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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2023 여행: 유럽

프랑스 여행: 리끄위르 Riquewihr, 알자스로렌의 동화같은 마을

Writer Hana 2023. 7. 3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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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알자스로렌의 리끄위르 Riquewihr에서 1박 2일을 머물렀다. 다 돌아보는데 30분도 걸리지 않을 작은 마을이지만 낮에는 엄청난 관광객으로 붐빈다. 이런 작은 마을의 진짜 아름다움은 늦은 저녁에 느낄 수 있다. 관광객이 모두 돌아가고 텅 빈 작은 마을은 그야말로 동화책 속 세상이다. 

 

 

남프랑스에서 3박 4일 머물고 북쪽으로 올라왔다. 이번 로드트립 두 번째 큰 목적지는 알자스로렌 Alsace-Lorraine이다. 동화 같은 모습을 자랑하는 콜마르, 리끄위르 같은 도시들이 모두 알자스로렌에 위치해 있다. 직접 가보니 알록달록한 색깔의 그림 같은 목조 골재 건축물은 극히 일부분임을 알게 되었다. 차를 타고 달리며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을 볼 수 있다. 그렇다. 알자스로렌의 진짜 자랑은 바로 와인이다. 

 

오늘날 아기자기하고 예쁜 모습으로 전세계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사실 알자스로렌은 알고 보면 무서운 땅이다. 프랑스와 독일이 서로 끊임없이 뺏고 빼앗긴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몇 문장으로 단순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일단 9세기에 알자스로렌은 샤를마뉴 시절 프랑크 왕국의 중심지였다. 이후 독일 신성로마 제국에 복속되었다가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 후 다시 프랑스로 넘어갔다. 하지만 1871년의 보불전쟁 결과 다시 독일로 넘어갔고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1919년에 다시 프랑스 영토가 되었다. 그러나 1940년에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면서 다시 독일 영토가 되었고 최종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프랑스 영토가 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참고: britannica.com).

 

그렇다면 왜 이런 뺏고 빼앗기는 갈등의 땅이 되었을까?

 

 

 

알자스-로렌. 출처: 브리태니커

지도만 봐도 대충 답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는 곳은 대부분 두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비옥하고 꿀이 흐르는 땅 또는 정치 군사적 요충지이다. 스위스 및 독일 남부 지방에는 거대한 알프스 산맥이 놓여있어 여기를 넘어 남쪽으로 세력을 확장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은 이야기가 다르다. 독일에서 프랑스로 갈 때 또는 프랑스에서 독일로 갈 때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은 바로 이 알자스-로렌을 통과하는 것이다. 즉 두 세력이 만나는 곳인데 당연히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해야 방어 또는 팽창이 쉬운 법 아니겠는가. 

 

유럽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최대한 동물의 본성을 억누르고 뭉치려는 노력은 기나긴 역사에서 최근 100년도 안된 아주 짧은 시기의 일이다. 세계대전 종전 이전의 유럽은 조용할 날이 없는 전쟁의 대륙이 아니었던가. 그 와중에 거대 세력인 독일과 프랑스가 안 부딪힐 수가 없다. 힘 power, 즉 세력이라는 것은 내부적으로 공고해지고 커질수록 반드시 바깥으로 뻗어나가게 되어 있고 이것이 힘의 본질이다. 프랑스가 강할 때는 독일 쪽으로, 독일이 강할 때는 프랑스 쪽으로 안 뻗어나갈 수가 없다. 사족으로 내부에 제대로 된 힘없이 억지로 뻗치려고 하면 어떤 꼴이 되는지 현재 러시아가 몸소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유럽은 세계 관광의 중심지이자 평화롭고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다. 하지만 이런 역사가 있는 땅이기 때문일까? 아름답고 동화 같은 마을이 늘어서 있어도 그 기운이 결코 만만치 않은 곳이다.  

 

 


 

Hotel de la Couronne Riquewihr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이렇게 손바닥만한 마을에 어쩜 그리 관광객이 바글바글한지. 올드 타운 바깥 주차장에는 단체 관광객이 타고 온 버스가 늘어서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도 한몫한다.

 

먼저 우리는 예약해 둔 호텔로 갔다. 우리가 머문 곳은 오뗄 드 라 꼬론느 리끄위르 Hotel de la Couronne Riquewihr다. 호텔은 리끄위르 올드타운 내부에 위치하고 있다. 호텔 바로 옆에 호텔에서 운영하는 넓은 주차장이 있고 하루 주차비가 겨우 5유로인 데다 사전 예약도 필요 없다. 유럽에서 자동차로 여행할 때 합리적인 가격의 안전한 주차장은 즐거운 여행을 위해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호텔을 예약할 때 빠지지 않고 체크하는 부분이 바로 주차다. 

 

 

호텔 입구

중세 느낌 물씬 풍기는 올드 타운의 중세 느낌 물씬 풍기는 호텔 건물

 

 

 

https://goo.gl/maps/KWdvmpfSnZv74MbX6

 

Hôtel de la Couronne - Riquewihr Colmar · 5 Rue de la Couronne, 68340 Riquewihr, 프랑스

★★★★☆ · 호텔

www.google.com

 

 

호텔 공용 공간

객실층 로비

 

정확히는 몰라도 최소 몇 백년은 된 듯한 건물이다.

