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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안탈리아 여행: 안탈리아 박물관 (2) 예술의 힘

Writer Hana 2022. 4. 2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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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들을 멋진 대리석 조각으로 만날 수 있는 터키의 안탈리아 박물관. 고고학 유물뿐 아니라 안탈리아 지역의 옛날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전시실도 있다. 영혼 가득한 안탈리아 박물관을 둘러보면 예술의 힘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인생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 주지 않아도 더 나은 삶을 위한 통찰력을 준다는 것, 이게 예술의 힘이다. 

 

 

 

안탈리아 박물관 헤카테 여신상

헤카테 Hecate (Hekate)

3세기 

 

마법과 주술의 여신 헤카테. 그리고 밤, 달, 유령, 경계, 교차로, 삼거리를 주관한다. 이러한 상징에 걸맞게 양손에는 횃불과 열쇠를 들고 개 또는 뱀과 어두운 지하 세계를 거니는 모습으로 주로 묘사된다. 사진에서 보듯 3체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각각 처녀, 마녀, 그리고 어머니를 의미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헤카테는 티탄 신 페르세스 Perses와 아스테리아 Asteria의 외동딸이다. 하늘, 땅, 바다를 다스리는 힘을 가지고 인간에게 풍요로움과 축복을 제공하며 가정을 수호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모성의 여신이기도 하다. 지하 세계 어둠의 여신이 풍요와 축복을 내려주고 아이들을 돌본다고? 

 

이렇게 상반되고 양면적 특징을 이해하려면 헤카테 숭배의 기원을 알아야 한다. 그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데 가장 유력한 설은 아나톨리아 (소아시아, 오늘의 터키) 서남부 지역의 카리아인들이 주술이나 마법과는 거리가 먼 대모신으로 숭배하는 여신이었고 후에 그리스로 건너갔다는 것이다. 이렇게 그리스 토착이 아닌 외래 신이기 때문에 그녀의 역할은 아르테미스, 페르세포네, 세멜레 등과 겹친다. 

 

 

 

안탈리아 박물관 헤카테 여신상

헤카테 여신의 매력: 빛과 어둠의 양면성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신은 바로 이 헤카테 여신이다. 구글에서 Hecate Goddess로 검색하면 가장 상위에 뜨는 연관 질문이 "Is Hecate evil or good?"이다. 선이냐 악이냐를 묻는 것인데 그야말로 헤카테의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는 질문이다. 헤카테 여신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두 가지다. 고급스러운 소재의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붉은 매니큐어에 입술도 붉게 칠한 고혹적이고 관능적인 모습이 하나다. 그녀는 냉철하고 쉽게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파스텔 톤 꽃무늬로 장식된 하늘하늘한 시폰 드레스를 입고 맨발로 꽃밭을 거니는 자애로운 표정의 여신이다. 그녀는 타인의 기분을 잘 읽고 공감력이 뛰어날 것이다.

 

선이냐 악이냐가 아니고 궁극적으로 '강함과 부드러움', '음과 양', '태양과 달', '남성성과 여성성', '이성과 감성'의 대조이다. 대부분의 여신들은 하나의 분명한 특성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아프로디테는 마음껏 쾌락을 누리고 떠들썩한 축제 같은 삶을 사는 파티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아테네 여신은 고지식하고 냉철하며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여전사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헤카테 여신은 여러 특성을 고루 보여준다. 처녀, 마녀, 어머니를 의미하는 3체는 여성이 가질 수 있는 모든 특성을 다 보여주고 있다. 처녀와 어머니를 자애와 순수같은 밝음이라는 카테고리 하나로 본다면 마녀는 그와 상반된 어두운 면이다. 그야말로 반전 매력의 여왕, 다양한 매력의 여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상반된 특성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끌린다. 왜냐하면 인간은 근본적으로 일관성을 추구하면서도 '지루함'을 못 견디기 때문이다. 사실 진보라는 것은 인간 본성에 그다지 부합하는 가치가 아니다. 우리는 패턴과 시스템에 적응하고 나면 변화를 꺼린다. 상상해보시라. 업무와 관련된 새로운 기술을 시도 때도 없이 배워야 하고, 자고 일어나면 법이 바뀌고, 매일같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면 에너지 소모가 얼마나 크겠는가. 문제는 변화하기를 꺼리다 보니 안정감은 있지만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알게 되었고 현재 프랑스에서 화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 같은 동생이 있다. 그녀는 학부생 때 교환학생 경험을 시작으로 계속 유럽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살고 있는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제 친구들은 전부 저보고 부럽다고 저처럼 살고 싶다고 해요. 그런데 정작 외국에 나와 보려고 하는 애는 한 명도 없어요. 지금은 다들 결혼해서 애 낳고 육아 힘들다고 그러면서 살아요."라고 말이다. 이게 대다수 인간의 지극히 인간다운 모습이다. 한 번 사는 인생 멋들어지게 하고 싶은 거 다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결국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안정적 삶을 사는 것이 제일 마음 편하다.   

