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투어: 여행과 독서 기록

UAE 두바이 여행 02: 두바이몰, 두바이 국왕의 My Story, 두바이의 매력 본문

여행기록/2019 여행: 두바이 유럽

UAE 두바이 여행 02: 두바이몰, 두바이 국왕의 My Story, 두바이의 매력

Writer Hana 2021. 5. 12. 22:57
반응형

두바이 여행의 첫 날이었다. 두바이몰에 가서 두바이 국왕의 새로운 책 <My story>를 구매했고, 두바이의 진정한 매력이 무엇인지 생각보았다. 

 

새벽에 두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페가수스 항공은 저가항공사이기 때문에 간단한 간식이나 음료도 주지 않는다. 우리는 네스카페 캔커피와 물을 사서 마셨다. 하지만 좋은 점 한 가지를 꼽자면 좌석 앞뒤 간격이 넓다는 것이다. 시베리안 에어라인, 포베다 항공 등 러시아 저가 항공사의 충격적으로 좁은 좌석을 접하고 보니 이 정도면 비즈니스석 같은 느낌이다.

 

예전에 환승을 하든, 두바이 여행을 하든 항상 3터미널을 이용했다. 이번에는 2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 노선을 오가는 항공사와 저가 항공사가 이용하는 작고 노후화된 터미널이다. 구경거리도 매장도 많지 않다. 사비하괵첸 공항도 그렇고 두바이 공항 2 터미널도 그렇고 유럽을 벗어나 나름 장거리 여행한다는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

 

 

 

두바이 공항 2터미널의 Costa Coffee

비행기 모양의 시나몬 가루 장식이 귀엽다.

 

새벽에 도착했기 때문에 아침까지 공항에 머물다 나가기로 했다. 아늑해 보이는 Costa 커피에서 커피와 크로와상 샌드위치를 주문해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새벽 5시쯤 출발 구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는 팔걸이가 없는 벤치에 누워서 자고 남편은 계속 랩탑으로 일했다. 얼른 끝내고 놀자고! 오전 9시가 되어 호텔로 이동하기로 했다. 실버 놀카드를 사서 버스와 메트로를 타고 세계무역센터 근처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두바이 셰이크 자이드 로드

흐... 모래바람...

 

 

두바이 셰이크 자이드 로드

이른 시간이라 체크인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일단 호텔 리셉션으로 갔다. 다행히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왔다는 호텔 직원의 친절하면서도 세련된 응대 태도가 인상 깊었다. 

 

 

 

 

두바이 Hotel Voco

 

두바이 Hotel Voco

Nassima Royal Hotel 나시마로열호텔 (여행 이후 Hotel Voco로 바뀜)

 

세계무역센터 근처 셰이크 자이드 로드에 있다. 메트로역에서 가깝고 주변에 약국, 식당, 슈퍼 등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다. 밖에 나가지 말고 호텔에서만 4박 5일 동안 놀고 쉬라고 해도 그럴 수 있겠다!

 

우리 방 2413호 마음에 쏙 든다. 전망 좋고, 방 넓고, 깨끗하고, 인테리어도 깔끔하다. 이런 곳에서 4박이라니 꿈같다. 즐겨야지! 너무 피곤해서 씻기도 귀찮았다. 씻지도 않고 침대에 올라갈 수는 없고 소파에 누워서 두 시간 푹 잤다.

 

오후 느지막이 밖으로 나갔다. 호텔 근처에서 간단히 식사를 한 후, 메트로 타고 두바이몰에 갔다.

 

 

 

두바이몰

4년 만에 두바이몰. 여전히 좋구나.

 

두바이몰역에서 두바이몰까지 통로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 통로를 따라가면 3층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대형 서점. 구경하러 들어갔는데 오...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두바이 국왕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당연히 사야지! 그런데 신용카드는 안되고 현금 결제만 된다고 해서 유로로 결제하고 거스름돈은 디르함으로 받았다. 세계 최대 쇼핑몰의 서점인데 신용카드 사용이 안되다니 아쉽다.

