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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파묵칼레 여행: 신비로운 석회 온천과 곤칼리 기차역 풍경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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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파묵칼레 여행: 신비로운 석회 온천과 곤칼리 기차역 풍경

Writer Hana 2022. 5. 1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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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석회층과 그곳을 흐르는 밝은 하늘색의 온천수. 터키 데니즐리 주의 작은 도시 파묵칼레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바로 그 풍경이다. 파묵칼레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일찍 기차역으로 갔다. 그림 같은 시골 기차역의 가을 풍경과 따뜻하게 관광객을 맞아주신 역무원으로 기억될 곤칼리 기차역.  



노스게이트에서 히에라폴리스 탐방 시작하고 오후에 석회층 지대를 두 번 오르내리며 구경했다. 히에라폴리스는 생각보다 넓고 볼거리가 많다. 석회층은 한 번 오르내리는데 겨우 1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앉아서 풍경을 감상하고 뜨거운 온천수에 발 담그고 한량처럼 시간 보내기에 좋다. 

출발 전 인터넷에서 여행 정보를 찾아보니 온천수가 별로 없다고들 했다. 직접 와보니 생각보다 더 적다. 그러나 볼만한 풍경이다. 또 하나 석양이 그렇게 멋지다고, 인생 석양을 봤다고 한 사람도 있어서 기대하고 왔다. 하지만 오전에는 쨍쨍했는데 오후에는 구름이 많이 껴서 그 멋지다는 석양을 못 봤다. 괜찮다. 아직 야경이 남아 있으니까.

 

 

 

히에라폴리스 온천 수영장에서 석회층 가는 길

 

 

 

파묵칼레 석회층 꼭대기에서

이렇게 관광객들이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있다.

공식적으로 온천욕과 수영은 금지되어 있다.

 

 

 

뜨끈뜨끈한 온천수

 

 

 

파묵칼레: 석회층 풍경

저 멀리 관광객들이 개미처럼 줄지어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각도에서 본 석회층이 가장 멋진데 온천수가 말라 아쉽다. 해가 쨍쨍해서 석회층도 더 하얗게 보인다. 온천수는 마치 캔디바 아이스크림같이 밝은 하늘색이다. 

 

 

 

소금밭 같이 하얀 석회층

 

 

 

파묵칼레의 오후

점점 구름이 낀다.

 

 

 

파묵칼레의 관광객들

 

 

 

소금벽인가

 

 

 

온천수 족욕

터키는 공식적으로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세속 국가다. 하지만 국민의 대부분이 무슬림이다.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여성들도 꽤 많다. 그래서 터키를 여행할 때 노출이 심한 옷은 적절하지 않다. 터키의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는 다리를 발목까지 가리도록 긴치마나 바지를 입고 다녔는데 파묵칼레의 석회층 지대에서는 이렇게 종아리가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었다. 어차피 이곳에는 관광객뿐이기 때문이다. 

 

여행이라 편하게 입고 다니는 것도 좋지만 한 번쯤은 깔끔하게 차려입고 사진을 찍고 싶다. 이 원피스는 인도에 여행 갔을 때 뉴델리 빠하르 간즈에서 샀다. 여행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옷이 다 꼬질꼬질해서 깔끔하게 입으려고 산 것이다. 

 

 

 

파묵칼레의 석양

구름이 많이 껴서 환상적인 일몰 풍경은 결국 볼 수 없었다.

 

 

 

해가 지고 고요한 석회층 지대

관광객들이 가고 없는 저녁의 석회층은 고요하기 그지없다.

 

마을로 돌아와 아다나 케밥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야경을 보러 다시 호숫가로 갔다. 

 

 

 

파묵칼레 야경

조명과 하얀 석회층이 어우러져 멋진 야경을 연출한다!

 

공원의 연못 앞 벤치에 누군가 앉아 있어서 봤더니 낮에 본 우리나라 남자분이다. 그렇게 J 씨와 신나게 이야기를 했다. 낮에는 우리 둘이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었다. 온천수에 발 담그고 있는데 단체 여행 오신 어떤 어른들이 나한테도 이야기를 하고, 건너편에 앉은 J 씨한테도 이야기를 했었다. 4개월째 장기 여행 중인 용감한 청년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2시간 가까이 신나게 수다 떨었다. 각자 혼자 여행하다 보니 이야기 상대가 생겨서 방언 터진 듯했다. J 씨는 터키 일정이 4일뿐이라 오늘 밤 이스탄불로 가는데 오토 버스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곧 남미로 간다고 한다. 알고 보니 전통 보존과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특이한 공학도이다. 그리고 전통주에도 관심이 많은데 우리나라에 그렇게나 많은 종류의 술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밖에 이집트의 스릴 넘치는 여행기, 싱가포르 예찬, 예전에 지도도 인터넷 정보도 없던 시절에 유럽을 여행한 어른들에 대한 존경 등. 즐거운 대화 시간이었다. 이 분 안 만났으면 파묵칼레에서 사람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을 뻔했는데 다행이다. 

지난밤 버스에서 자면서 이동해서 몸이 지쳤다. 숙소에 와서 씻고 눕자마자 바로 잠들었다. 새로운 룸메이트가 들어왔는지 이층 침대 쪽에 짐이 있었다. 잠결에 인사를 했는데 룸메이트는 중국 여자였다.