 

문제는 삶의 근본을 흔드는 변화를 시도하지는 못하지만 '재미'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 때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 사람이나 대상이 있다면 우리는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전 매력의 묘미가 예상되는 패턴을 깨고 생각지 못한 것을 접하면 인지 부조화가 일어나면서 흥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재미는 즉각적인 쾌감의 만족이라는 보상을 준다. 새로운 모습을 불쑥 드러내는 사람, 반전 있는 영화와 드라마 모두 같은 것이다. 

 

강하기만 하면 부러지고, 부드럽기만 하면 이리저리 휘둘린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감정적이지만 살다 보면 분명 차갑고 냉철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신중함과 차분함은 훌륭한 태도지만 때로는 과감하고 화끈하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도 있다. 위엄 있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때로는 부드럽고 자애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도 있다. 이렇듯 수많은 상반되는 가치들은 적절히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들이고, 이러한 매력의 원리를 헤카테에게서 배울 수 있다. 또 다른 극단의 예로 상반된 특성을 지나치게 자주 오가서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말이다. 

 

 

 

안탈리아 박물관 이시스 여신상

이시스 Isis

2세기 페르게

 

고대 이집트의 여신이다. 이시스라는 이름은 고대 이집트어의 그리스식 표기로 '왕좌 throne'를 의미한다. 초기에는 전용 사원조차 없이 의미가 불분명한 여신이었지만 점차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이집트에서 가장 중요한 신들 중 하나가 되었다. 또한 다른 여신들의 여러 특성을 한꺼번에 가진, 여신 중의 여신이다. 이시스 여신 숭배는 이집트를 너머 로마 제국 전역에 퍼져 영국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게 되었다. 

 

그녀는 대지의 신 게브와 천공의 여신 누트의 딸이라고 전해진다. 주요 역할은 마법사로서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죽은 자를 되살렸다. 이집트 신화에서 이시스는 남편인 오시리스와 아들인 호루스에 대한 헌신으로 고대 이집트에서 존경받았다. 헌신적이고 현명한 아내로, 아들을 보호하는 강인한 어머니로 전통적인 이집트 여성의 완벽한 전형이다. 마치 현모양처의 이집트 버전인 듯하다. 2세기경 로마의 작가 아풀레이우스 Apuleius는 이시스 여신을 "별들의 어머니, 계절의 어버이, 온 세상의 여주인 mother of stars, the parent of seasons, and the mistress of all the world"이라며 찬양했다.

 

하지만 이집트 여신 중 여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현모양처 이상으로 그녀가 현세의 권력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들인 호루스는 이집트에서 파라오와 동격이기 때문에 그녀 자신은 신성한 파라오들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최고 권력자의 정통성을 위한 사전 작업 (?)이 어느 문화권에나 존재하는데 바로 호루스 신화가 파라오의 주요 선전 도구였다. 이집트에서 파라오는 호루스 신, 호루스 신의 어머니는 신을 낳은 어머니로 추앙받았다. 

