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1만시간의법칙
- 2A좌석
- 36hourseurope
- 3월러시아
- 3월상트페테르부르크
- 6월룩셈부르크
- 6월유럽
- 6월프랑스
- artastherapy
- campingwiesneu
- CCC
- chateaudebourscheid
- financialtimes
- ftweekedn
- ftweekend
- ftweekend\
- gayetapp
- G타워
- hancelothotel
- howtheydecorated
- ice
- IFC몰
- inspiration
- jbr
- KKR호텔
- mystory
- PCR검사
- qualitytourist
- s7
- 가성비호텔
- Today
- Total
그랜드 투어: 여행과 독서 기록
중국 여행 01: 베이징 그리고 란저우로 출발 본문
중국 여행의 시작.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중국국제항공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갔다. 도착하자마자 떠오른 베이징수도공항에서의 웃지 못할 추억... 그리고 도착한 바로 그날 기차를 타고 첫 번째 목적지 란저우로 출발했다. 다시 찾은 중국, 이번에는 어떤 재미있는 여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2018년 12월 23일
드디어 중국으로 출발하는 날이다. 2주 동안 중국 여행에 한국에서 1주일 정도 머물다 오는 대장정이다. 우리는 보통 일 년에 한 번 장거리 여행을 하는데 한 번은 서방님이, 한 번은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서방님이 선택할 차례인데 우리가 처음 만난 중국에 가기로 했다. 여행 준비는 대략 루트 계획, 비행기 티켓 예매, 가장 중요한 비자 신청 이 정도였다.
서방님은 조금 자느니 안 자겠다고 잠을 아예 안 잤다. 그러고도 아슬아슬하게 시간 맞춰 나갈 준비를 마쳤다. 아, 어쩐지 우리 가족 여행의 전통이 될 듯하다. 장거리 여행일수록 시작은 항상 서둘러 달려 나간다는 것. 오전 2시 38분에 서둘러 집을 나서서 2시 52분 트램을 타고 출발했다. 독일에서는 시내 대중교통 수단이라 할 수 있는 STR이 24시간 운행해서 편리하다.
기차역에 도착했는데 연착이다. 하하. 독일 생활 1년이 넘으면서 웬만한 연착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었다. 느긋하게 맥도널드에서 맥너겟을 사 먹었다. 그리고 IC2021 기차를 타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출발했다. 기차에서 우리 둘 다 내내 잠만 잤다.
오전 7시 30분쯤에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2017년 1월 설 연휴 때 겨우 며칠 머물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나도 그럴 줄 전혀 몰랐는데 막상 공항에서 헤어질 때가 되니 폭풍 같은 눈물이 쏟아졌다.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배운 시조 중 "울며불며 이별한 님"이라는 구절에 딱 맞는 상황이었다. 정말 울며불며 이별했지... 3개월 후에 한국에서 보기로 기약하며. 이제 그 님이 나의 서방님이 되어 함께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니, 격세지감이다. 그리고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 무척 든든하고 행복하다. 체크인 마치고 2017년에 울며불며 헤어지기 전 함께 커피를 마셨던 추억의 스타벅스에서 이번엔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따듯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보안검색대 통과하고, 출국심사 마치고 활주로가 보이는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세트를 먹었다. 비행 전 먹는 맥도널드는 그저 꿀맛이다. 사실 이게 나만의 여행 전통이었다. 인천국제공항 1 터미널 지하 1층에서 맥도널드 버거 세트를 먹곤 했는데 아쉽게도 그 맥도널드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이번 여행은 총 3주나 되는데 랩탑 없이 가기로 결정했다. 지금껏 여행을 가든, 방학 때 한국에 가든 꼭 랩탑을 들고 다녔고, 들고 다녀야만 하는 상황도 있었다. 기계에서 조금은 멀어져 보자. 막상 3주 정도 랩탑 없이 지내고 큰일 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 두 달간 폭풍 같은 과제와 발표 잘 해냈다. 그러니까 이 휴가를 편안하게 즐기자.
