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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안탈리아 여행: 페르게, 아스펜도스, 시데 투어

Writer Hana 2022. 5. 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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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탈리아 시내에는 칼레이치, 호캉스, 해수욕, 박물관, 쇼핑 등 놀거리와 즐길 장소가 많다. 하지만 시간 여유를 충분히 가지고 안탈리아에 머문다면 근교의 고대 유적지인 페르게, 아스펜도스, 시데에 가보는 것을 강력 추천! 시데의 아폴론 신전 기둥과 눈부시게 파란 지중해를 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한 강렬한 경험이 된다. 

 

페르게 Perge 아스펜도스 Aspendos 시데 Side 투어


시데의 위치

시데 Side는 안탈리아 시내에서 동쪽으로 약 70km 정도 떨어져 있는 또 다른 지중해 도시다. Serik을 거쳐 시데로 향하는 도로에 페르게, 아스펜도스 원형극장 유적이 있다. 도로 사정이 좋아서 렌터카로 자유여행이 가능하고, 택시 투어도 가능하다. 하지만 숙소까지 직접 픽업하러 오고, 해설자가 함께 가며 점심도 제공되기 때문에 투어로 다녀오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더 좋다. 이스탄불이나 카파도키아 같은 관광 도시에서 그렇듯 안탈리아의 숙소도 대부분 여행사와 커넥션이 있다. 그래서 한국 여행사를 통해 미리 신청하고 가도 되지만 머무르는 숙소에서 직접 신청해도 된다. 단, 현지에서 신청해서 갈 경우 해설은 당연히 영어다.   

 

페르게, 아스펜도스, 시데는 고대 팜필리아 pamphylia의 주요 도시들이었다. 팜필리아는 현재의 안탈리아주(州) 지역이다. 트로이의 함락으로 피란 온 그리스 이주민들이 토착민과 섞여 이곳에서 거주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유로 팜필리아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뜻은 "모든 부족의 땅 land of all tribes"이다. 이 지역은 리디아, 페르시아, 알렉산더 대왕 등의 지배를 받았다. 아주 잠깐 독립된 땅이었지만 곧 페르가몬 왕국에 복속되고 이후 오랜 시간 로마 제국의 속주였다. 페르게에서는 청동기 시절의 흔적도 발견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랜 곳인데 현재 남아 있는 대부분의 유적과 유물은 로마 제국 시절의 것이다. 그래서 제1차 세계 대전 때 이탈리아가 "로마인의 후손"임을 명분으로 이 지역을 점령했었다.    

 

 


 

페르게 Perge

 

 

페르게는 안탈리아 시내에서 17km의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투어의 첫 번째 목적지다. 페르게 발굴은 1946년에 터키인 Arif Mansel 교수에 의해 본격 시작되었고 이후 이스탄불 대학에서 발굴 프로젝트를 주관하게 되었다. 다행이다. 세계대전의 광풍이 지나고 본격 발굴되었기 때문에 그 엄청난 유물들을 런던의 대영 박물관이나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 아닌 바로 안탈리아의 안탈리아 박물관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페르게 유적지의 슈타디온 바깥 모습

입구에 들어서면 저 멀리 보이는 슈타디온의 외부 모습

 

 

 

페르게 유적지

보수가 진행중인 곳도 이렇게 발굴 현장 그대로 손대지 않은 곳도 있다.

 

 

 

페르게 하드리안 님파에움

님파에움 nymphaeum은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물의 님프 (요정)에게 봉헌된 성소이다. 원래 님프가 살고 있는 샘물과 개울이 있는 작은 동굴을 의미했다. 이후 사람이 만든 장소나 건물을 뜻하게 되었고 꽃, 분수, 조각, 그림들로 꾸며졌다. 님파에움은 성소이면서 결혼식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페르게에도 님파에움이 있는데 이곳은 하드리안의 님파에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에 있던 하드리아누스상은 현재 안탈리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6월의 안탈리아 지역은 날씨가 맑다. 습기가 많지 않아 그늘에 있으면 시원하지만 그늘 밖 햇살은 엄청 뜨겁다. 이렇게 드넓은 고대 그리스 로마 유적지를 둘러보는 동안 그늘 없는 뙤약볕 속을 한참 걸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인지 물의 요정이라니, 말만 들어도 청량감이 들고 시원하다. 