 

그녀가 어쩌다 보니 잘난 자식 이름에 기대어 추앙받은 것은 아니다. 온실 속 화초처럼 살다보니 어느날 파라오의 어머니가 된 것이 아니라 그녀의 피눈물나는 킹메이킹 과정이 있었다. 남편인 오시리스가 죽임을 당하고 나일강 습지에 숨어살며 아들인 호루스를 보호하고, 결국 호루스가 왕좌를 뒤찾기까지 그녀의 역할이 컸다. 이때 그녀가 발휘한 능력이 있었으니. 아내이자 어머니로서의 존재보다 더 부각되는 그녀의 주요 특성은 바로 '위대한 마법사 a great magician'라는 점이다. 가정을 위해 마법을 사용하기도 했고, 이집트 신화에서 오리시스와 레 Re보다 강력한 마법의 힘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시스를 통해 본 여성의 역할과 정체성: 균형의 중요성

 

세상은 옛날에 비해 많이 변했다. 만약 내가 300년 전 조선에서 태어났다면 세계 여행을 하며 다른 문화권의 신화에 대해 공부하는 것, 아니 글을 읽고 쓰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 엄마 세대만 하더라도 20대 초중반에 결혼하여 가정 주부로 안착하는 것이 아주 일반적인 삶의 길이었다. 시댁과 남편에게 불만이 있어도 자식들 생각하며 참고 사는 것이 당연시되기도 했다. 사실 궁극적으로 경제력이 없으니 싫어도 참는 수밖에 없었다. 

 

점차 가족의 형태는 다양해지고 여성이 결혼 후에도 바깥에서 일을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시대가 되었다. 또한 본인 능력에 따라 경제력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모두가 옛날 여성들보다 주관적으로 행복할까? 60년대 이전 태생의 여성들은 인생 진로에 대해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더 많은 선택지와 자유를 가진 우리 세대는 그로 인해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게 되었다. 일이냐 가정이냐라는 고민이 그중 하나다. 또는 둘 다 원하는데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 문제다. 각자 성격과 추구하는 것 그리고 상황에 따라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타인의 삶을 가치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신조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나에게 가정은 정말 중요하다.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가정 우선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단백질 딱 하나만 필수 영양소가 아니듯 삶은 하나의 가치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행복한 가정과 건강이 근본이지만 가치 있는 생산 활동을 통해 물질적·정신적 풍요를 누리는 것도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활동이다. 이시스 여신이 현모양처의 표본이라지만 또한 그녀 자신이 마법 능력자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앞서 헤카테의 반전 매력에서 상반된 가치의 균형을 이야기했듯이 인생이란 끊임없는 중도, 중용, 균형을 추구해가는 과정이다.   

 

 

 

안탈리아 박물관 아폴로 신상

아폴로 Marble Head of Apollo

2세기 페르게

 

그리스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인 아폴론. 그는 예언, 신탁, 음악, 춤, 노래, 시, 활쏘기, 치료, 젊은이 보호 등 수많은 분야를 관장한다. 위 조각상에서 보이듯 아폴론은 잘생기고 수염이 없는 긴 머리의 청년으로 묘사되곤 한다. 아폴론은 앞서 아르테미스에 대한 부분에서 말했듯이 제우스와 레토 사이의 아들로 아르테미스의 쌍둥이 남매다.  

 

님프 (요정) 다프네에 대한 비극적 짝사랑이 아폴론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이다. 

 

어느 날 아폴론은 큐피드의 화살로 유명한 에로스를 만나게 된다. 얼마 전 델피의 파이톤에게 승리를 거둔 후 아폴론은 의기양양해진 상태였다. 그는 에로스의 활과 화살을 가리키며 그런 위험한 무기를 가지고 놀지 말고 자신과 같은 신에게 넘겨주고 여가나 즐기라고 도발한다. 사람들을 사랑에 빠지게 하는 에로스의 본분을 깎아내린 것이다. 이에 화가 난 에로스는 복수를 다짐하고 두 개의 화살을 쏘았다. 첫 번째 화살은 촉이 날카롭고 금으로 되어 사랑에 빠지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아폴론을 맞추었다. 뭉툭하고 납으로 된 다른 하나의 화살은 요정 다프네를 맞췄다. 하지만 이는 강한 반감을 갖게 하는 화살이었으니... 즉 아폴론은 다프네에게 푹 빠졌지만 다프네는 아폴론을 혐오하게 되었다. 원래부터 아르테미스 같은 처녀신이 그녀의 롤모델로, 다프네는 모든 남자들의 구애를 거부하는 요정이었다.  