내가 기내에서 주로 하는 일은 먹기, 자기, 독서 그리고 창밖 바라보기다. 멀티시스템은 그저 실시간 위치확인 지도로만 사용할 뿐인데 이번에는 애니메이션 한 편 봤다. "Hotel Transylvania3: Summer Vacation". 한국어 더빙 버전이 있어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역시나 교훈은 "사랑이 세상 구원"인데 이보다 더 명확한 진리는 없지!
무언가 중국 항공사에 걸맞은 면요리 기내식
시베리아 하늘을 날아 중국으로 가자!!
2018년 12월 24일
이른 아침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서우두 국제공항 3 터미널. "3 터미널"이 중요하다.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공항처럼 나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있는 공항이다. 물론 2016년에 베이징에서 미래의 남편을 처음 만난 후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으로 향하기도 했지만 그 여행의 피날레를 그리도 화려하게 장식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2016년 9월 추석 연휴 3일은 주말 이틀과 붙어있어서 굳이 휴가를 내지 않고도 총 5일을 쉴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이웃나라인 일본의 수도 도쿄와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한 번 가봐야지 생각하던 중이었고 여름부터 비행기 티켓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50~60만 원이라니, 경유하는 싼 티켓도 40만 원인 데다가 환승 스케줄이 좋지 않아서 가지 않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가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8월의 어느 날 중국 최대이자, 스카이스캐너 다음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여행 예매 중개사 씨트립에서 30만 원짜리 산동항공 티켓을 발견했다. 50, 60만 원짜리 보다가 30만 원이라니 상대적으로 설득력 있는 가격이라 예약을 했다. 문제는 이 씨트립에서 보내준 e티켓에 터미널 정보가 없었고, 나는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이 그렇게 큰 공항인지 몰랐다는 점이다.
2016년 9월 18일 이른 아침. 공항으로 가는 길에 지하철역에서 찍은 셀카를 보면 확실히 그 독일 남자를 만나기 전에 찍은 셀카와 달리 얼굴이 환하게 폈다. 문제는 터미널 정보를 대충 찾아봤다는 것이다. 베이징에서 출발한 후 옌타이에서 한 번 환승을 해야 하고, 옌타이는 국내니까 당연히 국내선 전용 1 터미널로 가야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한 내가 잘못했었다. 서우두 공항 1, 2 터미널 안내 전광판에서 내가 탈 비행기 정보를 찾을 수가 없어 직원에게 e티켓을 보여주며 어디에서 체크인을 하는지 물어봤더니 3 터미널로 가야 한단다. 엥?????? 번개같이 게이트 밖으로 나와 직원이 알려준 곳에서 무료 셔틀을 타고 3 터미널로 향했다. 베이징의 공항 전철은 공항 내에서는 일방향이고 3 터미널에서 1, 2 터미널 방향으로만 운행하고 반대로 가는 전철은 없다. 그러므로 1, 2 터미널에서 3 터미널로 가려면 분기점 역에 가서 한 번 갈아타야 한다. 다행히 무료 셔틀을 탔는데, 엉? 같은 서우두 공항 아니야? 3 터미널이 이렇게 멀어???
비행기 출발 정확히 1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이미 체크인이 끝났단다. 그렇지. 출발 시간은 탑승시간이 아니고 비행기 출입문 닫는 시간이니까. 오 마이 갓!!! 문제는 그 공항에서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해결책을 찾는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없었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 문제를 수습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그.때. 어떤 젊은 남자분이 캐리어를 끌고 걸어가며 한국어로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한 번 운을 걸어보자는 기분으로 다가가서 "실례한데요, 혹시 중국어 하실 줄 아세요?"라고 했더니 그 큰 눈을 더 커다랗게 뜨고 나를 보며 "네."라고 대답했다. 옳거니! "죄송한데요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하자 그분은 다급히 전화를 끊고 데스크에 가서 업무(?)를 시작해주셨다.