 

    

 

페르게의 아고라

아고라는 그리스 도시국가의 광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민회나 재판이 열리기도 했고 상업과 사교 모임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즉 사람이 직접 모였을 때 나타나는 거의 모든 기능을 수행했다. 아고라는 현대의 우리에게는 직접민주주의의 대명사 같은 말이기도 하다.

 

페르게의 아고라는 로마 시대에 건설되었다. 각 변의 길이가 65m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다른 아고라처럼 이곳에도 상점이 있었다. 로마 제국은 고도로 발달된 인프라를 보유했던 것으로도 평가받는데 이곳에도 아고라 바로 옆에 하수도로 연결된 공공 화장실의 흔적이 남아있다.  

 

 

 

아고라의 아름다운 열주들

아고라의 열주들이 늘어선 모습

나도 열주들처럼 늘씬했었다?! 

 

 

 

페르게 유적 투어를 함께한 팀원들

이번 투어에서 우리의 가이드는 방대한 역사 지식과 자신만의 확실한 의견을 가진 머리 희끗한 남자분이셨다. 안타깝게도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투어 팀원들은 모녀, 커플, 친구 등 일행끼리 온 경우가 대부분이고 나와 멕시코에서 온 중년 여성 이렇게 둘만 각자 혼자 참가했다. 10명도 안 되는 소수라 분위기는 훈훈했다.  

 

 

 

페르게의 열주로

어마어마한 열주 사이를 걷고 있으면 고대에 어떻게 이런 건축물을 세웠을지 궁금해진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이렇게 건재하면서 예술성까지 갖춘 작품이라니... 이것이 여행이 필요한 이유다. 고작 30년 전에 지어졌는데 재건축이 시급한 콘크리트 덩어리를 보며 살고 있는 현대인이 아니던가. 이런 세상도 접해야 감성이 풍부해지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지는 법이다.  

 

 


 

아스펜도스 극장 

 

 

두 번째 목적지는 아스펜도스 원형 극장이다.아나톨리아 (터키의 아시아 대륙 쪽 영토)에서 가장 잘 보존된 극장이자 팜필리아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극장이다. 로마 마르쿠르 아우렐리우스 재위 시절에 태어난 그리스 건축가 제논이 설계한 작품으로 2세기에 지어졌다. 객석이 완전히 인공 건축물인 것이 아니라 실제 언덕에 만들어졌다. 말굽 모양의 객석으로 이는 그리스 극장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현대 터키 공화국의 아버지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이곳을 방문한 이후 이렇게 훌륭한 장소를 버려둘 수 없다고 말했고 이로 인해 보수 공사를 하고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아스펜도스 극장 객석

아무리 뒤로 물러나도 극장 객석의 모습을 한 컷에 담을 수 없다. 약 15,000명 정도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으니까 현대의 문화 행사 장소로도 손색없는 규모다. 음향 효과가 미스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뛰어나다는 이곳은 현재 국제 오페라 발레 페스티벌 개최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아스펜도스 극장 상부 회랑

회랑의 아치형 상부 구조는 로마 스타일이다.

 

 

 

극장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생각보다 객석 경사가 가파르다.

앞사람 때문에 무대가 안 보이는 일은 없겠다.

 

 

 

아스펜도스 무대 건물

이곳은 무대 쪽 건물로 스케네 skene라고 부른다. 스케네는 파사드와 공연 무대인 프로시니엄 proscenium으로 구성되어 있는 높이 25m의 건물이다. 1층에는 5개의 출입문이 있다. 

 

원형 극장에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는데 점심시간이 될 무렵 무척 더웠다. 더워서 지쳤다고 느낄 때쯤 드디어 기다리던 점심 식사 및 휴식 시간이 되었다. 투어 팀원들과 다 같이 둘러앉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 식사를 했다. 

 

 


 

시데 Side

 

 

 팜필리아 유적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시데!