 

다프네는 필사적으로 아폴론을 거부하지만 그는 끈질기게 그녀를 쫓는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에 묘사된 장면을 보면 순애보가 아니고 사냥꾼이 먹잇감을 쫓아다니는 듯한 스릴러 같다. 마침내 아폴론이 다프네를 잡으려는 순간 그녀는 아버지이자 강의 신인 페네이오스에게 구해 달라고 기도했고, 점차 온몸이 굳어 월계수가 되었다. 슬픔에 빠진 아폴론은 월계수를 자신의 성수로 여길 것이며 영원한 젊음과 불멸의 능력을 이용하여 월계수를 상록수로 만들고 자신의 상징이 되게 하였다. 이후 아폴론 신을 기념하는 피티아 제전에서의 우승자에게 이 월계관이 주어졌다. 

 

남자의 자존심

 

단순하게 보면 거절당한 열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남자의 자존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1. 남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남자는 자존심의 동물이다. 여자들은 자존심을 내세우는 남자를 보며 허세 부린다고 비웃는다. 하지만 여자들의 상상 이상으로 자존심은 남자에게 본능적 방어 기제이자 삶의 원동력이다. 원시시대부터 인간 남성에게 삶의 목적은 사냥을 하고 더 많은 전리품을 얻는 것, 현대적으로 표현을 하자면 경쟁에서 앞서 나가 사회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래야 더 많은 여성을 거느리고 더 많은 자손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경쟁이라는 것을 하는 데 있어 의기소침해지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자존심이 필요하다. 여자들은 보통 비교를 통해 나보다 처지가 나은 상대를 보면 "부럽다" 이러고 마는데, 남자들은 진심으로 "내가 더 낫다"라고 믿는다.

 

이럴진대 아폴론은 면전에 대고 에로스의 신성한 본분을 무시하며 그를 애송이 취급했다. 에로스가 뚜껑이 열린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에로스의 복수라는 액션을 끌어낸다. 자존심의 상처가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 것이다. 남자와 잘 지내기 위해서는 정서적으로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자존심이라는 게 중요하다는 수준의 인지적 공감이 필요하다. 자존심을 치졸하고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고 마구 건드리다가는 물리적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남자의 자존심이 여자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아폴론이 다프네를 쫓아다니는 장면을 보면 흡사 스토커 같다. 물리적으로 죽고 사는 경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일부일처가 제도화된 시대에도 이렇게 원시시대부터 유전자에 각인된 남자의 자존심은 범죄로 연결되곤 한다. 인간 여성과 사냥 같은 경쟁에서 얻는 전리품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저항할 수 없는 열망, 에로스의 화살이 가진 힘을 거부하기란 어렵다. 세상에 감정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로스의 화살을 맞고 사랑의 열병에 빠진 모든 남자가 여자를 스토킹 하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결말은 어떤가? 결국 다프네는 월계수가 되었고 이는 사실상 스토킹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렀다고 봐도 무방한데 이루지 못한 남자의 사랑이 명예와 영광을 상징하게 된 그야말로 공포스러운 결말이다. 끝끝내 피해자 다프네는 아폴론 자존심의 희생자가 되었다. 물론 아폴론은 시와 노래 춤 등을 관장하는 멋진 신이지만 이 에피소드만 놓고 보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남자의 비정상적 자존심은 여자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자존심을 자신의 건설적인 발전에 이용할 줄 아는 남자인지, 자존심에 문제가 있어서 스토커가 될 사람인지는 말과 외모 또는 재산 보유 수준이 아닌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안탈리아 박물관 헤르메르상

헤르메스 Hermes

2세기 페르게

 

헤르메스 신... 무려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인데 21세기 현재 인터넷에서 헤르메스를 검색하면 영어든, 독일어든, 한국어든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 Hermès (프랑스어에서 H는 묵음)가 최우선으로 검색된다. 뒤에 '신화'라는 말을 따로 붙여야 바로 검색이 된다.

 

헤르메스는 전령의 신으로 로마 신화의 메르쿠리우스, 그러니까 수성을 뜻하는 머큐리이다. 그는 제우스와 마이아의 아들인데, 마이아는 티탄 신족인 아틀라스와 오케아니스의 일곱 딸 중 하나다. 헤르메스는 사진의 조각처럼 젊고 수염이 없는 운동선수의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또는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전령의 지팡이를 쥔 나이 든 남자로 표현되기도 한다.  