 

 

 

<My story> 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

 

<여행 후 독후감: 모하메드 알 막툼 국왕의 My Story>

 

이 책은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국왕의 어린 시절, 가족, 여러 국정 경험과 비전 등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교적 쉬운 영어로 쓰여있고 각 에피소드가 길지 않아서 고등학생 정도만 되어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사막을 현대화된 도시로 성장시키까지 고생해서 무언가를 이룬 현실적 모습보다 대체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묘사가 많다. 할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이었고, 아버지는 항상 자기희생적이고 관대한 국왕이었으며, 어머니는 세상에서 제일 인자한 여인이었다는 식이다. 하다못해 어린 시절 전갈에 물리는 사막에서의 캠핑 훈련 경험마저도 고생보다는 결국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국가의 비극적인 사건을 묘사할 때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초등학교 교과서 같지만 지나친 허풍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무언가 남다른 성과를 이뤄낸 사람들의 특징 중 한 가지가 남다른 낙천적인 태도, 무엇이든 되도록 좋게 해석하려는 태도, 무엇이든 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는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끈기로 무언가를 이뤄내 보지 못한 사람들이 "에이 그건 허풍이야, 이건 이래서 어려워, 저건 저래서 어려워" 이렇게 남의 성과와 태도를 쉽게 깎아내린다. 긍정적인 태도는 기본이다. 또한 좋은 사람 되라고 권하는 책은 넘치지만 대책없이 장밋빛 시각에만 빠져 반드시 갖춰야 할 생존과 투쟁 능력 역시 무시하면 안 된다. 이 부분은 누가 알아듣기 쉽게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상황을 생각하고 해석해서 배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또한 이 책에서 오랜시간 이어져온 두바이의 네 가지 불문헌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두바이가 지향하는 기본 국정 철학을 잘 보여주고 있다.

 

1. 두바이 존속을 위한 정의 유지

2. 모든 상대와의 균형적인 관계 유지

3. 개방과 자유무역 원칙 그리고 두바이 경제에 기여한다면 누구든 수락

4. 두바이의 성공을 위한 자원 또는 재원의 다변화

 

1번은 정치사회적 원칙, 2번은 외교 관계, 3번은 경제 발전 전략 그리고 4번은 국가발전의 기본원리로 보이고 이 모든 철학의 기본 전제는 '개방' 그리고 '다각화'이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모하메드라는 시야가 트인 천재가 혜성처럼 나타나 두바이 개방과 현대화를 성공시켰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예로부터 두바이의 항구 자체가 물류 교역의 중심지였다. 다양한 지역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만큼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문화가 뿌리내릴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또한 사람이 모인다는 것은 단순히 돈과 물건만 모이는 것이 아니라 최첨단 기술과 지식도 모인다는 것을 뜻한다. 이래서 사람이 성공하려면 실력은 기본이고 교류를 해야 하는 것이다. 

 

어쩐지. 갑자기 천재가 나타나는 경우에도 반드시 그 천재가 나타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은 있다. 이러한 실용적 철학 전통을 가진 왕실에서 나고 자라고 배웠으니 이쪽으로 생각이 트이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니고, 거기에 모하메드라는 개인적으로 특출한 인물이 리더가 되어 두바이 성공을 이뤄냈다고 볼 수 있겠다.

 

 

 

<두바이의 매력>

 

처음으로 두바이에 매력을 느낀 것은 대학생 때였다. 4학년 1학기에 현대정치경제학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현대 사회에서 정치와 경제가 어떤 식으로 얽혀있는지, 특정 경제 상황이 어떤 정치적 정책과 배경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배우는 과목이었다. 그때 개인 과제물로 국가발전론 이론과 두바이 케이스를 접목해봤다. 

 

진화론적 관점에 기반한 서구식 근대화론과 중심부(경제선진국)는 주변부(경제비선진국)를 끊임없이 경제적으로 착취하며 발전한다는 남미의 종속론 등 어떠한 이론으로도 분석이 불가한 국가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대만 같은 국가들이었다. 국가발전론은 영국의 산업혁명 같은 자생적 또는 상향식(bottom up) 발전과 달리 우리나라, 대만, 싱가폴에서는 공권력을 가진 국가(정확히 말하면 정부)가 하향식(top-down)으로 경제발전을 계획하고 주도한 경우에 적용되는 이론이다. 

 

석유로 느긋하고 풍족하게 먹고 살 수 있음에도 미래를 대비하여 수입원을 다양화하기 위해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추진한 모하메드 국왕의 리더십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국가발전론을 왕정체의 두바이에 적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 게다가 모하메드 국왕의 경제 발전 방향이 엉뚱한 것이 아니라 21세기에 걸맞게 금융 산업과 물류는 물론이고, 서비스, 관광, 쇼핑 분야와 IT, 바이오 테크놀로지 같은 첨단 산업까지 단계적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또 초창기 개발이 한창일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 칼리파,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 두바이몰, 인공섬 팜 주메이라, 비공식 7성급 호텔 부르즈 알 아랍, 사막 한가운데의 스키장 등 이야깃거리도 많았다. 이를 볼 때 매력이 곧 돈이다.