 

 

 

객실 복도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

 

 

 

호텔 객실 내부

우리가 머무른 컴포트 더블룸 객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객실 창밖으로 보이는 호텔 안마당

 

 

 

욕실

흠잡을 곳 없이 깔끔한 욕실

욕조가 있는 줄 알았다면

배쓰 버블을 챙겨왔을텐데...

 

 

 

호텔 조식당

호텔 조식당

 

 

 

프렌치 조식

식기가 예뻐서 마음에 든다.

프랑스 답게 빵과 치즈가 맛있다.

 

 

 

호텔 안마당

호텔 안마당의 아기자기한 모습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소피의 모자 공방이 눈앞에 재현되는 듯!

 

 


 

리끄위르 거리 풍경

 

 

리끄위르는 알자스 와인 로드의 작은 마을로 전체 거주민 1,200명 가량의 작은 마을이다. 그랑 에스 Grand-Est 레기옹, 오뜨 린 데빠르망에 속한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크게 손상되지 않아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리끄위르 길거리

길거리 구경

 

 

 

리끄위르 길거리

 

 

 

리끄위르 올드 타운

어쩜 이렇게 알록달록 예쁜지

게다가 색들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개성도 좋지만 만약 채도가 각기 다른 색의 건축물이

우후죽순 늘어서 있었다면?

 

유럽의 아름다움은 바로 전체적인 조화이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어딜 가도 마찬가지이고

색채만이 아닌 형태도 조화를 이룬다. 

이는 최근 현대 도시로 급격히 탈바꿈한 동아시아의

대도시들이 보고 배울 점이다. 

 

 

 

리끄위르 워킹투어

텅 빈 길거리를 우리 둘이 신나게 활보하는 중

 

우리가 처음 도착했을 때는 이 작은 마을이 감당하기에 버거운 수의 관광객으로 붐볐다. 호텔 체크인 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은 후 쉬다가 저녁 8시쯤 산책하러 나왔다. 몇 시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리끄위르의 거리. 이렇게 길거리가 텅텅 비었다. 어느 각도로 카메라를 들이대도 등장인물 없는 사진이 가능하다. 

 

이게 바로 소도시를 당일치기로 여행하기보다는 하룻밤 묵는 경험을 할 때의 장점이다. 물론 어렵게 휴가를 쥐어 짜내 장거리 여행을 왔다면 아무리 붐벼도 유명 관광지를 우선순위에 두는 게 맞다. 여행이 직업이라 남들 안 가는 곳을 자세히 탐험해야 하는 사람이 또는 할 일 없이 시간이 남아돌아 여행 다니는 사람이 왜 한국인은 가는 곳만 가냐고 훈계할 일은 아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여행을 하고 즐기는 데 가치평가할 일이 아닌 것이다. 그저 내가 이런 곳에 가보았더니, 이렇게 여행을 해보았더니 좋았다, 이렇게만 소개하면 그만이다.

 

아무튼 유럽 여행을 한다면 하루쯤은 불안과 의심을 버리고 소도시에 하루 숙박하는 것도 괜찮은 여행 방식의 하나다. 아무리 아름답고 예쁜 장소도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으로 붐빈다면 그 고유의 아름다움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빠져나간 후 텅 빈 장소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잊지 못할 기억을 선물해주기까지 한다. 예전에 중국 여행 중 쳉두의 뤄다이 고대마을에 갔었다. 비 오는 겨울날, 깜깜한 밤에 그곳을 걸었다. 전통 홍등만이 은은한 빛을 내는 세상 고요한 고대마을의 거리. 이보다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경험이 또 있을까.   

 

게다가 소도시에서 숙박을 하면 같은 수준이어도 대도시에서보다 저렴한 가격에 머물 수 있다. 체인이 아닌 보통 가족이 운영하는 호텔이 대부분이라 매뉴얼에 따라 각 잡힌 친절함이 아닌 자유롭고 편안한 친절함은 덤이고. 

 

리끄위르도 그중 하나다. 빠른 걸음으로 올드 타운 전체를 보는데 30분이면 충분할 정말 작은 마을이지만 늦은 저녁 또는 이른 아침에 거리를 걸어 보시라. 마을 구석구석 천천히 제대로 감상하고 나면 2시간이 훅 지나갈 것이다. 텅 빈 거리에서 심리적 여유가 찾아와 창문의 생김새, 화분의 꽃 하나하나까지 관찰하게 된다. 그리고 수줍은 눈빛으로 인사를 건네는 산책하는 주민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정신없고 상업화된 그저 그런 관광지일 뻔한 곳이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특별한 느낌을 안겨준다. 

 

 

 

고요한 리끄위르

 

 

 

 

 

 

아름다운 현관

어느 가정집의 아름다운 현관

 

 

 

 

 

 

채도의 조화가 예술인 리끄위르

개인적으로 리끄위르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포인트

 

 

 

화분 장식

유명한 포도 생산지답게 화분 장식도 포도넝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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