 

헤르메스는 신들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는 전령과 외교의 역할뿐 아니라 여행자 보호, 도둑, 도로, 상업과 무역, 신성한 속임수, 언어와 작문을 다루기도 한다. 이렇게 관련된 분야가 많은 만큼 헤르메스에 대한 에피소드도 많은데 대표적인 몇 가지는 이렇다. 이미 아기일 때 침대에서 빠져나와 아폴론이 목동으로 일하고 있는 곳으로 가서 그의 소를 훔쳤다. 이뿐 아니라 포세이돈의 삼지창, 아르테미스의 화살, 아프로디테의 거들을 훔치기도 했다. 또한 그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 외교술의 신 그리고 언어와 수사학의 후원자로 묘사된다. 그리고 키르케의 마법으로 보호하기 위해 영웅 오디세우스에게 마법의 약초를 주기도 한다. 관심사도 많고 다재다능한 이미지의 신이다. 딱 한 가지로 규정하기 어려운 여러 얼굴을 가진 신이다. 아마 현대에 배우를 한다면 한 가지 캐릭터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해내는 명배우가 될 것이다.  

 

 

 

안탈리아 박물관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수많은 조각 작품들

 

 

 

안탈리아 박물관

유물이 아니라 작품이다 작품.

 

 

 

안탈리아 박물관

오스만의 영역답게 이렇게 아랍어도 볼 수 있다. 

 

 

 

안탈리아 박물관

고대 유물이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안탈리아 지역의 옛 생활양식을 알려주는 유물도 볼 수 있다.

 

 

 

안탈리아 박물관 물담배

아라비안 나이트를 연상시키는 터키의 물담배

 

 

 

안탈리아 박물관

안탈리아 지역 옛사람들의 생활 모습

 

우리는 역사를 배울 때 정치사, 경제사, 사회사 그리고 문화사를 배우는데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정치사이다. 물론 한 시대의 근본이 되는 정치 체제·주요 법률·지도자 및 지배 계층에 대해 아는 것은 숲의 모양새 파악에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무엇을 입고, 먹고, 집안은 어떻게 꾸몄는지, 어떤 여가를 즐겼는지를 다루는 생활 문화사가 진짜 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필요하지 않을까? 

 

 

 

안탈리아 박물관 정원

박물관 건물 밖에는 이렇게 넓은 정원이 있다.

관람 후 밖으로 나와 이곳을 거닐며 지중해의 햇살을 만끽할 수 있다.

 

 

<예술의 힘, 위대한 작품의 힘>

 

안탈리아 박물관은 현재 어려움에 처한 사람, 막다른 곳에 도달해 출입구를 찾을 수 없는 사람, 우울함에 무언가를 시도할 에너지조차 없는 사람에게 최고의 심리치료 박물관이다. 우리나라에서 먼 거리에 있고, 직항으로 갈 수도 없다. 하지만 정말 절박하다면 가볼 가치가 있다. 변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반드시 얻을 수 있다.

 

예술 작품의 기능은 장식, 심미, 의사소통, 정보 전달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예술 작품은 실제 화학적 의미의 치료제가 아니다. 예술 작품은 인생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지 않는다. 감기를 치료해주는 것도 아니고, 당장 취업을 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인간관계에서의 문제를 한방에 없애주지도 않고, 법처럼 복잡한 문제에 대해 직접 결론을 내려주지도 않 는다. 하지만 인생의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향해 앞으로 나가게 하는 힘, 동기부여의 힘,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한 통찰력을 제공해 준다. 임상 심리의 한 종류인 미술 치료 또는 음악 치료는 이렇게 인간의 정서를 어루만지고 마음을 건강하게 해준다는 원리에서 출발했다. 이렇듯 사람은 당장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 사회 제도, 과학기술, 의료 서비스뿐 아니라 비타민 같은 예술도 함께 누리며 살아야 한다.  

 

 

 

 

참고: Britannica.com, Theoi Project - Greek Mythology, National Geographic - History Magazine, "Worship of this Egytian Goddess spread from Egypt to England", greeka.com, worldhistor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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