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투어: 여행과 독서 기록

<How They DECORATED> P. Gaye Tapp 본문

독서기록/2022

<How They DECORATED> P. Gaye Tapp

Writer Hana 2022. 12. 15. 20:55
반응형

<How They DECCORATED: Inspiration from Great Women of the Twentieth Century>
P. Gaye Tapp

 

 

how they decorated


이 책은 FT weekend의 인테리어 기사를 보고 알게 되어 구입했다. 남다른 인테리어 감각을 가졌던 20세기 여성들의 집을 소개하는 책이다. 가격이 무려 55 달러지만 소장 가치가 충분할 거라 믿고 주문했다.

Legacy Style
In the Grand MANNER
Fashionable CHIC
Unconventional EYE

이렇게 네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각 4명씩 총 16명의 여성의 인테리어 스타일을 소개한다.


집 꾸미기나 인테리어는 내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아니다. 그래도 예쁜 집, 인테리어에 대한 오래 전 기억을 떠올려 보면...

오래전에 살던 우리 집은 아주 작았다. 전월세가 아닌 부모님의 자택이긴 했지만 다섯 식구가 살기에는 터무니없이 작은 집이었다. 바로 옆에 가구당 50평 가까이 되는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대학생이 되고 그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 영어 과외를 하게 되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양 옆에 방이 하나씩 있는 구조였다. 어느 날 오른쪽에 있는 학생 누나의 방문이 열려 있어 무심코 바라봤다. 깔끔하고 심플한 흰색으로 통일된 가구가 있었다. 그리고 침대 위 자잘한 꽃무늬 이불이 보였다. 넓은 방도 아니고, 화려한 인테리어도 아닌데 순간 너무나도 부러웠다. 나도 나만의 방을 가지고 이렇게 화이트 톤으로 꾸미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오랜 시간이 흘러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드디어 나만의 방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방을 꾸미지는 않았다. 커다란 책장과 책상만 두었을 뿐. 이후 어딘가에서 여자의 방이 아늑함 없이 차갑기만 하면 연애운이 달아난다는 풍수 인테리어 글을 읽었다. 연애가 가장 큰 고민이던 시절이라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책상을 없애고 침대와 밝은 색 이불을 들였다. 그랬기 때문이었을까? 훌륭한 반려자를 만나고 그 집을 떠나게 되었다.

여전히 인테리어에 대해 잘 모르고 취향이 확고한 것도 아닌데 돈을 들이고 싶지 않다. 그러나 '우리집'이라고 부를 만한 공간이 있고, 유럽에서 예쁜 인테리어를 많이 봐서 그런지 나 역시 조금씩 관심이 간다. 이 책을 통해 데코레이션의 전설이라 불릴 만한 여성들에게서 한 수 배워볼까.




Legacy Style



레거시 스타일에는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데코에 뛰어났던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태생적으로 풍족하고 잘 꾸며진 환경에서 자랐다. Lady Diana Cooper는 19세기에 영국의 Granby 후작 가문에서 태어났고, Louise de Vilmorin은 막대한 유산의 상속녀였다. Sybil Connolly는 출신이나 경제력은 소개되지 않지만 그녀 자신이 어릴 때부터 뛰어난 패션 디자이너였다.

어릴 적부터 수준 높은 골동품에 둘러싸여 산 사람은 좋은 물건에 대한 안목이 높다. 당연히 어른이 되어 자신이 고른 물건도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뛰어난 점은 바로 그 모든 장식이 '자연스럽게 아름답다'는 것이다. 원래 부잣집에서 태어난 사람이 부자에 어울리는 인테리어나 패션을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보여주듯 말이다.



Evangeline Bruce - American Classic



외교관 및 대사로 활동한 미국 외교관 David Bruce의 부인이다. David는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처럼 비중있는 국가에 부임했었다. 그러나 그녀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프랑스와 중국 등 외국 생활을 해서 여러 외국에 유창했다. 또한 래드클리프 (미국의 명문여자대학교였으나 1977년 하버드대학교와 통합됨)에서 공부했고, 이후 2차 세계대전 동안 영국에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영국 스파이들의 문서를 통합하는 업무도 했다. 