옌타이에 가는 비행기가 하루에 한 대가 아닐 테고 인천 가는 비행기 타기까지 6시간 넘는 대기 시간이 있으니, 추가 요금을 내더라도 다음 비행기를 타고 일단 옌타이까지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 티켓이 앞 비행기를 타야 뒷 비행기를 타는 조건이란다. 대박. 어쩔 수 없다. 집에는 가야 하니 티켓을 아예 새로 살 수밖에 없구먼... 설상가상이라고 그때까지 멀쩡하던 유심 데이터도 사용할 수가 없고, 공항 와이파이마저 연결되지 않았다. 그분은 본인 전화기로 씨트립과 스카이스캐너에서 항공편을 검색해서 보여주셨다. 2시간이면 가는 인천인데 환승하고도 다음날 도착하는 여정이 무척 비쌌다. 결국 중국국제공항 데스크에 가서 직항 티켓을 샀는데 내 기억에 대략 40만 원쯤이었다. 직항에 40이라니, 씨트립하고 스카이스캐너에서 찾은 티켓들에 비하면 이건 뭐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할 수준이었다. 한편으로는 30만 원에 예매한 왕복 티켓 날리고, 편도 40만 원에 귀국이라니, 개선 장군도 아니고 여행 피날레를 참 화려하게도 장식한다. 결국 70만 원 낼 줄 알았으면 애초에 국적기 직항 왕복 티켓 60만 원에 살 것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문제를 해결한 후 체크인을 마치고, 나를 도와주신 중국 회사에 근무 중이라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남성분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드렸다.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기차도 아니고 비행기를 놓치는 어마어마한 사고를 치고도, 스스로에게 화를 내거나 감정적으로 되는 대신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한 내가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음... 아마도 이것은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기보다 "그 독일 남자"를 만나고 설렘 지수가 높아진 뇌가 긍정지수까지 최대치로 올려줬다고 확신한다.
그때 베이징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약 두 시간의 비행이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낮 비행이라 창밖을 구경할 수 있고, 내 옆에는 기분 좋은 향을 풍기는 서양인 여성이 앉았었다.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으며 인천으로 돌아왔다. 남방항공, 산동항공, 중국국제항공 이렇게 세 개의 중국 항공사를 이용해봤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중국 항공기하면 막연히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경험해 본 바로는 깔끔하고 쾌적하고 남방 항공 한 번 말고는 연착된 적도, 짐을 잃어버린 적도 없다. 물론 쾌적한 비행의 관건은 뭐니 뭐니 해도 주변 승객이 어떤 사람인지가 결정적인 요소인데 다행히 운이 좋아서 항상 국적에 관계없이 점잖은 사람들과 비행기를 타게 된다.
환승으로 하루 종일 걸려서 왔을 길을 단 두 시간 만에 왔지만 돈만 썼을 뿐, 다치지 않고 무사히 집에 돌아오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짐도 빠지지 않았다. 내 인생에 다시는 비행기 놓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공항철도 열차를 타고 시내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베이징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에 교통카드인 이통카를 사지 않았다.
법률 앞에 개개인 모두가 평등하다는 법치이념... 진심이야???
광고가 달려있을 자리에 사회 구호라니. 그냥 인상 깊어서 찍어봤다.
중국은 돌아다니다 보면 대중교통 탈 것 내부나 길거리에서 사회 슬로건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구호는 엄청 거창하다. 그런데 이렇게 국가 전체가 공통으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자체는 본받을만하다.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보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휘청거리는 것보다는 낫다. 우리는 무언가 구호를 외치는 단체를 보며 유치하다, 권위주의적이다 생각하지만 말의 힘, 특히 소리 내어 내뱉는 말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의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이 강하다. 왜 우리가 도전을 시작하기 전에 "파이팅"이라고 외치겠는가. 왜 지상 최고의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다는 미국에서 오바마가 선거운동 때 공산당 선동 문구처럼 "yes, we can"이라는 구호를 외쳤겠는가. 생기 없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당장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쾌락을 '쿨함'이라고 칭찬하는 사회보다 뭐라도 열심히 외치고 발로 뛰는 게 낫다.
