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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2019 여행: 두바이 유럽

UAE 두바이 여행 01: 출발

Writer Hana 2021. 5. 1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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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이 나에게는 2014년에 이어 두 번째 두바이 여행이다. 남편도 나도 요즘 각자 일로 지친 상태라 이번 여행은 그저 편안히 놀고먹고 쉬기 위한 그야말로 휴양 여행이다. 비행기 티켓과 호텔 예약할 때도 별다른 고민 없이 쉽게 했고, 하루 전날 한 시간 만에 짐 꾸리고 출발했다. 그러다 보니 공항에 도착해서야 두바이 전기는 220볼트지만 3 코라 멀티 어댑터가 필요하다는 것이 생각났다. 아, 가서 사지 뭐.

 

이번에는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터키의 저가항공사 페가수스 항공을 이용한다. 어제 집에서 온라인 체크인을 하려고 하는데 두 번째 이스탄불-터키 구간 체크인 과정에서 자꾸 에러 메시지가 떴다. 보통 때 같았으면 오기가 발동해서 끝까지 해결하려 했을 텐데, '장거리 비행 아니라 아무 데나 앉아도 되고, 예약은 확실히 되어있고, 공항 가서 해결하지 뭐.' 이러고 느긋한 태도로 출발했다.

 

공항에 와서 보니 대한민국 여권으로 두바이에 입국하려면 arrival visa를 받아야 하는데 이 부분 때문에 체크인에 문제가 있었다. 지난 2014년에 두바이 입국할 때 도착 비자 같은 것을 받았던가? 30일 이내 무비자여서 그냥 입국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어차피 도착 비자라는 것이 도착하면 받을 수 있는 건데? 아무튼 남편은 체크인을 다 마쳤고 나는 이스탄불에서 다시 한번 체크인을 해야 한다. 그나마 수화물을 두바이까지 붙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쾰른 본 공항의 아침

언제 와도 평화롭고 여유로운 쾰른본 공항.

ida and frida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했다.

 

 

 

페가수스 항공 창밖 풍경

이스탄불이 보인다.

 

지난 2016년 6월 터키 여행 마치고, 이스탄불에서 에미레이츠 항공을 타고 출발해 두바이에 도착했다. 인천행 비행기 탑승 기다리던 중 잠시 와이파이 연결해서 뉴스를 보다 소름 돋았다. 내가 출발하고 두 시간 후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총기 테러가 발생했던 것이다. 그 이후 3년 만에 터키 랜딩이다. 빨간 바탕에 하얀 초승달과 별의 대형 터키 국기가 휘날리는 것을 보니 진짜 터키구나. 이번에는 아타튀르크 공항이 아니라 이스탄불 외곽의 사비하 괵첸 공항에서 환승한다.

 

 

 

 

이스탄불 사비하괵첸 공항

환승 시간이 충분해서 데스크에서 나의 두 번째 체크인을 무사히 마친 후 우리는 입국심사를 하고 공항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한 시간 만에 다시 출국 수속을 했다. 여권에 도장 두 개 콜렉트.

 

공항에서 케밥을 먹었는데 터키에서 먹는 진짜 터키 케밥은 오랜만이다. 물론 공항이라 이스탄불 시내에서 먹었던 맛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2014년 늦가을 행복했던 터키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잠시 즐거울 수 있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마셨다. 그리고 201A 게이트로 갔다. 우리 앞쪽 벤치에 머리만 가리는 히잡도 아니고,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한 무슬림 여성이 가족과 함께 앉아 있었다. 딸로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들은 얼굴을 가리지 않은 차림에 해맑은 표정으로 놀고 있었다. 하지만 저 여자아이들도 곧 엄마처럼 얼굴을 가리는 삶을 살게 될까?

 

외국에 나와 살고, 다국적 친구들과 지내다 보니 사람 사는 곳은 근본적으로 다 비슷하지만 엄연히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보편적 가치에서 크게 벗어나지만 않으면 그 차이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문제가 무 자르듯 명확하게 구분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문화도 문화로 존중받아야 할 것인가?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슬람 문화권의 여성들이 얼굴을 가리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사막의 모래 바람을 막기 위해서라고 들었다. 모든 문화는 나름대로의 실용적인 탄생 논리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누군가는 실용적 논리를 정치적 논리로 이용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집 밖에서 얼굴을 가리는 물리적인 조치가 과연 상징적인 차원에서 끝날까? 

 

하지만 어릴 적부터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착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사회화된 성인 무슬림 여성에게 갑자기 부르카 착용을 금지한다면 그것이 그 여성들에게 불편함이 될 수도 있다. 그 전통을 따라야 하는 당사자인 무슬림 여성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무엇일까? 이 문제가 어려운 이유는 어떤 여성은 부르카 착용에 저항하고, 어떤 여성은 그 전통에 순종적이라 같은 무슬림 여성이면서도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이 억압이고 무엇이 자연스러운 전통인지는 그들이 토론하고 결정할 일이지, 외부에서 이렇다 저렇다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나의 분명한 의견 한 가지는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비이슬람 문화권에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면 당연히 이 규정을 따라야 한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논리는 간단하다. 무슬림이 아닌 나 같은 여성은 이슬람 국가에 가면 짧은 치마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지 않고 모스크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다.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다.

 

더욱이 어떤 사회의 문화나 관습은 따르지 않아도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즉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은 다르다.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져 구성원이 따르도록 강제하는 최소한의 규칙인 것이다. 공공장소에서의 정확한 얼굴 인식은 수많은 사람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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