이후 남편과 함께 공관 생활을 하면서 자신만의 미학에 따라 데코레이션을 했다. 공관과 관사의 가구는 이미 갖춰져 있고, 미술품은 대여 방식으로 소장했지만 말이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유럽과 아시아 앤티크를 수집하기도 했다. 거주지를 이리저리 옮겨야 하는 외교관 가족의 삶이었지만 그녀가 머무른 공간은 가치 있는 물건, 질서 그리고 아름다움이 있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우아한 앤틱 제품이 가득한 Evangeline Bruce의 집


그녀를 설명하는 구절 중 하나가 "lavish yet subdued 호화롭지만 부드러운"이다. 재클린 케네디와 친했다고 하는데 어쩐지 재클린과 헤어스타일이나 의상 그리고 분위기까지 비슷해보인다 싶었다. 재클린이 "having the grace and imagination and the virtues of another time"라며 그녀를 극찬했다. 

말년에는 집필에 20년이 걸린 <Napoleon and Josephine: An Improbable Marrige>라는 책을 출간했다. 

 

매너, 문화, 의전, 세련된 사교와 뗄 수 없는 외교관 가족으로 살았으니 집을 꾸미는 안목도 남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스스로 외국어에 능하고 국제 정세를 파악하는 업무도 했고 책까지 출판했다. 미적 감각도 있고 똑똑한 여성의 이미지가 한 번에 떠오른다. 

 

 



In the Grand Manner



이 장에 나오는 여성들은 직업적으로 패션과 관련이 있던 사람들이다.

 

Helene Rochas는 쿠튀르 디자이너였던 남편과 사별 후에도 꾸준히 자신만의 취향과 장식적인 스타일을 발전시켜나갔다. Elsie de Wolfe는 "그녀가 좋아하든 아니든 여성의 환경은 그녀의 삶에 대해 말해준다."라는 명언 걸맞은 솜씨를 보여줬다. 


A Cool Opulence - Mona von Bismarck



두 번 이혼을 하고 스물 아홉에 세 번째 남편 Harrison Williams와 결혼하며 새로운 인생 시작되었다. 그는 그녀보다 24살 연상이지만 미국의 슈퍼리치였다. 그 덕에 뉴욕 94번가·5th Avenue·팜 비치·롱 아일랜드의 주택, 파리 랑베르 호텔의 아파트, 카프리에 빌라 소유했다.

1920년대와 1930년대의 베스트 드레서였고, 엘리트 사이에서 여신 같은 존재였다. 무엇을 입고, 무엇을 하고, 어디를 가는지 일거수일투족이 보그, 하퍼스 바자르, 타운 앤드 카운티 같은 잡지에 보도되었다고. 요즘으로 치면 패션 인플루언서라 볼 수 있겠다. 

 

 

Mona von Bismarck의 럭셔리 인테리어

사실 그녀의 홈 데코보다 더 이목을 끄는 것은 그녀의 사생활이다. 

세 번째 남편이었던 williams와 사별하고 개인 비서이자 앤티크 딜러였던 Eddie von Bismarck와 네 번째 결혼을 했다. 네 번째 남편과 사별하고 그의 주치의였던 Umberto de Martini와 다섯 번째이자 그녀 인생의 마지막 결혼을 했다. 마지막 남편과도 사별하고 은둔자가 되었다고.

다섯 번의 결혼을 통해 갖게 된 그녀의 공식 이름은 Mona Strader Schlesinger Bush Williams von Bismarck de Martini. 19세기 말에 태어나 아흔 가까이 사는 동안 다섯 번의 결혼을 하고 엄청난 부를 누렸다. 그녀의 유언이 Mona Bismarck 재단을 설립하라는 것이었다는데, 그를 특별하게 생각했던 걸까?

 


 

Fashionably CHIC

 


"make it work" & "mixing it up"

패셔너블리 시크라는 주제에 걸맞게 이 장에 나오는 여성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을 자랑한다. 이국에서 수집한 물건, 선명한 색상, 특이한 것들로 공간을 꾸몄다. 상상력이 뛰어나고 그 상상력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은 그녀들. 

패션 잡지 Vogue 에디터였고 전설적 베스트 드레서였던 Babe Paley의 이국적이기도 하고 시크하기도 한 인테리어를 감상할 수 있다. 그녀는 자메이카와 뉴욕에서 거주했다. 

나도 이름을 아는 유명한 디자이너 Elsa Schiaparelli. 엘자 스키아파렐리하면 '파격'이 떠오르는데 의상과 달리 집은 파격적이지 않다. 

프랑스의 디자이너 Pauline Trigere. 샤넬은 패브릭을 잘 사용했지만 보기 싫은 ugly 옷을 만들었다고 혹평한 패기의 디자이너다. 그녀의 홈 데코는 동양의 이국적 스타일과 프랑스의 세련된 스타일의 혼합으로 세련된 모습이다.


