마치자마자 갤리에서 음식을 데우는 냄새가 났다. 서방님은 탑승하자마자 편안한 느낌이 좋다고 하고 갤리에서 음식 냄새나니까 "Oh, Korean food smell"이라고 외치며 완전히 신났다. 이제 절반은 한국인이 다 되었어.

 

 

 

대한항공 여객기 창 밖

우리 좌석 창문 밖으로 보이는 고려항공. 서방님 말로는 고려항공은 유럽 취항이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이유는 아주 오래된 구소련의 항공기인 데다 정비 상태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란다.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활주로에 나갔는데 이륙 대기 중인 비행기가 많아서 우리도 약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기장님의 방송이 나왔다. 후... 베이징 수도공항 포화상태로 미어터진다더니 과장이 아니었네?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드디어 이륙!

이제 두 시간 후면 한국에 도착한다. 

 

 

 

베이징 어딘가

 

 

 

서해 바다 

드디어 중국 대륙을 벗어나 서해에 진입한다!

 

 

 

인천 앞바다

공기가 탁해서 뚜렷하진 않지만 저 멀리 인천과 송도 그리고 인천대교가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인천공항이 아니라 김포공항이라 내륙으로 더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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