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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 헝가리 여행 05: 아름다운 자그레브, 자그레브 현대미술관 본문

여행기록/2018 여행: 러시아 카자흐스탄 유럽

크로아티아 & 헝가리 여행 05: 아름다운 자그레브, 자그레브 현대미술관

Writer Hana 2021. 6. 2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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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23일 목요일

 

 

 

 

호스텔 객실 창가의 작은 책상

오늘은 오랜만에 늦잠을 자서 9시에 일어났다. 오전에는 커피 마시면서 전자책을 읽었다. 이런 여유 정말 좋다. 지난 2014년에 터키 파묵칼레에서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느꼈던 그런 여유다. 카파도키아에서 야간 버스 타고 새벽에 파묵칼레에 도착했었다. 이른 아침 숙소에 체크인해서 눈을 붙이고 난 후 정원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그때의 평화로움과 행복한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오늘 아침도 그런 느낌이다. 

 

 

베이커리 Dinara

Dinara는 우리나라의 파리 바게뜨처럼 체인 베이커리인 듯하다.

 

 

Dinara의 갓 구운 신선한 빵, 정말 맛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그레브가 정말 마음에 든다.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도시라니.

 

 

수박 레모네이드

길거리를 걷다 우연히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 15쿠나에 수박 레모네이드를 한 잔 마셨다. 수박향이나 레몬향 시럽을 전혀 넣지 않고 설탕 시럽도 넣지 않은 진짜 수박 레모네이드이다.

 

내 옆 테이블에서 부모님과 두 딸로 보이는 가족이 단란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음식이 맛있어 보여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러시아에서 온 가족이었는데 아이들의 아버지는 그 메뉴 이름도 알려주고, 어제 먹었다는 가장 맛있는 메뉴도 추천해주셨다.

 

다시 호스텔로 돌아와 비올렌과 같이 나와서 시내 투어를 시작했다.

 

 

 

 

마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자그레브 국립 문서 보관소

 

 

자그레브 국립극장

개인적으로 자그레브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축물이다. 

 

 

 

 

오늘도 설탕 넣은 카푸치노 한 잔

비올렌과 카푸치노를 한 잔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비올렌이 유쾌한 성격이라 좋은데 이야기할수록 말도 잘 통해서 더 좋다.

 

 

저녁 식사

저녁식사는 파스타와 맥주. 오늘도 새로운 맥주를 시도했다. 흑맥의 한 종류였는데 역시 크로아티아 맥주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맥주도 맛있지만 체코와 크로아티아같은 동유럽의 맥주가 나의 취향에 가장 잘 맞는다! 

 

여행 시작한 이후 오랜만에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다. 어딘가에 시간 맞춰서 갈 필요도, 서두를 필요도, 무언가를 봐야한다는 의무감도, 복잡하고 귀찮은 생각을 할 필요 없는, 비올렌과 각자 꿈이 무엇인지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즐겁게 이야기 나눈, 그저 편안한 하루였다.

 

 

자그레브의 소박한 야경

저녁 다 먹고 소화시킬겸 같이 산책을 했다.

자그레브의 야경은 조명이 많지 않아 브뤼셀이나 부다페스트와 다르게 소박하다. 

 

 

 


 

 

2018년 8월 24일 금요일 

 

 

자그레브 돌라치 시장

아침에 돌라치 시장에 다녀왔다. 주로 과일과 야채 종류를 팔고 있었고 활기찬 분위기였다. 방울토마토 500g을 샀다.

 

 

자그레브 꽃시장

숙소 창문으로 보이는 꽃시장. 오늘 드디어 직접 가봤다. 돌라치 시장은 일찍 열어서 오후 세 시쯤까지 하는데 꽃시장은 이른 아침에 짧은 시간 동안만 장사를 한다.

 

비올렌은 오늘 자다르에 간다. 한국에서 가져온 전통문양의 책갈피를 선물로 줬더니 아주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자그레브 자체가 처음부터 느낌 좋은 도시이기도 했지만 비올렌 덕분에 더욱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여행 장소에 대한 좋은 기억은 많은 경우 사람에 대한 좋은 기억이다. 비올렌이 체크아웃한 후 같이 나와서 비올렌은 트램을 타고 버스터미널로 가고 나는 계획대로 현대미술관에 갔다.

 

자그레브 자체가 아직까지는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려는 사람들에게 하루 이틀 머무는 거점 도시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딜 가도 붐비지 않고 이런 미술관은 더더욱 한산하다. 마치 겨울의 에르미타주같다. 넓은 궁전을 나 혼자 산책하며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란... 달리 호강이 있겠나 이런 게 호강이지.

 

 

자그레브 현대 미술관 입구

 

 

Grundlic Imagining Osman. Vlaho Bukovac. (1894)

 

 

Ban Josip  jelačić. Anton Dominik Fernkorn.

반 옐라치치가 없을 수가 없지!

 

 

깜빡하고 작품 제목을 적어두지 않았다...