Fleur Cowles - An Inimitable Flair



잡지 Flair의 전설적 에디터이자 작가이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 flair이 무엇이든 그에 우아함 elegance을 더해라"라는 멋진 말을 남겼다. 그런 그녀의 재능은 1950년대 당시 한 부에 50센트로 비싼 가격이었던 잡지 Flair 출판이었다. 상류층의 삶, 예술, 문학, 패션을 다루던 잡지다.

그녀는 쿨 cool이라는 단어의 주창자라고 스스로 주장했다. 어느 날 직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뭔가 핫하면 쿨한거 아니야?" 어... 말이 된다. 잘 나가고 인기 있고 대단하면 hot, 멋지잖아 cool?

뉴욕, 런던, 영국 시골, 스페인에 집이 있었는데 홈 데코레이션은 그녀의 재능이 발휘된 또 다른 영역이다. 


 

Fleur Cowles의 데고

굵은 테의 큼지막한 안경을 쓰고서도 이렇게나 스타일리쉬하다니...

 



Unconventional Eye



한 가지 키워드로 묶을 수 없는 카멜레온 같은 여성들이다.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예술과 관련 여성들이다. 본인이 예술가이든, 예술품 컬렉터이든. 따라야 하는 규칙이 없다는 것이 그녀들의 데코레이션 규칙!

남편과 함께 15000점 이상의 작품을 수집한 Dominique de Menil, 이미 유명해서 소개가 필요없는 미국 화가 Georgia O'Keeffe의 집이 소개된다. 


Bunny Mellon - Graceful Refinement

 

식물학과 원예에 푹 빠졌던 Bunny Mellon. 그녀의 남편 Paul Mellon은 Bunny의 인생이 독서, 건축,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20세기 미술 수집가이면서 자선사업가이기도 했다고.

재력도 상당해서 버지니아의 4000에이커 부동산, 워싱턴의 타운 하우스, 케이프 코드의 별장, 뉴욕의 프랑스 스타일 집, 안티구아의 집, 파리의 아파트를 소유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독학으로 수준급 조경 디자이너가 된 점이다. 공부 장소는 그녀 스스로 디자인한 버지니아 오크 하우스의 서재. 식물과 원예에 관련된 책 13000권을 소장했다니 도서관이 따로 없네!재클린 케네디의 친구이기도 해서 케네디 시절 백악관 로즈 가든과 이스트 가든을 디자인 했다. 이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는 지방시의 시골집 조경을 위해 협업했고, 베르사유의 루이 14세 키친 가든 복원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Bunny Mellon의 홈 데코

그녀는 색을 잘 사용했다. 

 

 

Lesley Blanch - Nomadic Romanticism

 

 

이 책에 등장하는 마지막 인물이자 가장 특이하고 재미있는 인물, 바로 영국의 작가이자 역사가인 Blanch다. 

 

저자는 그녀가 '돈키호테식 quixotic'의 낭만적 보헤미안 인생을 살았다고 묘사한다. 시대를 앞서간 노매드 라이프, 여행으로 가득한 재미있는 인생을 살았다. 

 

보헤미안처럼 살았지만 그래도 프랑스 지중해 도시 망통에 집이 있었다. 그녀의 집을 보면 동양에 한껏 매료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껏 이국적인 분위기가 마치 서양인이 하렘을 꾸며놓은 듯한 모습이다.  

 

 

 

Lesley Blanch

요르단의 페트라 앞에 있는 그녀의 모습만 봐도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가졌을지 짐작된다.

그나저나 저 아라비아 신문 정말 읽을 수 있었을까?

아니면 설정샷이었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공통점이라면 집을 원하는 스타일로 꾸밀만큼 재력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감각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법. 그 자신이 인테리어 감각과 관련된 직업을 가졌거나, 아니면 감각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돈과 감각 이 두 가지를 함께 갖추어야 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고용한 여성들도 있었지만 본인이 이미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많은 부분 주도적으로 결정했다. 

또한 그녀들 대부분 홈 데코를 넘어 인생에서 확고한 주관을 가진 매력녀였던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만난 남자가 많았거나 거물급 남성과의 짧은 스캔들로 주목을 받고 사라진 것이 아니라 관계를 자신이 원한는대로 주도하고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간 진짜 매력녀를 말한다. 예술 감각도 있고 주관이나 취향이 확고한 사람 치고 자신이 거주하는 장소를 대충 두는 경우는 없었을 것이다.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마담 퐁파두르나 루 살로메 같은 여성들이 떠오른다.문득 역사 속 매력녀들의 집과 방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진다. 





ⓒ 2022. @hanahanaworld.tistory.com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