 

 

시데의 상점가

우리 투어 일행인 덴마크 여자 호주 남자 커플

 

스윗한 커플이란 바로 이렇다는 것을 보여준 커플. 서로 바라보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말씨도 참 품위 있고 마음의 여유가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호주 남자가 덴마크의 병원에 인턴으로 일하러 왔다가 덴마크 여자를 만났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호주로 돌아가야 하고 롱디를 앞둔 커플이라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안탈리아 여행을 온 것이다. 크하... 덴마크에서 호주면 완전 지구 반대편 아닌가? 거의 우리나라에서 브라질 거리처럼.

 

 

 

시데의 어느 상점

시데의 어느 상점 주인아저씨

 

이 구멍가게에서 물을 한 병 샀다. 이 아저씨도 그렇고 터키는 어딜 가든 대부분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 호의적이고 친절하다. 시데는 항구 도시이자 유럽인들에게 인기 많은 관광 리조트 타운이기도 하다. 그래서 숙박 업소와 상점이 많다. 

 

 

 

지중해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파랗고 드넓은 지중해

 

가이드 해설에 따르면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여왕과 로마의 안토니우스가 이곳에서 함께 머물렀다고 한다. 캬...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파라다이스가 따로 없겠다. 이 단순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는지 여행을 다녀와서도 '시데'하면 이 파란 지중해의 모습과 클레오파트라의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시데의 아폴론 사원

이 광경을 처음 본 순간 말을 잃었다.

 

오늘 투어의 하이라이트이자 안탈리아 지역 여행에서 가장 인상에 깊이 남을 장면이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푸른 지중해를 배경으로 웅장하게 서 있는 하얀 신전!!!

 

이곳은 아폴론 신전터다. 지금은 이렇게 대리석 기둥 다섯 개만 남아 있지만 원형을 마음껏 상상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앞의 안탈리아 박물관에 관한 글에서는 다프네를 비극에 이르게 한 아폴론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또한 빛과 음악의 신 아니던가. 그에 걸맞은 장소에 있는, 그를 위한 신전이다. 

 

여러 역사학자들의 말과 글을 종합해보면 클레오파트라는 절세미인의 대명사가 아니라 평범한 외모의 여성이었다. 그녀의 초상을 새긴 동전을 보면 확실히 미인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그녀에게 적대적인 로마 측의 기록에도 그녀는 매력적인 여왕으로 묘사되어 있다. 화술이 뛰어나고 영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의 매력의 본질은 분위기다. 자신을 여신으로 연출하여 옆에 있기만 하면 환상의 세계로 데려다줄 것 같은 분위기 말이다. 그녀가 베푼 화려한 연회나 그녀의 차림새 등을 묘사한 글이나 그림을 보면 확실하다. 물론 그렇게 자신을 아프로디테 여신으로 꾸밀 정도의 재력과 감각이 있었다는 것도 중요하다. 전쟁, 토론, 책임, 의무 이런 것에 짓눌린 로마의 장군이자 지도자 두 명이 그런 그녀에게 홀랑 넘어가는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로마에 미인이 넘쳐났을 것이고, 권력자라면 그들에게 잘 보이려는 미인도 많았을 텐데 왜 굳이 변방국의 여왕에게 빠졌겠는가.   

 

그런 클레오파트라의 이미지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아폴론 신전이고 주변 풍경이다. 음악, 춤, 예술, 빛...  

 

 

 

바다를 등지고 본 아폴론 신전

코린트 양식의 기둥

 

 

 

바다를 배경으로 한 아폴론 신전의 모습

 

 

 

기둥을 올려다 본 모습

어떤 각도에서 바라봐도 감탄사가 흘러나오는 아폴론 신전의 모습

 

 

 

투어용 미니 버스

 

 

 

안탈리아 근처 어딘가

유적 투어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이렇게 작은 폭포가 있는 아름다운 자연이었다. 이곳이 어디인지 지명도 모르고 위치도 기억이 안 나는데 사진으로 장소 추적이 안 된다...  

 

터키는 참 가진 게 많은 나라다. 맛있는 음식, 뛰어나고 다양한 자연환경, 풍부하다 못해 넘쳐나는 역사와 문화 유적 등. 게다가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위치하여 양 대륙에서의 접근성도 좋다. 관광 대국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 참고: 투어 가이드 해설, allaboutturkey.com, turkisharchaeonew.net, britanni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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