 

그렇게 과제물을 하며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꼭 가보고 싶은 곳 리스트에 올린지 정확히 7년 후 두바이에 여행자로서 발을 디뎠다. 사실 그때 주목적지는 터키여서 터키에서 2주 배낭여행하고, 에미레이츠 항공 스탑오버로 두바이에는 5일 동안 머물렀다. 

 

그 후 5년 만에 다시 찾은 두바이는 여전히 건설중이고, 발전 중이었다. 아직도 곳곳의 공사장에 크레인이 솟아있고, 지난번에 못 들어본 인터넷 시티가 완공됐다. 2010년 전만 하더라도 두바이의 발전이 지속될까 반짝하고 말겠지 오피스 공급이 쏟아져서 부동산 공실률이 곧 치솟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았는데 보란 듯이 잘해나가고 있다.

 

두바이는 인스타그램에서 핫 플레이스이고 여성들이 원하는 럭셔리한 느낌을 가득 풍기기 때문에 그야말로 모델같은 여성들이 사진 찍기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것 같다. 인스타그램 dubai 해시태그는 1억 개인데 참고로 매년 인기 여행지 정상급 순위인 new york 해시태그가 1.1억 개다.

 

하지만 두바이의 진짜 매력은 그럴싸한 겉모습이 아니라 바로 "활기"와 "에너지"다. 과학기술과 사회의 다양한 제도가 발전하면서 우리의 생활은 더욱더 편리해져 가지만 그만큼 물리적으로 움직이기를 귀찮아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인내·노력·성취·발전 같은 것은 고루한 가치로 취급하고 편리하게 쉽게 고상하게 귀찮은 일 벌이지 않고 소확행을 즐기고 자신의 감성을 돌보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인간의 생물학적 변화는 과학 기술 발전 속도와 도저히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느리고 현대 문명에 걸맞은 유전자를 대부분의 사람은 아직 가지고 있지 않다. 즉 사람은 아무런 변화와 발전 없는 생활에 행복할 수 없고, 타인과의 교류 없이 행복을 느끼기 어려우며,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지만 또한 쉽게 사라지는 종류의 만족감 (마틴 셀리그만이 말한 pleasure)의 경험만으로 깊이 있고 지속적인 진짜 만족감 (gratification)을 갖기 어렵다. 

 

이런 시대에 두바이는 아직도 구시대적(?)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현대의 인간을 강력하게 끌어당길 수밖에 없다. 가만히 앉아서 석유 장사하고, 부동산 보유 늘리고, 현대 자본주의 꽃 금융업으로 살아도 되는데 굳이 커다란 사업을 벌이고, 외국 노동력과 자본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왜 그렇게 귀찮게 살아? 하지만 이것이 바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인 것이다. 근본적으로 장기간 우리가 끌리는 것은 "건강함"과 "활기"이지 조형미 또는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즐거움 같은 것이 아니다.  

  

세계 여행 실력(?)이 그 어느 나라에도 뒤처지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두바이가 그다지 인기 많은 곳은 아닌데 이는 날씨와 지리적 요인 때문인 듯하다. 서유럽과 동유럽의 겨울에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는 없지만 우중충한 날들의 연속이고 비도 많이 내린다. 그래서 유럽에서 날씨가 맑은 날은 그냥 바로 축제날이다. 그러니 이들에게 그다지 멀지도 않고 일 년 내내 햇살이 내리쬐는 두바이는 인기 장소일 수밖에 없다. 특히나 겨울이 길고 추운 러시아 사람들에게 인기인데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수 많은 여성들의 사진은 대부분 키릴어 포스팅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겨울이 춥고 건조하지만 일년 내내 해 뜨는 날이 많아 해가 엄청나게 귀한 곳이 아니며 우리는 선크림과 양산으로 자외선 차단하기 바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하고 더운 지역인 동남아에 비행기로 5~6 시간이면 갈 수 있는데 굳이 8시간 걸려 두바이에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두바이몰 아쿠아리움

와우 세계에서 가장 큰 수족관도 여전히 멋지네!

 

LG층 코스타 커피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고 호텔로 돌아왔다. 오늘은 끼니를 어정쩡하게 때워서 밤에 출출했다. 호텔 옆 슈퍼 쿱에 가서 초코 머핀과 라씨를 샀다. 달달한 라씨 너무 맛있다...

 

 

 

 

 

ⓒ 2021. @hanahanaworld.tistory.com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