 



동화책 속 같은 곤칼리 Goncali 기차역


완전히 골아떨어져서 푹 자고 일찍 일어났다. 씻고 짐 정리해서 체크아웃했다. 어제 늦게 들어온 룸메이트가 짐 정리하는 소리에 깼다. 지금 기차 타러 나가야 돼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괜찮다며 이것저것 말을 걸었다. 날씬하고 선탠으로 피부를 그을린 예쁘장한 중국 여자였다. 룸메이트도 오늘 점심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셀축으로 간다고 한다. 그런데 어제 만난 사람들도 그렇고 다들 내가 비싼 돈 주고 기차표를 샀다고 한다. 기차표 값은 15리라, 돌무쉬 타고 데니즐리까지 3리라라고 한다. 나는 기차표로만 30리라 냈는데, 흠...

체크아웃하고 픽업 약속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카밀코치회사에 갔다. 나보고 시간 잘 맞춰왔다며 칭찬해주는 직원에게 내 표값 다들 비싸다고 한다 뭐임? 이랬더니 뭐도 포함되고, 뭐도 포함되고 어쩌고. 나한테 들켜서 민망했는지 사무실 건너편 호스텔 1층 식당에 데려가더니 아침 먹으라고 한다. 그래, 따로 조식 먹으려면 10리라 내야 하는데 10리라 굳었다고 치겠다. 그리고 처음부터 표 무를 생각도 없었다. 왠지 그냥 30리라 줘야 내가 기분 좋게 파묵칼레에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터키에 온 이후 매일 조식은 최소 두 접시씩 먹어치우고 있다. 오늘도 한 접시 비우고 또 한 접시 담아서 신나게 먹으려는데 픽업차가 왔다고 나오라고 해서 그냥 나갔다. 감사하게도 직원이 가져가라며 귤을 줬다. 내려보니 데니즐리 역이 아니라 데니즐리에서 셀축 방향으로 한 정거장 더 간 Goncali 역이었다. 어릴 적 빨강머리 앤에서 봤을법한 시골의 아주 작고 아늑한 기차역이었다.

 

 

 

데니즐리 주 곤칼리 역

사무실에서 나를 이곳까지 태워다 준 아저씨는 기차표 끊어준 후 돌아가고 나하고 역무원 아저씨하고 둘이 있게 되었다. 밖이 쌀쌀해서 사무실 안에서 기다려도 되냐고 했더니 당연히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커피 마실래? 터키식 커피? 나는 아저씨에게 그 터키식 믹스 커피 하나 가져가도 되냐고 하고 네스카페라떼 타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믹스 두 개 더 챙겨주고, 석류까지 하나 주셨다. 호. 감사한데요, 이거 어떻게 먹어야 하지? 나는 약과를 한 개 드렸다.

 

 

 

곤칼리 역무실

기차 오기까지 40분가량 남아서 아저씨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셔서 한국이라고 했더니 드디어 나온 "Brother's country" 하하. 한국에서 우리 삼촌도 기차역에서 일하는 철도청 직원이라고 했더니 구글 번역기 돌려가며 터키에서 사용하는 기차는 한국산이고, 철도청 직원 교육은 한국의 현대에서 한다고 하셨다. 재미있는 대화의 시간이었다. 정복자 메흐메드 이야기도 하고 이스탄불의 군사박물관에서 찍은 아틸라와 메흐메드 사진을 보여드렸다. 아저씨는 또다시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서 동로마(비잔틴) 멸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유럽 사람들은 터키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나는 웃으면서 터키 사람들 좋다고 했다. 그리고 대학교, 직장, 여행, 이스탄불의 메트로 등 여러 이야기를 했다.


아저씨에게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고 하니까 잠시 기다리고 하더니,

 

 

곤칼리역 직원 쿠루슌 아저씨

이렇게 근무복 풀 장착하셨다. 귀여우셔라. 

 

비가 많이 온다.

 

파묵칼레 입성부터 퇴장까지 호구였지만 아침 공짜로 먹고, 역까지 바로 차 타고 오고, 무엇보다 기차역에서 역무원 미스터 쿠루슌 아저씨와 이야기도 하고, 멋진 풍경도 보고, 좋은 경험이었다. 파묵칼레에서의 마지막 기억은 그림 같은 가을날 작은 기차역에서 느낀 따뜻함으로 장식되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딱 하루 머무는 일정은 파묵칼레뿐, 나머지는 최소 이틀 이상씩이다. 파묵칼레 관광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뿐더러 가이드북을 읽으면 한국인만 호구 취급하는 나쁜 동네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파묵칼레는 1박도 아니고 당일치기로 들르는 한국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나도 출발 전에 터키 여행의 필수 코스 같은 곳이니까 갈 뿐이라는 생각으로 기대를 크게 안 하고 왔다.  

 

하지만 히에라폴리스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고, 클레오파트라 온천 수영장에 또 한 번 놀라고, 새하얀 석회층도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어젯밤에 잠깐 이야기를 나눈 J 씨와 곤칼리 역 역무원 아저씨처럼 사람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파묵칼레를 떠나게 되었다. 

 

 

파묵칼레 여행기 1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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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겪고 아침 일찍 무사히 파묵칼레에 도착했다. 호스텔 정원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했다. 목화의 성이라는 뜻을 가진 파묵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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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 이전 여행기로 현재의 현지 사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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