사바강의 멋쟁이 아가씨. 이 그림의 전체 원작에는 왼쪽에 이 소녀를 동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소년이 있고, 그 옆에는 그 모습을 질투하는 듯 바라보는 또다른 소녀가 있다. 충분히 짐작 가는 스토리보다는 이 아가씨의 패션이 멋져서 이 부분만 찍었다.

 

 

Under the Red Light. Robert Auer. (1911)

 

 

Vrbnik. Vladimir Varlaj. (1923)

크로아티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크로아티아다운 그림

 

 

Dalmatian Landscape. Vladimir Varlaj. (1926)

 

 

Odalisque on Pillows. Milivoj Uzelac. (1934)

크로아티아의 오달리스크

오달리스크, 그리고 동양적인 것은 유럽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주제인가보다. 

 

 

 

 

 

 

 

 

자그레브 현대 미술관

처음에 들어갈 때 건물이 그다지 커보이지 않아서 한 시간 반이면 보겠거니 생각하고 천천히 봤는데 생각보다 작품이 많아서 두 시간 반 정도 갤러리에 있었다. 자그레브의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다.

 

확실히 발칸의 예술은 엄청나게 세련되고 정교하지는 않다. 미술 작품만 봐도 서유럽이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봤던 그림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러나 촌스럽지 않은 인간미가 있다고 해야하나? 조선시대로 치자면 궁중 무용과 놀이패의 춤이 다를 뿐이듯 문화의 등급을 매기기보단 서로 다른 매력을 가졌다는 전제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분명 크로아티아에서만 볼 수 있는 크로아티아의 문화가 있다. 크로아티아, 특히 자그레브 정말 독특하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시간이 갈수록 매력적인 나라, 매력적인 도시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어제 러시아인 아저씨가 추천해준 스트르쿨. 역시나 담백하고 깔끔하다.

 

 

자그레브의 길거리 풍경

 

 

자그레브의 아름다운 거리 모습

 

 

이런 평범한 거리마저도 분위기있다.

 

 

자그레브 푸니쿨라

세계에서 가장 짧은 거리를 올라간다는 케이블카. 옆의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는데 언덕까지 10분도 안 걸렸다.

 

 

주황색 지붕의 도시 자그레브

구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 이곳의 야경은 조명이 화려하지 않아서 밤보다는 낮에 보는 풍경이 훨씬 멋지다.

 

 

성 카타리나 성당

성당 안으로 들어갔을 때 마침 신부님이 축도를 하고 계셨다. 나 축복받았어!

 

 

성 마르크 성당. 일명 레고 성당.

 

 

이렇게 결혼식이 있어서 성당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잘생기고 아름다운 신랑 신부가 입장을 준비하는 모습이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신부의 드레스 모양새를 챙겨주던 다정한 신랑님. 행복한 가정 이루시길 바랍니다. 나도 저런 머메이드라인의 드레스를 입고 싶은데 내 체형에는 맞을 듯한데 키가 작아서 어울리지 않을 듯하다.

 

 

지도 없이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거리를 걸었다.

 

 

 

자그레브 어딘가

 

 

잔잔한 느낌의 거리

 

 

파스텔톤의 자그레브

프라하 못지않게 아름다운 자그레브의 거리다.

잔잔한 파스텔톤의 건물이 사람의 마음까지 차분하게 해 준다.

 

 

안녕? 

 

 

 

 

 

느지막이 반 옐라치치 광장 쪽으로 내려왔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은솔 씨도 어제부터 나와 같은 호스텔에 머무르고 있다. 오늘은 저녁에 은솔 씨와 같이 수박 레모네이드 마셨다. 이렇게 계속 함께 할 수 있는 길동무가 있어서 좋다. 더군다나 우리는 버스 시간은 다르지만 내일 부다페스트에 가는 일정마저 겹친다.

 

 

은솔씨가 보내준 수박 레모네이드 사진

오늘은 자그레브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자그레브는 은은한 수채화 같은 매력이 느껴지는 도시이다. 여행지에서 숙소가 주는 인상이 비교적 큰데 아마 숙소가 좋고, 비올렌 같은 좋은 친구와 함께하고, 사람들 친절하고, 물가 저렴하고, 붐비지 않아 여유롭고, 현대식 건물보다 이곳만의 전통적인 모습을 잘 보존해서 그런 듯하다. 이렇게 쓰고 보니 장점이 넘치네? 자그레브는 저평가되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유럽이 아닌 먼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저평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해가 된다. 머나먼 유럽까지 여행을 와서 나처럼 한가하게 자그레브에만 닷새나 머물기에는 크로아티아 다른 지역에도 볼거리가 많다. 여유로울 때만 의식적으로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는 것이 있나 보다.

 

 

은솔씨가 보내 준 사진

은솔 씨와 늦은 밤 숙소 근처 한인마트에서 사 온 컵라면을 먹었다.

밤에 먹는 컵라면, 진짜 꿀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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