이른 아침에 베이징에 도착했는데 우리가 타게 될 란저우행 기차는 저녁에 출발한다. 그래서 일단 베이징서역에 가서 큰 짐을 맡기기로 했다. 일단 티켓 오피스에 가서 예매한 기차표를 찾았다. 그리고 짐을 맡겼다.
계획대로 환전을 먼저 하기로 했다. 여기에서부터 작은 난관에 맞닥뜨렸다.은행 직원들은 대놓고 거절하지는 않고 다른 은행의 위치를 알려주며 그곳에 가보라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는데, 어쩐지 곤란해하며 미루는 분위기였다. 그 다른 은행에서는 아주 공손한 태도로 미안하지만 우리 은행 계좌가 없다면, 즉 내 방식으로 해석하자면 등록 고객이 아니라 신원이 불분명한 외국인이라면, 환전이 안된다고 했다. 또는 계좌가 없다면 호텔 등록증을 요구하는 은행도 있는데 우리는 밤에 바로 이동이라 호텔을 예약하지 않았다. 이후 여행안내소에서 알려준 대로 베이징은행에 갔는데 환전은 되는데 엄청 오래 기다려야 했다. 환전 에피소드뿐 아니라 여러모로 2년 전보다 강력해진 시진핑의 권한만큼 사회 분위기가 더 경직되고, 엄격해졌다.
환전도 못하고 유심카드도 못 사고 내 의견대로 왕푸징 거리에 갔다. 서방님 카드 수수료가 낮기 때문에 어차피 환전 수수료나 그게 그거라 현금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중국에서는 힐튼 호텔 같은 큰 규모의 체인이 아니라면 비자와 마스터카드 결제는 꿈도 못 꾼다. 알리페이 또는 현금만이 살 길이다. 마치 한국에서는 왓츠앱이 쓸모없고 카톡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아무튼 이제는 유심카드를 살 차례다. 왕푸징 거리의 매장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에게서 400위안에 3기가짜리 유심카드를 하나 구매했다.
환전과 유심카드 구매하느라 고생하고, 드디어 진짜 여행 시작. 왕푸징 샤오츠제에서 만두를 사 먹었다. 먹자골목답게 온갖 먹거리로 가득하다. 2016년 가을의 기억이 떠오른다. 베이징 도착해서 호스텔에 짐 풀고 처음 온 곳이 바로 이 왕푸징 거리였다. 왕푸징 거리는 베이징 최고의 쇼핑거리다. 대형 백화점과 다양한 상점뿐 아니라 먹거리도 풍부해서 베이징 최고의 관광지이기도 하다.
우리는 걸어서 천안문 지나 전문대가에 가기로 했다. 역시 동아시아답게 한 겨울에도 햇빛이 쨍쨍해서 좋다. 아직도 베이징 중심부의 지리가 생생하다. 지도 없이도 길을 찾을 수가 있어!
지상 최대 인구 대국을 움직이는 심장부!
저 멀리 중국 국기가 있는 곳도 유명한 관광지인데 아침저녁으로 국기 게양식과 하강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변에 사람들 없는 상태에서 역사적 건축물과 나의 사진이라니!
이 건축물은 정양문 (正陽門) 또는 전문 (前門)이라 불리는 대문이다. 예전에 베이징은 내성과 외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 정양문은 베이징 내성으로 통하는 남쪽의 대문이자 9개의 문 중에 정문이었다. 1419년 명나라 영락제 때 처음으로 지어졌고, 이후 여러 번의 손상과 재건이 반복되었다. 1960년대 마오쩌둥 시대에 성벽은 철거되었지만 군사적 용도 덕분에 이 역사적 문은 살아남게 되었다. 지금은 이렇게 대문만 달랑 있고 양 옆에 텅텅 비어 있다.
천안문 광장 남쪽으로 가로질러 전문대가에 가기로 했다. 왕푸징이 현대적 쇼핑의 거리라면 전문대가는 전통 시장의 거리다. 또 하나의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가는 길에 우연히 거주 구역 골목을 발견했다. 신나서 잠시 구경했다. 이런 곳이야 말로 진짜 베이징의 모습 중 하나다.
골목 구경하다가 전문대가 도착해서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커피를 주문하고 2층 소파에 앉았다. 그저께는 프랑크푸르트행 기차 타려고 새벽 2시에 일어나고 어젯밤은 비행기에서 보낸 후라 완전히 지쳤다. 소파 등받이에 기댔는데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오후에는 너무 지쳐서 구경이고 뭐고 얼른 기차 타고 누워서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번 중국 여행에서 우리가 첫 데이트를 했던 북경오리 레스토랑에 가기로 계획했다. 서방님은 기차 타기 전에 먹고 싶다고 해서 동쓰시타오역까지 가긴 갔는데, 준비가 제대로 안돼서 결국 헤매다가 못 찾았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결국 굶은 채로 베이징서역으로 왔다. 어차피 한국 가기 전에 다시 베이징 오니까 그때 제대로 준비해서 다시 오기로 했다.
다시 베이징서역. 서역에 오니 이제 곧 기차 탄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크리스마스이브를 이렇게 우리에게 특별한 도시 베이징에서 보낸 것도 좋은데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빨리 누워서 자고 싶을 뿐이다. 일단 짐을 찾고 케이에프씨에서 치킨버거 세트를 먹었다. 낮에 환전하고 유심카드 사려고 돌아다닐 때 왜 이렇게 준비가 안된 상태로 온 건지 서방님한테 툴툴거린 것에 대해 햄버거 먹으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사실 그만의 잘못도 아니고, 여행이라는 것이 계획대로만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유치하게 투정 부렸던 내가 엄청 부끄러웠다. 그런데도 괜찮다고 관대하게 나를 대해주는 서방님을 보며 그러지 말자고 반성했다.
기차역 대합실에 갔다. 소란스럽고 어마어마한 인파로 붐비는 대합실에 들어서니 이게 진짜 중국이다 싶었다. 와우.
우리가 탈 기차는 20:00에 출발하는 라싸행 Z21
중국 기차는 예매할 때 좌석을 지정할 수 없다. 서방님은 12호, 나는 13호. 바로 옆 칸이고 잠만 자는 밤기차라 상관없지만 그래도 같이 있으면 마음이 더 편할 듯한데 아쉽다.
등급이 다양한 러시아 기차와 달리 중국 기차는 소프트 슬리퍼와 하드 슬리퍼로만 구분된다. 하드 슬리퍼는 한 칸에 양 쪽 3층 침대, 총 6 침대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맨 위칸 당첨. 잠자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같은 칸에 젊은 중국인 네 명과 내 아래 침대에 중년 아저씨가 있었는데 다들 친절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과 수줍음이 눈에 보였다.
우리는 둘 다 기차 여행을 아주 좋아한다. 기차를 타니 마음이 아주 편안하다. 드디어 란저우를 향해 출발한다. 이제 진짜 중국 일주 시작이다. 일단 푹 자야지!
ⓒ 2021. @hanahanaworld.tistory.com all rights reserved.
'여행기록 > 2018 2019 여행: 중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 여행 06: 허페이 [합비 合肥], 포공원, 힐튼 허페이, 문화의 힘 (0) | 2021.12.01 |
---|---|
중국 여행 05: 청두 [성도 成都], 콴자이샹즈, 진리, 중국 고속열차 (1) | 2021.11.26 |
중국 여행 04: 청두 [성도 成都], 뤄다이 고대마을 (0) | 2021.11.23 |
중국 여행 03: 란저우 [난주 蘭州/兰州] (0) | 2021.11.19 |
중국 여행 02: 란저우 [난주 蘭州/兰州] (0) | 2021.11.16 |